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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순백 연재중입니다.

순백(The Wh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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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사이에너
작품등록일 :
2016.04.01 23:48
최근연재일 :
2016.04.19 22:41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4,286
추천수 :
542
글자수 :
101,705

작성
16.04.13 21:51
조회
218
추천
30
글자
7쪽

[ Chapter1-5 항거 (1) ]

재밌게 봐주세요 !!




DUMMY

꿈을 꾸었다. 진한 홍색을 가득 머금은 핏빛 구름이 망망했다. 하지만 휘황한 구름 저 편에 밝게 타올라야 할 태양은 자취를 감춘 듯했다.


아르다는 허공에 둥실 떠 있는 것을 느꼈다. 두 다리는 공기가 통해 서늘했다. 마음 어느 한구석을 차지하는 건 역시, 두려움이었다. 구름보다 높은 창공을 유유히 날 수 없었다. 곧이어 그는 추락했다. 끝도 없이. 불가사의할 정도로 꿈은, 살아있었다.


몸부림은 소용없었다. 진회색 빛의 구름 속을 휘저을수록, 몸은 시체처럼 차가워져갔다. 얼음의 늪에 가라앉은 것 같았다.


끝을 모르는 추락의 사이, 한줄기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손을 잡아라. 나약한 자야. 네 몸은 건초와 같으니...'


'타오르기 전까지는 무용하리라..'


고유의 음색이라곤 전혀 없는 건조한 목소리였다. 울림은 조밀하게 응축되어, 마음에 직접 와닿았다.


"으으윽..."


자신은 울고 있다. 불투명한 시야, 피구름 속에서의 추락... 왜 이런 걸까. 꿈이라는 건 알고 있다. 아까부터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깨어날 수가 없는 거지. 그 때 조롱섞인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자고 있는데도 더 자고 싶어하니, 욕심많은 친구군.'


텀벙!


물살을 뚫는 충격음이 머리에서부터 이어졌다. 가라앉다니, 이곳은 호수인가...어둡고 차가운 , 빛 한 점 없는 호수. 몸은 그 안에 고요히 담그어져 더 이상 움직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숨이 막히지도 않았다. 왜지.


'괜찮아.'


한 줄기 빛 같은 단어가 그의 뺨에, 그보다 더 깊은 마음을 물결처럼 어루만졌다. 뼛골을 차갑게 스미던 물이 갑자기 온기를 머금었다.


...단순한 착각일까.


"......"


"일어났어?"


그는 눈을 떴다. 흐릿한 시야를 채운 건, 알아보기 힘든 계란모양의 살색 윤곽선이었다. 그러나 목소리가 익었다.


"누...나?"


"응, 나야."


목소리는 또렷했다.


다행이었다. 아무 일도 없어서...평안한 목소리여서.


금방 또렷해진 얼굴은 한껏 미소지은 채였다. 언제나처럼.


"다행이야..."


아르다는 세릴의 손등 위로, 자신의 손을 겹쳤다. 자애로운 감촉이 묻어나는 손은, 틀림없었다.


"이틀 밤을 내리잤단다."


그런 것은 상관없었다. 둘다 무사하다, 그것만이 아르다를 움직이는 원동력이었다. 그는 몸을 일으켰다.


"아직 움직이면 안돼."


"...괜찮아."


다친 어깨는 아직까지 통증이 있지만 몸을 못 가눌 정도로 강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만큼이나 많이 나았다는 것에 감사할 일이었다.


옆에선 세릴이 '조금 더 누워 있으면 좋으련만'의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어깨는 끈적한 풀 같은 것이 붙어있었다. 정체는 알 수 없지만, 짧은 식견으로 볼 때 일단 냄새는 쑥 비슷한 약초였다. 풀밭을 놀러다니는 데만 관심이 있지, 약초학 따윌 자세하게 공부해본 적은 없는 그였다. 그러나 그는 알고 싶지 않았다. 이게 어디서 났든, 필시 누나가 해놓은 응급처치가 틀림없을 테니.


아르다는 불쑥 물었다.

"누나는...괜찮아?"


기억이 샘솟으며 조금씩 몽롱하던 머릿속을 채워갔다. 그 날...동굴 안쪽으로 밀려드는 햇살을 보며 생각했다. 경사가 지긴 했지만 빛이 있는, 그다지 깊지 않으면서도 숨기에는 최적의 장소인 곳.


그 날, 지친 몸을 이끌고 왔었지. 밤중에 비가 오던 날...


세릴은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응. 고마워, 아르다. 네가 날 구했어."


"됐어. 남도 아니고, 우리 사이에..."


아르다는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했다. 분명히 누나인데, 어리광부리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목소리는 뒤로 갈수록 작아졌다. '한층 어른스러워졌다'라고 말할 때와 같았다.


"왜?"


세릴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가, 피식 웃고 말았다.


그들은 침묵했다. 소소한 이야기를 하기엔 많은 일이 있었다. 막힌 목은 그 이상의 이야길 토해놓지 못했다. 그저 동굴 속에서 들리는 서로의 숨소리가 정신을 공유하듯, 일정한 간격을 유지했다. 마을의 일, 누나에게 일어난 일은 절대적으로 고통이었다.


아르다는 바위에 기대어 앉고서도 누나의 얼굴을 쳐다보는 횟수가 줄었다. 세릴은 쑥스럼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런 현실을 뿌리치고 싶은 마음이 강했던 것일까. 아니, 다른 이유가 마음속을 더 차지하고 있었다.


많은 것이 변해있었다, 겨우 요 며칠사이에.


한없이 곱고 아리따웠던 얼굴은 많이 상해있었다. 피가 들러붙어 뒤엉켜 있던 머리칼은 어디에서 씻었는지 씻겨져 있었지만, 일년먹을 고생이 하룻밤 사이에 더해진 것처럼. 게다가 눈가에는 기미가, 흰 피부와 대조적이어서 더 그랬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손가락도.


세릴은 분명, 그의 마음을 읽었으리라.


"걱정 안해도 돼. 너도 어른이 다 되었구나."


"누나, 나는..."


세릴은 검지를 치켜세우고 그의 말을 막았다. 서로의 숨소리만이 축축한 동굴 안을 메웠다.


"묻고 싶은게 많은 건 알겠지만,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


출발은 정오가 지나서였다. 밝은 것을 보면 마음이 정화된다고 했던가. 그 말은 누가 했을까. 그런 어른스러운 말은 그 나이가 되어서야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거짓말처럼 울적하게 요동쳤던 마음이 진정되는게 느껴졌다.


그만큼, 밝은 햇살이 땅을 저몄다. 동굴 바깥의 숲은 화려하고 한가로웠다. 처음보는데도 땅은 이상스럽게 살가웠다. 작은 산이라고 했는데, 흙에서 그들이 살던,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고향의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느꼈다. 한마디로, 나무랄 데가 없었다.


"누나, 이젠 어디로 가지?"


세릴은 금방 뜻을 알아들었다. 찾아갈 길 없는, 갈 곳없는 날짐승이 되어버린 모양이었다. 남이 보면 처량맞은 신세인게 분명하지만 정신이 받아들이기 힘들기 때문일까, 마음은 텅 비었는데 채울 길이 없었다.


그러나 먹어야 한다. 생명의 유지를 위해, 또한 세릴 누나의 병을 낫게 하려면.


언제고 추격자가 쫒아올지도 모르는 일이고...


“아르다?”


“응. 갈게.”


뒤 돌아본 누나는 로브자락을 펄럭거리며 손을 내밀었다. 아르다는 손을 잡으려다 멈칫하고 그냥 주머니에 넣어버렸다. 세릴이 쓴웃음을 짓는 것도 보지 않았다.


세릴은 마을로 가자고 했다.


"어딘데?"


"가까워. 이 산만 넘으면 바로 나올 거야."


알고 있는 이유가 뭘까, 가 본 적이 있는 걸까, 아니면 그저 지도를 보고 말하는 걸까. 아르다는 여러 가지가 궁금했지만 그저 잠자코 따랐다. 한참 산 아래로 내려와 구불하게 뻗어있는 나무숲의 끝자락에서 나오자 사람이 지었을 개울 위의 작달막한 나무다리가 보였다. 아르다는 갈빛 들판으로 시선을 옮겼다. 지평선 끝에 회색빛의 건물들 몇 개가 보였다. 왠지 가고 싶지 않다, 그렇게 생각했다. 멀리서 보는데도 낯선 곳을 간다는게 무서웠다. 하지만 괜찮겠지. 혼자가 아니니까. 그런 태평한 생각을 하고선 결국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


작가의말

늦었습니다, 죄송해요. 몸이 안좋았습니다. 그만큼 열심히 올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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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 Chapter2-2 별 밤 아래에서 (1) ] +7 16.04.18 182 22 9쪽
17 [ Chapter2-1 세릴 (3) ] +3 16.04.18 167 21 13쪽
16 [ Chapter2-1 세릴 (2) ] +7 16.04.17 137 26 13쪽
15 [ Chapter2-1 세릴 (1) ] +7 16.04.16 179 28 11쪽
14 [ Chapter1-5 항거 (4) ] +3 16.04.15 198 26 13쪽
13 [ Chapter1-5 항거 (3) ] +6 16.04.14 206 31 12쪽
12 [ Chapter1-5 항거 (2) ] +2 16.04.14 205 32 16쪽
» [ Chapter1-5 항거 (1) ] +4 16.04.13 219 30 7쪽
10 [ Chapter1-4 어둠의 심연 속으로 (3) ] +2 16.04.12 219 31 9쪽
9 [ Chapter1-4 어둠의 심연 속으로 (2) ] +4 16.04.11 198 30 10쪽
8 [ Chapter1-4 어둠의 심연 속으로 (1) ] +6 16.04.10 280 29 13쪽
7 [ Chapter1-3 마을 (3) ] +5 16.04.09 222 29 12쪽
6 [ Chapter1-3 마을 (2) ] +2 16.04.08 324 33 10쪽
5 [ Chapter1-3 마을 (1) ] +3 16.04.07 208 31 9쪽
4 [ Chapter1-2 침입 (2) ] +4 16.04.06 223 32 14쪽
3 [ Chapter1-2 침입 (1) ] +5 16.04.02 222 29 14쪽
2 [ Chapter1-1 숲의 경계와 아치문 (2) ] +6 16.04.02 225 33 18쪽
1 [ Chapter1-1 숲의 경계와 아치문 (1)] +14 16.04.01 334 3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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