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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 아이돌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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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재단사
작품등록일 :
2024.02.17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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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6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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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첫 무대

DUMMY

헌서는 최대한 숨을 들이쉰 다음, 배에 있는 대로 힘을 주고 숨을 내뱉으며 랩을 했다. 박자에 맞춰 플로우를 타며 리드미컬하게 가사를 뱉었다.


“달이 뜨면 다가와 블랙 울프

별이 지면 바람처럼 블랙 울프”


댐핑있는 목소리에 심사위원들이 호의적인 표정으로 귓속말을 했다.


“쟤 며칠 사이에 랩이 또 늘었네.”

“내가 빨리 늘 것 같다고 했잖아.”

“하드웨어도 좋은데 연습도 열심히 했네.”


헌서는 심사위원들의 반응에 자신감을 얻어서 더 스웩 있는 몸짓으로 랩을 했다.


“내 팔에 이빨 자국 네가 남긴 흔적

한번 피 맛보면 못 잊지”


심사위원들은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헌서를 주목했다.


“원곡하고 목소리 톤이 완전 달라.”

“원곡은 밀당하는 느낌인데, 헌서는 확 몰아가는 느낌?”


헌서는 어차피 원곡의 노련한 바이브를 살리기에는 랩 실력이 안 되니까 힘있는 자기 스타일로 밀어붙여 랩을 했다.


“조심해 사냥꾼이 있다

함정이 있는 걸 알지

그래도 절대 널 포기 못해

넌 이미 내게 목줄 잡혔어, 이게 나야”


헌서는 눈썹에 힘을 주고 자신의 목의 옷을 잡아당기고 가슴을 탕탕 쳤다. 헌서의 카리스마 넘치는 퍼포먼스에 지켜보던 사람들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와, 저 자신감.”

“메기로 들어올 배짱을 아무나 가진 게 아니지.”


헌서는 마지막 줄 가사를 ‘아무도 날 막지 못해, 블랙 울프’ 대신 ‘넌 내게 목줄 잡혔어, 이게 나야’로 더 공격적으로 바꿨다. 어딘가 숨어있는 몬스터를 잡고 말겠다는 의지를 담은 가사이기도 했지만, 속뜻을 알아차린 사람은 없었다.


원곡과 달라진 가사와 거칠고 야성적인 느낌에 참가자들은 오호 하며 감탄했다.


“크, 찢었다.”

“유명한 원곡 가사를 바꿀 생각을 하다니.”

“그래. 원곡하고 비교되지 않으려면 이렇게 자기 스타일을 보여줘야지.”


다음으로 보컬 브릿지가 나왔다. 복현도 열심히 연습한 만큼, 실수하지 않고 어려운 파트를 무사히 마쳤다.

이제 온제와 헌서의 댄스 브레이크 차례였다.


쿵 따- 쿵쿵 쿵-


다른 멤버들이 백댄스를 하며 뒤로 물러서는 동안, 양쪽 끝에 선 헌서와 온제는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백덤블링을 할 때 사고가 나지 않도록 미리 사인을 주고받았다.


리허설 할 때 동선을 체크해서 기준을 잡아놓은 게 있었다.


‘무대가 생각보다 앞뒤가 좁아요. 뒤에 다른 멤버들 있어서 내가 움직일 공간이 없으니까, 형이 충분히 앞에서 돌아야 해요. 이쯤에서요.’


‘알았어. 위치 잡으려면 여유가 없이 바로 연결해야 하네.’


온제와 헌서는 사전에 무대를 점검하고 적당한 위치를 협의했다.


그런데, 역시나 멀리 이동해서 위치를 급하게 잡느라, 조원들이 충분하게 뒤쪽으로 빠지지 못했다. 그 바람에 그들의 앞에 서야 하는 헌서는 온제와 약속한 것보다는 앞쪽에 서야만 했다. 앞에 선 온제와 백댄스를 하는 조원들 사이로 백덤블링해야 하는데 공간이 너무 좁았다.


‘아, 저 사이로 지나갈 수 있을까?’


온제와 뒤에서 댄스를 하는 다른 조원 사이의 틈은 1미터도 안 될 정도였다. 그 좁은 공간으로 뒤를 보지 않고 정확하게 백덤블링을 해야 한다.


‘그냥 하지 말까.’


둘이 부딪혀 넘어져서 공연을 망치느니, 그냥 온제만 백덤블링하는 걸로 무난하게 넘어가는 게 나을 수도 있다. 헌서만 정확하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온제가 백덤블링 방향을 잘못 잡으면 어쩔 수 없이 둘이 부딪혀 대형사고가 난다.


‘아냐. 그래도 해야지. 기회는 이번뿐이야.’


헌서는 이 단 한 번의 무대에 얼마나 많은 게 걸려있는지 알고 있었다.


‘온제 형이 실수하지는 않을 거야.’


연습하면서 헌서는 온제의 실력을 봤다. 십년 가까이 춤을 추면서 거리 공연을 하고 무대에 선 그의 감을 믿었다. 무대의 돌발상황에도 순간적으로 판단해서 상황을 타개하는 능력이 있었다.


‘간격이 좁게 잡혔으니, 형이 나를 피해서 더 앞으로 덤블링을 할 거야. 그러니까 괜찮아.’


1초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헌서의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오갔다.


온제는 헌서의 표정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챈 듯했다.


‘못 할 것 같으면 위험한 건 하지 마.’


연습할 때 서로 주고받았던 이야기가 있었다.


‘다치지 말고 공연 마치는 게 첫 번째 목표야.’


온제는 헌서에게 거듭 강조했다.


‘우리 하루 이틀 할 거 아니잖아? 놀이공원 촬영 끝나도 계속 할 거잖아? 춤 계속 출 거잖아? 포기하지 않을 거지?’


그의 말에 헌서는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다.

어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절대 춤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온제의 열정에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찌르르했다.


‘형은 아이돌의 꿈을 포기하지 않겠구나.’


같이 연습하면서 헌서는 자기도 모르게 그를 응원하게 되었다.


‘나도 아이돌을 계속 할 수 있을까?’


불과 사흘 전까지만 해도 아이돌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아이돌 놀이공원에 참여한 이후로는 헌터로서의 임무보다 아이돌이 되기 위해 연습을 하는 것에 더 애정을 쏟은 것 같았다.


‘이 무대만큼은 보여 줄 수 있는 거 다 보여주고 싶어.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아.’


헌서는 퍼포먼스를 하는 이 시간이 그의 뇌리에 영원히 남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만큼 후회 없이 무대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가자!’


헌서는 비트에 맞춰 그에게 등을 보이고 돌아섰다. 위험하더라도 백덤블링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온제는 그런 헌서를 보고 입술을 깨물며 자신도 등을 돌렸다.


둠 둠 타-


댄스 브레이크로 비트가 바뀌고, 그와 조장이 동시에 서로를 향해 허리를 뒤로 제꼈다. 손을 바닥에 짚고 공중으로 스프링처럼 튕겨 오르듯이 백덤블링을 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뒤로 한 바퀴를 돌자, 사방에서 탄성이 터졌다.


“아니, 뭐야?”

“서로 안 보고 백덤블링?”

“미쳤구만.”

“위험해. 저러다 부딪치면?”


심사위원과 참가자들은 모두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온제와 헌서는 뿌듯한 미소를 주고받았다.

분위기를 휘어잡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하, 너네 이번 라운드에 다 걸었구나?”


혹평했던 심사위원이 이마를 짚고 신음하며 중얼거렸다.


“이번에 탈락하면 다음이 없으니까 그럴 수 밖에 없겠지.”


옆에 있던 심사위원이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대충하고 자기만 살아남을 수도 있는데, 다른 팀원을 위해서 저렇게 한 거잖아.”


그 말은 사실이었다. 헌서는 탈락면제권이 있고, 온제는 저 팀에서 제일 잘해서 탈락은 다른 사람이 하게 될 터.


“둘이 저렇게까지 했다는 건 좋은 무대를 만들겠다는 집념이라고밖에 설명이 안 돼.”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서로를 향해 스쳐 지나가며 백덤블링을 하고 일어선 두 사람은 곧바로 다음 안무로 넘어갔다.


헌서가 온제의 허리를 붙잡고 들어서 옆으로 에스컬레이팅하며 들어올렸다. 온제는 비행기가 공항을 이륙하는 것처럼 하늘로 날아오르며 손을 뻗었다. 손끝을 세워 발톱처럼 만들자, 무대에 둥근 달의 영상이 비춰지며 늑대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우우우- 아우우우-


“와, 달이다.”

“늑대가 달을 보고 우는 모습을 표현한 거야.”


헌서는 들어올린 온제를 공중으로 던져올렸다.

온제는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 배경의 조명 속으로 새처럼 날아올랐다.

그가 달려가는 늑대의 움직임을 표현한 안무를 해내고 착지하자, 곡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박수가 쏟아졌다.


“달을 향해 달려가는 늑대라니.”

“멋지다.”


환상적인 배경과 어우러진 화려한 아크로바틱 페어 안무 덕분에 댄스브레이크는 뮤지컬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신비로운 조명 속에서 마치 깊은 산 꼭대기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거침없이 달려가

우린 블랙 울프!”


후렴구를 거쳐서 피날레가 장엄하게 울려퍼졌다.

모두가 하나가 되어서 마지막 춤을 추고 포즈를 잡자, 사방에서 박수와 환호성이 터졌다.


“와, 나이스!”

“잘했다.”


어려운 곡을 기대 이상으로 소화한 블랙 울프 팀에 찬사가 쏟아졌다.

심사위원들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의자에 등을 기댄 채 할 말을 잃었다.


“아니, 우리가 중간점검 때 봤던 팀 맞아?”

“그때부터 사흘 지났는데, 한 달은 연습한 느낌인데?”

“댄브 안무를 완전히 창작해서 바꿨네.”


공연이 끝나고 넋을 잃고 감동에 빠져있던 사람들은 처음에는 온제를 칭찬하다가, 온제와 함께 페어 안무를 한 헌서에게도 찬사를 보냈다. 어려운 백덤블링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해내고,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온제를 옆으로 들어올려 던진 헌서가 아니었다면 이런 아름다운 퍼포먼스가 존재할 수 없었다.


“쟤 힘이 보통이 아닌데?”

“고등학생 맞아?”

“옆으로 에스컬레이팅하는 거 진짜 힘든데.”

“메기는 메기네.”


주근육이 아닌 근육을 써야 해서 쉽지 않은 들어 올리는 동작을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헌서에게 보통이 아니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예상외로 선전한 블랙울프 조의 퍼포먼스에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였다.


“얘네 뭐냐? 왜 잘해?”

“최하위 조 아니었어?”

“보는 동안 블랙울프 원곡 퍼포먼스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잘했어.”


관객 반응에 헌서와 조원들은 서로 마주보며 뿌듯해했다. 원곡 생각 안 나게 무대를 부숴버리자는 계획이 100% 성공했다.


“잘했어.”

“수고했어.”

“후회없이 했다.”


그들은 무대 아래로 내려와서 인이어를 빼고 서로 등을 두드렸다.


“공연 잘 봤습니다.”


MC도 깊은 인상을 받았는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블랙 울프처럼 개성이 강하고 카리스마있는 곡을 찰떡같이 자신의 것으로 만든 팀은 많지 않았다.


“다음 공연 이어가겠습니다.”


5번째 팀과 6번째 팀, 7번째 팀의 공연이 끝났다. 무난했지만, 앞에 한 공연들에 비해 임팩트가 없었다.


모든 공연이 끝나고 이제 결과 발표 순서였다. 장내에는 긴장감과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이제 2라운드 회전목마 결과 발표가 있겠습니다.”


MC는 결과를 전달받아서 봉투에 담긴 종이를 꺼내서 적힌 내용을 보았다.


“먼저 3등부터 발표하겠습니다.”


헌서는 초조하게 MC의 입을 바라보았다.


‘제발 3등’


3등 안에 들면 탈락자가 없으니, 모두 자기 팀의 이름이 불리기를 바랐다.


“솜사탕 팀입니다.”


아아 하는 탄성과 환호성과 함께 솜사탕 조는 펄쩍 뛰며 기뻐했다.


‘이러면 좀 곤란한데.’


1등과 2등은 플라토닉 러브와 와치 아웃 팀이 가져갈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면 나머지 팀에서는 모두 탈락자가 발생한다는 뜻이었다.


예상대로 4등은 무브, 5등은 펑키 보이, 6등을 하늘을 달려 팀으로 발표되었다.


“2등은 와치 아웃 팀입니다.”


이제 1등과 7등만 남았다.


‘설마 꼴찌? 그 정도로 못하지는 않았는데.’


그의 팀이 개인 기량은 좀 떨어진 멤버들이 모였고, 중간점검 때까지만 해도 그리 잘한다고 할 수 없었지만, 최종 무대에서는 퍼포먼스가 다른 팀 못지않았다.


2라운드 탈락면제권이 있어 순위에 영향받지 않는 헌서마저도 아쉬운 마음이 드는데, 다른 멤버들의 심정은 어떨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온제는 모든 게 조장인 자기 책임으로 느끼는지 얼굴이 창백해져서 손을 떨고 있었다. 다른 조원들도 체념하고 받아들이는 듯이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반면에 플라토닉 러브 팀은 1위를 기대하면서도 내심 불안한 표정이었다. 전체1위 멤버인 일유가 있고, 심사위원의 평도 나쁘지 않았지만, 블랙울프 팀의 반응이 워낙 좋아서 이변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MC가 카드에 적힌 이름을 읽었다.


“1위는 블랙 울프 팀입니다.”


발표가 나오고 어안이 벙벙해진 것은 블랙 울프 팀이었다.


“뭐? 우리가 1등?”

“진짜?”

“우리가 1등이래.”


디영이는 양손으로 입을 막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온제는 다리에 힘이 풀려서 그 자리에 자기도 모르게 주저앉았다.

최하위 멤버들이 모여서 최고의 에이스 일유가 있는 플라토닉 러브 팀을 꺾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해냈구나.’


헌서는 긴장해서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가슴 속에서 뜨거운 불덩어리가 타오르며 온몸에 환희의 열기가 퍼지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의 퍼포먼스가 사람들에게 인정받았다는 이 짜릿한 기분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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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팀 배틀 +1 24.02.27 351 9 12쪽
» 첫 무대 24.02.26 359 9 12쪽
9 2라운드 회전목마 24.02.25 356 8 12쪽
8 댄스 브레이크 24.02.24 378 7 12쪽
7 중간점검 24.02.23 391 9 13쪽
6 합숙 24.02.22 422 9 12쪽
5 인터뷰 24.02.21 443 10 13쪽
4 대결 24.02.20 470 11 12쪽
3 파트 분배 24.02.19 529 9 12쪽
2 조장 선출 24.02.18 759 8 13쪽
1 메기 출연자 24.02.18 1,631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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