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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더 님의 서재입니다.

어나더 월드(Another world)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발라더
작품등록일 :
2021.05.12 16:16
최근연재일 :
2021.07.27 00:01
연재수 :
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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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17,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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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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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0쪽

42화

DUMMY

열매 세두나는 감귤류 열매로 특이하게 홍시 맛이 나는 것으로 유명했다.

먹어보지는 않았지만 부드러운 과육은 입 안에 넣으면 살살 녹아 흡사 부드러운 크림을 먹는 것과 비슷하다고 알려진 열매가 세두나다.

이렇게 맛이 좋은 과일임에도 줍지 않고 피해 가는 유저들이 많다고 했는데.

"어훅! 무슨 이런 냄새가 나는 과일이 다 있데요. 으으~ 오빠는 냄새 진짜 잘 참으시네요."

유저들이 기피하게 만드는 것은 과육이 아니라 다름 아닌 고약한 냄새가 나는 껍질.

난 스테리오가 죽은 자리에 생겨난 세두나 2개를 보고는 인벤토리에서 나무상자를 꺼내 들었다.

나무상자를 앞에 내려다 놓은 뒤 거리낌 없이 역한 냄새를 풍기는 세두나를 주워들었다. 확실히 냄새는 지독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며칠간 방치하면 이와 비슷한 냄새가 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한 냄새였다.

그것도 겨울이 아닌 더운 여름의 기준으로 말이다.

세두나는 성인 주먹 두 배 만한 둥근 형태의 껍질에 오돌토돌한 돌기가 나 있는 처음 보는 형태의 과일.

알려지기로는 더 익은 세두나 일수록 냄새는 더 고약하다고 한다. 이번에 나온 세두나는 이전 함두바가한테서 나왔던 것보다 더 지독한 냄새가 났다. 하지만 시체꽃 셀롭과 진흙 똥으로 단련된 내 코가 버티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세두나를 집어 상자에 넣고 나서 곧바로 상자도 인벤토리에 넣었다.

퍼지는 세두나의 냄새에 슬금슬금 물러나고 있던 프레체스는 냄새가 조금씩 가시자 다가와 말했다.

"죄송해요 오빠 제가 냄새에 좀 약해서요."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면 되는 일이라는 생각에 고개를 저으며 괜찮다고 답해주었다.

예상대로 프레체스와 함께하는 사냥은 순조롭게 이어져가는 중이었다.


불 계열 마법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프레체스는 마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스타리오 사냥을, 마력을 사용할 줄 아는 함두바가는 안전하게 내가 맡아서 사냥을 이어갔다.

함두바가는 마력을 타고나지 않는 스타리오와 달리 5~15 정도로 타고나는 몬스터.

몸을 두르고 있는 붕대에 마력을 불어넣어 방어 및 장거리 공격을 하는 몬스터다.

공격패턴은 붕대에 마력을 실어 날려 보내는 장거리 공격과 근접전으로는 느린 주먹을 휘두르는 패턴이 전부였다. 느린 주먹이라고는 해도 주먹을 두르고 있는 붕대에는 마력이 실려 있어서 일반인이 맨몸으로 맞기라도 하면 뼈가 부러지거나 함몰될 수도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프레체스가 사냥하기는 힘든 녀석이라는 이야기다.

반대로 스타리오는 프레체스가 만들어내는 3서클 마법 파이어 볼트 한 방으로도 죽일 수 있는 몬스터에 지나지 않아 던전을 나아가는 속도는 예상보다 더 빨랐다.


난 이어서 27번째로 통로를 막아서는 몬스터 함두바가를 보고는 해왕의 창을 고쳐잡았다. 이전에 마주친 13마리의 함두바가 모두다 바투아의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사냥해왔던 나다.

피라미드 던전은 고레벨 사냥터가 아니어서 함두바가가 두 마리 이상 모여있는 경우는 없었다. 무공 수련과 무공을 통한 실전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덕분에 요즘은 손과 발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져 자신감이 붙은 상태였다. 상처가 생기는 것 정도야 이제는 크게 겁도 나지 않아 사냥하는 일은 더 쉬워졌던 것이다.


먼저 공아 스킬로 함두바가에게 선공을 가했다.

공아 스킬은 어느덧 3레벨이 되어 그 위력은 3서클 마법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이 사실은 바투아가 말해줘서 알게 된 사실이다.

움직임이 굼뜬 함두바가에게 틈을 만들어내기에는 충분한 스킬.


해왕의 창 날에 맺힌 푸른 빛을 띠는 마력 뭉치를 간단히 창을 뒤로 당겼다가 뻗는 동작으로 날려 보냈다. 이어서 내 존재를 눈치채고 비척비척 걸어오는 함두바가에게 신법을 펼쳐 거리를 좁혀갔다.

함두바가의 텅 빈 눈동자에 붉은빛이 맺혀드는 건 그 순간이었다.

이는 마력을 끌어 올릴 때 나오는 현상으로, 한 번 활용하기 시작하면 고갈되기 전에는 운용을 멈추지 않는 몬스터가 함두바가였다.

공아 스킬이 지척에 이르러서야 느릿하게 들어 올린 양손 붕대에는 이전에는 없던 붉은 빛을 띠는 고대문자들이 나타나 있다.

마력을 이용해 붕대를 강화시켰을 때 나오는 현상.

함우바가는 마력스킬 수준이 높지 않아 온전하게 공아스킬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양손으로 막아낸 여파로 뒷걸음질 칠 찰나에 이미 난 지척에 이르러 있었다.


내 쪽으로 들이미는 함두바가의 손에서 쏘아져 나오는 붕대를 몸을 약간 틀어서 피한 뒤.

옆을 지나쳐가면서 옆구리에 창을 찔러넣었다. 강화시킨 붕대로도 막을 수 없는 천성비류창의 기본창식 중 회류回流 찌르기였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양팔에 만들어낸 정법 2개씩은 큰 무리 없이 천성비류창의 투로에 따라 움직일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창이 함두바가의 몸에 찌르기인 점과 베기인 선을 그어 계속 별자리를 남기는 데도 창의 움직임은 느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빨라져서, 반대로 더 굼떠져 가는 함두바가를 사냥하는 일은 쉬워지게 했다.

정법은 관성의 힘을 완충시키는 것도 모자라 추진력을 더해주는 효과가 있었다.

마력의 힘은 과학적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신비한 힘이었다.

물론 마력이라는 힘이 아무리 신비한 힘이라 하더라도 몸에 무리가 가는 것을 전부 다 막을 수는 없었다.

천성비류창은 타고난 근골과 근맥이 받쳐주지 않는 한 배울 수 없는 무공 중 하나였다. 만약 신체 스텟을 올릴 수 없었다면 배우는 게 더 힘들었을 무공이 천성비류창이다.

난 그 사실을 배우면서 깨닫게 되었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함두바가는 옆구리에 구멍이 생겼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돌리는 방향을 확인하고 매번 그 방향으로 보법을 운용해 따라 도니 함두바가와 얼굴을 마주하는 일은 많지 않았다. 이번 녀석 역시 다른 녀석들과 크게 차이는 없었다.

제자리를 돌면서 손을 휘젓는 함두바가의 손에 아직은 미숙하지만 창준을 걸어 밀어내보기도.

워낙 느린 녀석이라 해볼 수 있는 수련의 일환이었다.

흡착결을 이용해 팔에 걸어 방향을 틀게도 해보려 했으나 이건 아직까지 내 수준으로는 펼치는 데 무리가 있었다.


아무튼, 이번에 마주친 함두바가도 역시 내 창술 수련용 몬스터 신세를 떨쳐내지는 못했다.

쓰러져 사라진 자리에 생겨난 붕대를 주워들고는 우리는 다시 길을 나아가기 시작했다.


피라미드 던전은 알려진 대로 바깥에서 보는 것보다 더 더 넓고 큰 규모의 던전이었다. 보통 이처럼, 던전화된 공간은 이공간화되어 더 넓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넓은 길과 미로 같은 구조에 지도가 없었다면 헤매기 딱 좋은 장소였다.


그렇게 또 길을 나아가다 보게 된 건, 운이 좋게도 누군가 주워가지 않은 열매 세두나다.

상한 것은 껍질 색이 변하는 것으로 딱 티가 나서 구분하기는 쉬웠다. 상하지 않은걸 보면 얼마 전에 이곳을 지나간 유저가 버리고 갔다는 뜻이었다.

세두나 퀘스트를 맡은 우리에게는 환영할 일.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벌써 19개째라 기분 좋게 챙기던 그때였다.

어디에선가 또 쿵 거리는 요란한 소리는 들려왔다. 소리 역시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벌써 다섯 번째 들려오는 소리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러 사람의 고함도 희미하게 울려와 잠시 발길을 멈춰 세우게 한다.

길을 나아갈수록 굉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만 봐도 근원지에 가까워져 가고 있다는 것 정도는 추측이 가능했다.

굉음에 사람 고함이 추가된 걸 보면 추측은 틀리지 않은 것 같았다.

유저끼리 싸우는 것일까 아니면 몬스터를 사냥하면서 나는 소리일까.

일단 조금 더 나아가보기로 하고는 이내 앞을 막아서는 함두바가 한 마리를 더 사냥했다.


굉음과 고함은 사냥이 끝날 때까지도 울려와 막 돌아가기로 결정을 내리려던 때.

"사- 스하- 사 브라하- 사 시리하-"

이번에는 다른 소리가 섞여 들어와 발길을 붙잡았다.

불쾌한 느낌과 등골을 스산하게 만드는 기이한 말소리가 잊혀져 가던 기억 하나를 떠올렸다.

소리를 듣자마자 예전에 너튜브에서 언제 보았는지 모를 동영상이 떠올랐다.

이 소리는....

한 번씩 머리가 팽팽 잘 돌아가는 그런 날이 있고는 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빠르게 기억을 더듬다가 찾아낸 몬스터 한 마리.

"스페셜 몬스터 파라오!"

스페셜 몬스터 파라오가 위기에 닥치면 소환해내는 `아누비스`를 소환하는 주문이 지금 들려오는 소리와 아주 비슷했다. 아니, 확신에 가까웠다.


*


알타라이 왕국의 왕자 반 드아르제 니브는 오늘도 사막에 들러 사냥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는 사막국가의 왕자답게 큰 고민 없이 사막 지역 중 한 곳을 택한 인물이었다. 에덴에 존재하는 여러 수십 개의 사막지대에서도 불의 사막과 사막 외곽에 자리한 뱅가오그 마을이 가장 먼저 눈에 띄어 그의 선택을 받게 되었다.


니브는 운 좋게도 수십 명에 달하는 왕국의 전사와 자신의 호위 전사인 대전사 한 명과 함께 시작하게 된 운 좋은 케이스였다.

알타라이 왕국은 불의 사막보다 몇 배는 더 넓은 사막을 아우르는 대국.

그런 왕국에서 대전사라는 칭호를 부여받으려면 마력 수치 40 이상에, 기를 형상화 시킬 수 있는 검사劍絲 정도의 수준은 되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거기에 왕위 계승자인 왕자의 호위 전사가 되려면 마력 수치 60 이상에, 강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수준은 되어야 했다.

함께하게 된 호위 전사가 호위장급은 아니라고는 하나 꽤 뛰어난 실력을 갖춘 대전사였다.

니브 역시 강기는 만들어낼 수준은 안 되나 검사 전 단계인 검기 정도는 만들어 낼 수 있는 실력자.


갑자기 주어진 어나더 월드의 세계에서, 수십 명의 사람이 뭉쳐 다니는 것을 보면서 경계하지 않을 이계인은 없었다. 뱅가오그 마을에서 시작한 모든 사람은 니브 일행을 피해서 각자의 생존을 도모하기 바빴다. 그 사이에서 니브는 전사들의 도움을 받아 누구보다도 빠르게 레벨업을 이어갔다.

신분이 왕자인 만큼 니브 일행 중에서 지금 가장 레벨이 높은 사람은 당연히 니브다.

레벨은 32로 실로 어마어마한 레벨업 속도.

불의 사막에서 발견한 피라미드라는 건축물에 반해 이미 왕국에 똑같은 형태로 만들 것을 지시해놓기도 한 그는 오늘도 피라미드에 들어와 사냥을 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유스디오 제사장이라는 몬스터가 있어야 할 궁전 안에 오늘은 다른 존재가 제단 앞에 서서 니브를 맞이했다.

제단에 원래 없었던 용상에 앉아 있던 스페셜 몬스터 파라오는 니브 일행이 들어오는 순간 감았던 눈을 번쩍 떴다. 동시에 소환되는 함두바가의 진화형 함두라스 50구는 니브 일행을 당황하게 만들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갑자기 좁아진 석실 공간에, 그것도 함두바가보다 두 배가량 높은 스텟의 몬스터를 사냥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설상가상 유스디오 제사장보다 더 강한 저주마법을 쓰는 파라오의 능력에 혼란은 더욱 가중되어갔다. 만약 대전사가 없었다면 무조건 전멸했을 전력이었다.

대전사는 왕자를 지키기 위해 죽음을 불사하고 전면에서 함두라스와 파라오의 공격을 받아넘겼다. 저주마법 말고도 공격마법도 사용하는 파라오라 상대하기는 더 까다로웠다. 그럼에도 함두라스를 전부 죽이는 데 성공하고 파라오를 위기로 몰아넣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사람은 대전사였다.

물론 대전사 역시 무사할 수는 없었다. 파라오를 궁지에 몰아넣고 만신창이가 된 대전사는 마지막으로 소환된 아누비스의 손에 의해 결국 죽음을 맞이하기에 이르렀다.

뛰어난 실력을 지닌 것치고는 허무한 죽음이었다.

지켜야 할 왕자가 있는 데다가 패턴을 아예 몰라서 일어난 사고였다.


파라오의 패턴과 공략법을 모르는 이계인은 압도적으로 무력차이가 나지 않는 한은 이 같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파라오를 궁지로 몰아넣는 것도 모자라 이후에 소환된 아누비스의 왼팔을 잘라내는 성과까지 이룬 왕자 일행이었다. 잘 훈련된 군부의 인원들답게 투지만큼은 몬스터 못지않았다.

왕자는 뒷걸음질 치며 성큼성큼 다가오는 아누비스를 보다, 앞에서 엉거주춤 서 있는 전사 세 명의 등을 떠밀었다.

남은 전사는 앞에 서 있는 세 명이 전부.


"가서 막아 이 새끼들아!"


등을 떠밀린 한 전사가 발을 헛디뎌 넘어지고 만다. 니브는 앞으로 안 나가고 버티는 두 전사에게 다시 한 번 호통을 쳤다.

"이 쓸모없는 것들아 가서 막으란 말이다!"

이 말을 하면서 빠져나갈 틈을 엿보는 니브다. 하지만 광장은 부서진 돌기둥과 석벽으로 난장판이 되어서 도망가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아누비스 뒤에서 있는 파라오는 이상한 주문을 읊조리며 니브의 정신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생각지도 못한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니브가 일갈을 내뱉던 순간 기현상은 일어났다.

"내가 이런 곳에서, 내가 죽을 거 같아?! 난 알타라이 왕국의 왕자라고!"

쿠르르릉!

제단 뒤에 있던 석벽에서 다섯 줄기의 쇠사슬이 쏟아져나와 각각 파라오의 팔과 다리, 목을 옭아매기 시작했다.

그때 니브와 전사들 말고도 광장 안에 들어와 있던 한 사람의 눈앞에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벽화 트랩이 작동합니다. 파라오가 천족의 사슬에 5분 동안 봉인됩니다. 봉인되어 있는 동안 파라오는 어떠한 행동이나 스킬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파라오가 봉인되어 있는 동안 파라오가 소환한 모든 소환수의 능력이 10% 감소합니다.]


지구인들은 이계인들과 달리 게임에는 도가 튼 인종.


김용환은 혼란을 틈타 입구 앞바닥부터 시작해 광장 외곽 테두리에 새겨진 벽화를 따라 돌면서 트랩을 작동시켰다.

파라오의 스토리가 새겨진 벽화였다.

[파라오가 봉인되어 있는 동안 파라오가 소환한 모든 소환수의 능력이 10% 감소합니다. 현재 누적 20%]

보통 이공간화 된 던전은 부서지는 지형지물도 있고 부서지지 않는 지형지물도 있었다.

부서지지 않는 구조물들 대부분은 트랩류였으며, 부서지는 구조물이라 해도 모두 일정 시간이 지나면 복구가 되어서 던전이 폐쇄되는 일은 없었다.


[파라오가 봉인되어 있는 동안 파라오가 소환한 모든 소환수의 능력이 10% 감소합니다. 현재 누적 30%]

또 한 번 파라오 벽화 앞에 새겨진 군대 벽화 위, 붉은 보석에 마력을 불어넣으니 떠오른 메시지였다.

이 메시지는 두 번 더 떠올라 총 50% 감소 효과가 적용되었을 때 김용환은 아누비스 앞에 마주 섰다.


분명 파라오와 아누비스의 스텟과 능력만 보면 고레벨 사냥터 몬스터 못지않게 강력한 존재이기는 했다. 지금 발동시킨 트랩만 없었다면 던전 클리어 난이도는 몇 단계 더 상승했을지도 몰랐을 일이다.

유스디오 제사장이라는 보스몹 역시 방금 작동시킨 트랩으로 봉인이 가능한 몬스터다.


아누비스가 조금 전에 발생한 디버프와 대전사와의 싸움에서 피해를 보지 않았다면 모를까.

트랩을 모두 발동시키는 데 든 시간은 17초.

파라오의 봉인이 해제될 때까지 남은 4분 43초의 시간이면 정령융합을 한 김용환이 사냥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니브는 몸에서 은은한 푸른 빛을 뿜어내는 김용환이 아누비스를 사냥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갑자기 무수히 많은 메시지가 떠오른 뒤에 나타난 남자다.

눈앞에서 아누비스를 사냥하는 저 남자가 메시지를 떠오르게 한 장본인이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이전보다 확연히 느려진 아누비스에게서는 조금 전까지 자신에게 보였던 위용 넘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저 정도면 지금 자신이라도 이길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능력을 과신해서 나오는 생각이 그의 신경을 건드렸다.

남자의 물 계열 마법과 함께 이어지는 창질에 아누비스는 빠르게 생기를 잃어갔다. 상처가 늘어날수록 기세만큼은 더 사나워져 가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 무력의 격차를 좁히기는 힘들었다.

정확히 3분 07초.

아누비스가 남자의 손에 쓰러졌다.

그다음 이어진 속박된 파라오 사냥까지.

한 시간 동안 이어졌던 전투가 채 4분을 넘기기도 전에 끝이 나게 된 순간 니브는 옷매무새를 다듬고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넘겼다.

파라오가 사라지는 자리에 생겨나는 장구류를 포함한 6종의 아이템을 보고는 평상시처럼 자신감 있게 남자에게 다가갔다.

남자는 생겨나는 아이템을 보다, 다가오는 니브의 인기척을 느끼고는 잠시 쳐다보았다.

남자와 일정 거리에 이르러 마주 선 니브가 말했다.

"그대는 누구이기에 본 왕자의 사냥감을 가로채는가? 놈은 내가 충분히 사냥할 수 있는 녀석이었거늘. 이런 불경을 저지른 그대는 대체 누구인가?"

누가 봐도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나타나 도와준 게 김용환이었다.

살아남은 세 명의 전사들도 그 사실을 알기에 세 명 중 두 명은 민망해서 얼굴을 붉혔다.

니브는 파라오가 남긴 아이템이 탐이 나서 억지를 부르는 것이었다.

아이템의 소유권을 주장하기 위해 다시 말을 이으려던 니브의 말문을 막은 건, 김용환의 머리 위에 갑자기 생겨난 바투아였다.

"용왕이 안 도와줬으면 인간 넌 죽었어."

프레체스는 니브와 같은 세계의 사람이라 혹 지금 같은 분란에 휩싸일까 싶어 일부러 데리고 들어오지 않았다.

에덴에서 생긴 분란이 현실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김용환은 바라지 않았다.

혼자서 파라오와 아누비스를 사냥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 내린 결정이기도 했다.

"정령 바투아?"

니브는 일국의 왕자로서 많은 것을 보고 또 배운 나스탈 주민.

단번에 바투아의 존재를 알아보고 외친 말이다. 대대로 정령 바투아의 계약자는 얼마 전에 멸망한 물의 왕국인 왕족이었거나 논외로 나타나는 계약자는 보통 영웅으로 추앙받을 만큼 성장과 선행을 베풀고는 했다. 니브가 바투아의 계약자라는 것을 알고 당황하던 사이에 김용환은 보통 유저들이 아이템을 나누는 방식을 제시했다.

"난 당신이 사는 세계의 주민이 아닙니다. 내가 누군지 알려준다고 해도 알지 못할 거라는 말입니다. 모르는 사람과, 모르는 이계인과 괜한 언쟁을 나누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 내가 도와준 대가로 파라오가 드랍한 아이템 반을 가지고자 합니다."

도와준 사람도, 도움받은 사람도 반반씩 나누는 게 지구의 유저들이 나누는 방식.

니브의 입장에서는 딱히 나쁠 게 없는 제안이다. 어차피 전사들은 계속 뱅가오그 마을로 모여드는 중이었고, 괜히 신분도 정확히 모르는 이계인과 더 마찰을 빚어봐야 지금 상황에서는 좋을 게 없었다.

무엇보다 이계인이 바투아의 계약자라는 점에 이번만큼은 독선적인 성격을 누그러뜨리고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결정을 내렸다.

"피해를 많이 입은 그쪽이 먼저 아이템을 고를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김용환의 배려가 썩 마음에 들었는지 니브는 흙먼지가 덕지덕지 묻은 얼굴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는 모르나, 그대의 세상도 아주 예의가 없는 세상은 아닌가 보군."


니브는 아이템 하나하나를 만져보면서 등급을 확인했다.

매직 등급 장구류 4점에 주문서 1장, 다른 하나는 등급도 없는 재료 아이템이었다.

고르게 된 아이템은 당연히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장구류 3점.

니브는 알지 못했지만, 어나더 월드를 먼저 시작한 김용환은 그가 대충 뭘 고를지 알고 있었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니브가 절대 등급도 없는 재료 아이템을 선택하지 않으리라는 것도.


남은 네 개의 아이템 중 팔 길이만 한 크리스털 병에 담긴 `샌드킹의 배설물`을 집어 들었다.

[샌드킹의 배설물](재료)

설명:사막의 신수 샌드킹의 배설물. 보통의 배설물과 달리 향기로운 냄새가 나는 배설물이다. 향기를 맡는 것만으로 머리가 맑아지는 효용이 있다.


이름만 배설물이지 안에 든 건 곱고 반짝이는 모래다.

샌드킹의 배설물은 또 다른 스페셜 몬스터인 스콜피온 킹을 불러내는 데 필요한 핵심적인 재료.

나머지 재료는 사막 몬스터들이 흔히 드랍하는 재료들이라 마음만 먹으면 하루 이틀 사냥으로 모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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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화 혁신 +9 21.05.28 1,723 80 19쪽
33 33화 +5 21.05.27 1,642 71 17쪽
32 32화 +2 21.05.27 1,643 72 16쪽
31 31화 +4 21.05.26 1,686 76 14쪽
30 30화 +5 21.05.26 1,732 70 15쪽
29 29화 +3 21.05.25 1,709 70 16쪽
28 28화 +2 21.05.25 1,767 7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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