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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더 님의 서재입니다.

어나더 월드(Another world)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발라더
작품등록일 :
2021.05.12 16:16
최근연재일 :
2021.07.2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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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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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36화

DUMMY

보통 친구라 하면, 못 본 사이에 크게 달라진 것만 아니라면 4개월 만에 봐도 어제 본 것처럼 낯설지 않고 친숙한 느낌이 드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점에 내 반응과 두 친구의 반응은 생각했던 것에 정확히 맞아떨어졌다고 보는 게 맞았다.


"내 친구들이야."


내 말에 바투아는 머리 위에 앉은 채로 두 친구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 난 바투아야."

지금 앉아 있는 곳은 수목원 안에 있는 매점 야외테이블.

블랙 포털은 수목원에 도착한 지 1시간이 채 되지 않아서 소멸해, 오후 1시가 넘어가기 전에 괴수 토벌은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수목원 안에는 괴수 사체 처리반과 민간 환경 정화원들이 장내를 정리하는 중이었다. 괴수 사체 처리반과 환경 정화원은 궂은일임에도 경쟁률이 굉장히 높은 직종 중 하나였다. 연봉도 연봉이지만 유저들이나 경찰, 군인같이 전면에 나서서 괴수들과 싸우는 게 아니라 인기가 더 많았다.

"난 배인수라고 해."

"난 정석원."


두 친구가 달라진 내 모습과 바투아를 보며 당황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에덴에서는 많은 일과 은덕이 주워졌었다.


어떻게 정령을 얻게 되었는지, 아이템이 잘 나오는 편이 아닌 에덴에서 지금 착용한 많은 아이템을 어떻게 얻게 되었는지를 가장 궁금해할 것 같아 조금 긴 한마디로 모든 설명을 해주었다.


"4단계 연계 퀘스트를 두 번이나 받아 해결하고 이번에 새로 생긴 유적지를 탐사하느라 이제야 빠져나올 수 있었어."

4단계 연계 퀘스트를 두 번이나 받은 것도 놀랄만한 일이 것만.


"연계 퀘스트랑 유적지 탐사를 했다고....?"


그걸 전부 해결하고 또, 새로 생긴 유적지 탐사를 하고도 살아남았다는 것에 친구들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답변은 왜 4개월 동안 연락을 못 했는지에 대한 답변까지 되어 친구들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레벨이 41이라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던 친구들은 테이블 위에 검 한 자루와 건틀릿 한 쌍을 선물이라며 꺼내 놓은 모습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한동안 눈만 껌뻑였다.


"네가 시작한 마을에 도와줄 사람은 없다고 하지 않았어?"

기다림 끝에 인수가 침을 꿀떡 삼키고 나서 쉰 목소리로 쥐어짜 낸 질문이었다. 새벽부터 블랙 포털을 간간이 넘어오는 마수들을 사냥하며 소리를 지르느라 목이 쉰 상태였다.


"다른 유저한테 도움받은 게 아니라, 제린이라는 특수 NPC가 도움을 줘서 빠르게 레벨도 올리고 바투아와도 계약할 수 있었어."

두 친구는 어나더 월드를 훨씬 전부터 해왔던 친구들.

그러니 얼마나 고생해서, 거기에 그만큼 필요한 용기를 내서 난관을 헤쳐나왔는지 조금은 짐작했던 것 같았다.

앞으로는 절대 무리하지 말라는 석원이의 말에 인수도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마디를 했다. 표정도 무거워 무슨 이야기를 진지하게 하는가 싶어 귀를 기울여 들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농담에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던 석원이도, 나도 한순간 표정을 풀며 웃고 말았다.


"4개월 사이에 진짜 남자가 되어서 돌아왔네 우리 용환이가. 이제 장가보내도 되겠어, 우리 용환이."


두 친구는 테이블에 놓인 아이템을 보면서 약간 망설이기는 했지만 서로 눈빛 교환을 몇 번 하다가 끝내 결정을 내리곤 인수는 검을, 석원이는 건틀릿을 받아들었다.

"잘 쓸게."

"고마워."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빠르게 받아들여 뭔가 이상하다 싶더니 받아든 데는 모두 이유가 있었다. 아이템이 사라진 테이블 위에는 다른 두 개의 아이템이 놓이게 되어 반대로 내가 친구들이 지었던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게 만들었다.

두 친구가 올려둔 아이템은 특이한 소재의 얇은 양말과 손톱만 한 크기의 네모난 큐브였다.


"이건 마르지나 러너라는 `양말`인데, 혼자서 사냥하다 보면 도망쳐야 하는 경우도 많으니까 너 주려고 특별히 제작서를 구해 만들어놓은 거야."

양말은 인수가, 큐브는 석원이가 주는 아이템이다. 얇은 양말인 마르지나 러너라는 아이템은 매직 등급 아이템으로 민첩 4에 슬로우 마법을 하루 3회 걸 수 있는 아이템이었으며 큐브는 손가락 반지 문신 아이템이자 민첩2 체력2를 올려주는 아이템이었다.


제린 덕분에 좋은 아이템과 스킬을 많이 얻어서 그렇지, 원래는 아이템과 스킬을 얻는 것은 정말 쉬운 게 아니었다.

순수하게 내가 사냥해서 얻은 쓸만한 아이템이 날개 귀걸이와 탈로스의 창밖에 없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 탈로스의 창도 어떻게 보면 제린이 알려준 신규 던전에서 얻은 것이라 4개월 동안 날개 귀걸이 하나를 구한 게 전부라고 보면 되었다.

1년 내내 사냥하는 유저들 중에서도 아이템 하나 얻지 못하는 유저도 있었으니 친구들이 주는 두 개의 아이템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모를 수가 없었다.


난 두 친구가 주는 아이템을 거절하지 않고 받아 그 자리에서 착용했다. 그때 두 친구도 받은 아이템 옵션을 확인해 보았는지, 뒤늦게 이런 걸 어떻게 받느냐고 동시에 소리쳐 웃게 했다.

"이런 무기를 선물로 준다고?"

하나는 엘리트 아이템인 레베나토의 검과 하나는 매직 아이템인 후반시아의 건틀릿이었다. 둘 다 총합 스텟 6이나 올려주는 옵션에 스킬도 하나씩 붙은 아이템이라 안 놀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왠지 당황하는 둘을 보고 있으려니 고생한 보람이 느껴져 이 시간을 더 즐겁게 했는지 모른다.

함께한 시간은 짧았을지 몰라도 서로에게는 굉장히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


안 그래도 41레벨 같지 않은 스텟은 민첩 6과 체력 2가 더 늘어, 스텟만 보면 100레벨대 유저라고 해도 될 정도로 높아져 당황스럽게 했다.


친구들은 함께 밥이라도 먹자고 말했으나, 블랙 포털 사냥 지원 나온 유저들이 사냥을 끝마치고 나면 임금과 잡은 괴수 사체에 대한 사유권 판매 등 할 일이 많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내가 잡은 하급괴수는 돈이 되지 않아도 두 친구가 사냥한 괴수는 마정석까지 있는 돈이 되는 중급 괴수였다.


오늘의 만남은 딱 지금 끝내는 게 맞았다.


"너 정도 스텟에, 바투아도 있으면 편하게 길드에 들어가서 레벨업하면 될 텐데. 왜 고생을 사서 하려고 하냐."

인수의 말에 이전부터 생각했던 말을 전했다.

"길드에 들어가면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할 수가 없잖아. 이곳저곳 끌려다니면서 시키는 일 해야 할 게 뻔하고. 이제는 좀 눈치 좀 그만 보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고 싶어."

당연히 석원이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해주었다.


"그럼 언제 또 나올 건지 얘기나 해주고 가."

"30일 뒤에 나와서 연락할게."


두 친구는 너무 길다면서 투덜대기는 했지만 재미를 붙인 일이 있다는 게 좋아 보였는지 몸조심하라는 말과 함께 30일을 강조했다.

마지막은 석원이가 가는 길에 보라고 남겨준 동영상 링크를 문자로 받는 일.


난 그 뒤 곧장 집으로 복귀해 에덴에 접속할 준비를 했다. 부작용 없는 수면유도제를 먹고는 침대 위에 누워 눈을 감았다. 눈을 감자마자 조금 전에 집으로 오면서 보았던 동영상이 떠올랐다.

200레벨대의 유저가 행성 토란인의 검사와 싸우며 연신 뒤로 밀리는 놀라운 동영상이라 기억에 남았다.

레벨 200대면 마력이 아무리 낮아도 평균 50~60 이상에 신체 스텟은 일반인의 6배 정도라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 유저가 1일 차 토란인에게 밀리는 광경은 보고도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서서히 몽롱해지는 정신과 함께 흩어져가던 상념은 이내 어둠 속에서 익숙한 메시지를 볼 때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어나더 월드에 접속하시겠습니까?]

오로지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만 머릿속은 가득 찼다. 내 선택은 당연하게도 들어가는 쪽이다.

`네.`

생각이 검은 공간 속에 울려 퍼지자 메시지는 사라지고 거대한 지도는 앞에 생겨난다. 그 뒤에는 많이 보았던 [15초] 타이머가 나타나 줄어들어 가기 시작한다.


지도안에는 아침에 접속을 끊었던 지점에 붉은 점으로 표시되어 시선을 끌었다. 귀환했던 장소는 프로이안 마을에 있는 구름도 쉬어가는 여관 109호실의 방안이었다.

15초 타이머가 끝나는 순간 검은 공간과 지도는 빗물에 씻겨 내려가듯 흘러내려 가 다른 풍경을 드러나게 하고 있다.

환상이 현실이 되어 펼쳐진다. 접속하자마자 본 건 절묘하게도 제린이 방문을 열고 들어오던 모습.


"......"


창가에 있는 의자에 앉아 귀환했던지라 방문이 바로 보이는 자리였다.

제린은 딱 눈이 마주치게 되자 문을 열다 말고는 어색하게 웃었다.

[볼일 보고 오신다더니 빨리 오셨네요.]

뒤이어 손에든 걸레와 작은 물통을 들어 보이고는 말을이었던 그녀다.

[청소 좀 하려구요. 햇살이 좋아서 시트도 좀 말리구요.]


오늘 아침 일찍 마을에 들러 제린에게 이계인들에게 대한 정보를 얻을 때, 오늘 저녁쯤 떠나겠다고 말했었다.

그에 제린은 한 4~5일 정도는 더 머물다가 마을을 떠났으면 한다며 말렸다.

그 이유는 8년 전 잊고 있던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말이었다.

어나더 월드는 15세 이상의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주어진 기회였기에.

전 세계 교도소에 있는 범죄자들 또한 어나더 월드에 들어오는 기회를 얻게 되어, 에덴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범죄자들이 정한 스타트 지점에는 초창기에 많은 범죄가 일어나 현실에서도 그야말로 난리가 났었다. 접속을 종료하지 않고 도망 다니는 범죄자들을 모두 처리하는 데는 1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을 정도였다. 자세한 사정은 몰라도 특수 NPC들이 도와주어서 피해가 줄어들었다는 기사를 본 것이 떠올랐다. 7년 전부터 살인을 저지르는 행위에 무조건 사형을 구형하지 않았다면 에덴과 현실에서는 이전보다 더 많은 범죄자가 생겨나 혼란스럽게 했을 것이다.


간과하고 있던 사실을 제린의 말에 다시 떠올리고는 며칠 동안은 프로이안 마을에 머물며 천성비류창을 수련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분명 지금 이 시간에도 에덴 어딘가에서는 보이지 않는 사고가 일어나고 있을 게 분명했다. 사람이 사는 세계라면 범죄자가 없을 리는 만무할 테고, 같은 세계에 사는 사람끼리 모여있어도 사고가 일어나는 마당에 다른 두 세계의 사람이 유입되었으니 사건·사고가 안 일어 날 리 없었다.


5일 동안 마을에 머물면서 한 일은 창술 수련과 틈틈이 마을 안팎의 사람들을 살피는 일.


난 제린에게 시간이 날 때마다 토란인과 나스탈인들이 사는 세계에 대해 물어보며 어떤 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인지에 대해 알아갔다.


토란에는 신수라 불리는 동물도 살고, 요괴도 살고, 거기에 블랙 포털까지 생기기 시작하는 바람에 어나더 월드의 접속권을 얻게 된 세계라고 한다. 나스탈도 마찬가지로 블랙 포털이 생기기 시작한 세계였다. 문물은 알기 쉽게 토란은 중국의 중세시대쯤에 나스탈은 중세 유럽이라는 짧은 답변으로 쉽게 이해시켜주었다. 물론 다른 세계인만큼 완전히 똑같은 건 아니라고 덧붙여 말했다.

제린은 나스탈인들은 정령에 대해 알 거라고 말했었는데 언제나처럼 그녀의 말은 틀린 적이 없었다.


여관 앞 벤치에 앉아 지나다니는 토란인과 나스탈인들을 구경하다 나스탈인들 몇몇이 바투아를 알아보고 이야기 나누는 걸 우연히 듣게 되었다.

나스탈 역사에 기록된 유명한 물의 정령사 중에 바투아와 계약했던 인물이

많다는 이야기였다. 바투아는 물의 왕국이라 불리던 멸망한 왕손들이 대대로 계약해온 정령이라는 이야기도 듣게 되었다.


이야기를 듣다가 생긴 궁금증 하나는 바투아 같이 거북이 형상을 띈 정령 모두가 바투아라고 불리면, 바투아와 똑같은 정령들은 정령계에서 서로를 뭐라고 부를지에 대한 실없는 생각이었다.

바투아에게 물어보았더니 정령계에서는 굳이 말을 하지 않고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정신적으로 교류하며 느낀다고 했다. 그래서 이름을 부르는 일은 없다고 말하면서 발로 머리를 탁 내리쳤다. 이처럼 머리카락을 움켜쥘 때마다 머리를 흔들어주며 놀아주다 보면 바투아가 내는 귀여운 소리에 길을 지나던 이계인들은 멈춰 서서 구경하고는 했다.


토란인과 나스탈인들은 원래 몬스터와 비슷한 생명체들이 살았던 곳에서 와서 그런지 확실히 초창기 때의 지구인들보다 적응하는 속도가 빨랐다.

첫날부터 꽤 많은 사람이 마을 밖을 나가 사냥을 시도해 놀라게 하더니만.

3일째 날부터는 마을 인근 숲에서 동물과 몬스터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무공과 마법을 배우지 않은 사람 중에서도 냉병기를 익숙하게 다루는 사람은 많아 곧잘 몬스터를 사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 해도 아직 에덴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이라 다쳐서 돌아오는 사람은 많았다.


유저들은 빠르게 적응해가는 이계인들의 모습에 한편으로는 놀라고 신기해하면서도, 한편으론 앞으로 저들에 의해 어떻게 에덴의 세계가 변할지 몰라 걱정스러워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믿을 거라고는 역시 자신의 힘과 아니면 힘을 가진 세력 길드, 그리고 정보였다.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걸 모를 리 없었으니 제린이 조언해준 4~5일의 시간 동안 모든 유저가 부랴부랴 스킬 숙련도도 올려보고 이계인들에 관한 정보를 모았던 것이다.


4일째 되던 날부터 유저들은 하나둘 빠져나가기 시작해 5일째 날 아침에는 3명의 유저가 남아 아침에 식사를 하는 게 전부다.


이제는 프로이안 마을을 벗어나 암흑의 성지로 떠나야 할 때.


제린은 보기만 해도 입이 떡 벌어지는 거한 아침상을 차려주고는 도움이 되는 몇 마디 조언을 해주었다.


[지금 에덴의 전역에 유례없는 대이동이 벌어지고 있어요. 지구인들이 내린 선택과 다른 두 세계의 인간들이 내린 선택은 똑같아요. 누군가는 가족이나 친구, 소속된 단체를 찾아가 뭉치는 선택을, 누군가는 이번 기회에 힘을 키우는 선택을, 또 누군가는 혼란 속에서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 죄악을 저지르는 선택을 할거에요.]


조심해야 할 건 몬스터 뿐만 아니라 같은 인간도 포함되어 있다는 뜻이었다. 이계인들이 레벨이 낮다고 해서 약하다는 것은 아니기에, 더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바투아도 중급정령으로 승급했으니 이제는 사람들의 선악 성향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바투아가 싫어하는 인간은 되도록 피하시고 좋아하는 인간을 만나 사귀시면 훨씬 도움되실 거에요.]


제린이 만들어준 달라진 인생을 헛되이 보낼 생각은 없었다. 꼭 리커버리 마법서를 얻어 병을 치료하고 말겠다 다짐하며 밥과 반찬을 싹싹 긁어서 전부 먹어치웠다. 병을 치료하고 나면 가장 먼저 프로이안 마을에 들려 제린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할 계획이었다. 만약 그때에도 지금처럼 제린이 짓는 미소에 설렌다면 고백도 해보고 싶었다. 그런 날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날이 온다면 꼭 해보고 싶었다.


살아야 할 이유를 또 하나 만들며 가게를 나서기 전 제린에게 지금까지 고마웠다는 말을 전했다. 인사말을 건넨 뒤 돌아서던 날 불러세운 건 놀랍게도 제린의 진짜 목소리였다.


"좋은 추억 만들어줘서,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한걸요."


생각지도 못한 제린의 말소리에 놀라, 한동안 답변할 말을 찾지 못하고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말로써 사람을 감동하게 하는 그녀를 보면서 순간 울컥한 마음에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잠시 후 다시 눈을 떠서 본 그녀는 잊히지 않을 거 같은 기분 좋은 미소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나는 말을 그대로 입 밖으로 내고는 최대한 밝은 미소로 화답해주었다.

"꼭 다시 마을로 돌아올 테니, 그때까지 기다려주세요."

조금 전 그녀의 말소리는 착각이었을까?

그녀는 한마디를 끝으로 다시 메시지로 답을 전해왔다.

[다녀오세요.]


작별의 시간이 짧을수록 미련은 덜 남는 법.

여관을 나서며 손을 흔드는 제린에게 함께 손을 흔들어주었던 것이 마지막이다.

망설이지 않고 마을을 나서는 수많은 인파 속에 섞여들어 입구를 향해 걸었다.

옆을 지나는 수많은 사람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는 감정은 약간의 긴장과 약간의 설렘이었다. 어나더 월드의 시스템에 공포를 느끼는 사람은 애초에 한두 번 접속한 이후에 안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서, 지금 마을을 들락날락하는 사람들은 적응하기로 마음먹은 사람들뿐이었다.


수없이 들락날락한 마을을 나서는 일인데도 오늘따라 유독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댔다. 안전한 마을을 벗어나서라기보다는 앞으로 어떤 신기한 일과 신비한 일을 바투아와 함께 경험하게 될지 기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중급정령이 된 바투아의 수준은 5서클 마법사 수준.

지금 스텟에 바투아까지 있으면 레벨업하는 일은 말 그대로 시간문제나 다름없었다.


난 마을을 벗어나자마자 신법을 운용해 베벤나 숲 외곽을 따라 달렸다. 암흑의 성지까지는 500km 넘는 거리라 못해도 보름은 넘게 걸릴 거라 예상되었다. 중간에 마주치는 몬스터를 사냥하면서 가다 보면 시간은 더 걸릴 게 분명했다. 경로에 있는 세이프티 존 마을과 성에 들러 주변에 무슨 사건·사고가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보면서 움직이다 보면 시간을 더 소요될지도 몰랐다.


가는 길에 어떤 몬스터가 있는지는 알고 있어도, 어떤 사람이 어떤 일을 벌이는지는 모르니 최대한 조심히 여정을 이어갈 필요가 있었다.

목숨은 하나뿐이었으니까.


성장 발판이 마련된 지금, 무리를 하기보다는 최대한 성장해서 암흑의 성지로 가기로 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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