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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더 님의 서재입니다.

어나더 월드(Another world)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발라더
작품등록일 :
2021.05.12 16:16
최근연재일 :
2021.07.27 00:01
연재수 :
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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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17,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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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8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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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34화 혁신

DUMMY

수많은 보물 중에서 가장 눈에 띈 건 네 개의 보물이었다. 1등급 정령석 두 개가 든 주머니 하나와 13개의 무공서 중 유일하게 딱 하나 있는 창법 천성비류창, 그리고 이곳을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물품인 공간이동문 주문서와 왕가의 목걸이라는 문신형 아이템이었다.


왕의 보물창고에 존재하는 보물 중에 유일하게 수량이 한 개가 아닌 물품은 공간이동문 주문서.

최초 발견자가 아니면 보물을 한 개밖에 선택하지 못했으니, 보물을 얻기 쉽게 만들지 않겠다는 장치이자 유저들을 위한 배려인 걸로 보였다.

최초발견자가 아닌 유저가 혼자서 들어왔다면 탈출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공간이동문 주문서를 선택해야 한다는 점과 만약 여러 명의 유저가 함께 들어왔다면 한 명만 공간이동문 주문서를 골라도 되기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제린의 조언이 아니었다면 공간이동문 주문서를 선택했을 테지만 절대적인 믿음으로 이번에도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다.

말은 이렇게 했어도 선택을 하는 데든 시간은 하루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만큼 보물이 많아서이기도 했고 일이 틀어지기라도 하면 수룡 테스토피아를 마주하거나 아니면 다른 보스몹을 마주할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 망설여졌던 것이다.


지금 왼손에는 무공서 천성비류창이, 오른손에는 정령석이 든 주머니와 손가락 한 마디만 한 큐브가 들려있는 상태다.

큐브는 문신형 아이템 왕가의 목걸이였다. 무려 등급이 엘리트 등급보다 높은 유니크 등급 아이템.


[왕가의 목걸이](unique)

설명:탈부착 큐브형 목걸이 문신. 문신에 10초 동안 손을 올리고 있으면 다시 큐브 상태로 돌아오게 할 수 있다.

효과:근+3 민+3 체+3 마+3

효과:모든 스킬 숙련도 상승률 20% 증가.

효과:수水 속성 스킬 사용 시 효과 10% 증가.

효과:왕족의 오드아이 발동 시 수 속성 스킬 사용 효과 10% 증가.(하루 5시간 오드아이를 유지할 수 있다. 오드아이를 유지하는 동안 오른쪽 눈은 푸른색으로 변화한다.)


이런 아이템을 손에 넣는 날이 올 줄이야.

이어서 왼손에 쥔 천성비류창 무공서를 확인해보았다.


보통 무공서는 등급 자체가 매겨져 있지 않아 얻게 되더라도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왕의 보물창고에 있는 것만으로도 결코 낮은 수준의 무공은 아닐 거로 예상되었다.


[천성비류창天星秘流槍]

설명:행성 토바에 있는 창법 중 하나다.

수록:1.천범신공天梵神功 2. 천성비류창天星秘流槍 3. 천기환허보天機幻虛步 4. 천기신행天機神行 5.회풍무류퇴廻風蕪流腿


이미 손에 쥔 것들을 물릴 방법은 없다.


[왕가의 목걸이를 착용하시겠습니까?]

[천성비류창을 배우시겠습니까?]


고개를 한 번 끄덕이는 거로 두 메시지에 동의하고는 정령석이든 주머니를 열었다. 무공서가 사라진 왼손에 주머니를 뒤집어 두 개의 정령석을 털어냈다. 머리 위에 앉아 있던 바투아가 머리를 툭 한 대 치면서 말했다.


"중급정령으로 승급하는 데 3일이나 4일 정도 걸릴 거야."

난 바투아의 말에 고개를 힘껏 흔들어대며 답해주었다.

"그-래-"

그에 바투아는 끝날 때까지 머리카락을 붙잡고 귀여운 소리를 내었다.

"으어- 으아- 으오- 으이-"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내게는 이곳에 갇혀있는 32일의 시간은 굉장히 길고 아까운 시간이었다. 그렇다고는 하나 이 정도의 보물과 바꾼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조금도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32일 동안 할 일도 많아서 이 시간이 길게 느껴질 것 같지도 않았다. 무공을 배우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어린아이도 아는 사실. 32일의 시간은 천성비류창을 배우는 데 쓸 시간이었다.


머리끄덩이를 잡고 즐거워하던 바투아가 이내 고갯짓을 멈추는 순간 다시 말을 잇는다.

"나 없는 동안 죽으면 안 돼 용왕."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던 때.

"응."

이번에는 더는 머리카락을 붙들지 않고 그대로 내려와 정령석이 있는 왼손에 내려앉았다. 뒤이어 머리 크기를 늘려 정령석 하나를 집어삼키자 몸에 반응은 즉각 나타났다. 투명한 몸속에서 끌어 오르기 시작한 기포는 순식간에 몸을 새하얗게 덮으면서 놀라게 하고 있다. 냉큼 하나를 더 집어삼키니, 이제는 빛을 전신에서 뿜어내어 놀라게 하기도 한다.

몸을 천천히 웅크리던 바투아가 번쩍이는 빛과 함께 사라지기까지는 채 5초가 걸리지 않았다. 사라지는 순간 메시지는 떠올랐다.


[물의 정령 바투아가 승급을 위해 역소환 됩니다.]

[승급이 끝나기 전까지는 바투아를 소환할 수 없습니다.]

[바투아의 승급까지 남은 시간은 67:31:29초입니다.]


바투아가 사라지고 나서 한 일은 남은 식량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다른 때보다 도시락에 더 많은 음식이 채워져 있어 놀랐었는데, 이곳에 들어오고 나서야 그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도시락에 든 음식만으로도 일주일은 버틸 수 있을 정도로 양이 많았다. 말린 음식들까지 하면 32일이 아니라, 아껴먹으면 그 두 배도 버틸 수 있을 양이었다.


새삼 제린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어, 어디 방향에 마을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한 방향을 정해 고개를 꾸벅 숙이는 거로 인사를 전했다.


그다음은 한 일은 천성비류창을 수련해보는 일. 무공서와 서클학 마법서에는 퀘스트 가이드 시스템처럼 스킬 가이드 시스템이 존재해, 스킬명을 누르면 영상이 떠오른다고 알려져 있었다. 진짜 알려진 대로 영상이 떠올라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물론 배우는 속도는 재능에 따라 다를 것이다.


지금이 몇 시인지, 며칠인지도 시스템으로 확인할 수 있어 날짜가 헷갈릴 염려 같은 건 없었다.

32일간의 무공 수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


리로드 길드 길드장 김민수와 부길드장 이민우는 하루도 빠짐없이 길드원들과 친분이 있는 길드, 개인 유저들을 동원해 하만사루바 탐사에 나섰다.

퀘스트 난이도는 누가 특수 연계퀘스트 아니라고 할까 봐, 높아도 너무 높은 수준이었다.

몬스터도 몬스터지만 지하 탑에는 하루 반나절은 물에 잠기는 고약한 시스템이 존재해서 사냥을 이어나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아쿠아 브리즈 마법을 배운 유저가 많았다면 또 모를까.

배운 유저가 많지 않아 구하는 것도, 설사 구했다 하더라도 데려오기도 쉽지가 않은 상황이었다.

현실에서 수소문해서 찾아가 보아도 에덴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리로드 길드가 가진 공간이동문 주문서 한 장이라면 어떻게든 끌어모아 몇 명 정도는 더 데리고 올 수 있었지만 길드 수뇌부는 이번에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다.

최근 117억에 거래된 적이 있는 공간이동 주문서를 몇 명 데려오는 데 쓰는 건 아깝다는 쪽으로 의견은 기울었다.

이 방법 말고도 8서클 마법사의 도움을 받아 텔레포트 마법으로 옮기는 방법이 있었으나 전 세계에서 유일한 8서클 마법사인 스티븐 리는 몇 달째 어나더 월드 접속을 끊지 않고 있어서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으로 공략해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남은 퀘스트 기한은 30일.

일단 탑 구석구석을 탐사해서 지도를 전부 연 뒤, 최단 루트를 짜서 밑에 층을 공략할 계획으로 오늘도 하만사루바에 발을 디뎠다. 이른 아침부터 리로드 길드와 도와주러 온 길드 전부는 빠르게 하만사루바를 가로질러가며 탑으로 향했다.


오늘도 기록을 담당하는 유저들은 전투를 담당하는 유저들이 지나가고 나면, 몬스터 사체가 사라진 자리에 푯말을 박고 거기에다가 리젠되는 시간을 적어두었다. 필드에서 사냥할 때 중요한 점은 몬스터를 사냥하는 일과 사냥한 몬스터가 언제 리젠되는지 알아두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푯말을 박고 난 뒤에는 책자를 꺼내 좌표와 함께 리젠되는 시간과 몬스터의 종류와 주의할 점을 꼼꼼히 기록했다.

이는 길드 단위의 안전한 사냥법이었으며, 길드 단위의 사냥이 이루어지는 곳에서 개인 유저가 활동하지 못하는 이유였다.

예전에는 개인 유저들 중에서 길드가 부리는 만행이라며 불만을 토로하기는 했어도 지금에 와서는 길드가 사냥하는 쪽에서는 사냥하지 않는 게 암묵적인 룰이 된 상태였다. 보통 사냥터의 크기가 작게는 일개 도시에, 아니면 나라만 해서 이제는 불평하는 유저는 없었다. 오히려 사냥을 마칠 때쯤에는 기록한 책자를 주어서 좋아하는 유저들도 있을 정도였다.


2천 명에 육박하던 유저들의 행렬은 리젠되는 몬스터를 사냥할 팀과 기록할 유저를 남기고 나아가다 보니 지하 탑에 이르렀을 때는 남은 숫자가 50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이들 중에는 유명 스트리머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만약 개인이 홀로 이곳 지하 탑까지 오려면 레벨도 레벨이지만 고등급 무공이나 서클학, 다수의 스킬, 거기에 고등급 아이템을 전신에 도배하는 수준 정도는 되어야 할 정도로 몬스터의 수준은 높고 사냥터의 면적은 넓었다. 지금 가장 앞장서서 걷고 있는 각 길드장 유저와 유명 스트리머 유저들도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보통 개인이 길드보다 먼저 사냥터를 선점해 사냥하고 있으면 양해를 구해 합류시키거나, 만약 합류하지 않겠다고 하면 기록할 수 있는 푯말이든 상자를 주어 남겨달라고 부탁하는 게 관례였다.

길드에 적대감이 없는 한, 자신에 의해 누군가가 죽는 걸 즐기지 않는 한은 보통은 모두 다 표시를 남겨주고는 했다. 표시를 남겨놓지 않았다가 길드에 사상자가 발생하기라도 하면 보복을 당하는 경우도 더러 있어서 남겨놓는 게 일반적이었다.

보복은 떠도는 소문이 아니라 실제로 알게 모르게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탑에 도착한 500명의 유저들은 완성된 지하 탑 1층 지도를 이용해 빠르게 미로를 나아가기 시작했다. 1층 지도가 완성될 동안 이곳에서 사냥해온 만큼 몬스터들이 어떤 능력을 갖췄는지는 알고 있었다. 사냥은 주의만 기울이면 되었다. 문제는 아직 절반밖에 공략되지 않은 2층과 탐사를 하다 보면 찾아오는 썰물 때였다.


지하 탑까지 오는데 드는 시간 2시간 37분과 최단루트로 이동한다고 해도 1시간 55분이나 걸리는 1층 지하 탑 미로.

삼 일 전부터 탐사를 시작한 2층에서 새로운 몬스터와 함정을 뚫고 지도를 밝히다 보면 여지없이 밀물 때는 찾아와 지하 탑을 물로 가득 채웠다. 아쿠아 브리즈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유저는 11명밖에 되지 않아 탐사 지속 시간은 길지 않았다.

한정된 마력으로는 300명이 넘는 탐사대 유저 전부에게 부여해주다 보면 두 시간을 버티는 게 고작이었다.


아쿠아 브리즈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유저들을 부랴부랴 구해 데려오고 있기는 하나 기간이 짧게는 며칠, 길게는 수십 일이 걸리는 탓에 리로드 길드 수뇌부들의 얼굴은 하루가 다르게 어두워져 가고 있었다.

탑이 2층이 끝이라면 몰라도.

3층 4층 5층까지 있을지도 모른다고 예상해보면 탐사를 함께할 유저들도 더 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30일의 시간은 김용환에게는 긴 시간이었지만 리로드 길드 입장에서는 아주 짧은 시간에 지나지 않았다.


훌쩍 시간은 흘러 김용환이 왕의 보물창고에 들어간 지 9일 차가 될 무렵엔, 그래도 리로드 길드가 2층 끝에 도달하는 기염을 토하며 탐사에 속도를 내는 듯했다.

이때는 남은 퀘스트 기한이 24일이자 혁신까지는 24일 남았던 날이었다.

길드 자금을 더 투자해 해외 유저들의 지원을 받아서 가능했던 속도였다. 확실히 투자한 만큼 효과가 있어 리로드 길드가 희망을 품던 시점이었다.


또다시 시간은 흘러 김용환이 체류한 지 18일 차가 되던 날.

이번엔 3층까지 탐사를 끝마치며 4층 탐사를 시작하기에 이르렀다.

이때 남은 기한은 15일.

4층이 끝이라는 걸 3층에서 알게 된 이후 탐사 속도는 더 가속도가 붙어, 몸을 사리던 유저들도 조금은 더 과감하게 사냥에 임하고는 했다. 그 덕분이었다.

이 속도대로라면 충분히 퀘스트 기간 안에는 보스 방에 도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는 특수 NPC의 한마디에 찾아와 혼란을 빚게 되었다.


유저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한 마디는 바로 혁신에 대한 이야기였다.

지하 탑 4층을 절반 넘게 탐사하는 데 성공하고 퀘스트 기한이 10일 남아 어느 정도 안심하던 날.

[10일 뒤. 에덴에는 혁신이 일어날 겁니다.]

특수 NPC들이 일제히 눈에 빛을 머금고 인근에 있던 유저 전부에게 전달한 메시지였다.

혁신.

너무도 많은 의미가 있는 말에 유저들은 특수 NPC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매일매일 물어댔다. 하지만 말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어나더 월드 속 세계, 에덴은 유저들에게 많은 의미가 담긴 곳이다.

누군가에게는 여행하는 곳이기도, 누군가에게는 학교와 학원 같은 양성기관이기도, 또 누군가에는 직장과 아니면 돈을 벌 수 있는 돈줄이기도 했다. 김용환처럼 살기 위해 사냥을 하는 사람도 한두 명이 아니었다.


그런 곳에 의미를 짐작하기 힘든 혁신이 일어난다고 하니, 몇몇 길드에선 자신들이 터전으로 한 마을이나 성으로 돌아가겠다며 하나둘 발을 빼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야말로 한바탕 난리가 났다.


당연히 리로드 길드 입장에서는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그들도 혼란스러운 건 마찬가지였다. 혁신에 대해 의아해하지 않는 유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 정도로 어나더 월드는 지구인들에게 일상이 된 세계였다.


에덴에서도, 현실에서도 유저들이 하는 이야기는 혁신에 관한 이야기뿐.


그러는 와중에도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지나가,

끝내 D-day 날 아침이 밝게 되었다.

지구의 유저들은 도대체 무슨 일이 에덴에 벌어지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어나더 월드에 접속했다.

접속률은 초창기이래 최대치에 근접하기에 이르렀다.

이날은 김용환이 왕의 보물창고에서 빠져나오는 날이기도 했다.


*


왕의 보물창고에서 보낸 33일의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지나가 놀라게 했다. 정령융합을 통해 바투아의 스킬을 의지대로 사용해보는 일과 무공을 수련하는 일은 신기하고 놀라운 경험이었다. 너무 많은 걸 한 번에 얻어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얼떨떨했다.


"꾸아아아아아아아앙-!"


이 괴성은 아까부터 계속해서 들려오는 괴성.

수룡 테스토피아가 왕의 처소에서 연신 질러대는 소리다. 오늘 해방되는 날이라 저렇게 계속 괴성을 질러대는 게 아닐까 싶었다. 바투아가 귀를 딱 두 발로 막아주고 있어서 아까같이 아프거나 하지는 않았다.


테스토피아가 나갈 준비를 끝마쳐놓은 것처럼 나도 나갈 준비는 이미 끝내놓은 상태다.

뭐. 준비라고 할 것도 없이 보물창고를 장식하고 있는 수많은 보물 사이에 놓여있던 말린 음식이 든 바구니 4개를 챙기는 게 다였다.


잠시, 옅어져 가는 괴성을 들으며 33일 동안 머물렀던 왕의 보물창고를 둘러보았다. 저 많은 보물을 남겨놓고 가는 건대도 이상하게 욕심은 생기지 않았다. 지금 얻은 것만으로도 넘치다 못해 과해서, 욕심보다는 앞으로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 가슴이 뛰었다.

무엇보다 이제 제린을 보러 간다는 것에 기분이 좋...

"꾸아아아앙-!"

생각을 끊은 건 또 한 번 늘어지게 울려오는 괴성이었다.

제린을 볼 수 있다는 것에 기분이 좋아졌다.

이번 괴성은 뒤이어 굉음까지 몰고 오면서 몸을 움츠리게 만들었다.

쿠르르르르릉!

꼭 탑 벽이 무너지면 날 거 같은 소리가 울려왔다. 소리를 듣자마자 이제 나갈 시간이 임박했다는 걸 직감적으로 깨닫게 되었다. 지근거리에서 들리던 굉음 다음으로 늘어지는 괴성이 빠르게 멀어져 갔다. 바로 시선을 돌려 앞에 있는 대궐처럼 큰 문을 보았다.


심호흡을 몇 번 낮게 내쉬다, 바투아에게 물었다.

"테스토파이는 갔어?"

"응. 용은 가고 이상한 물고기 같은 녀석들 두 마리만 남았어. 그 녀석들 지금 탑 빠져나가서 고래와 상어들 따라다니는 중이야."

지금 빠져나가야 한다는 뜻.

망설이지 않고 문을 힘껏 밀었다. 열리는 문틈으로 보이기 시작한 물은 수로를 통해 물이 들어오지 못했던 현상처럼 딱 막혀서 보물창고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물 안에는 부서진 벽들의 잔재가 어지러이 둥둥 떠다녔다.


혹시 몰라 주변을 빠르게 한 번 둘러보고 나서 물속에 몸을 담갔다. 본격적으로 수영해 빠져나가려던 순간 바투아가 머리를 툭툭 치면서 다급히 말했다.

"용왕 저거, 저거, 저거 챙겨!"

부서지지 않은 천장 한편에 박힌 알록달록한 빛을 뿜어내는 창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뭔지는 몰라도 바투아와 융합해 창을 먼저 가지러 헤엄쳐갔다.


*


그 시각 수룡 테스토파이는 오랜만에 자유를 만끽하며 하늘을 날아가고 있었다. 눈앞에는 이곳에 소환되면서부터 떠올랐던 문자가 계속 떠올라, 참고 참았던 화를 쏟아내게 했다. 정처 없이 무작정 한 곳으로 날아가면서 보이는 섬 몇 곳에 브레스를 쏟아부으며 화를 풀었다. 신이 만든 세계를 망가트려야만 이 화가 풀릴 것 같았다. 역소환되기 전까지 있는 대로 화풀이를 할 생각으로 날갯짓을 이어갔다. 큰 동체에, 큰 날개라 대륙에 이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0분도 되지 않아 프로이안 마을이 있는 대륙에 도착한 테스토파이는 또 한 번 브레스를 입에 가득 모아 내뱉으려 했다. 눈에 보이는 해변과 이어진 숲 속에 인간들이 바글대는 게 테스토파이의 신경을 건드렸다.


브레스를 뱉으려던 테스토파이는 수많은 인간이 득실거리는 지상에서 유독 눈에 띄는 한 명의 인간을 찾아보게 되어 하늘 위에 우뚝 멈춰 섰다.

한 명의 인간은 나무꼭대기 잎사귀를 밟고 올라선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었다. 인간이 쌓은 마력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테스토파이가 쌓은 마력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노인이 일평생 쌓은 마력도 테스토파이의 수준에는 적은 양에 지나지 않았다.


테스토파이는 노인에게서 한순간 뿜어져 나온 기세에 눈살을 있는 대로 찌푸리고는 콧김을 내뿜었다. 보통 인간이 아니었다. 그 사실을 깨달았지만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사람들을 지키고자 마음먹은 노인 역시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테스토파이는 푸른색 브레스를 노인과 수많은 인간이 모인 지점에 뱉어내었다. 그에 노인은 나뭇잎을 박차고 하늘 위로 솟구쳐 올랐다. 동시에 허리띠에 메인 검집에서 검을 뽑아들고 마력을 끌어올렸다.

노인의 세계에서는 마력을 기라고 칭했다.


지구에서 꼭 옛날 사람들이 입을 법한 복장들을 입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쏟아져 내리는 브레스를 보며 기겁하던 순간이었다. 노인의 칼이 궤적을 남기고 휘둘러지더니 폭포와도 같은 기의 물결이 쏟아져 나온 것은 말이다.


수많은 인파 사이에 소매가 넓은 도복을 입은 한 남자가 노인을 뒤늦게 알아보고는 외쳤다.

"황천어옹 진가 휘 님이시다!"

모여있던 사람 중 1/3에 달하는 사람이 황천어옹 진가휘라는 이름을 알아듣고는 탄성을 내뱉는다. 그러나 나머지 2/3는 그런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어 그저 노인이 브레스를 막아내었다는 것에 탄성을 내뱉었다.


2028년 4월 9일.

지구의 인간들에게만 주어졌던 어나더 월드의 세계가 다른 세계 두 곳에도 주어진 날이었다.


작가의말

갑자기 보시는 분들이 많이 늘어서 놀랐습니다.

이토라는 곳이 어딘지 잘 몰라서 찾아보고 알게 되었네요.

추천 감사합니다.

그리고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도 많은 힘이 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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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9

  • 작성자
    Lv.99 허리케인조
    작성일
    21.05.28 00:36
    No. 1

    ^^ 작가님 건필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2 Jezubu
    작성일
    21.05.28 04:47
    No. 2

    재밌는듯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3 세레스틴
    작성일
    21.05.28 20:30
    No. 3

    잔잔하면서도 흥미롭네요. 알짜배기를 들고 갔지만 모르겠죠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0 청려홍의
    작성일
    21.05.28 20:50
    No. 4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살인마 르네 젤위거편에서 레귤러 스킬 '대라신공'이 무척 아쉬워서 주인공도 빨리 무공을 습득했으면 했는데, 이번에 구하게 되네요.. 근데 '대라신공'은 친철한 설명(?)이 있었는데, 이번 '천성비류창'은 설명에서 약간 차이가 보이네요. 왕의 보물창고에 있는 무공이라 수준이 낮지는 않을거라는데 일체 다른 설명이 없어서.. 그리고 대라신공은 내공아래 그 내공을 이용한 검, 보, 경신, 수법이 수록되어있는 반면, 이번엔 창법이 나오고 다시 내공과 창법,퇴법, 보,경신이 나오니 무슨 차이가 있는건가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7 발라더
    작성일
    21.05.28 22:29
    No. 5

    37화에 천성비류창에 관한 얘기를 이미 써놓아 나올 예정입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번호는 말 그대로 그 무예를 배우는 순서입니다.
    대라신공(대표무공) 무공서를 얻어 배운 거니, 그다음 1번이 대라신공의 검술이 붙은 것이며 이를 조금이라도 배워야 2번을 배울 수 있고, 3번 4번도 배워서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설정입니다. 천성비류창은 창술이라는 이름의 무공서니 1번으로 천범신공이며, 그다음 2,3,4를 배우는 게 배움과 활용에 정석이다, 는 설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15 자꾸자꾸
    작성일
    21.06.23 02:26
    No. 6

    아하 혁신이 세계관의 확장이였구나.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7 발라더
    작성일
    21.06.23 02:50
    No. 7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7 클레이크
    작성일
    21.06.23 10:03
    No. 8

    너무 좋네요 요즘 이런 글 보기가 힘들었는데... 이야기의 끝까지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43 다이렉
    작성일
    21.06.28 10:28
    No. 9

    재밌게 보고있습니닷!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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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57화 +4 21.06.14 1,267 64 16쪽
56 56화 +1 21.06.13 1,280 65 16쪽
55 55화 21.06.12 1,305 61 20쪽
54 54화 +1 21.06.12 1,294 60 16쪽
53 53화 +2 21.06.10 1,325 63 14쪽
52 52화 +3 21.06.10 1,332 65 16쪽
51 51화 +1 21.06.09 1,338 61 13쪽
50 50화 21.06.08 1,384 64 16쪽
49 49화 +4 21.06.07 1,339 73 13쪽
48 48화 +3 21.06.06 1,371 67 13쪽
47 47화 +1 21.06.06 1,387 67 11쪽
46 46화 +3 21.06.05 1,437 63 16쪽
45 45화 +3 21.06.05 1,437 68 12쪽
44 44화 +1 21.06.04 1,451 72 19쪽
43 43화 +1 21.06.04 1,452 69 13쪽
42 42화 +2 21.06.03 1,509 74 20쪽
41 41화 +1 21.06.02 1,611 75 19쪽
40 40화 +3 21.06.01 1,611 67 20쪽
39 39화 +1 21.06.01 1,570 70 18쪽
38 38화 +3 21.05.31 1,635 77 22쪽
37 37화 +4 21.05.30 1,711 78 20쪽
36 36화 +4 21.05.29 1,696 73 18쪽
35 35화 +2 21.05.29 1,685 71 24쪽
» 34화 혁신 +9 21.05.28 1,722 80 19쪽
33 33화 +5 21.05.27 1,641 71 17쪽
32 32화 +2 21.05.27 1,643 72 16쪽
31 31화 +4 21.05.26 1,686 76 14쪽
30 30화 +5 21.05.26 1,732 70 15쪽
29 29화 +3 21.05.25 1,707 70 16쪽
28 28화 +2 21.05.25 1,766 7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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