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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더 님의 서재입니다.

어나더 월드(Another world)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발라더
작품등록일 :
2021.05.12 16:16
최근연재일 :
2021.07.2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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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17,092

작성
21.06.0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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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글자
19쪽

41화

DUMMY

불의 사막지대는 유저들이 처음 시작지점으로 절대 추천하지 않는 곳 중 한 곳이었다.

서식하는 몬스터 대부분이 무리를 지어 다니거나 아니면 마력을 가지고 있던 탓에 일반인들은 사냥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여명이 밝아오는 새벽의 아침, 우리는 모래언덕이 파도처럼 끝없이 늘어선 사막 위에 처음으로 발을 디뎠다. 일반인들에게 위험한 곳이라 알려진 곳답게 사막 곳곳에는 많은 시체와 사람 뼈가 널브러져 있었다.

사막에 들어서기 전부터 풍겨오던 악취는 극도로 부패한 시체에서 나는 시취였다. 그 사실을 깨닫게 된 우리는 다가오는 몬스터를 보다 감정적으로 사냥하며 길을 나아갔다.


가장 흔히 보이는 여우과 몬스터 `뱅뱅`과 도마뱀과 몬스터 `쿠가`는 마력은 없다고는 하나, 가족단위로 뭉쳐 다니는 습성과 덩치는 하이에나나 작은 악어만 해서 일반인 혼자서는 사냥하기 힘든 수준의 몬스터였다. 그러하니 살아서 뱅뱅과 쿠가를 사냥하는 사람 모두는 마력을 품은 이들이었다. 당연히 마력을 품은 사람이 일반인 숫자보다 더 많을 리가 없었다.

불의 사막은 말 그대로 일반인들에게만 힘들다뿐이지, 어느 정도 레벨과 아이템 스킬을 맞추고 오면 레벨업하기 좋은 장소로 꼽히는 곳이기도 했다.

천가휘와 프레체스에게 전해 듣기론.

기와 마나를 뜻하는 마력은 아무나 몸에 축적해서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했다. 재능도 재능이지만, 축적하는 방법과 운용하는 방법과 방출시키는 방법 등은 당연하게도 가문 대대로 전해져오거나 큰 단체들에게만 이어져 왔다고 했다. 마력을 가진 사람 중에는 어느 정도 신분과 지위가 있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뱅가오그 마을로 가면서 본 사람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사람은 수십 명의 사람을 이끌고 사냥을 하던 한 사람이었다.


"알타라이 왕국의 왕자 반 드아르제 니브."


프레체스가 무리를 이끌고 나아가던 사람을 보면서 한 말.

덧붙이기로는 알타라이는 나스탈에 있는 사막지대 한편에 자리를 잡고 있는 왕국이라고 한다. 이처럼 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환경과 비슷한 곳을 시작지점으로 택하거나 아니면 여행해 보고 싶은 곳이나 아니면 살아보고 싶은 곳을 선택하고는 했다.

토란과 나스탈은 귀족 사회라 어나더 월드가 몰고 올 파장은 더 클 거로 예상되었다.

불의 사막 외곽에 사는 몬스터 중에는 우리에게 위협이 될만한 몬스터가 없었기에 뱅가오그 마을까지 가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점처럼 작게 보이던 마을이 어느새 목전에 이르러 걸음은 자연스레 빨라졌다.


오아시스 마을인 `뱅가오그`는 프로이안 마을처럼 목책으로 둘러져 있는 마을이었다.


마을까지 오면서 본 시체가 워낙 많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마을 안에 머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중에서 마력이 없는 사람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지금 상황을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갑자기 접속하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인지, 마을 주변에는 많은 몬스터들이 모여들어 서성이고 있었다.

아마 먹이로 여기는 사람이 자꾸 오는 방향으로 움직이다 보니 마을 인근에 모여든 것이 아닐까 싶었다.

이 현상은 사냥할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좋은 일인 반면에 사냥할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포기하게 하기 딱 좋은 현상이었다.

하루의 여유 시간이 생긴 내게는 레벨업하기 딱 좋은 환경이 되어 있는 상황.


천가휘와 프레체스는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한마디씩을 전해온다.

"최대한 빨리 돌아올게요. 형님."

"저도 최대한 빨리 돌아올게요. 오빠."

두 사람은 약속한 대로 현실로 돌아가 각자의 볼일을 보고 내일 오전 중에 올 예정이다. 프레체스와는 에덴에 대해 이것저것 알려주다가 말을 놓는 사이가 되었다.


"2~3일 정도도 기다려줄 수 있으니까. 괜히 무리해서 오지 말고 그 안에만 들어와서 같이 갈 수 있는지 알려줘."


혼자 있는 동안 사냥도 하고 오랜만에 저녁에는 맥주도 한잔 하고 잠을 잘 계획을 세워놓았다. 둘이 현실에 다녀올 동안 마을 인근에 모여든 몬스터를 사냥하면 되니 2~3일 정도 이곳에 머물러도 문제 될 것은 없었다. 바투아도, 나도 두 사람이 마음에 들어서 내린 결정이었다.


"감사합니다 형님."

"전 말했다시피 몇 시간도 안 걸릴지 몰라요."


이 말을 끝으로 천가휘와 프레체스는 동시에 귀환을 외치고 있다. 그리고 그 순간 둘은 어떠한 전조현상도 없이 사라지게 된다.

이 광경을 마을을 들락날락하던 몇몇 사람은 보았는데도 놀라는 사람은 없었다. 확실히 이계인들은 에덴에 적응하는 속도가 지구인들보다 빨랐다.


난 잠시 그 자리에 선 채로 마을의 풍경을 들러보다 이내 지도를 켜 도우미들이 운영하는 여관을 찾아 움직였다. 아직 이계인들과는 여관을 함께 사용할 수 없어서 지구인이 들어갈 수 있는 여관을 찾아야 했다.


마을 중앙으로 걸어 들어가다 처음 발견한 여관은 나스탈인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흰여우 소굴이라는 여관이다.

지나가는 길에 살짝 창가 안을 들여다보니 1인 1 테이블을 차지한 5명의 사람이 식사를 하거나 지도를 펼쳐놓고 차를 마시는 모습이 보였다.

들어가지는 못해도 이렇게 바깥에서 보는 것은 문제 되지 않았다.

머리 위에 앉아 있던 바투아도 5명의 사람을 모두 보았는지 머리카락을 쓱쓱 비비며 말했다.

"저기 단검 손질하고 있는 남자 나쁜 사람이야."

지금처럼 나쁜 사람이 보이면 상대에게는 들리지 않게 작은 목소리로 말해주었다. 영혼의 본질의 성향과 영혼에 깃든 악을 보면서 내리는 판단. 바투아가 말한 사람은 흑인으로 근육질 몸에 꽉 끼는 가죽조끼를 입은 남자다.


"용왕보다 마력이 더 많아."


이곳까지 오면서 본 나쁜 사람은 한두 명이 아니었다. 하지만 죄악에도 종류가 많아 어떤 죄를 지어 영혼에 악이 깃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제린이 말하길 바투아가 최상급 정령이 되면 천사들처럼 깃든 악의 내면을 느끼고 볼 수 있을 거라고 말했었다.

솔직히 그 정도로 자세히 알게 되면 여러모로 얽히고설킬 일이 많을 거 같아, 차라리 지금 딱 이 정도가 좋았다.


그 뒤 다시 길을 나아가다가 본 여관은 토란인 전용 여관인 선인장 속 부엉이라는 간판을 내건 여관이다.

토란인 전용 여관에는 세 명의 손님이 바 테이블에 자리 잡고 앉아, 맞은편에 있는 여성 천사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하는 중이었다. 딱 봐도 천사라는 걸 알 수 있는 수려한 외모에 세 남자는 눈을 떼지 못하고 그녀의 행동에 맞춰 시선을 졸졸 따라 움직였다.

세 남자 중 마른 체형의 두 남자는 순수하게 호감이 가득한 표정이라면.


"저 뚱뚱한 남자는 나쁜 사람이야."


왠지 그럴 거 같더니만. 나머지 한 명인 뚱뚱한 중년 남성은 연신 혓바닥을 날름거리고 또 침을 꿀떡꿀떡 삼키면서 보는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표정만 봐도 불순해 보이는 감정이 드러나, 보면 불쾌한 감정이 치밀었다.

천사들이 세이프티 존 출입금지령을 내릴 수 있다는 걸 알면 저렇게 노골적으로 추태를 부리지는 못했을 텐데 말이지.


저 사람처럼 마을이나 성을 돌아다니다 보면 NPC들을 쫓아다니는 사람은 간간이 보이고는 했다. 예전 초창기에는 그런 사람이 꽤 많았기에 그렇게 놀라운 풍경은 아니었다. 난 바투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혀를 찼다. 그 순간 남성의 불쾌한 시선도 미소로 받아넘기던 천사 여성의 시선을 받고는 잠시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색한 미소에도 고혹적인 눈웃음으로 받아 주는 천사 같은 마음씨의 천사는 왜 천사인지 알게 해주었다.

고개를 약간 숙여 인사를 전하다 바투아가 머리를 툭 치며 하는 말에 다시 여관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린이 더 예뻐. 얼릉 우리가 묵을 여관이나 찾아."

바투아의 말에 동의하는 바라 곧장 여관을 찾아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던 나다.


태어나서 사막에 와본 것은 처음이라, 마을 중앙에 있는 오아시스와 인도식 건축양식 건물을 느긋하게 구경하면서 여관을 찾아다녔다. 오아시스 주변에는 야자수를 비롯해 사막에 어울리지 않은 알록달록한 꽃들도 피어서 눈길을 끌었다.

마을의 풍경과 그 속에 지나다니는 이계인들을 구경하며 걷다 보니 다음 여관에 도착하는 것도 금방이었다.

오아시스 외곽을 따라 걷다 발견한 여관은 낙타의 그늘이라는 여관.


여관 앞에서 나무 간판에 적힌 낙타의 그늘이라는 삐뚤빼뚤한 글씨와 지구인만 출입 가능하다고 적힌 명패를 번갈아 보던 것도 잠시.

뜨겁고 눈 부신 햇살을 피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 안은 다른 여관과 달리 텅 비어있는 상태였다. 이것 또한 예상했던 일이라 당황하거나 놀라지는 않았다.

불의 사막이 레벨업하기 좋은 곳으로 꼽힌다고는 하나 사막지대의 특성상 숲 지대와 다르게 쫓기는 상황이 닥치면 숨을 곳도, 푹푹 빠지는 발 때문에 도망치기도 쉽지 않아 유저들이 선호하는 사냥터는 아니었으니.


쾌적한 가게 안의 환경에 감탄하던 중에 눈앞에 메시지 하나는 떠오른다.


[어서 오세요.]


메시지와 함께 바 테이블 안쪽에서 낮은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려와 찾아보았다.

얼마 뒤 바 테이블 한편에서 불쑥 얼굴 하나가 솟아올랐다. 사과 머리를 한 여성 천사가 상긋한 미소로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잠시만 앉아서 좀 기다려 주시겠어요?]


입을 벙긋거릴 때마다 움직이는 보조개가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잠시 입을 벙긋거리던 여성은 어느 순간 다시 머리를 밑으로 쑥 집어넣고는 말을 잇는다.

[제가 키우는 낙타들이 있는데요. 그 아이들에게 먹일 특제 먹이를 만들던 중이었어요.]

메시지를 채워가는 문자를 보며 바 테이블로 다가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말을 끝맺을 즘 뭘 만들고 있는지 궁금해 앉은자리에서 잠시 일어나 몸을 기울여 반대편 밑을 들여다보았다.


그녀는 화분에 자라난 작은 나무의 나뭇가지와 잎사귀에 거무스름한 반죽을 바르고 있었다.


[물의 정령사 중에서 바투아와 계약한 정령사는 엄청 오랜만에 봐요.]

이 메시지를 끝으로 나를 올려다보면서 미소 짓는 모습은 역시나 천사답게 예뻤다.

하지만 역시.

[전 루나라고 해요.]

"전 김용환입니다."

제린이 더 예쁘다고 생각했다.


*


오전 10시가 넘어가던 때 계획했던 대로 곧장 마을 밖으로 나와 사냥을 시작했다.


마을 인근을 서성이는 여우과 몬스터 뱅뱅과 도마뱀과 몬스터 투가 같이 본능에 충실한 몬스터들을 사냥하는 일은 쉬웠다.

마력도 활용하지 못하는 몬스터가 마력을 사용할 줄 아는 상대에게 먼저 아가리를 들이밀고 와주면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보통 두 몬스터는 다가오기도 전에 투창에 꼬챙이가 되어 죽거나, 겨우 살아남아 지척에 이르렀다고 해도 보법과 창술 앞에 경험치가 되어 사라졌다.

정령융합과 천범신공을 운용해 늘린 스텟 앞에 지금 마을 인근은 거의 노다지나 다름없었다.

끊이지 않고 보이는 몬스터 덕분에 한 시간 동안 얻은 경험치가 [1960]에 달했으니 그런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었다.

모여있던 몬스터 전부를 사냥하고 나서부터는 경험치 쌓이는 속도가 느려지기는 했어도 마력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한 12시 무렵에 확인한 경험치 총량은 무려.


"고작 두 시간 만에 이 정도 경험치를 얻었다니. 허, 참....."


[3266]이나 되었다.

레벨업에 필요한 경험치 1/3가량을 두 시간도 안 되는 시간 만에 얻게 되었던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들 수밖에 없었던 생각이다.


마력을 채우기 위해 마을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가벼웠다. 오늘 하루 계획대로만 된다면 충분히 46을 찍을 수 있었다.

일단 마을에 가서 마력을 채운 뒤, 조금 전에 사냥한 몬스터들이 리젠되기 전까지 인근에 있는 피라미드 던전에서 사냥을 할 계획을 세우고 마을로 돌아왔다.

중간에 다른 변수가 생기지만 않는다면 7시쯤에는 46을 찍고 밤에는 느긋하게 맥주를 한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져 웃으며 마을에 다시 들어서던 그때였다.


텅 빈 길 한복판에서 갑자기 사람 한 명이 나타나 발길을 멈추게 한다.

3시간 전에 귀환했던 프레체스가 기막힌 타이밍에 접속해 앞을 막아섰다.

몇 시간도 안 걸릴지 모른다고 하더니 그녀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어, 오빠!"

"일찍 왔네."


프레체스는 불의 마탑 소속의 마법사이자 아버지는 마탑주라고 했다

천가휘도 그렇고 프레체스도 그렇고 범상치 않은 집안의 자제들이다.

프레체스의 레벨은 10.


"사냥하고 오는 길이에요?"

"응."

"뭐할 거에요 이제?"

"마력만 채우고 다시 사냥 나가려고."

마력스텟 50의 5서클 마법사이기는 해도 캐스팅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은 3서클이 한계였다. 신체 스텟이 아직 낮아서 프레체스 혼자서는 이곳에서 사냥하기 힘들었다.


"가휘는 내일 올 거 같은데, 그동안 넌 뭐 할 거야? 사냥 나갈 거면 나 마력만 채우고 같이 나갈래?"

그래서 먼저 사냥을 나갈 거면 같이 나가자고 권했다.

"전 좋죠!"


난 프레체스를 낙타의 여관 앞에 데려와 천막 밑 야외테이블에 앉아 잠시 쉬고 있으라고 말하고는 여관에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바 테이블에 앉아 무언가를 적고 있는 루나를 발견하고는 바깥에 있는 프레체스에게 코코넛 쥬스를 가져다줄 것을 부탁했다.

아까 루나의 추천으로 마셔보았는데 그 맛이 일품이었다.

잠시간 프레체스의 말동무가 되어 줄 수 있느냐는 내 부탁에 루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여 주었다.


마을 안에서는 느리지만 마력이 차오르는 효과와 정령융합 상태를 이루고 있으면 조금씩 차오르는 효과, 거기에 운기조식까지 하면 단전을 가득 채우는 데는 10분 남짓의 시간이면 충분했다. 아직 마력 스텟이 30밖에 되지 않아 가능했던 시간.


몸 내부를 관조하면서 운기조식을 하는 일은 신기하고 은근히 재미도 있어서 마력을 채우는 시간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흘러지나가 놀라게 할 때가 많았다.

오늘이 딱 그랬다.

몇 분 운기조식을 한 것 같지도 않았건만 어느 순간 마력이 가득 차 새삼 또 놀라게 했다. 집중하느라 들려오지 않았던 말소리는 그때부터 들려왔다.


"`스타리오`는 창처럼 뾰족한 뿔이랑 뱉어내는 끈적끈적한 체액에 독이 있으니 조심해야 하고, 함두바가는 붕대에 마력을 실어서 날려 보내니 베이지 않게 또 감기지 않게 조심하면 된다, 이 말이죠?"


프레체스의 말소리였다.

곧장 문을 열고 나가니 창가 앞 야외테이블에 앉아 있던 둘의 시선이 내 쪽으로 모여들었다.

프레체스가 들뜬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루나님이 퀘스트 주셨어요!"

아침에 여관에서 식사를 하면서 루나에게 인근 피라미드에 관해 물었었다. 루나가 준 퀘스트는 피라미드 속에 사는 풍뎅이과 몬스터 `스타리오`와 미라 `함두바가`를 사냥해 두 몬스터가 주는 과일 `세두나`를 구해달라는 퀘스트였다. 우리가 피라미드로 갈 거라 예상하고 준 퀘스트 같았다.


당연히 거절할 이유가 없는 퀘스트다. 세두나를 구해오는 숫자만큼 일정 경험치를 준다는 말에 의욕은 오히려 상승하게 되었다.

우리는 거절하지 않고 루나가 주는 퀘스트를 받았다.

리젠 시간도 놓치지 않으려면 이제는 피라미드로 향해야 한다.


"나중에 또 올게요!"


프레체스의 말에 루나는 밝은 미소로 손을 들어주었다.

그 이후 마을을 벗어나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사막 위를 걸어 인근 피라미드로 향했다.


*


불의 사막지대에 존재하는 피라미드는 총 128개로 모두다 던전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피라미드 속 미로의 구조는 전부 똑같아서 상점에 파는 피라미드 던전 지도하나만 사면 어떤 피라미드에 들어가도 길을 헤맬 염려는 없었다.

평범한 던전인 것 같아도 피라미드는 예전에 꽤 인기를 끌었던 던전이었다.

던전 끝에 존재하는 보스방에 원래라면 유스디오 제사장이 있어야 정상이지만 운이 좋으면 스페셜 몬스터인 왕 파라오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3년 전만 하더라도 몇몇 길드들이 불의 사막에 자리를 잡고 피라미드를 매일매일 탐사했던 이유였다. 확률이 다른 사냥터에 비해 낮지만 않았다면 지금도 활동하는 길드가 있었을지도 몰랐을 일이다.

지금에 와서는 더 좋은 사냥터가 많이 알려져 활동하는 길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피라미드는 15분 남짓 거리에 떨어져 있는 피라미드.

사냥은 피라미드 안에 들어가서 하면 되어 최대한 몬스터들을 피해 피라미드가 있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 덕분에 피라미드를 목전에 두기까지는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피라미드를 처음 보는 프레체스는 멀리서도, 가까이에 가서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와~ 지구라는 곳에 이런 건축물이 있다는 말이죠? 가까이서 보니까 더 웅장함이 느껴지는 건축물인데요?"

피라미드 입구 앞에서 꼭대기를 올려다보던 프레체스가 하는 말이었다.

지구에는 철제기구가 하늘을 날아다닌다면, 프레체스가 사는 세계에는 마공정이라 불리는 배가 날아다니는 세계다.

문득 서로 이야기하다가 놀랐던 게 떠올랐다가 우리 파티 중에서 가장 놀랐던 가휘가 떠올라 웃음이 났다.

천가휘가 사는 세계에는 영물이라 불리는 새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나 무공 수준이 높은 수준에 이르면 일정 거리를 날아갈 수는 있어도 배나 철제기구가 날아다니지는 않는다고 했었다.


짧은 구경시간은 먼 곳에서 들려오는 뱅뱅의 울음소리에 끝이 나게 된다. 혹여 뱅뱅의 표적이 될까 싶어 서둘러 피라미드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피라미드에 입장하셨습니다.]

그렇게 해왕의 창을 고쳐 잡으며 한 걸음 더 내디디던 때.

아무것도 없던 길 앞에 갑자기 빛 뭉치가 맺혀드는 것을 보고는 프레체스를 멈춰 세웠다.

몇 번이나 봐온 몬스터 리젠 현상이었다.

스테리오 한 마리가 복도 한편에 투명하게 나타나 서서히 뚜렷해져 가는 게 보인다. 약간의 시간 차이로 옆에는 한 마리가 더 빛무리와 함께 생성되어 뚜렷해져 갔다.

완전히 리젠되기 전에는 공격할 수 없어 리젠이 완료될 때까지 기다렸다.


피라미드 안에 먼저 들어온 누군가가 있는 걸까? 아니면 이미 사냥하고 나가서 리젠되는 것일까.

당장 직면한 정황만으로는 알기 힘들었다.


다른 피라미드에 가서 사냥할까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프레체스와 짧게 조율을 한 끝에 그냥 이곳에서 사냥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이곳에서 다른 피라미드까지의 거리는 약 19km.

어차피 너무 먼 거리의 사막을 둘이서 돌아다니는 일도 위험한 일인 건 똑같았으니까.


함두바가는 내 몫, 스테리오는 요란한 불의 마법사 프레체스의 몫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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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68 하늘나팔
    작성일
    21.06.22 15:37
    No. 1

    생각해 보니 이세계인들 넘어올때 스탯에 맞춰서 레벨링 해줬으면 더 좋았겠다 생각 되네요.
    예를들어 토란쪽에 5서클 마법사면
    1렙으로 시작한다 치면
    5서클 법사 마력이 몇인지는 모르지만
    한 100렙 정도 까지 신체능력 올리는게 강제 될텐데
    그럼 무쌍 마검사 되는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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