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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순백 연재중입니다.

순백(The Wh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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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사이에너
작품등록일 :
2016.04.01 23:48
최근연재일 :
2016.04.19 22:41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4,294
추천수 :
542
글자수 :
101,705

작성
16.04.14 19:45
조회
206
추천
31
글자
12쪽

[ Chapter1-5 항거 (3) ]

재밌게 봐주세요 !!




DUMMY

좁은 방 안에는 세 명이 앉아있었다. 침대는 딱 두개였다. 주홍빛 따스한 등불이 대신 휑한 방을 채워 넘실거렸다. 남자는 방을 잡아주었다. 자리가 없다고 하는 여관주인의 변명거리는 돈 몇 푼을 던져주니 해결되었다.


한참을 침묵하던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소문은 들었다."


"...그래."


세릴은 아르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가장 사랑스러운 것을 보는 눈으로. 하지만 어딘가 덧없고 쓸쓸함은, 각인이 된 듯이 지워지지 않았다. 푸른 빛의 눈, 그 안엔 등불의 주황빛이 덧씌워져 있었다. 아르다는 꾸벅꾸벅 졸다가 결국 침대위에 잠들어버렸다.


"보아하니 동생에겐 말도 하지 않았군. 아르다라고 했던가."


"응. 소중하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어. 내 동생은."


새근새근한 숨소리가 그에 응답하듯 들려왔다.


"왜지? 왜 자신의 일을 이야기하지 않는가? 부끄럽기라도 한 건가. 하르미카얀이여. 오히려 자랑스러워해야 될 일이 아닌가. 네 행적은."


"그런 건 없어. 다만..."


세릴은 이불을 끌어 동생의 가슴께까지 덮어주었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하다고 몇 번을 말해도 이불을 덮지 않고 자는 건 아르다의 오랜 버릇이었다.


"동생은 끌어들이기 싫다 이건가."


세릴이 답했다.

"...평범한 것이 가장 좋아. 난 내 동생은, 더 이상 종족의 운명이니 하는 것들은 잊고 살았으면 좋겠어. 보호라는 명분하에 살해를 일삼는건 우리로 족해."


"살해라니. 입은 비뚤어졌어도 말은 정확해야지. 우린 침략자들에게서 마을을 수호해왔다. 게다가 우리들은 네 종족이 아닌데도 대를 걸쳐 도왔어. 넌 지키는 자다. 지키는 자가 임무를 다한 것이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그래도...말할 수 없었어. 내 손에는 수많은 피를 묻혔지. 죽고 죽이는 이런 일은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어. 종족이니 보물이니 하는 것, 그리고 그걸 지키기 위해서 계속해 피를 뿌려가는 것도. 누구나 명분을 가지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지."


“이제 와서 회의감이라도 들었단 말인가?”


세릴의 얼굴빛에는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런 건 아니지만...아니, 어쩌면 맞을지도 몰라. 난 그만두고 싶었어. 그게 솔직해. 나는 그냥, 우리 조인족이 보물을 넘겨줬으면 했어. 겁이 났던가 지쳐서 그랬던게 아니야. 그냥...꼭 이랬어야 했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 모르겠어. 복잡해. 어쩌면 테사르의 생각이 맞다고도 생각하고...”


“웃기는 군. 빼앗으려는 자가 악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건가.”


“아니. 물론 인간의 황제도 나쁘다고 생각해. 그렇지만...그런 식으로는 전부 마찬가지야. 언젠가 또 누군가가 가져가겠지. 그 때 부를 피는 당연한 거고. 타종족이 멸망해가는 이유도, 전부 그런 이유 때문이었지.”


“그렇다면 더욱 말이 안되지 않나. 그렇다면 왜 지금 당장 루베잘을 넘겨주지 않지? 종족의 보물에 미련이 없다면 보물을 버려두고 떠나면 그만일 텐데.”


“아직은...아직은 안돼. 보물은 가까이에 있으면 서로 공명해. 그래서 안돼. 이걸 없애버릴 거야.”


아무 표정이나 음색의 변화가 없던 남자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졌다.


“뭐라고?”


“이걸 녹여 없애겠어.”


“설마...”


남자는 한차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샘에 가기라도 할 참인가. 점점 이상한 소릴 하는군. 보물과 함께 마을을 지키던 자가, 가장 강력하게 지켜오고 수많은 사람을 학살해온 네가...좋아, 그렇다 치자. 거길 어떻게 찾아갈 셈이지?”


“그래, 지금은 무리일 거야. 앞으로도 무리일지 모르지. 그저 바다에 버리는게 최선일 지도 모르고. 하지만 침묵하는 자여, 도와줘. 지금 네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어.”


“넌...특별하지. 침략자를 단죄하는 고결한 임무를 맡았지. 그러나 생각해둬. 이제 마을은 없어. 네가 목숨을 보장받고 싶다면 오히려 루베잘을 버려두고 동생이랑 가. 떠나. 그리고 다신 돌아오지 마, 이 대륙에는. 이름도 없는 무인도로 간다고 생각해. 너 없이 살아갈 네 동생이 불쌍하지도 않나?”


“가엾지. 그렇다 해도 루베잘이 그의 손에 들어가면 큰일이 날 거야. 끊임없는 전쟁만이 기다릴테니. 세 가지 보물을 다 모으면 무슨 짓을 할지 짐작이 가.”


‘침묵하는 자’가 말했다.


“그렇다 해도 떠나. 네가 말하는 건 완전한 모순이야. 요컨대,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다 잡고 싶다는 것 아닌가? 루베잘을 없애는 것과 가족의 행복. 두 가지는 공존이 불가능해. 하나 챙기기도 만만찮을 걸. 지금 네 능력으로는 어림도 없다고. 널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내일 당장 길가에서 습격당해 죽어도 이상한 상황이 아니라고.”


“나도 알아. 그래서 당신에게 큰 걸 바라진 않아.”


서로의 눈이 오래도록 마주쳤다. 그리고 드디어 남자는 세릴의 눈이, 무엇인가를 악착같이 바라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뭘 해줄 수 있지?”


"통행증."


"...떠나려는 건가."


"그래."


“어디로?”

“일단은 남쪽으로. 섬에 있을 거야. 조용하게.”


대답은 짧았다. 더 바라는 건 없다, 그런 뜻이 드러났다. 남자는 말도, 행동도 짧았다. 더 이상 설득이나 대화를 위해 침대에 걸터앉을 이유가 없었다.

그가 벌떡 일어서서 방문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사라져간 자들에 대한 마지막 배려다. 이틀 후에 오겠다.” 


---------------------------------------------


아르다 일행은 그래서 이틀을 더 묵어야 됐다. 여관의 이름은 ‘조나델리’였다. 아무 의미도 없는 이름인데다, 주인에게 물어도 ‘-아마도, 글쎄’라는 대답밖에 듣지 못했다.


아르다는 단박에 말했다.


“잘됐다. 누나도 좀 더 쉬는게 좋지?”


세릴은 생긋 웃었다. 다행히도 규칙적인 숙식이 가능해서였는지, 하루가 지나자 혈색이 눈에 띄게 좋아져 있었다. 전력을 다해 잡아당겼던 긴장의 실도 조금은 느릿하고 느슨해져 있었다.


먹을 것이 있으면 어떻게든 입속에 구겨넣었다. 언제 먹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세릴은 가진 돈이 없었지만, 젊은 여관주인은 돈을 내지 않아도 좋다고 했다. 밤에 보았던 골목길 그 남자가 이미 계산을 끝냈다고 했다.


“다음에 보면 감사하다고 해야겠다.”


둘은 오랜만에 산책을 했다. 그래봐야 눈에 띄지 않게 주위를 경계할 겸 해서 건물 주위를 맴돌았을 뿐이지만. 건물 주위엔 벚나무가 몇 그루 있었다. 여관 자체는 형편없지만 이런 것들을 고려한다면 전체적인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아르다는 마음속으로 피식 웃고 말았다. 그러고 보면 무엇보다, 평가가 어쩌고 할 정도의 여유가 없었지. 겨우 며칠이나 쉬었다고, 왠지 안정감이 들자 이런 생각도 드는구나, 떠나기 전에 몸과 마음이 조금이라도 안정을 거듭한 건, 다행이라고 해야겠지...


“아르다. 올라갈까?”


딱히 건물을 맴돌다가 햇살을 계속 받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날씨는 로브를 계속 입기에는 점점 더 더워지고 있었다.


“그래. 7월이 오고 있지.”


아르다와 세릴은 서로 앞다투어 계단을 올라왔다. 그들의 방은 마을이 불타기 전과 같은 2층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문앞에 다가갔을 때, 문이 벌컥, 안쪽으로 열렸다.


그 남자였다. 골목에서 마주했던. 아르다는 방문에서 나오는 그가 보이자마자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다, 누나를 잘 보살피렴.”


훤칠한 키에 체구가 큰 청년은, 그렇게 인사만을 받았다. 세릴과는 겨우 고개를 끄덕이는 것과 눈짓을 교환하는 게 끝이었다. 그는 한마디를 툭 던지고 떠났다.


“간식 가져다 놨어.”


-----------------------------------------------


하루는 순식간에 갔다. 일상의 평화를 맛본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기에, 아르다는 전혀 놓치고 싶지가 않았다. 바람도 불지 않는 평온한 날이 있다는게 믿을 수가 없었다.


“흐암.”


아르다는 아침에 일어나 창문 안쪽으로 붐벼오는 햇살을 보면서, 양치를 하면서, 자신의 어깨가 거의 다 나았음을 기뻐했다. 회복 속도는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빨랐다. 세릴은 이미 일어나 두 다릴 모으고 쭈그려 앉아 뭔가를 고뇌하는 눈빛이었다. 마을이 습격당하기 전에는 절대그에게 보여주지 않던 눈이었다. 아르다는 누나의 보이지 않는 기운을 깨고 싶지 않아서 그저 조용히 짐을 챙겼다.


누나도 힘들겠지. 무엇보다 여자이기도 하고. 자신이 어리다는게 슬픈 적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분명 다음이 오면 도와줘야지, 이렇게 생각했다. 물론 그 다음이라는게 오지 않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똑. 똑.


아침을 먹고 올라왔을 때, 이미 준비를 거의 다 마친 둘은 침대에 앉아있었다. 누나는 문 뒤에 가려서 문을 열었다.


“간식이다.”


그 남자였다. 세릴은 문 뒤에서 나타나 말했다.


“기다렸어.”


“아, 그래. 물건은 준비해두었어.”

남자는 뚜벅뚜벅 들어와, 두 개의 노란 종이를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


“젖으면 안되니까...주머니에 넣고 잘 모시고 다녀. 남쪽 국가들은 다 갈 수 있을 거야. 원하면 배도 탈 수 있어.”


“고마워, 고맙다...나중에 꼭 사례하겠네.”


“나 참. 그런 말 할 시간 있으면 몸 간수나 잘하라고.”


세릴은 몇 번이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종이를 집고 품안에 넣은 그녀가 뒤돌았을 때였다. 아르다는 문득 궁금해졌다. 그리고 왜 이렇게까지 도와주는지 묻고 싶었기에, 그는 순수한 마음으로 고개를 돌렸다.


“위험해!”


세릴은 뒤돌자마자 허리춤의 검을 꺼내 베었다. 아르다의 외침, 그 후는 놀라울 정도의 반사신경이었다. 스릉! 하는 재빠른 소리와 함께 남자의 복부를 깔끔하게 베어냈다. 촤아악 살이 갈리는 소리와 난 것은 상처였다. 그러나 세릴도 공격에서 완전히 자유롭진 못했다. 몸을 살짝 틀었으나, 다친 귀에서 피가 흘렀다. 남자가 든 것은 단도였다. 상처는 어느새 도져 있었다.


“으윽...알고 있었나...”


“대충.”


세릴은 귀를 매만졌다. 그러던 그녀는 잠시 휘청거렸다. 남자의 상처가 훨씬 깊었지만, 아르다는 세릴이 피를 흘린 것 밖에 기억하지 못했다.


“아니길 바랬는데...역시 혼자 오진 않았겠지.”


“쳇! 나도 갈 때까지 갔군. 그럼 알고 있으면서도 왜 먼저 도망가지 않았지?”


급박한 만큼 행동이 빨랐다. 곧이어 도주하려는 남자를, 세릴의 검이 몇 번이고 베었다. 죽은 고기를 썰 듯이. 아무것도, 심지어 도망도 못 치게 할 정도로 깊은 상처였다. 아르다가 뭐라 말릴 새도 없었다.


“왜 배신했지?”


남자는 끈질겼다. 콰창, 하는 단 하나뿐인 유리창이 박살나 파편이 흩날리는 경쾌한 소리 가운데, 침묵하는 자는 돌 비슷한 것을 던졌다. 그게 신호였다.


낡은 나무계단을 힘차게 쿵쾅거리며 누군가 올라왔다. 다수였다.


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문짝은 반쯤 떨어져나간 문짝이 애처롭게 서 있었다. 문 앞에는 키가 큰 사내들 네 명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누군가가 더 있는 기척이 느껴졌다. 보지 않아도 최소한 열 명은 될 것이다.


“꼼짝 마라!”


“.......”


아르다는 멍하니 문간에 선 인간들을 보고, 다시 시선을 옮겼다.


“왜...왜? 도대체 왜!”




감사합니다 !!


작가의말

^^. 글은 점점 빨라질 예정입니다. 앞의 글은 수정좀 해야겠네요. 빠른시일내에 수정을 할 생각입니다. 한번도 수정안한 글은 정말 ...거치네요, 앞으로는 한 번씩 다듬고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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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 Chapter2-2 별 밤 아래에서 (1) ] +7 16.04.18 182 22 9쪽
17 [ Chapter2-1 세릴 (3) ] +3 16.04.18 168 21 13쪽
16 [ Chapter2-1 세릴 (2) ] +7 16.04.17 137 26 13쪽
15 [ Chapter2-1 세릴 (1) ] +7 16.04.16 179 28 11쪽
14 [ Chapter1-5 항거 (4) ] +3 16.04.15 198 26 13쪽
» [ Chapter1-5 항거 (3) ] +6 16.04.14 207 31 12쪽
12 [ Chapter1-5 항거 (2) ] +2 16.04.14 205 32 16쪽
11 [ Chapter1-5 항거 (1) ] +4 16.04.13 219 30 7쪽
10 [ Chapter1-4 어둠의 심연 속으로 (3) ] +2 16.04.12 219 31 9쪽
9 [ Chapter1-4 어둠의 심연 속으로 (2) ] +4 16.04.11 199 30 10쪽
8 [ Chapter1-4 어둠의 심연 속으로 (1) ] +6 16.04.10 280 29 13쪽
7 [ Chapter1-3 마을 (3) ] +5 16.04.09 223 29 12쪽
6 [ Chapter1-3 마을 (2) ] +2 16.04.08 324 33 10쪽
5 [ Chapter1-3 마을 (1) ] +3 16.04.07 208 31 9쪽
4 [ Chapter1-2 침입 (2) ] +4 16.04.06 224 32 14쪽
3 [ Chapter1-2 침입 (1) ] +5 16.04.02 223 29 14쪽
2 [ Chapter1-1 숲의 경계와 아치문 (2) ] +6 16.04.02 225 33 18쪽
1 [ Chapter1-1 숲의 경계와 아치문 (1)] +14 16.04.01 335 3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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