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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한 님의 서재입니다.

전여친과 헤어진 날, 좀비가 나타났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송도한
작품등록일 :
2019.11.02 09:53
최근연재일 :
2019.11.13 12:40
연재수 :
6 회
조회수 :
446
추천수 :
31
글자수 :
25,184

작성
19.11.05 03:34
조회
79
추천
6
글자
9쪽

좀비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10계명

DUMMY

인류는 도구와 농경생활을 시작하게 되면서 치아의 퇴화와 진화를 겪었다.

도구를 사용하자 이로 고기를 자를 일이 없어졌고 날카로운 송곳니는 둥그래졌다.

조리한 곡식을 소화하기 좋게 빻기 위해서 어금니가 발달하고 식이섬유를 자르기 위해 치열은 네모낳고 가지런하게 변하였다.

그렇기에 인간은 생고기를 뜯어 먹으면 그 표면이 잘리지 않는다.

뭉툭한 송곳니와 약해진 턱힘 때문에 뜯겨나갈 뿐이다.

TV 속 앵커의 목덜미도 그랬다.

차라리 사자나 호랑이의 길고 날카로운 송곳니 같았다면 인간의 연약한 목덜미 따위 한 방에 물어뜯었을 것이다.

그러나 좀비가 된 인간의 이빨은 그렇지 못 해서 앵커의 목덜미가 뜯겨나가기까지 수 초가 걸렸다.

좀비에게 물려서 죽어가는 앵커도 고통스러웠지만 그걸 보고 있는 우리도 고통스러웠다.

간혹 스포츠 경기를 보다보면 다리가 심하게 부러지거나 발목이 180도로 돌아가는 사고가 나곤 한다.

징그럽고 안타까운 장면이지만 눈쌀을 찌푸리면서도 자꾸만 보게 되는 그런 불편하면서 호기심어린 기분이 자꾸만 들어 소리를 지르며 고개를 돌렸으면서도 앵커의 뜯겨 나가는 목덜미가 계속 생각나 속이 좋지 않았다.

결국엔 다시 고개를 돌려 이미 목이 뜯겨 너덜너덜 거리는 앵커의 모습을 보고 말았고 결국엔 그녀의 소파에 물대포를 쏘듯 토를 하고 말았다.

이런 내 모습과는 반대로 그녀는 손을 떨면서도 앵커의 모습을 뚫어져라 지켜보고 있었다.

결국 뉴스는 방송 조정 화면으로 전환이 되었고 그제야 우리 모두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좀비... 좀비야."

"좀비?"

"좀비... 맞아, 좀비!"


그녀는 재빨리 안방으로 가져가 무언가를 가져왔다.

방안에서 물건이 떨어지는 우당탕 소리에 방으로 들어갈까 했었지만 그냥 제자리에서 기다리기로 하였다.

이윽고 먼지가 풀풀나는 책 한 권을 들고 그녀가 다시 돌아왔다.


"이게 있었어."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

학창 시절 전공책을 사기 위해 들렸던 서점에서 재밌어 보인다며 사놓고 쳐박아두었던 그 책. 1챕터는 읽었는 지 의문이다.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 이 책을 쓰게 될 줄이야..."

"감격은 됐고, 어서 읽어봐."

"무슨 10계명 이런게 있었는데..."


그녀가 책을 뒤적이는 동안 나는 핸드폰을 꺼내 인터넷을 살폈다.

죄다 좀비에 관한 뉴스와 사건 사고였다.

SNS에서는 좀비를 본 인증글과 좀비에게 물린 인증글까지 올라왔다.

그때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네, 아버지."

"아들, 괜찮냐?"

"전 괜찮아요. 아버지는요, 거기도 난리에요?"

"그래. 네 엄마랑 바로 부대로 들어왔다. 여긴 안전하다."


아버지는 지방 예비군부대 대대장이셨다.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번지기 전에 대처하신 듯 했다.


"도하야. 아빠가 항상 말했던 거 기억하지? 가까운 지하철 역으로 대피해라. 생화학 테러일 수도 있어. 지하철 역으로 가야한다. 명심해!"

"알겠어요. 그런데... 지하철 역이 조금 멀어요."

"-잘 안들-다. 도하야.-치직"

"여보세요? 아버지?"

"-기다리-있어. 아비가- 꼭 데리러- 갈-. 알았-치직-"

"여보세요? 여보세요?"

"..."


전화가 끊겨버렸다.

다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신호 자체가 가지 않았다.

전화도, 인터넷도 모두 끊긴 상태였다.

재빨리 다른 채널을 돌려봤지만 모두 치지직 거리는 검은 화면만 가득할 뿐 아무런 뉴스나 프로그램도 방송되질 않았다.

그녀에게도 가족에게 전화 해보라 말하려다 흠칫하며 입을 꾹 깨물어 닫았다.

하마터면 잊을 뻔 했었다. 맞아, 그녀는...


"찾았다! 좀비 발상 사태에서 살아남기 위한 10계명."

"봐봐."

"일. 좀비들이 일어나기 전에 뭉쳐라."


그녀와 나는 재빨리 밖이 보이는 창문을 열었다.

뉴스와는 달리 한적한 도로.

모두 출근하고 난 뒤의 시간이라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데?"

"일단... 두 명이니까 뭉친 건가?"

"넘어가자."

"이. 좀비는 두려움을 모른다. 당신도 두려움을 버려라."

"좀 쓸만한 대책은 없어?"

"삼. 머리를 써라. 좀비의 머리는 잘라 버려라."

"사람 머리를 자르라고?"

"사람이 아니라 좀비야. 이미 죽은 인간이라고!"

"그치만..."

"야 김도하. 정신 차려. 아까 뉴스 못 봤어? 우리가 머리를 안 자르면 우리 머리가 뜯길 거야!"


그녀의 말이 맞았다.

내가 죽을 순 없지. 그리고 어차피 죽은 인간들이라니까, 또 죽는다 한들 변하는 건 없지 않는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계속해서 10계명을 읽어나갔다.


"사. 칼은 장전이 필요 없는 최고의 무기이다."

"칼? 칼 있어?"

"책 들고 있어, 가져올게."


그녀는 책을 던지듯 건네고 주방으로 뛰어갔다.

나는 그녀가 들리게 나머지 계명을 읽었다.


"오! 최선의 방어는 딱 맞는 옷과 짦은 머리다! 너 머리 묶어야 해!"

"계속 읽어!!"

"육! 위층으로 피한 다음 계단을 부숴라! 계단을 어떻게 부숴... 말이 되는 소릴 해야-"


주방에서 돌아온 그녀는 내 앞에 그녀가 가지고 온 칼을 펼쳐놨다.

기본적인 식칼 부터 시작해서 과일도 안 먹는데 이뿌다고 산 과도, 홈쇼핑에서 그렇게 광고를 해대던 장미칼, 버터 먹을 때 쓸 거라며 산 버터나이프, 요리 프로에서 중식 요리사가 쓰는 걸 보고 멋지다며 산 중식도까지. 이런 저런 칼까지 열 종류는 되는 것 같았다.


"어... 칼은 이정도면 된 것 같네."

"그래? 이정도면 되겠지?"


나는 어설픈 웃음을 지어보인 뒤 나머지 계명을 읽었다.


"칠. 차 안에서 죽지 말고- 어차피 차도 없으니까 패스.

팔. 쉬지 말고 움직여라, 몸을 숙이고 소리를 죽여라, 늘 경계하라.

구. 안전지대는 없다, 조금 더 안전한 곳이 있을 뿐이다.

십. 좀비는 사라져도 위협은 남는다."


고무줄로 머리를 올려 묶은 그녀는 칼을 유심히 고르더니 과도를 골라 손에 들었다.


"우리 이제 어떻게 해, 위층으로 올라가?"


나는 머리를 자르라는 10계명의 말을 떠올리며 무게도 있고 자르는데 초점을 둔 중식도를 들었다.


"아버지가 지하철 역으로 가랬어. 거기가 제일 안전 하다고."

"하지만 너희 아버지는 군인이시니까 전쟁이 났을 때 한정 아니야? 아까 뉴스에서는 외부로 나가지 말랬잖아."


그녀의 말도 사실 맞았다.

바이러스가 퍼진 상황이므로 외부와의 접촉을 줄여야 한다.

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는 것은 위험하다.

하지만 그녀의 말을 따르기 싫었다.

지는 것 같은 기분, 맞는 말인 걸 알지만 인정하기 싫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너무 찌질하고 한심하지만 어쩔 수 없다.


"아니! 들어봐. 지하철은 어디로든 연결 되어있어. 출근 시간도 지나서 지하철이라도 한적할 거야. 거리를 봐, 아무도 없었잖아. 지하를 따라서 시외로 도망치면 안전한 곳으로 갈 수 있어. 좀비가 아니라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지하로 도망칠 거야. 벙커도 모두 지하에 있고, 메트로 2033에서도 지하에 도시를 지었잖아."


나는 어떤 식으로든 내 말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고 그녀를 설득하기 위해 말을 내뱉었다. 계속 내뱉다보니 괜찮은 방법이기도 한 듯해서 자신감이 붙어 뒷부분에는 예시까지 들었다.

내 일장연설이 끝나자 그녀는 나를 계속해서 쳐다봤다.

저 의심의 눈초리.

내가 무슨 말만하면 저렇게 쳐다봤다.

일단 내 말은 의심하고 보는 거다.


"뭐... 일리는 있네. 책에서도 계속 움직이라 그랬고."


그녀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나도 한숨을 놓았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바깥의 좀비보다 내앞의 그녀가 더 무서웠으니까.


"가까운 역까지 얼마나 걸리지?"

"걸어서 10분."

"뛰면 3~4분 정도에 도착할 수 있겠네."


그녀와 나는 칼을 들고 나갈 준비를 하였다.


"뭐 챙겨가야하지 않아? 먹을 거라던가 옷 같은 거."

"지하철 역에 편의점도 있고 매장도 있을 거야. 지금은 가볍게 가는 게 훨씬 더 좋아."


그녀와 나는 쉼호흡을 하고 대문 문고리를 잡았다.


"자, 간다. 무조건 뛰어가는 거야."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쉼호흡을 한 후 셋부터 숫자를 셌다.


"셋, 둘, 하나!"


나는 힘차게 대문을 활짝 열었고 문 앞에서 우리를 향해 뒤돌아보는 좀비 세 마리를 보자마자 다시 재빨리 문을 닫았다.

그녀와 나는 서로를 쳐다보며 눈만 깜빡였다.


"좀비다..."


작가의말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는 실제로 <월드워 Z> 원작 도서 작가인 맥스 브룩스가 쓴 책입니다. 10계명 역시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에 있는 10계명을 인용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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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어떻게든 쓰인다 19.11.07 57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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