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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순백 연재중입니다.

순백(The Wh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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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사이에너
작품등록일 :
2016.04.01 23:48
최근연재일 :
2016.04.19 22:41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4,296
추천수 :
542
글자수 :
101,705

작성
16.04.1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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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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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글자
16쪽

[ Chapter1-5 항거 (2) ]

재밌게 봐주세요 !!




DUMMY

마을까지 도달하는 길은 꽤 긴 여정이었다. 처음보는 연갈빛의 초원이 바람에 쓸리는 모습은 짐승의 털처럼 부드러웠다. 둘은 나란히 걸었다. 그러자 초원 안쪽에서 네 발 달린 새가 몇 마리, 깃을 펼치고 날아올랐다. 적은 숫자라고 생각했는데 그들이 초원을 지나자 무리를 지어 달아났다.


아르다는 까만 새들의 향연을 보았다. 세릴은 관심없다는 듯이 한 번 흘끗 보고는 말았다. 이상했다. 며칠 새 누나는, 그가 알던 것과는 달라져 있었다. 숨소리도 변했다. 작은 걸음, 조금만 오래 걸어다니면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회색과 흰색, 능선을 타고 다닥다닥 붙은 집들이 가까워져 왔다. 아르다는 여전히 징그러운 것을 보는 듯한 옅은 거부감을 떨치지 못했지만, 구걸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한시라도 빨리 누나를 쉬게 해주고 싶었다.


분명히, 이상해져 있었다. 나란히 걷고 곁에 있는게 현실이건만, 일부러 마음의 거리를 두려는 듯이. 세릴은 아르다가 관심을 주려 하면 곧바로 잘랐다. 대신에 '넌 어떠니'라는 식으로만 물었다. 마치 자신은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처럼 굴었다. 까칠함과는 또 달랐다.


그들이 직선으로 뻗은 길을 걷는데 아직까지 푸른 오후의 하늘아래, 주홍빛이 광채를 발하고 있었다. 그들의 바로 앞에 있는 밭에서부터, 여러 개였다.


"신성한 동물이야."


몸은 흰 색인데, 주황빛과 홍색줄무늬가 번갈아가며 나타나는 그 동물은, 딱 길고양이 만했다. 신기하게도 코는 돼지코와 똑같았다. 그것은 먼 옛날에는 날개가 있었는지 등에는 날개뼈가 털에 뒤덮여 툭 튀어나와 있었다. 그것들은 꼬물거린다 싶더니 금방 그들 주위를 감쌌다. 마치 커다란 먹이를 사냥할 때처럼. 어이없는 사태에, 세릴도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상하네. 신기하기도 하고. 아르바니(Arvani)는 일 년에 한 번도 보기 힘들다는 영물들인데, 이런 곳에 세 마리나 있다니.”


세릴은 그렇게 말하곤 덧붙였다.


“그래, 불길한 기운이 있으면 지상으로 도망쳐 온다고 들은 적이 있어.”


"...지상? 본래는 어디 사는데?"


“하늘.”


“이게 날아다녀?”


그렇게 말한 순간 등에 달린 날개뼈 같은 것에서 빛이 발해지기 시작했다. 처음 은은했던 빛은 더욱 강해졌고, 마름모꼴의 연속된 빛의 날개가 생겨났다. 딱 세 개였다. 얼굴에 가까운 쪽 날개가 가장 컸다.


“......이게 날개야?”


“마법이야. 아르바니는 마법생물이거든.”


“되게 신기하게 생겼다.”


솔직한 감상으로는, 여러 가지 동물의 합작 같은 모양새를 띤다는 느낌이 강했다. 마치 누군가가 조합해서 만들어낸 것처럼, 웃기는 일이 아닌가. 외형으로는 단점만을 따서 조합을 해놓은 것 같은데...


날개 돋힌 한 마리가 이윽고 서서히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무해하니까 괜찮아.”


두세 걸음 뒷걸음질 치는 것을 보고 세릴이 한 말이었다. 킁킁거리며 축축한 분홍빛 코를 얼굴에 가까이 대고 공기를 빨아들였다.


“실례잖아...돼지같네. 날씬한 돼지.”


"비유 참 적절하다."


세릴이 잠시 웃었다. 아르다는 돼지코를 보고 싫은 기억이 퍼뜩 떠올랐다. 며칠 전만 해도 돼지를 키우던 작은 목장 하나가 생각났다. 목장을 가졌다기엔 초라한 장소이긴 하지만, 자연의 것이라면 뭐든 좋아하던 그는 작은 울타리에 걸터 앉아 돼지들이 먹이를 먹는 것을 보곤 했었다.


기억이 되살아날 수록, 아르다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그런 풍경들을 애써 지워나갔다. 오롯이 지금은, 누나나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기에도 벅찬 것이다. 이젠 돼지코따윈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한 그는 두 손으로 아기를 안 듯 번쩍 안아들고 바닥에 내려놓으려고 했다.


그 때였다.

끼야아아아!


"어? 왜 이러지?"


그 순간이었다. 귀청이 찢어질 듯이 비명지른 세 마리의 동물의 눈에서 광채가 나더니 이내 각기 다른 갈래로 도망쳐버렸다. 더 이상 남아있는 흔적은 없었다.


아르다는 세릴을 보며 중얼거렸다.


“내가 뭐 잘못했나...?”


“......”


그러나 세릴의 표정은 어두웠다. 길을 걸어올 때보다도 한층 더.


---------------------------------------------


"아마 이것 때문일거야."


"이것?"


세릴은 손에 턱을 괸 채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곤 자기의 가슴께를 가리켰을 때 아르다도 알 수 있었다.


"음...그다지 좋은 물건은 아니니까."


"왜?"


아르다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좋은 물건이 아니라고? 자신이 감추고 있는 보물 루베잘은, 긴 세월 마을을 보호해오던 것이 아니던가?


나무테이블은 두껍고 투박했으며, 대조적으로 팔걸이가 큰 푹신한 붉은 의자가 아늑한 느낌을 선사했다.


남매는 서로 루베잘의 이름을 부르지 않기로 했다. 루베잘은 그때부터 이것, 또는 저것이 되었다. 아르다가 이유를 물었을 때 세릴은 이렇게만 대답했다.


"책에 그렇게 나와있더라."


그들은 허겁지겁 점심을 먹어치웠다. 성곽이 있는 마을은 예전에는 번성했을지 모르지만, 낡은 성벽은 후미지다고 해야할지, 더럽다고 해야할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벽사이에 잡초나 덩쿨등이 자라고 있었다.


마을은 한산했다. 정돈되지 않은 길 중심가 곳곳에 가로수가 깔려있었고, 가로수길 양편에 줄 하나가 달려 있어 등이 달려있었다. 며칠 전쯤에 축제라도 한 모양이었다.


"누나, 마을은 어떻게 되는 걸까?"


아르다는 불쑥 물었다.


"마을?"


"우리 마을."


"글쎄...원래대로 돌아갈 순 없을 거야."


그녀는 말끝을 흐렸다. 그러고 보니 아르다는, 신기하게도 자신들이 살던 곳을 마을이라고 불렀던 것을 기억했다. 단순한 '마을'.


"누나. 우리 마을은 이름이 뭐였어?"


"응?"


왜 갑자기 그런 걸 묻는 걸까, 하던 세릴은 곧 이유를 발견했다. 반쯤 기울어진 낡은 나무팻말에는 '유스카르 타운'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그건...나도 잘 모르겠어."


어색하다 싶은 그 말을 끝으로, 또 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걸음은 빨랐다.


그들은 마을 중심에서 좀 떨어진 아무 잡화점 가게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아니, 아무가게가 아니다. 아르다는 그렇게 확신했다. 세릴은 옥색 여닫이 문을 열어제쳤다. 푸른 색과 주홍색 구슬들이 달린 발을 제치고 들어간 곳은 각종 무기가 진열된 잡화점이었다. 누나의 이 모든 동작은 더없이 익숙해보였다. 아르다의 눈에는...


아르다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아까부터 속으로만 삭히던 호기심이 입 밖으로 나왔다.


"누나. 여기 와본 적 있지?"


"...응."


"어떻게?"


"...어제 봤지?"


누나는 그 말 뿐이었다. 가게는 깨끗하진 않지만 진열이 고른 편이었다. 그러나 정작 자릴 비웠는지 주인이 보이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니?"


우유처럼 부드러운 누나의 말을 듣고서야 아르다는 자신이 상념에 빠졌단 것을 자각했다. 그는 급히 고개를 저어댔다. 마음속을 들키기라도 한 것처럼.


"아무것도 아니야."


'상냥하고 온화한' 목소리는 누나가 틀림없다 .그러나 뭔가 좀 다르다. 왜 숨기는 걸까. 얼굴에 드러나는 쓸쓸한 느낌부터 시작해서.


"응? 손님인가?"


소리의 근원지는 마룻바닥이었다. 이윽고 바닥 한 부분에서 뚜껑이 열리고, 땅속의 두더지처럼 머리가 솟아올랐다.


아르다는 분명, 자신들이 오늘의 첫 손님일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가뜩이나 깨끗하다고 보긴 힘든 잡화점 상태에, 주인은 지치고 늘어진 모습이 엿보였다. 손질되지 않은 까치집 머리카락은 다방향으로 비죽비죽 솟아있었다. 눈곱을 떼지도 않은 채.


"으흠, 이른 시간인데...대낮부터 날 장사시키는 사람이 있다니."


해가 중천에 떴는데 잘도 그런 말을 하는 남자였다. 세릴은 빠르게 말했다.


"검이 필요합니다."


남자는 안다는 듯이 대꾸했다.


"검? 어떤건데? 장식용을 원하나? 검신의 길이는? 손잡이는 어떻지? 검신에 보석이 박힌 걸 원하나? 자세하게 말해줘야지, 그런 식으로 말해선 도통 알 수가 없다고."


주인은 눈을 가늘게 떠보였고, 세릴은 후드의 앞부분을 내리며 말했다. 아르다 조차 그녀의 눈을 볼 수 없었다.


"일반 검이면 됩니다. 길이는 적당한 것으로. 묵직한게 좋습니다."


"으흠. 누가 사용할 물건인데?"


"제가 씁니다."


그 정도면 후한 조건이 아닌가 싶었는데, 주인은 이렇게 말했다.


"까다롭군."


아르다는 주인의 눈이 세릴의 체구를 가늠하는 것을 느꼈다. 시선은 돌고 돌아, 세릴의 가녀린 손목에 고정되었다.


"묵직한 검이라. 잘못 쓰면 손목 다칠지도 모르는데."


주인이 '찾아도 있을 지 어떨지 모른다'며 안쪽으로 사라졌을 즈음, 세릴은 동생을 굽어보며 말했다.


"아르다, 하나 골라보렴."


"뭘?"


그렇게 말해놓고 아르다는 곧 알아차렸다. 자신에게도 무기를 고르라는 것을.


그래, 검을 찾아볼 시간도 없었지. 어딘가 구석엔 숨겨두었을지 모른다. 검 따위는 필요없는 울타리 안의 평안한 일상이었으니.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 때, 주인은 대충 열 개 정도 되는 것들을 찾아왔다. 모두 평범했고, 흰 천에 싸인 무기들은 길이만이 들쭉날쭉했다, 대부분 은회색이었다.


"엣흠, 이 정도면 되지 않겠는가? 잘 벼려오던 것들이지. 촉이 좋아. 손끝만 갖다대어도 피를 부르기에 적합한 것들이지."


세릴은 주인의 설명엔 묵묵부답이었다. 그녀는 가죽 주머니에서 돈을 꺼냈다. 그리곤 은화 몇 개를 올려놓자, 주인의 입꼬리가 자연스레 올라갔다.


"부족해."


"알고 있습니다."


"이 봐, 이걸론 이것 하나 사면 끝나는 돈이라고. 설마 이 많은 걸 내놨는데 하나만 사가려는 건 아니겠지?"


주인은 단검을 하나 들어 손가락으로 빙빙 돌리며 말했다.


세릴은 한 개를 더 집었다.


"이것도 가져갑니다."


세릴이 집은 것은 짧은 검 한 개였다. 민무늬에 손잡이는 흑색 칠이 되어있었다.


"어허, 이것 봐라? 돈 없으면 구걸이라도 해야지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서 배짱을 부리나? 조용히 놓고 가는게 좋을 텐데?"


그러나 세릴은 조용하게 검을 집어, 아르다에게 주었다. 아르다는 예의 묵직함을 느꼈다. 검 한 번 써본적 없는 그는, 이렇게 묵직한 것일 줄은 전혀 몰랐던 것이다.


"어이! 지금 뭐하는..."


주인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삿대질을 하려던 참이었다. 그 때쯤, 어이없는 주인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는 것을 아르다는 곁에서 지켜보았다. 그는 세릴을 한 번 보았다. 그녀는 이미 후드를 벗고 있었다.


"당신은..."


----------------------------------


그들은 십 분 만에 나올 수 있었다. 계산할 때 알게 되었지만, 그 돈으로는 검 하나 구입하고서 끝날 돈이었다. 화폐라는 것도 써본 적이 없었다. 그는 모르는게 많았다. 그런데 누나는 왜 이렇게 아는게 많은 걸까.


왜인지 모르지만 주인은 누나의 얼굴을 본 순간부터 태도가 변했다. 진열대에 있는 걸 다 가져가도 좋다는 듯한 태도였다. 그것도 공짜로. 심지어 더 필요한게 없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다. 태도가 엄청나게 변화무쌍한 사람이었다.


"누나. 저 가게 주인은 어떻게 알아?"


아르다는 묘한 기분을 맛보았다. 누나는 새로 산 검을 허리춤에 꽂아넣었다. 그러나 검 손잡이를 매만지면서도 입을 떼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는 표정이었다.


"...예전에 구해준 적이 있어."


"아아."


아르다는 마구 질문했다. '응'하고 대답하는 세릴 옆에서, 아르다는 왜 장검을 사지 않았는지를 물었다.


"어제...봤었는데, 창을 썼었잖아. 그것보단 긴게 더 적합한게 아닐까 싶어서. 물론 검술은 잘 모르지만..."


"후훗, 검과 창은 다르거든. 그리고 짧은 검이 여러모로 유용한 걸. 무게가 가볍기도 하고."


"...그렇구나."


자세히도 알고 있다, 아르다는 빙빙 돌려내어 캐내기로 작심했다. 그러나 할 말이 없었다. 왜 이렇게 다른사람 같은가. 또 말이 끊기는가 싶었는데, 세릴이 말했다.


“아마 넌 검을 별로 쓸 일이 없을 거야. 아니, 누난 네가 그러기를 바래.”


"왜?"


"내가 지켜줄 테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누나의 말은 냇물처럼 자연스레 흐르면서도 힘이 있었다. 자애롭고 여성스럽다고 생각했던 누나가, 이 순간만큼은 단단하고 거대한 산처럼 보였다. 이럴 때는 마치 형이 하나 생긴 것 같았다.


"...응."


세릴은 미소지으며 아르다의 뒷목까지 자란 머릿결을 쓰다듬었다.


"그래도 연습은 해두자. 언젠가 필요할 일이 있을테니."


“알았어. 누나.”


마을은 매우 조용했다. 남매의 발걸음은 그렇게 흘렀다. 정처도 없이 흐르고 흘렀다. 이따금씩 지나가는 마을 사람들은 타인에겐 관심이 없는 듯했다. 외지인을 흘끗 쳐다보는 느낌도 없었다. 하긴, 직접 들어와보니 메리웨더보다 두 배 정도는 커다란 마을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일일이 알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쨌든, 그들에겐 매우 다행인 일이었다.


"꽉 찼어요."


해가 질무렵, 다섯 번째 허름한 가게 안으로 밀고 들어갔을 때 들은 말이었다. 누나는 별로 기대하지 않은 듯했다.


"밤엔 자리가 좀 날까요?"


"아마도요. 지긋지긋한 노즈겔(Nozgel)에서 온 인간들만 사라져준다면 방이야 넘쳐날 텐데. 그 놈들, 한 번 자릴 잡으면 나갈 생각을 안해요. 뭐, 나야 들어오는 금전이 짭짤하니 좋긴 하지만, 그래도 방을 지저분하게 써서 받고 싶은 손님은 아니라니까요?"


말에서부터 지긋지긋함이 묻어나는 여관 아주머니의 말에, 둘은 피식 웃고 말았다.


“이따가 또 오겠습니다.”


“자리 나면 앞에 팻말이라도 걸어 둘테니 꼭 보고 가세요.”


그들이 딱해보였는지는 몰라도, 눈이 크고 신경질적으로 생긴 아주머니는 의외로 상냥했다. 남매는 문을 나서서, 어스름한 어둠이 깔린 골목의 뒤로 들어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수가 없었다. 아르다 혼자라면 이런 어두컴컴한 골목은 절대 오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세릴은 그저 성큼성큼 걸어들어가기 시작했다. 한 블록도 아니고 세 블록 씩이나. 달빛 외의 빛은 없었다.

깊은 골목안에는 먼지와 종이쓰레기, 부서진 나무판자들과 깨진 항아리, 기타 집기들과 부러진 검등이 섞여 존재했다.


이런 데엔 왜 온 걸까, 아르다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세릴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와라.”


"......"


누군가 있는 걸까. 아르다는 고개를 들었다. 보이는 것은 달빛을 받은 누나의 안광, 그리고 휑한 바람소리뿐.


착.


아니었다. 어둠 속에서 타인의 발소리만큼은 쉽게 들을 수 있는 아르다는, 시야가 잘 보이지 않음에도 인지할 수 있었다. 가벼운 발소리였다.


“그리운 냄새군.”


남자였다. 남자다운, 목소리는 더 내려갈 수 없는 저음이었다.


“당신은...”


얼굴은 비춰지지 않았지만, 누나는 이 남자를 아는 듯했다. 남자는 체구가 컸다. 그것만큼은 분명했다. 골목 안 어둠에 가려진 남자의 얼굴은...강했다.

"오랜만이다, 세릴."


이름도 알고 있는가, 아르다는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세릴을 보았다. 그러나 세릴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그녀의 한쪽 입끝이 올라갔다.


“침묵하는 자여.”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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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 Chapter2-2 별 밤 아래에서 (2) ] +4 16.04.19 179 9 8쪽
18 [ Chapter2-2 별 밤 아래에서 (1) ] +7 16.04.18 182 22 9쪽
17 [ Chapter2-1 세릴 (3) ] +3 16.04.18 168 21 13쪽
16 [ Chapter2-1 세릴 (2) ] +7 16.04.17 137 26 13쪽
15 [ Chapter2-1 세릴 (1) ] +7 16.04.16 179 28 11쪽
14 [ Chapter1-5 항거 (4) ] +3 16.04.15 198 26 13쪽
13 [ Chapter1-5 항거 (3) ] +6 16.04.14 207 31 12쪽
» [ Chapter1-5 항거 (2) ] +2 16.04.14 206 32 16쪽
11 [ Chapter1-5 항거 (1) ] +4 16.04.13 219 30 7쪽
10 [ Chapter1-4 어둠의 심연 속으로 (3) ] +2 16.04.12 219 31 9쪽
9 [ Chapter1-4 어둠의 심연 속으로 (2) ] +4 16.04.11 199 30 10쪽
8 [ Chapter1-4 어둠의 심연 속으로 (1) ] +6 16.04.10 280 29 13쪽
7 [ Chapter1-3 마을 (3) ] +5 16.04.09 223 29 12쪽
6 [ Chapter1-3 마을 (2) ] +2 16.04.08 324 33 10쪽
5 [ Chapter1-3 마을 (1) ] +3 16.04.07 208 31 9쪽
4 [ Chapter1-2 침입 (2) ] +4 16.04.06 224 32 14쪽
3 [ Chapter1-2 침입 (1) ] +5 16.04.02 223 29 14쪽
2 [ Chapter1-1 숲의 경계와 아치문 (2) ] +6 16.04.02 226 33 18쪽
1 [ Chapter1-1 숲의 경계와 아치문 (1)] +14 16.04.01 335 3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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