퀵바

공기재단사님의 서재입니다.

극한직업 아이돌 헌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새글

공기재단사
작품등록일 :
2024.02.17 19:25
최근연재일 :
2024.06.29 21:51
연재수 :
135 회
조회수 :
22,080
추천수 :
722
글자수 :
748,526

작성
24.02.25 22:31
조회
356
추천
8
글자
12쪽

2라운드 회전목마

DUMMY

자정에는 잠자리에 드는 게 합숙소 규칙이었다.


블랙 울프 조는 밤 11시까지 연습하다가 방으로 돌아왔다.

디영이는 침대에 그대로 푹 쓰러졌다.


“으앙, 너무 피곤해.”


체력이 좋은 온제도 기진맥진했다.


“근육 터질 것 같아.”


복현은 식은 땀을 흘리며 휘청거렸다.


“괜찮아요? 얼굴이 창백해요.”


헌서가 그에게 물병을 건넸다.

그는 물병을 받으려고 손을 뻗었다. 그리고 순간 긴장이 풀리는지 휘청거렸다. 다리가 꼬이며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앗! 야!”

“복현아!”

“형!”


침대에 널브러졌던 디영이와 온제는 몸을 벌떡 일으켜 그들에게 다가왔다.


“왜 그래?”

“정신 차려!”

“괜찮아?”


얼굴에 물을 뿌리자, 복현은 몇 초 동안 기절했다가 식은땀을 흘리며 깨어났다.


“머리가 어지러워. 오늘 아침부터 컨디션이 좀 안 좋아.”

“어디 아파?”

“아픈 건 아닌데.”

“너무 무리한 거 아니야?”

“모르겠어. 어제 저녁까지도 괜찮았는데. 오늘 이상하게 기운이 없어서...”


헌서는 그의 몸을 일으켜주다가 뒷 목에 붉은 점같은 상처를 두 개 발견했다.

몬스터에게 물린 것 같은 날카로운 송곳니 자국이었다.


‘이 상처는?’


설마하며 그에게 물어보았다.


“복현이 형, 여기 상처 어디서 났어요?”

“상처가 있어? 몰랐는데.”


그는 손을 뻗어 자신의 뒷목 상처를 만져보았다.


“옷이나 어디 쓸려서 그런 건가? 벌레 물렸나?”


인간에게 기생해서 숨어있는 몬스터는 마취침을 뱉어서 적을 기절시키고 피를 빨아먹곤 한다. 그러니 기억이 없거나 잠시 졸았다고 여겼을 수도 있다.


작은 상처라서 모두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헌서는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여기 몬스터가 있구나. 참가자 중에 있어.’


헌서는 그가 몬스터에게 물렸을 거라고 추정했다.

만약 그렇다면 몬스터는 복현의 주위에 있는 사람 가운데 숨어있을 것이다. 그러면 또 다시 공격받을 수도 있으니, 복현에게 혼자 다니지 말라고 경고했다.


“형 혼자 다니면 안 되겠다. 또 쓰러졌는데 도와줄 사람이 없으면 어떡해요. 가능하면 다른 사람이랑 같이 있어요.”


“걱정해 줘서 고마워.”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겠다고 했다.


온제나 디영이는 공격받지 않았는지 그들의 드러난 팔이나 목을 살폈지만, 몬스터의 이빨자국은 없었다.


‘감히 우리 조원을 건드려? 반드시 잡고야 말겠다.’


쓰읍 입맛을 다신 헌서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몬스터가 가까이에 있다는 걸 알게 되니, 다시금 헌터의 본능이 꿈틀거렸다.


며칠 후, 2라운드 경연 날이 되었다.


“잘하자. 우리 잘 할 수 있어.”


온제가 조원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연습 많이 했잖아. 우리 연습한 만큼만 보여주자. 그러면 충분해.”


무대에 등장한 MC가 오프닝 멘트를 했다.


“2라운드 회전목마 지금 시작합니다.”


2라운드의 평가 기준도 알려주었다.


“1라운드가 개인 기량 평가였다면, 2라운드는 팀전입니다. 조원들간의 조화와 팀웍을 위주로 평가합니다. 심사 결과 하위 팀에서 탈락 멤버가 발생합니다. 탈락 멤버는 팀웍을 보여주지 못하거나 팀에 기여하지 못한 멤버를 기준으로 선정합니다.”


각 조는 추첨 순서에 따라 무대에서 공연했다.


첫 번째로 무대에 오른 팀은 밝고 청량한 ‘솜사탕’이라는 노래에 맞춰 퍼포먼스를 했다.


“솜사탕같은 너의 미소, 사르르 녹을 것 같아.”


화면을 보고 환하게 미소지으면서 쉴 새 없이 웨이브를 하고 무대를 경쾌하게 뛰어다녔다.


‘꽤 잘하는데? 표정도 좋고, 안무도 정확하고.’


처음에는 뭐가 뭔지 몰랐지만, 연습하다보니 헌서도 제법 공연을 보는 안목이 높아졌다.

전에는 다 잘하는 것 같았는데, 이제는 잘하고 부족한 것이 선명하게 보이고 판단이 섰다.


“다음은 플라토닉 러브 팀입니다.”


두 번째 팀은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인 일유가 있는 팀이었다. 그들이 공연할 곡은 섹시한 느낌의 플라토닉 러브라는 곡이었다.


“플라토닉 러브,

너와 더 가까워지고 싶어.

네 손을 잡으면 어떤 느낌일까.

난 혼자 상상을 해.”


우승후보인 일유는 몽환적인 눈빛으로 화면을 쏘아보며 손으로 얼굴을 쓸었다. 별다른 행동이나 춤을 춘 것도 아니고 그저 카메라를 쳐다보았을 뿐인데, 존재감이 남달랐다.


“야, 역시 일유.”

“찢었다.”

“섹시해.”

“19금 달아야 하는 거 아냐?”


헌서는 직감적으로 몬스터가 그를 노릴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고급스러우면서도 퇴폐적인 아름다움이 넘치고 모두를 홀리는 카리스마가 있는 일유라면 쉽게 다른 사람에게 도파민과 옥시토신 등 다양한 호르몬이 나오도록 만들 수 있을 터.

누구든 유혹해서 곁으로 불러들여 호르몬을 취할 수 있을 테니, 어딘가 숨어있는 몬스터도 그를 눈여겨보고 있을 것이다.


플라토닉 러브 팀이 무대에서 내려가고, 세 번째 팀이 올라왔다.


“와치 아웃(watch out)팀 무대 지금 시작합니다.”


세 번째 팀은 인기 투표에서 앞서가는 유력한 데뷔 후보들이 모인 팀이었다.


“도웅이 형네 팀이다.”


연습 때 그들을 비웃고 갔던 도웅이가 있는 팀이었다.


도웅이의 팀 곡 와치 아웃은 절도있는 칼군무가 중요한 포인트였다.

동작을 한 사람이 하는 것처럼 정확한 간격과 타이밍으로 맞춰야 하는 곡이었다.


음악소리에 맞춰서 치코가 랩을 했다. 거친 느낌이 지나쳐서 야만적인 느낌이 들 정도였다.


“조심해. 내 앞을 가로막지 마.

네 앞에 있는 게 누군지 봐.

나를 이길 거란 생각은 버려.

와치 아웃. 런! 어서 도망쳐.”


그의 뒤에서 도웅과 제빈을 비롯한 다른 멤버들이 군무를 추었다.


도웅의 팀은 대부분 같은 소속사 출신으로 이루어져서 칼군무를 맞추기가 다른 팀보다 쉬웠다. 회사에서 같은 선생님 밑에서 함께 연습한 기간이 길어서, 동작도 똑같이 배웠고, 군무를 맞춰 본 경험이 많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팔의 각도나 다리의 각도와 동작의 타이밍이 비슷하게 잘 맞아떨어졌다.


“잘하네.”

“역시 호흡이 잘 맞는 멤버들이 모인 팀이네.”


그들의 퍼포먼스를 본 참가자들이 감탄하며 박수를 쳤다.


와치 아웃 팀은 의기양양해서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며 무대를 내려왔다.

도웅은 거들먹거리며 엄지손가락을 추켜들었다.


“야, 이건 보나마나 우리가 1등이다.”


치코도 우승은 그의 팀이라는 걸 확신했다. 어깨를 으쓱 하며 헌서에게 보란 듯이 큰 소리로 말했다.


“봤지? 우리처럼 손발이 딱딱 맞는 팀이 없어.”


그들은 평소에 같은 소속사에서 연습하며 춤 스타일이 비슷하게 다듬어진 멤버들로 이루어져서 칼군무에 유리했다.


“우리 이 곡 다 알아. 회사에서 같이 연습했거든.”


더군다나 소속사에서 연습생을 하며 같이 연습했던 곡이어서 안무도 새로 외울 필요가 없었다. 동선만 수정하면 되니, 다른 팀에 비해 훨씬 숙련도가 높았다.


안무 외우기에도 빠듯한 시간에 무대를 만들어야 했는데, 그에 비하면 와치 아웃 팀이 같은 소속사에서 오래 호흡을 맞춘 멤버들로 구성된 것은 큰 강점이었다.


공연한 팀들이 예상보다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줘서 블랙 울프 팀은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다들 잘하네.”

“이 갈고 연습했나봐.”

“2라운드 되니까 더 치열해진 것 같아.”

“우리 진짜 잘해야겠다.”


온제가 조원들에게 준비할 시간이라고 일러주었다.


“야,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다음 우리 차례야.”


스텝의 부름에 그들은 서둘러 무대 뒤로 향했다.


“하, 떨려.”


복현은 머릿속에 온통 ‘실수하면 어떡하지?’하는 생각뿐인 것 같았다.


“중간점검 때 액땜 했으니까 실수 없이 잘할 거야. 박자 놓쳐도 포기하지 말고 빨리 따라잡아.”


온제는 뻣뻣하게 경직된 그의 승모근을 주무르며 안심시켰다.


“우리가 캐리할테니까 걱정 마요, 형.”


헌서도 복현의 긴장을 풀어주려고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며 웃었다. 헌서는 메기에게 주어진 2라운드 탈락면제권이 있어서, 다른 멤버들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 형만 믿을게.”


긴장해서 떨고 있던 디영이가 헌서에게 손가락하트를 날리며 미소지었다. 다른 조원도 헌서와 온제를 보며 멘탈을 잡고 파이팅했다.


“너네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안심이 된다.”

“진짜 너네 둘만 믿는다.”


어느새 헌서가 팀을 받치는 든든한 기둥이 되어 있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비추는 무대로 올라가자, 다시 헌서의 가슴이 쿵쾅거렸다.


‘무대다.’


황홀한 빛 속에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이 순간을 위해서 그렇게 땀을 흘리고 연습해왔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헌서는 모든 것을 잊고 어서 무대에 올라가기를 바랐다.


“블랙 울프 팀, 준비하면서 어떤 점이 어려웠나요? 언제 가장 힘들었습니까?”


조원들이 무대에 도열하자, MC가 온제에게 질문했다.


분명히 중간점검 때 실수한 부분이 방송에 나갈 거고, 그 부분에 스토리를 넣기 위한 제작진이 적은 질문일 것이다.


“중간점검 때 최하위를 기록해서 위기였다고 하던데요.”


MC의 말에 복현은 자신이 실수 했던 순간이 가장 위기였다는 걸 알고 있기에 부끄러워서 고개를 숙였다.


온제는 복현의 얼굴을 보고, 난감해하는 걸 눈치챘다.


그는 복현이 무안하지 않도록, 침착하게 대답했다.


“중간점검에서 받았던 피드백을 반영하기 위해서 더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난이도가 있는 곡이라서 어려웠다고 말하면, 중간점검 때 실수한 복현에게 시청자의 안 좋은 시선이 쏠릴 것이다.

하지만, 온제는 실수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더 나아지기 위해서 연습했다는 사실을 강조해서 복현에게 시청자의 비판이 가해지지 않도록 했다.


“블랙 울프라는 곡이 워낙 유명해서 기존 이미지를 저희가 벗어나서 새로운 무대를 만들기가 어려웠는데요. 그래서 저희 나름대로 아이디어를 내서 색다른 댄스 브레이크 무대를 만들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기대해주세요.”


연습하면서 힘들었던 것을 말하기보다, 그와 헌서의 댄스 브레이크 춤을 보여주겠다고 말해서 기대감을 높혔다.


‘조장 말 잘하네.’


헌서는 그동안 쭉 온제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방송에서 하는 말을 보고 더 믿음이 갔다.

팀원이 실수로 대중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요령있게 감싸는 걸 보니, 믿고 함께 할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럼 블랙 울프 팀, 무대 준비되셨나요? 시작하겠습니다.”


MC가 소개를 마치고 무대의 불이 꺼졌다.


깜깜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우우- 아우우-


쿵 쿵 비트가 울리며 전주가 시작되었다.


어두운 무대 가운데에 한 줄기 스포트라이트가 비치며 온제의 솔로 인트로 댄스가 작렬했다. 바이브가 넘치는 등장에 참가자들이 탄성을 질렀다.


“잘한다.”

“역시 댄스는 온제야.”


참가자들은 넋을 잃고 쳐다보았다.


“그런데 저팀 온제 말고는 다 실력없는 멤버로 구성되었잖아.”

“중간평가에서 꼴등했다던데?”

“원곡 자체가 어려워.”


팟-


환하게 불이 켜지고 본격적인 군무와 무대가 시작되었다.


7명의 팀원은 대열을 맞춰 서서 발톱을 세운 늑대의 움직임을 표현한 야성적인 춤을 추었다.


심사위원들은 눈을 크게 뜨고 몸을 앞으로 당겼다.

잡아먹을 듯한 포스로 앞으로 전진하는 멤버들을 보며 서로 속삭였다.


“많이 좋아졌는데?”

“그러게. 같은 팀 맞아?”

“에너지가 완전 달라.”

“그땐 틀릴까봐 멈칫거렸는데, 이젠 다 씹어먹겠다는 자신감이 있어.”

“연습을 얼마나 한 거야?”


그들은 돌변한 블랙 울프 팀의 모습에 황당한 듯이 헛웃음을 지으며 입을 벌렸다.

잠시 지켜보다가 다시 중얼거렸다.


“잘하는데, 그래도 원곡이 너무 쎄서 좀 약하긴 하다.”


심사위원들은 평가지에 자신의 의견을 적었다.

원곡 퍼포먼스의 이미지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큰 것 한 방이 필요했다.


2절 헌서의 랩 파트가 시작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극한직업 아이돌 헌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 3라운드 바이킹 24.03.02 307 8 13쪽
14 세탁실의 습격 24.03.01 299 8 12쪽
13 보컬 연습 24.02.29 311 6 12쪽
12 조 편성 24.02.28 330 8 12쪽
11 팀 배틀 +1 24.02.27 351 9 12쪽
10 첫 무대 24.02.26 359 9 12쪽
» 2라운드 회전목마 24.02.25 357 8 12쪽
8 댄스 브레이크 24.02.24 378 7 12쪽
7 중간점검 24.02.23 391 9 13쪽
6 합숙 24.02.22 422 9 12쪽
5 인터뷰 24.02.21 443 10 13쪽
4 대결 24.02.20 470 11 12쪽
3 파트 분배 24.02.19 529 9 12쪽
2 조장 선출 24.02.18 759 8 13쪽
1 메기 출연자 24.02.18 1,631 1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