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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더 님의 서재입니다.

어나더 월드(Another world)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발라더
작품등록일 :
2021.05.12 16:16
최근연재일 :
2021.07.2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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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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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44화

DUMMY

나머지 재료인 코틸의 뿔과 헤라드의 결정 역시도 구하는 것은 시간만 들었을 뿐 위기나 큰 어려움은 없었다.

사막 마을에 들린 지 3일 차에 모든 재료를 구한 우리는 어제처럼 4일째 아침도 루나의 여관 테라스 천막 밑 테이블에 모여 아침을 먹었다.

다른 여관에는 이계인들이 여럿 묵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모임 장소는 루나의 여관으로 정해지게 되었다.


오늘 아침 메뉴는 고소하고 달콤한 곡물 시리얼과 버터가 들어간 요거트에 크루아상 빵과 과일 샐러드.

천가휘가 사는 지역은 한국과 비슷하게 아침은 밥이나 아니면 국수를 주로 먹는 지역이다.

어제 아침이었던 인도식 커리 밥에 퍽이나 만족했던 천가휘는 오늘 아침을 보고는 살짝 표정을 굳혔다. 생소한 비주얼에 눈에 띄게 당황하는 모습도 보였다.

수저를 들었다 놓기를 반복하다가 내게 이 음식은 어떤 맛이냐고 묻기도 했다. 난 그냥 맛있을 테니 믿고 먹어보라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근거 없이 한 말이 아니라 당연하게도 천가휘가 좋아할 맛일 거라 생각해서 한 말이었다.

루나에게 세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아침을 만들어 달라 부탁했으니 천가휘가 못 먹는 음식일 리가 없었다.

긴장하는 천가휘와 달리 프레체스는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한동안 요거트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루나가 아침 메뉴의 마지막인 샐러드를 가져와 테이블에 놓을 때 먼저 한 숟갈을 떠먹었다.

"으~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탄성에 길을 지나던 이계인들도 힐끔거리며 관심을 보일 정도. 눈을 감고 맛을 음미하던 프레체스는 뒤늦게 자신을 보는 시선을 느끼고는 배시시 웃어넘겼다. 프레체스의 반응에 요거트를 내려다보기만 하던 천가휘가 이윽고 숟가락을 들었다.

"음?"

처음 요거트만 떠먹고 나서 고개를 갸웃하며 한 말.

"오!"

이번에는 시리얼까지 같이 떠먹고는 한 말이었다.

이어 버터 조각과 함께 떠먹은 천가휘가 두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렸다.

"와!"

프레체스와 비슷하게 단전에서 끌어올린 듯한 탄성이 약간의 시간을 두고 벌린 입에서 흘러나왔다. 요거트와 곡물 시리얼과 버터 조각 세 가지를 함께 떠먹으면 고소하고 달콤하고 짭조름한 맛까지나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조합이 되었다. 천가휘가 창문으로 우리를 보고 있는 루나에게 그릇을 들어 보이면서 말했다.

"너무, 너무 맛있습니다 루나님. 도대체 이건 뭐로 만드신 겁니까?"

창틀에 걸쳐있던 루나의 상체가 사라지더니 이내 온전한 몸으로 나타나 테이블 앞에 선다.

[모두 제가 수제로 만든 건데요. 어떻게 만든 건가 하면요.....]

새로운 것을 알아가고 몸으로 체험하는 일에 천가휘와 프레체스의 얼굴에는 미소가 끊일 줄 몰랐다.

다른 것보다도 두 사람은 이곳에서 각자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 더 긍정적으로 때로는 적극적으로 모든 일에 임했다.

천가휘는 의원의 꿈을, 프레체스는 여성 마전사의 꿈을 이곳에서 이루고자 했다.

의학에 재능이 없어도 누군가를 치료할 수 있는 기예를 배울 수 있는 세계.

신체 골격과 근맥이 받쳐주지 않아 무기술을 연마하기 힘들었던 허약한 자질의 여성도 거구의 남성보다 더한 힘을 키울 수 있는 세계.

그런 세계인 에덴에 매력을 느끼지 않을 사람은 많지 않았다.

더구나 블랙 포털을 통해 괴수가 넘어오기 시작한 두 세계라서 어나더 월드의 시스템은 이계인들에게도 필요한 시스템이었다.


갑자기 주어진 어나더 월드에 두 세계의 정세는 혼란스러워져 가고 있지만 천가휘와 프레체스는 각 가문의 비호를 받아 누구의 간섭도 없이 링크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었다.

둘의 가문은 속한 나라의 황궁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하니 가문과 함께 변혁기를 잘 넘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오보환밀단 제작까지 끝마쳤기에 이제는 스콜피온 킹만 사냥하고 암흑의 성지로 향해야 할 때.

빠르게 사막을 횡단해가도 3일 정도는 걸린다고 알려져 있어 여유를 부릴수록 다음 세이프티 존까지 가는 데는 더 늦어질 것이다.

우리는 아침 식사가 끝날쯤에 도시락을 가지고 나오는 루나와 짧은 작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어제 미리 오늘 떠나겠다고 말해놓아 놀라거나 하지는 않았다.

무운을 빌어주는 루나에게 지금까지 감사했다는 말로 작별을 고했다. 만남이 있으면 언제나 헤어짐도 있는 법이다.

[이곳에서의 기억이 세 분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길 바랍니다.]

마지막 루나의 인사말에 난 미소와 함께 고개 숙여 감사를 표했다. 아쉬운 마음이 든다는 것 자체가 이곳에서의 기억이 좋았기 때문. 소중한 하루하루가 좋은 추억으로 남을 때마다 앞으로 또 어떠한 일을 겪게 될지 기대가 되어 들뜨게 한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더 들떠서 온몸이 근질근질할 정도로 활력이 돋았다.

스콜피온 킹은 문신 아이템을 확정적으로 주는 스페셜 몬스터로 알려져 있었다. 소지하고 다녀야 하는 장비아이템보다 가치가 높은 아이템이 문신 아이템.


루나의 배웅을 받아 마을을 나서서 다음 지대인 균열의 대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인적이 드문 사막에서 스콜피온 킹을 불러내 사냥할 계획이었다.


*


만약 스콜피온 킹이 독을 분사한다는 걸 몰랐다면 지금 앞에서 녹고 있는 모래가 우리가 되었을지도 몰랐을 일이다.

스콜피온 킹은 지금까지 사냥했던 수준 낮은 몬스터와는 격이 다른 몬스터였다.

알려지기로는 힘과 체력 스텟이 250에 민첩은 30, 마력은 100에 달하는 몬스터가 스콜피온 킹.

마력으로 갑각을 보호하거나 아니면 집게와 꼬리에 실어 공격해서 웬만한 유저는 육탄전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다. 틈틈이 꼬리로 독을 분사하기도 하는 스콜피온 킹이라 상대하기 여간 까다로운 녀석이 아니었다.

천가휘는 사전에 계획한 대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근접전으로 스콜피온 킹의 어그로를 끌었다. 프레체스와 난 각각 스콜피온 킹 반대편에 자리를 잡고 마법으로 지원을 했다. 독 공격이 한 명에게 집중되면 아무리 천가휘라고 해도 전부 다 피하기는 힘들 것 같아 내린 판단이었다. 살뿐만 아니라 뼈도 녹이는 치명적인 독인 데다가 분사 범위를 늘리거나 쏘아 보내는 속도도 더 빠르게 할 수 있어서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다행히도 알아온 정보가 틀리지 않는지 스콜피온 킹은 프레체스와 내 마법이 직격될 때마다 독을 우리게 쏘아 보내고는 했다. 프레체스는 마법을 날려 보내고 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거리를 벌리는 식으로 최선을 다해 사냥에 도움을 주었다.

그 덕분이었다.

예상보다 더 빨리 스콜피온 킹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더불어 전력을 다하는 천가휘의 무력이 생각보다 더 높았던 덕분에 20분도 되지 않는 시간 만에 사냥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천가휘가 마지막에 검을 휘둘러 만들어내었던 흡사 파도 같은 마력의 물결은 스콜피온 킹의 갑각을 벗겨내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했다.


그 공으로 천가휘는 1146의 경험치를 난 587을 프레체스는 367이라는 경험치를 한 번에 얻게 되었다. 경험치보다도 우리를 더 놀라게 한 건 스콜피온 킹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아이템 7개였다.

문신 아이템이 1개가 아닌 무려 2개에 스킬북 1장과 활 한 자루, 징박힌 가죽장갑, 가죽 부츠, 플레이트 갑옷 모두가 스콜피온 킹이 남기고 간 아이템.

왜 스페셜 몬스터에 유저들이 목을 매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스킬북을 제외한 6개의 아이템 등급은 매직 등급 5개에 엘리트 등급 1개였다.

엘리트 등급 아이템은 2개의 문신 중 하나다.


[I형 문신](Elite)

설명:탈부착 큐브형 문신. 문신에 10초 동안 손을 올리고 있으면 다시 큐브 상태로 돌아오게 할 수 있다.

효과:근력+2 민첩+2 체력+1 마력+2

효과:독 중독시 퍼지는 속도 11% 감소

효과:독 중독시 퍼지는 속도 13% 감소


2번째 3번째 효과는 몰라도 첫 번째 효과는 바로 체감이 될 만한 효과.

매직 등급 문신도 마력 스텟만 없다뿐이지 근 민 체 2씩을 올려주는 좋은 옵션을 가진 문신이었다.

난 딱 I형 문신만 챙기고는 말했다.


"난 이거 하나로도 충분하니까, 나머지는 너희가 나눠 가져. 전에도 말했다시피 아이템은 잘 나오는 게 아니라서 가지고 있다 보면 분명 언젠가 쓸데가 올 거야. 지인에게 필요한 경우가 생기면 줘도 되는 거고."


보통 아이템은 사냥한 사람의 사이즈에 맞게 드랍되었다. 하지만 착용하는 아이템의 경우는 마을이나 성에서 사이즈 조정이 가능해 필요한 누군가에게 줘도 사용할 수 있었다.

핵심재료인 샌드킹의 배설물을 내가 구해 왔기는 했어도 두 사람이 없었다면 지금 사냥할 수 없었을 녀석이었다. 그렇다 해도 아이템 하나 정도는 고를 권한이 있다고 생각해 내게 필요한 아이템인 문신 아이템 하나만을 골랐다.

당황하는 두 사람을 보고 있으려니 이 같은 결정을 내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킬북은 처음 프레체스가 불의 사막으로 오고자 정했던 목표인 불 계열 마법 스킬서다.

"전 이런 아이템 없이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아시잖아요 형님."

"네가 착용하고 있는 그 영웅건도 아이템이잖아. 하나 착용해 봤으니 다른 것도 차보면 되지."

듣기로는 영웅건은 처음 주어지는 특전으로 받은 엘리트 아이템.

프레체스는 매직 등급 마법 지팡이를 받았다고 한다.

두 아이템의 공통점은 부모님에게 받은 선물이라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둘 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의 손에 컸다는 사실을 이야기를 나누다가 알게 되었다.

영웅건은 신체 스텟합이 9나 되는 아이템에 마법 지팡이는 마력만 4나 붙은 좋은 옵션의 아이템들.

망설이는 두 사람에게 난 각자가 필요해 보이는 것을 골라 직접 건네주었다. 지금처럼 나누기 힘든 상황에는 차라리 정해주는 사람이 있는 게 서로에게는 편했다.

이미 아이템을 볼 때부터 누구에게 어떤 아이템이 맞는지 생각해 놓아서 빠르게 두 사람에게 배분해주었다.

궁술도 배웠다고 말한 적이 있는 천가휘에게는 활과 가죽장갑, 가죽 부츠를.

프레체스에게는 문신과 스킬서 플레이트 갑옷을 나누어 주었다.

"형님의 뜻이 정 그러시다면 일단 따르도록 할게요. 대신 다음번에 그게 무엇이 되었든 한 번은 제가 주는 것을 받아준다는 약조를 해주세요."

어려운 일도 아니니 깊이 고민하지 않고 천가휘의 말에 답했다.

"너도 내가 주는 게 무엇이 되었든 거절하지 않으면 그 말 들어줄게."

"감사합니다 형님."

프레체스는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이면서 감사인사를 전해왔다.

"감사해요. 알고 지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베풀어주시고 배려해주셔서."

"너희들도 내 입장이었으면 그랬지 않았을까?"

멋쩍은 나머지 습관처럼 볼을 긁적이며 부담스러운 눈빛을 피해 시선을 돌렸다.

"내가 용왕을 괜히 선택한 게 아니라고! 우리 용왕 착해~ 그러니까 잘 모셔 가오리, 그리고 잉어 너두."

머리 위에 누워 있던 바투아가 하는

말에 이번엔 머리를 긁적이고는 먼 사막을 내다보았다. 솔직히 말하면, 친하게 지내면 좋을 거 같은 신분이라는 사심이 조금 있어서 더 챙겨준 것도 있었는데 말이지.


프로이안 마을에서 불의 사막까지 온 거리보다 더 먼 거리를 가야만 암흑의 성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암흑의 성지까지는 아직 절반도 채 오지 못한 상황이었다. 무력 면에서 든든한 천가휘와 조금 못 미치기는 해도 자기 몫을 하는 프레체스가 함께한다고는 하나 무사히 갈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다. 오면서 천가휘보다 강한 사람을 세 명이나 보아서 방심할 수는 없었다.

아무쪼록 무사히 도착할 수 있길 속으로 바라보았다.

"용왕은 오늘도 내가 지킨다!"

바투아가 아니었다면 아직 닥치지도 않은 온갖 상황을 상정하며 더 피곤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매번 챙겨주는 바투아에게 오늘도 말해주었다.

고맙다고.

그에 바투아는 오늘도 머리를 툭 한 대 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사막 지평선을 내다보고 있으니 어느새 아이템 확인을 끝마친 천가휘와 프레체스가 양옆에 섰다. 균열의 대지에 대한 정보를 두 사람에게 알려주면서 우리는 다시 함께 사막을 걸었다.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같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말이다.


파라오와 스콜피온 킹, 재료템을 모으기 위해 사냥을 꾸준히 한 덕분에 레벨은 어느덧 47이 되어 있었다.


*


균열의 대지는 가뭄으로 갈라진 땅과 비슷했다. 누가 비유한 것인지는 몰라도 딱 적절한 비유였다. 갈라진 땅 깊이는 수십 수백 미터에 달하고, 땅 사이의 간격은 짧게는 1㎝부터 길게는 수십 미터에 달하기도 하는 특이한 지형이 균열의 대지다.

균열의 대지에 자리한 마을의 NPC들이 하는 일은 유저들이 지나다니는 운교를 보수하는 일.

우리는 오전에서 오후로 넘어가는 시간에 한 남성 NPC가 나무다리를 보수하는 것을 보고 다리 앞에 멈춰 섰다. 다리를 보수한다고 해서 거창하게 줄을 새로 교체하거나 나무 발판을 바꾸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간단하게 벽지를 바를 때 쓰는 붓과 비슷한 넓적한 붓으로 투명한 액체를 바르는 게 전부였다.

액체는 보수 액체로, 알려지기로는 바른 다리는 6시간 동안은 어떠한 공격에도 부서지지 않는 효과가 부여된다고 한다. 이곳의 NPC들은 6시간씩 교대로 새벽에도 나와 작업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다리를 건너려는 것인가?]

다리 앞에 멈춰 서자 다리 중간에서 보수 액체를 바르던 NPC가 말을 걸어왔다.

"네."

대표로 하는 내 대답에 NPC는 걸어 나와 길을 비켜주었다. 근데 걸어 나오면서 밟는 나무발판에서 나는 소리가 어딘지 익숙했다.

카득-.

실로 리얼한 소리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 굉장히 소름 끼치는 소리이기도 했다. 예전 드리보드 동굴의 부서지지 않는 낡은 운교처럼 소리로 길을 지나는 유저들의 공포심을 일깨웠다.

똑같이 부서지지 않는다고 해서 떨어지지 않는 것도 아니라 담력이 약한 사람은 다리를 건너지도 못하고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는 글을 보았다.

"오빠 이거, 이거 정말 부서지지 않는 거 확실한 거죠?"

먼저 앞장서서 다리 발판 몇 개를 건너가던 난 뒤에서 들려오는 프레체스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천가휘도 나무 발판을 밟자마자 울리는 효과음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다리의 길이는 어림잡아 80m 남짓 정도는 되어 보였다.

"절대 안 부서지니까 걱정하지 마. 괜히 겁먹어서 다리 출렁이게 만들면 떨어질 수는 있으니까 그냥 평상시 다리 건너듯이 건너."

말이 쉽지 딱 봐도 허름한 데다가 공포 효과음까지 나는 다리를 건너는 일은 어지간한 강심장들도 하기 힘든 일이었다.

다리 밑 절벽의 깊이는 수백 미터에 달하니 더 그럴 수밖에.

다리에 대한 정보를 주었으니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정보가 진짜라는 걸 몸으로 보여주는 것 말고는 없었다. 바투아를 통해 실어 옮기는 방법도 있었지만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았다. 프레체스를 끝까지 책임질 게 아니라면 혼자서 극복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담력은 기회가 왔을 때 키워놓는 게 좋았다.

이곳에서 떨어진다 해도 죽을 것 같지 않은 실력자 천가휘가 먼저 내 뒤를 따라 다리 위에 올랐다.

망설이던 프레체스도 다리를 딛고 나서부터는 곧잘 따라붙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악물고 불안한 듯 떨면서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모습에 해내고 말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느껴졌다.


잠시간 그 모습을 보다 다시 다리 끝 평지 너머로 빼꼼히 고개를 내민 세이프티 존 마을을 향해 걸어갔다.

이처럼 세이프티 존 마을과 연결된 다리는 다 길어서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벗어나지도 못하고 포기하게 만드는 곳이 균열의 대지였다.

특이한 지형 탓인지 다른 마을 인근 지역보다 확실히 사람은 적어 눈에 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래도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드문드문 보여 한 번씩 눈길을 끌었다.

적은 사람과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균열의 대지의 특성이 더해지니 을씨년스럽도록 휑한 느낌을 주었다. 마을 안이라고 크게 다를 것은 없었다.


우리는 사람 한 명 보이지 않는 마을에 들어가 지구인이 들어갈 수 있는 여관을 찾아 이동했다. NPC들도 다 나가서 일하는 중인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균열의 대지에 존재하는 사냥터는 모두 다 지하에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건 그 때문인지도 몰랐다.

지하에는 미로도 있고 도시 규모의 큰 필드도 있었으며, 지하 수로가 흐르는 통로와 거대한 호수도 존재했다. 그 속에는 여러 종류의 몬스터들이 각자 세력을 구축해 살아간다고 한다.


지구인이 들어갈 수 있는 여관은 나그네의 쉼터라는 간판이 새겨진 여관이었다.

여관 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천가휘와 프레체스에게 야외테이블에 앉아 있으라고 하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시게.]


들어가자마자 떠오른 메시지다. 보이는 사람은 입구 반대편 창가에 앉아 있는 노인 한 명 말고는 없었다.

그렇다면 저 노인이 이곳의 주인인 천사라는 뜻.

영국 노신사를 떠올리게 하는 흰 머리칼과 잘 정리된 수염, 그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는 뚜렷한 이목구비는 천사가 맞는다는 것에 확신을 주었다.

들고 있던 커피잔을 내려다 놓은 노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입을 벙긋거렸다.

[혼자 오신겐가?]

"밖에 일행인 토란인 1명과 나스탈인 1명이 있습니다. 다 같이 야외테이블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싶은데 가능하겠습니까?"

[아무렴, 그게 무에 어려운 일이라고.]


노인은 자신을 `록스`라고 소개를 했다. 록스는 우리의 부탁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가져다주면서 생각지도 못한 제안 하나를 해왔다.

혹 퀘스트 하나 할 생각 없느냐고.

퀘스트 내용이 뭐였느냐 하면, 우리가 균열의 대지를 지나 다음에 들리게 될 장소인 생명의 숲에 정착한 한 부족을 처단해 달라는 퀘스트였다.

부족은 나스탈인 부족 `부라마`로 이들은 식인 풍습과 시체를 부리는 사령 주술 및 여러 가지 주술을 사용하는 부족이다. 부라마 부족은 놀랍게도 벌써 천 명이 넘는 사람을 죽이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그에 천사들은 부라마 부족을 토벌할 인원을 모으는 중이었다.

예상 모집인원은 500명.

[인원은 그대들의 능력에 따라 더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을 걸세. 나와 내 동료들은 모집된 이들이 잘못되기를 바라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시게.]

무조건 부라마 부족을 토벌할 수 있는 확실한 인원을 모아 보낼 계획이라 큰 위험은 없을 거라 말했던 록스였다.

모든 인원이 구해지게 되면 퀘스트는 갱신되어 모이는 장소를 알려줄 것이고 퀘스트를 완료하면 그 자리에서 보상은 주어질 것이라고 덧붙여 말하기도 했다.


고민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우리는 록스가 주는 퀘스트를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모집 기간이 오래 걸린다면 더 고민했겠지만 다른 천사들이 아는 유저들을 불러들여 4일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해서 빠르게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모든 인원이 모집될 때까지는 균열의 대지 지하에서 레벨을 올리면 되어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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