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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순백 연재중입니다.

순백(The Wh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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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사이에너
작품등록일 :
2016.04.01 23:48
최근연재일 :
2016.04.19 22:41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4,307
추천수 :
542
글자수 :
101,705

작성
16.04.19 19:24
조회
179
추천
9
글자
8쪽

[ Chapter2-2 별 밤 아래에서 (2) ]

재밌게 봐주세요 !!




DUMMY

그 중 몇 명이 산발적으로 외쳤다.


"여자다! 여자가 나타났다!"


이미 모든 정보의 공유는 끝난 모양이었다. 남자들은 우왕좌왕하지 않았다. 행동은 질서정연하고 엄격함이나 절도가 묻어났다.


“루베잘을 쓰지마. 아르다.”


그렇게 말한 세릴은 아르다의 온몸을 짧게 살폈다. 많은 피가 바닥을 적시는게 보였지만 다행스럽게도 죽을 만한 중상은 아닌 듯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적들의 움직임을 보고, 숫자를 셌다. 눈빛은 삽시간에 맹수처럼 변했다.


"...결국 만났나."


근처에 있는 건 스무 명이지만 그녀가 응시하고 있는 자는 단 한명의 사내였다. 말은 없었고, 나머지 기사들이 스삭거리는 발소릴 내며 돌진해왔다.


“죽여버려!”


세릴은 칼등으로, 그리고 연속으로 손잡이로 적의 투구를 후렸다. 그리곤 주먹으로 복부를 가격했다.


쾅! 하는 둔중한, 적의 내장마저 가격하는 소리가 들렸다. 간헐적으로 떨리는 손의 움직임을 보아 명치를 정면으로 맞은 듯했다. 가넬론이 멀리서 휘파람을 불었다.

“터프하네.”


숫자는 상관없는 듯했다. 서있는 기사들은 그저 목석처럼, 세릴의 검을 받았다. 널려있는 꽃들처럼 선명한, 대신 밝은 빛을 머금은 검은 어느때 보다 날카롭게 적의 심장과, 목을 베어갔다. 순식간에 다섯명째의 손목을 베어간 세릴이 검을 겨누며 말했다.


“소용없는데...목숨이 아깝지도 않나.”


“헤헤, 어차피 실패해서 돌아가서 죽나, 꽃밭에서 죽나 그게 그거지.”


그렇게 말한 남자는 갑자기 달려들어 와락, 세릴을 뒤에서부터 껴안았다. 세릴은 재빠르게 달려드는 남자를 베려했으나, 어느새 육중한 손아귀가 그녀의 팔목이 아닌, 검을 잡고 있었다.


“우리도 당신 실력은 봤었거든. 아무 대비도 안하고 올 줄 알았던 건 아니지?”


세릴은 말하지 않고, 그대로 박치기를 했다. 남자의 팔목의 힘이 약해진 틈을 타 그의 목을 베어냈다. 쏟아지면서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피...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걸렸군.”


그녀는 자신의 검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라지엘의 가루...”


“이제...그 검은 못 쓸걸...임무는 다했다.”


세릴이 눈살을 찌푸렸다. 정말로 힘껏 마력을 불어넣어도 검에 들어가 있던 빛이 몇 번 깜빡거리더니 이내 사그라들기 시작해, 은백의 검신이 드러나 보였다. 세릴은 집중하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계속해서 그들을 베어갔다. 마력이 없다고 실력마저 줄어든건 아니었으므로.


아르다는 멍하게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마음같아선 땅을 박차고 전투하는 현장 사이로 뛰어들어가고 싶었지만, 점점 힘이 풀려가는게 느껴졌다. 동시에 긴장도 풀려갔다.


“아윽...”


풀썩, 풀썩. 계속해서, 그 소리가 반복됐다.


푸른 꽃밭이 피밭으로 변할 때까지. 기사들은 세릴의 압도적인 실력 앞에 차례로 쓰러져갔다.

그가 상념에 빠져들었던 시간이 얼마였건, 상황은 이미 종료에 가까웠다. 안개위 절벽의 꽃밭은 이미 붉은색과 은빛의 커다랗고 투박한 꽃들 투성이었다.

"으으...사..."


"......"


그러나 뒤돌아 도망치는 자의 등을, 세릴은 베어버렸다. 아르다는 스산한 여름 바람을 맞으면서 생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론으로 깨우친 용서나 자비란, 자애란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신뢰를 보이지 않은 쪽은 인간이다...


하나의 생명을 빼앗는 일이란, 그것이 여지껏 태어나 자라온 시간을 지우고, 온 몸의 세포를 죽이고, 앞으로 살아갈 시간마저 뭉개버리는 일이거늘...


죄책감을 이미 하늘 저 편으로 날려버린 그녀에겐, 그런 것이 없었다.


그들이 가진 잔꾀가 무엇이든 무용(無用)했다. 어느새 나머지 남아있는 인원은 한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단 네 명이었다.


“...옹졸한 놈.”


세릴은 그렇게 말하며 검을 겨누었다. 그 끝이 가리키는 건 단 한명의 사내, 가넬론이었다. 가넬론은 환한, 꾸며진 웃음을 지었다.


“어어. 옹졸하다니. 우린 구면인데, 좀 더 친절하게 대해줄 순 없나?”


“......”


"아아. 가리킬만한 손가락이 없어서 불편하겠어. 아쉽게 됐군."


그의 말은 곧 무시되었다.


"여전히 말이 많군. 또 개인적인 원한은 없다느니 그런 소릴 늘어놓으려고?"


"후후. 뻔한 레파토리라도 없으면 불편하거든. ‘보물찾기’를 할래도 명분이 있어야지. 제국이라고 멋대로 모든 걸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요즘같이 민심이 흉흉한 때는 특히 말야."


“...명분이라고?”


“속국의 시찰이랄까. 결국 왕국도 제국 아래에 있으니. 뭐 들어오는 건 쉬웠지. 기다리는 건 귀찮았지만.”


어떻게 알았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그걸 생각할 정도로 한가롭지는 않았다. 이윽고 말에서 훌쩍 내린 남자가 검을 한 손에 쥔 채 슬슬 다가왔다.


"안심해. 나 혼자서 상대하지. 그 날 이후로 붙어보고 싶었어. 그대로 가면 내가 너무 미안하잖아."


"허락없이 따라다니다니. 악취미를 가진 남자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흐흐. 이렇게라도 안하면 안 받아줄 것 같아서. 안심해. 마법이 풀릴 때까지 기다려주지."


세릴은 피가 진득하게 묻은 자신의 검을 한 번 휘둘러보았다. 점점 빛이 모여가는 것이 느껴졌다. 검신은 넓적하고 생각보다 무게가 묵직했지만, 그런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가넬론은 한쪽 입술을 들썩거렸다.


"할건가? 할거지? 일 대일이고 싶었어. 검 때문에 졌느니 이런 말은 듣고 싶지 않으니까."


대단히 재수 없는 남자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부하가 목숨까지 버려가면서 봉인한 검인데, 그걸 그냥 풀리게 내버려두겠다니.


"...물론."


"크큭. 눈물겹네. 뒤에 있는 동생 때문인가. 못 봤을 때보다 얼굴은 조금 더 상했군. 여자, 네 이름은 뭐지?"


남자의 표정에 수심이라곤 없었다. 그저 평온하고 조용했다. 세릴은 그게 불안했다. 앞뒤 재지도 않고 달려드는 자들이면 상대가 쉬울 텐데...도발 따위는 먹히지 않으니, 순수한 실력으로 상대하기엔 버거웠다. 남자의 실력은 한 차례 확인한 바가 있었고...


...서로의 코가 닿을 정도에 다다랐을 즈음, 세릴이 말했다.


"세릴이다."


"좋은 이름이네. 비석에 들어갈 이름치곤 짧으니."


"흥."


서로의 얼굴 사이에 빛이 번뜩였다. 순식간이었다. 뒤이어 카가강, 하는 마찰 소리와 함께 주위의 꽃이나 풀잎들이 튀어올랐다. 알 수 없는 강한 기운이 서로를 향해 메워갔고,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것이 보였다. 검이 서로의 얼굴 앞에 교차되어 있었다.


"그 때도 봤지만 역시 대단한데."


수 번, 아니 스무 번은 그냥 넘길 정도의 검격이었다. 세릴은 찍고, 가넬론은 되받아치자마자 번개같은 속도로 세릴의 얼굴을 찔렀다. 서로의 검이 부딪힐 때마다 고스란히 충격이 더해져, 팔꿈치를 지나 치아를 울릴 정도였다.


검이 부딪히지 않고 흐르는 것처럼 보였다. 날카로운 충돌 뒤에는 유연하게 변모된 검이 있었다. 그것이 계속 반복되었다. 자세는 안정적이고, 형용하기 힘들 정도로 정확했다.


저게 검술일까...마치 춤추는 것처럼 보였다. 새처럼...


“굉장한 검술이다. 하얀 날개라고 했던가? 경이적이라 부를 정도야. 이런 검술은 도대체 어디서 배운 거지?”


남자는, 주의를 흩뜨리려거나 하는게 아니었다. 그냥 말이 많았다. 세릴은 짧게 대꾸했다.


“닥쳐라.”




감사합니다 !!


작가의말

+ 감사합니다. 조언 정말 많이 주셔서요. 하나 하나 힘이 되는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타인의 작품을 보는 것이 얼마나 많이 도움이 되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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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 Chapter2-2 별 밤 아래에서 (3) ] +3 16.04.19 163 5 7쪽
» [ Chapter2-2 별 밤 아래에서 (2) ] +4 16.04.19 180 9 8쪽
18 [ Chapter2-2 별 밤 아래에서 (1) ] +7 16.04.18 182 22 9쪽
17 [ Chapter2-1 세릴 (3) ] +3 16.04.18 169 21 13쪽
16 [ Chapter2-1 세릴 (2) ] +7 16.04.17 137 26 13쪽
15 [ Chapter2-1 세릴 (1) ] +7 16.04.16 180 28 11쪽
14 [ Chapter1-5 항거 (4) ] +3 16.04.15 198 26 13쪽
13 [ Chapter1-5 항거 (3) ] +6 16.04.14 207 31 12쪽
12 [ Chapter1-5 항거 (2) ] +2 16.04.14 207 32 16쪽
11 [ Chapter1-5 항거 (1) ] +4 16.04.13 219 30 7쪽
10 [ Chapter1-4 어둠의 심연 속으로 (3) ] +2 16.04.12 219 31 9쪽
9 [ Chapter1-4 어둠의 심연 속으로 (2) ] +4 16.04.11 200 30 10쪽
8 [ Chapter1-4 어둠의 심연 속으로 (1) ] +6 16.04.10 282 29 13쪽
7 [ Chapter1-3 마을 (3) ] +5 16.04.09 223 29 12쪽
6 [ Chapter1-3 마을 (2) ] +2 16.04.08 325 33 10쪽
5 [ Chapter1-3 마을 (1) ] +3 16.04.07 208 31 9쪽
4 [ Chapter1-2 침입 (2) ] +4 16.04.06 224 32 14쪽
3 [ Chapter1-2 침입 (1) ] +5 16.04.02 223 29 14쪽
2 [ Chapter1-1 숲의 경계와 아치문 (2) ] +6 16.04.02 226 33 18쪽
1 [ Chapter1-1 숲의 경계와 아치문 (1)] +14 16.04.01 336 3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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