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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재단사님의 서재입니다.

극한직업 아이돌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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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재단사
작품등록일 :
2024.02.17 19:25
최근연재일 :
2024.06.30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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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9,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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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1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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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세탁실의 습격

DUMMY

헌서에 대해서 악의적으로 편집한 방송이 나가자 그에 대한 여론은 더욱 악화되었다. 헌서의 인터뷰보다도 도웅과 치코의 인터뷰가 결정적이었다.

도웅은 비열하게 헌서의 인성을 공격하며 인터뷰했다.


“메기 참가자를 어떻게 생각하냐고요? 저는 붙었으니까 괜찮은데, 양심적으로 1라운드 탈락자들한테 미안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좀 얼굴가죽이 두꺼운 애구나 싶더라고요.”


인성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고, 편집으로 제작진이 만들어서 보여줄 수도 있어서, 팩트체크를 하기 어려웠다. 그 점을 노리고 헌서에게 인성에 문제가 있다는 프레임을 씌우려고 한 것이었다.


치코는 인터뷰에서 헌서가 실력이 형편없다고 거짓말했다.


“솔직히 메기 참가자까지는 예능 프로그램이니까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연습하는 거 보니까, 아, 참, 뭐라고 해야 하지? 과연 헌서가 우리하고 같이 경쟁할 실력이 되는지 의문이 생기더라고요.”


그들의 인터뷰가 방송에 나가자, 시청자들 사이에 헌서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생겨났다. 특히 도웅과 치코의 팬은 그들의 말을 그대로 믿어서 헌서에 대한 반감이 컸다.


[도웅이 말대로 헌서가 뻔뻔한 거지.]

[치코 말에 따르면 탈락자 중에 쟤보다 잘하는 애 널렸다는 거잖아?]

[헌서는 PD픽이라던데? 뭐 저런 애가 PD픽이야? 금수저인가? 제작팀 카메라라도 사줬나?]

[저런 자격없는 애 때문에 우리 도웅이가 떨어지면 어떡해.]


“메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네. 너 괜찮아?”


놀이공원 프로그램의 반응을 검색하던 지솔이가 헌서를 걱정했다.


“뭐, 괜찮아요.”


헌서는 물병을 열어 목을 축이고 다시 악보를 집어들었다. 꾸밈음을 어떻게 넣는 게 좋을지 손가락으로 허공에 음정을 그려가며 노래했다.


“너어어와 하암께 하아안 거어어리이이이이-”


지솔이는 헌서의 단단한 정신력에 감탄하며 물었다.


“이렇게 SNS가 시끄러운데 노래가 되니? 나라면 하루 종일 휴대폰 붙잡고 있을 것 같은데.”


“많이 시끄러워요? 댓글 안 봐서 잘 모르겠어요. 연습할 시간도 부족한데.”


헌서는 메기인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공정하게 경쟁한다는 서바이벌의 규칙을 깨고 들어온 건 사실이고, 어차피 신분을 밝힐 수 없는 상태에서 밀고 나가야 하니, 악플에 신경 쓴다고 바뀌는 건 없었다.


“메기를 반대할 수도 있죠. 내가 싫으면 다른 사람한테 투표하거나 안 보겠죠.”


무덤덤한 헌서의 태도에 지솔은 부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너 진짜 강철 멘탈이다. 나도 그런 성격이면 좋겠다.”


마음이 여리고 예민한 지솔은 주위의 시선이나 반응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성격이었다.


“형도 그런 거 그만 봐요.”


헌서는 지솔이 악플을 보지 못하게 그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서 화면을 껐다.


“엇?”


당황하던 지솔은 헌서가 휴대폰을 돌려주지 않자,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웃었다.

그리고 잠시 한숨을 쉬며 머리를 쓸었다.

강박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며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행동에 브레이크를 잡아준 헌서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폰 그만 보고 연습할 거죠?”


헌서는 폰을 도로 돌려주며 물었다.


지솔이는 대범한 헌서가 믿음직스러운지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았어. 폰 본다고 뭐가 달라지겠니. 연습해야 결과가 달라지지.”


그들은 3라운드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열심히 듀엣 파트를 연습했다.


헌서에 대한 안티는 점점 늘어났다. 편향된 편집으로 헌서에게 잘못을 뒤집어씌운 방송 분량 때문이었다.


[중간 점검 때 틀린 것도 헌서 때문이잖아. 저런 애가 참가자격이 있어?]

[퇴출 운동 하자.]

[투입된 과정부터 밝혀야 해.]

[부정행위가 있었는지 조사해달라고 청원 넣자.]

[그러다 촬영이 중지되면 다른 멤버들이 피해보는 거잖아.]


“어쩌죠? 분위기가 심상치 않네요.”


보조PD는 조작진PD에게 시청자들이 헌서 퇴출 움직임에 프로그램 보이콧 움직임도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음 편에서는 편집을 잘해야 할 것 같습니다. 헌서에 대한 반감이 너무 심해서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조작진PD는 프로그램 반응을 모니터링한 레포트를 자세히 읽어보았다. 그러더니 자신의 의도대로 되고 있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 했다.


“다음 방송분에서 블랙 울프 팀이 우승하고 나면, 반대여론도 잠잠해질 거야.”


그는 부정적인 여론에 개의치 않았다. 되려 시청자의 뜨거운 반응에 기뻐했다.


“이렇게 헌서를 실력없는 애로 만들어놔야, 다음 편에서 블랙 울프 팀이 우승했을 때 더 놀랍지 않겠어? 이런 게 반전이지. 어때? 내 아이디어가.”


그는 자신의 극적인 연출 실력을 자화자찬했다.


“그, 그런가요.”


보조PD는 어깨를 움츠렸다.


“이렇게 서사를 만들어야 프로그램이 재미있어지지. 우리가 지금 다큐멘터리 찍는 게 아니잖아?”


조작진PD는 시청자반응이 격렬해지는 걸 오히려 즐기고 있었다. 편집 방향을 바꿀 마음이 전혀 없었다.


“신경쓰지 말고 하던 대로 편집해. 메기 투입하고 시청률과 화제성이 모두 올랐어. 메기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욕하면서 더 열심히 프로그램을 보고 있어.”


어차피 프로그램 끝나면 헌서와 만날 일 없으니, 최대한 헌서를 욕받이로 이용해먹고 버리겠다는 심산이었다.


“...알겠습니다.”


조작진PD의 말에 보조PD는 입을 오므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헌서는 매일같이 12시간씩 연습에 몰두했다.

비브라토와 벤딩의 감을 익히기 위해 집중했다.

미묘한 소리와 느낌의 차이를 알기 위해 귀를 기울였다.

녹음하고 들어보고, 원곡 노래와 비교하고를 반복했다.

계속 반복하니, 목으로 소리를 내는 건 안 되어도, 머리로는 조금씩 감이 왔다. 멋진 벤딩을 구별하는 귀는 트인 것 같았다.


“체력도 좋고, 멘탈도 좋고, 부럽다.”


지솔이는 하루종일 연습해도 지치지 않는 헌서를 보며 부러워했다.


“나도 너같은 체력과 멘탈이 있었으면.”


디영이가 지솔이에게 기대어 있다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런데, 헌서 형은 체력도 체력이지만, 끈기가 대단한 것 같아요. 난 헌서 형같은 체력이 있어도 질려서 그렇게 연습 안 할 것 같아.”


디영은 자기자신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하나를 끈기있게 계속하는 법이 없었다. 쉽게 싫증내고 다른 걸 찾아서 하곤 했다. 그래서 이것저것 할 줄 아는 건 많아도, 제대로 잘 하는 건 별로 없었다. 하지만, 계속 새로운 걸 찾아다녀서 트렌드에 가장 빠르게 올라타는 게 장점이었다.


“연습을 너무 많이 했나 봐. 힘들어.”


디영이 악보를 내던지고 벌렁 누웠다. 지솔이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이제 겨우 한 시간 했잖아.”


“어제 밤새 고민했다고요.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고민만? 연습을 해야지. 하핫.”


지솔이도 철없는 디영이가 귀여운 듯이 웃었다.


“고민을 너무 많이 해서 어지러워요.”


어지럽다는 말에 헌서는 고개를 홱 돌려서 디영을 쳐다보았다.


‘혹시?’


헌서는 디영에게 다가가서 무릎 베개를 해주는 척하며 목을 살폈다. 다행히 디영에게 몬스터에게 물린 자국은 없었다.


“헤헷, 우리 보컬 조 형들 너무 좋다. 친절해.”


디영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해맑게 웃으며 헌서의 무릎을 베고 눈을 감았다.


‘하, 뭘 좀 찾아내야 할 텐데.’


헌서는 투입된 지 몇 주가 지나도록 몬스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것에 조바심을 느꼈다. 그동안 서바이벌에서 살아남기 급급해서 몬스터의 흔적을 찾는데 많은 시간을 쓸 수 없었다. 틈날 때마다 수상한 행동을 하거나 몬스터에게 당한 참가자가 있는지 찾아보았지만, 아무런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웬일로 헌서가 연습을 안 하고 있어?”


모처럼 빈둥거리며 생각에 잠겨있는데, 한 조원이 다가와서 옆에 앉았다.


“잘 되어 가?”


“형은요?”


“나, 열심히 하고 있지.”


그는 물병을 들어서 물을 마셨다. 팔을 들어 셔츠가 벌어지면서 쇄골 부위의 문신이 보였다.


‘특이한 문신이네.’


그는 목에서 가슴으로 이어지는 혜성 모양의 문신을 하고 있었다.


물끄러미 문신을 바라보던 헌서의 눈이 커졌다.


‘저거 혹시?’


문신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피부에 몬스터의 이빨자국이 난 듯했다.


“타투 좀 봐도 되요?”


헌서는 그의 팔에 문신을 유심히 살폈다. 문신을 한 피부에는 몬스터의 이빨 자국 모양의 상처가 나 있었다.


‘아, 이래서 몰랐구나.’


헌서는 자신의 머리를 쳤다. 주로 참가자들의 목만 살펴봤는데, 몬스터는 자신의 공격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 문신한 곳을 물었던 것이었다.


‘이 교활한 놈.’


몬스터의 지능이 날이 갈수록 느는 것 같았다.


“요즘 피곤하지 않아요?”


“요즘? 늘 피곤하지. 세탁실에서 맨날 졸아.”


“세탁실이요?”


“응. 밤에 빨래하러 가면 졸음이 쏟아져. 침대에서 편하게 자야하는데, 불편하게 쭈그리고 자다 깬다니까.”


헌서는 그가 세탁실에서 몬스터에게 공격받아 피를 빨아먹혔을 거라고 추측했다.


“혼자 가니까 그렇죠. 다른 사람이랑 같이 가요. 졸면 깨워달라고 해요.”


“그래야겠네.”


헌서는 몬스터가 출몰하는 곳을 발견한 흥분에 가슴이 뛰었다.


‘딱 걸렸어.’


몬스터가 밤에 세탁실에서 혼자 있는 참가자를 노리는 게 분명했다.


그날 밤, 헌서는 아무도 세탁실에 없을 시간에 혼자 빨래감을 들고 세탁실을 찾았다.


세탁기에 옷을 넣어 돌리고, 앉아서 휴대폰을 보았다.


‘이러고 있으면 몬스터가 나타날지도 몰라.’


이미 취침시간이 다가와서 모두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며 조용했다. 덜그덕거리며 세탁기가 돌아가는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복도를 지나다니는 발소리도 잦아들었다. 사방이 조용하고 적막이 찾아들었다.


덜그덕- 덜그덕-


돌아가던 세탁기가 멈춰섰다.


쏴아-


세탁기가 배수 모드로 들어가며 물이 빠졌다.


‘취침시간이 지나겠는데?’


규칙에 의하면 취침시간이 되면 모두 방으로 돌아가서 잠을 자야했다.

헌서는 시계를 보며 어떻게 할지 망설였다.


‘이제 와서 그만둘 수는 없지.’


조느라고 취침시간을 놓친 척하려고 휴대폰을 내려놓고 조는 시늉을 했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


몬스터가 올 때까지 계속 눈을 감고 자는 시늉을 하며 버텨보려고 했다.


그런데, 자는 척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진짜로 졸음이 쏟아졌다.


‘졸려. 그냥 가서 잘까?’

‘몬스터가 오늘 안 나타날 수도 있잖아. 내일 다시 올까?’

‘이러다 깜박 잠들면 몬스터한테 당하는데.’


취침 벨 소리가 울렸다.


딩동댕-


복도에 불이 꺼졌다.


‘빨래가 끝날 때까지만 있어 보자.’


15분 후면 빨래가 끝난다.


의자에 기대서 팔짱을 끼고 고개를 묻고 꾸벅꾸벅 조는 시늉을 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소리없이 세탁실 문이 열렸다.

헌서는 눈을 감을 채였지만, 인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위잉- 위잉-


세탁기가 마지막 건조 과정을 하며 빨래를 말렸다.


‘누구지?’


몬스터일수도 있지만, 무고한 사람일 수도 있고, 숙직하며 순찰하는 관리인일 수도 있었다.


달그락-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이 세탁실 문을 잠갔다.


‘어라? 문을 잠갔어?’


수상쩍은 행동을 한 정체 모를 사람은 스르르 미끄러지듯이 발소리 없이 헌서의 앞으로 다가왔다.


헌서는 실눈을 뜨고 바닥을 보았다. 슬리퍼를 신은 발이 보였다.


실눈을 뜬 채, 눈알을 옆으로 돌리니, 세탁기의 유리에 비춰진 사람의 실루엣이 보였다.


바로 2라운드에서 같이 블랙 울프 조였던 병진이였다.

병진의 몸 속에 몬스터가 기생하고 있는 것이었다.


‘병진이 형이 몬스터?’


헌서가 놀랄 틈도 없이, 병진은 몸을 굽히더니 입을 크게 벌렸다. 엄청나게 커다랗게 벌어진 입에서 병진의 몸 속에 기생하던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긴 촉수가 먼저 나오고, 촉수 끝이 벌어지며 마취침이 나왔다.


쉬익-


헌서의 목을 향해 마취침이 발사되었다.

헌서는 재빨리 몸을 눕혀 바닥으로 쓰러졌다.

침은 헌서를 빗나갔다.


“에잇!”


헌서는 벌떡 일어서서 병진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컥!”


병진의 몸이 빙글 돌아 바닥에 벌러덩 넘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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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힐링 파티 24.03.04 284 9 13쪽
16 보컬 조 평가 24.03.03 306 9 12쪽
15 3라운드 바이킹 24.03.02 308 8 13쪽
» 세탁실의 습격 24.03.01 301 8 12쪽
13 보컬 연습 24.02.29 312 6 12쪽
12 조 편성 24.02.28 331 8 12쪽
11 팀 배틀 +1 24.02.27 353 9 12쪽
10 첫 무대 24.02.26 361 9 12쪽
9 2라운드 회전목마 24.02.25 359 8 12쪽
8 댄스 브레이크 24.02.24 380 7 12쪽
7 중간점검 24.02.23 393 9 13쪽
6 합숙 24.02.22 424 9 12쪽
5 인터뷰 24.02.21 445 10 13쪽
4 대결 24.02.20 472 11 12쪽
3 파트 분배 24.02.19 532 9 12쪽
2 조장 선출 24.02.18 764 8 13쪽
1 메기 출연자 24.02.18 1,636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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