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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재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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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7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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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31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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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놀이 본능 각성

DUMMY

“온제 형, 온 김에 우리 좀 도와주고 가.”


디영은 온제에게 그들의 안무 연습 영상을 내밀며 봐달라고 했다.


“우리가 4명밖에 안 되어서, 여기가 너무 비어 보여. 동선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대놓고 도와달라고 하는 뻔뻔한 디영의 행동에 지솔은 미안해서 어쩔 줄 몰랐지만, 온제는 춤에 열정이 많아서인지 흔쾌히 그들의 안무 디테일을 봐주었다.


“여기로 이동할 때, 네가 한 박자 빨리 나가야 해. 그래야 줄이 맞아.”


온제는 안무에서 서로 안맞는 부분을 예리한 매의 눈으로 찾아내서 지적했다.


“여기도 뛰는 박자가 서로 안 맞잖아. 맞춰야지. 그리고 브릿지 들어가기 전에 헌서가 솔로 파트만 하지 말고, 여기서도 안무를 좀 해주고 빠지면 훨씬 있어보이지.”


“어떻게요?”


“예를 들면 이런 거.”


온제는 일어서서 직접 동작을 취했다.


“아니면 이런 동작. 옆으로 빠지기 전에 살짝 해주면 분위기가 살지.”


온제가 시범을 보인 대로 안무를 수정하고 동선을 바꾸면 훨씬 퀄리티가 좋아질 것 같았다.


“역시, 온제 형은 마이더스의 황금손이야. 형이 손대니까 확 달라지네. 만약에 놀이공원에서 데뷔 안 하게 되면 우리 팀 오면 좋겠다.”


디영이 농담처럼 본심을 드러냈다.


“그러게. 너네하고 있을 때가 훨씬 마음 편하다. 여기가 내 집 같아.”


온제는 한숨을 쉬며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잘난 척만 하고 멤버들의 의견을 묻지 않고 혼자 마음대로 정하는 리더 도웅과, 온제를 무시하는 치코와 시겸, 온제를 투명인간 취급하는 회사에서 마음졸이며 지냈던 답답함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자기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계속 눈치보며 지내야하는 놀이공원의 데뷔조의 생활을 떠올려보면, 우여곡절 끝에 데뷔한다 해도 힘든 나날이 지속될 것 같았다.


윌비도 온제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데뷔 안 하게 되면 원래 소속사로 돌아가냐?”


“그렇게 되겠죠. 거기서 연습생들 모아서 같이 데뷔시켜줄 거라고 걱정 말라고 하는데, 그건 가봐야 아는 거죠.”


아이돌 그룹을 운영하는데 거액의 비용이 들다보니, 데뷔 준비를 다 해놓고도 엎어지는 일이 많았다.


“우리한테 와. 언제든 받아줄게.”


윌비가 온제에게 오라고 하자, 헌서도 거들었다.


“우린 온제 형을 환영할 준비가 되어있어.”


“그렇다고 너무 늦게 오지는 마, 형. 늦게 오면 우리가 너무 유명해져서 힘들 수도 있어. 헤헤.”


디영이 웃으며 말하자, 온제는 그들이 진지하게 그를 영입하려고 하는 걸 깨달았다.


“그런데, 이 회사는 어떻게 그렇게 쉽게 데뷔를 시켜주는 거죠?”


어떤 회사인지 알아볼 겸 온제는 의아한 듯이 물었다.


“요즘은 데뷔하는 그룹이 많아서, 음악방송 나가기도 어렵고, 수익 내기가 쉽지 않을 텐데.”


디영은 어깨를 으쓱 하며 태평하게 말했다.


“나도 잘 몰라. 사장님이 투자받아서 하는 거니까 너희들은 걱정하지 말고 연습만 하래.”


온제는 부러운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그래도 음악 방송 빨리 잡아서 쉽게 나가는 거 보면 사장님이 인맥이 좋으신가 보다.”


헌서는 승권이 헌터 사령부의 도움을 받아서 음악 방송을 잡은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다른 멤버들은 그런 사실을 모르니 승권의 인맥이 대단한 걸로 여길 수밖에 없었다.


“투자도 잘 받아와, 방송 스케줄도 잘 잡아와, 의견도 잘 받아줘, 너희들은 걱정말고 연습만 하라고 해, 그 정도로 좋으시고 능력있는 사장님이면 믿고 따르면 될 것 같은데?”


“헤헷, 그렇지?”


온제의 말에 디영이 기분이 좋아서 활짝 웃었다.


놀이공원 숙소로 돌아온 온제는 일유를 만나서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일유는 헌서와 다른 멤버들의 상황을 듣고 눈이 커졌다.


“다다음 주에 프리데뷔한다고? 그렇게 빨리?”


“그렇대. 보니까 회사가 작긴 한데, 분위기가 좋더라고. 작아서 의사결정이 빠른 것 같기도 해.”


“우리보다 먼저 프리데뷔하는구나. 하긴 우리는 데뷔 할지 안 할지도 모르지.”


일유는 불투명한 미래에 한숨지었다.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렇게 답답한 상황이 계속될 것 같았다.

재판 결과가 나와도 무죄가 나오기는 어려우니, 데뷔는 점점 멀어져가는 듯이 보였다.


그때 그들의 휴대폰에 메시지가 왔다. 도웅이 보낸 것이었다.


[저녁7시 연습실]


“오늘 저녁에 연습 하려나 본데?”

“내일 아니었어?”


온제는 도웅에게 메시지를 보내서 확인하더니 쩝 입맛을 다셨다.


“내일 자기 약속 있다고 오늘 하재.”


일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맨날 이런 식이야. 의견도 안 물어보고 자기 마음대로 약속시간을 바꾸고.”


그들은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연습실로 이동했다.


“너네 왜 늦었어? 계속 그렇게 해라?”


도웅이 그들을 보고 기분나쁜 투로 잔소리했다.


“1시간 전에 문자 받고 숙소 가서 연습복으로 갈아입고 바로 온 건데.”


“갑자기 시간을 바꾸면 어떡해? 미리 물어보기라고 했어야지. 치코하고 제빈이도 안 왔네.”


온제와 일유가 반발하자, 도웅은 딴전을 부렸다.


“치코는 약속있고, 제빈이는 여자친구 만나러 갔어. 우리끼리 하자고.”


온제와 일유는 얼굴을 마주보았다. 지난 연습때도 치코와 제빈은 농땡이를 부리며 제대로 참여하지 않았다.


‘우리 데뷔 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데 연습 해서 뭐해?’


치코의 말에 제빈도 맞장구치며 연습하지 말자고 했다.


‘그래. 나중에 데뷔 확정되면 하자.’


단합해서 열심히 연습해도 모자랄 시간에, 벌써부터 모래알처럼 흩어지고 있었다.


마지못해 연습을 시작했지만, 모두 마음이 다른 데 가있으니 연습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힘들어. 그만 하자.”


두세 곡 정도 춤을 추고 나서, 시겸이 구시렁거리며 바닥에 드러누웠다.


“우리도 딴 그룹 알아봐야 하는 거 아냐? 치코는 오늘 다른 회사에서 컨택 와서 만나러 갔던데.”


도웅이 모자를 벗어 집어던지며 짜증을 부렸다.


“빨리 데뷔해야 하는데. 제작진 때문에 우리가 이게 무슨 고생이야? 제작진만 아니었으면 벌써 노래 정하고 녹음하고 있을 텐데.”


조작진PD가 탈락할 운명이었던 그를 1등으로 만들어준 것에는 전혀 감사하지 않았다.

시겸은 그런 도웅의 조급한 마음과 달리 태평했다.


“할 일도 없는데 나도 여자친구나 사귈까. 어제 방송사 복도에서 마주친 여자애 예쁘던데. 번호 어떻게 따지?”


어영부영 연습이 끝나고, 현타가 온 온제와 일유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같이 카페로 갔다. 말없이 아메리카노를 앞에 두고 한숨만 쉬었다.


“분위기 진짜 별로다.”


일유의 말에 온제가 뭔가 결심한 듯 말했다.


“성공과 돈만 아니면,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겠어? 그런데, 데뷔 못 하게 되면 성공과 돈의 가능성도 날아가는데, 여기 있을 이유가 없지.”


“무슨 말이야?”


“놀이공원 데뷔가 무산되면, 나는 헌서네 그룹으로 갈 거야.”


“뭐라고?”


놀라는 일유에게 온제는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하고 싶었던 아이돌 생활을 걔네들이랑은 할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꿈꿔왔던 게 거기 있더라. 댄스 크루 생활 할 때처럼 자유롭게 서로 의견 주고받고 같이 작품 만들어 나가는 거.”


“직원이 몇 명 안 되는 신생 회사라면서? 괜찮겠어? 너를 원하는 다른 회사도 많잖아.”


일유는 온제라면 더 좋은 조건에서 데뷔할 수 있을 거라고 여겨서 말렸다. 그러나, 온제는 이미 마음속으로 결론을 내렸다.


“헌서랑 지솔이랑 윌비 형이 있는 그룹이야. 말이 더 필요해?”


이미 그들과 여러 번 호흡을 맞춘 온제는 그들의 잠재력을 꿰뚫어보았다.


“내가 보기에는 지솔이 보컬 실력이 미강이보다 떨어지지 않아. 윌비 형 실력은 말할 필요도 없지. 이번에도 윌비 형 자작곡으로 싱글 낸다는데, 윌비 형이 작곡을 하니까 음악 걱정할 필요는 없지.”


일유도 온제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그리고 헌서는 내가 가장 같이 데뷔하고 싶었던 멤버야. 우리 마지막 무대 기억나지? B팀이 돈 쏟아부은 무대장치로 시선을 강탈했는데, 헌서가 캐리해서 관객의 시선을 도로 붙잡아왔잖아. 헌서랑 나랑 같이 퍼포먼스 하면 분명히 성공할 수 있어.”


온제가 단호하게 입장을 밝히자, 현실적이고 생각이 많은 일유는 그에게 섣불리 결정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그룹이 성공하려면 소속사도 중요해. 단순히 돈을 말하는게 아니라, 회사의 기획력이나 인력풀도 중요하다고.”


“나도 알아. 아직 우리 상황이 정리된 것도 아니고, 결정할 단계는 아니지. 그런데, 기획력이나 인력풀이 좋은 회사라고 다 성공하는 것도 아니잖아? 좋은 기획력을 가지고도 활용 못하는 회사도 많지. 그런데, 헌서네 회사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의 회사인 것 같아.”


결심이 확고한 온제의 말에 일유는 더 이상 말릴 수 없었다. 온제는 싱긋 웃으며 일유의 어깨를 쳤다.


“네 충고대로 어떤 회사인지 신중하게 알아보고 결정할 테니까 걱정마.”


“뭐 네가 가고싶은 회사를 가는 게 맞겠지. 나야말로 이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온제는 데뷔가 무산되더라도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정해놓았지만, 일유는 그냥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답답했다.


한편, 헌서와 멤버들은 그룹 이름을 최종 결정하기 위해서 모였다.

며칠을 이야기했지만, 아직 결정을 못했다.


“은이사님이 우리가 아이돌을 하는 이유나, 하고 싶은 게 뭔지 생각해보라고 하셨잖아.”


은이사가 컨셉 회의를 이끌어가며 아이디어를 수합했고, 멤버들에게도 아이디어를 내라고 했다.

보통 회사라면 기획팀에서 알아서 정하겠지만, 인력이 없으니 모두 머리를 맞대고 논의했다.


“난 아이돌하면서 딱히 이루고 싶은 건 없어. 랩이 좋고 음악 만드는 게 좋아서 하는 거야.”


윌비의 말에 지솔도 동의했다.


“나도 그냥 노래가 좋아서 계속 부르는 거야. 노래가 아니면 난 아무것도 아냐.”


디영이 그들의 말을 듣다가 입을 열었다.


“난 형들이 좋아서 아이돌 하는데. 솔직히 노래나 춤 연습은 하기 싫을 때도 많아.”


그러더니 헌서에게 고개를 돌려서 물어보았다.


“형은 왜 아이돌을 해?”


“나? 나? 음.... 그게...”


헌서는 말문이 막혀서 어버버했다.

몬스터를 잡기 위해서 한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그리고 실제로 연습하다보면 헌터를 하기 위해서 아이돌을 하는 건지, 아이돌을 하기 위해서 헌터를 하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었다.


“내가 재능이 있는 것 같아서 시작하게 되었는데... 아직 뭘 이루고 싶은지는 모르겠어.”


“아, 그럼 형은 아이돌이 좋아서 한다기보다는 재능이 있는 것 같아서 해보는 거네?”


“어... 그게... 말로 표현하기가...”


아이돌은 스스로 선택한 길이 아니었다.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기에 떳떳하게 스스로를 아이돌이라고 말하기도 낯간지럽고, 무엇 때문에 아이돌을 한다고 자신있게 말하기도 애매했다.


“처음에는 얼떨결에 아이돌을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까 내 안에 뭔가 꿈틀거렸어. 잠재된 본능을 각성한 것 같이 말이야.”


헌터의 본능을 각성한 것처럼 아이돌의 본능도 어느 순간 각성하게 되었다.


헌서의 말을 윌비가 정리했다.


“흠, 내재된 아이돌의 본능을 각성하고 깨달았다는 말이지? 맞아. 나도 그렇고 우리 모두 아이돌을 그냥 자연스럽게 하고 있어. 태어날 때부터 본능처럼. 거북이가 물을 향해 기어가는 것처럼, 원래 타고난 것처럼 본능적으로 무대에서 신나게 놀고 아이돌을 하니까... 놀이 본능 각성 어때?”


무대에서 즐기는 공연을 본능처럼 각성해서 업으로 삼는다는 뜻으로 놀이 본능 각성을 그룹 명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오, 좋은데? 놀이 본능 각성. 영어로는 어떻게 해?”


멤버들 모두 무대를 즐기고 퍼포먼스를 하려는 본능을 타고났기에 헌서가 아이디어를 내고 윌비가 정한 그룹 명칭에 공감했다.


놀이 본능 각성을 영어로 ‘arousal of instinct for fun’로 번역하고 앞글자를 따서 ARIFF 에이리프라고 지었다.


“놀이 본능 각성! 안녕하세요, 에이리프입니다.”


구호와 인사말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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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정글 파티 24.05.08 62 4 12쪽
81 세계관 24.05.07 6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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