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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순백 연재중입니다.

순백(The Wh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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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사이에너
작품등록일 :
2016.04.01 23:48
최근연재일 :
2016.04.19 22:41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4,323
추천수 :
542
글자수 :
101,705

작성
16.04.12 00:28
조회
219
추천
31
글자
9쪽

[ Chapter1-4 어둠의 심연 속으로 (3) ]

재밌게 봐주세요 !!




DUMMY

검과 창이 서로 암수처럼 얽혀들며 마찰음을 흩뜨렸다. 테사르는 말에서 내려져 있었다. 아르다가 보는 세릴은 너무나도 공격적이고, 맹금류의 발톱처럼 빠르고, 깊었다. 그녀는 요소만을 찔러들어갔다. 푸른 빛 잔상은 사라질 만하면 생기고, 또 생겨났다. 그 뒤엔 어김없이 충격음이 이어졌다.


카가강!


테사르는 방어할 시간도 없었다. 공격을 일일이 받아치자니 팔꿈치에 찌르르한 충격이 와닿았고, 빠른 와중에도 도발이나 노림수 따윈 없었다. 외모나 분위기 등으로는 생각조차 할 수 없이 강하고 무참한 연계공격만이 이어졌다.


“이게!”


어린 아르다의 눈에, 누나인 세릴의 검술은 신기에 가까운 수준으로 보였다. 빠르게 다가오는 저녁, 풀밭을 뭉개고 땅을 박차며 달려드는 둘, 그리고 창끝에서 빛나는 것...저게 마력이라는 걸까. 아르다는 눈도 떼지 않고 둘의 결투를 지켜보았다.


그러나...생사가 달렸다기엔, 너무나도 일방적이다.


쾅!


한 번 더 위력적인 격돌이 이어졌을 때, 다음 동작에서 둘의 움직임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테사르는 축으로 사용하는 발목이 불편했는지, 스텝이 한 발짝 늦었다. 그 작은 틈을 놓치지 않은 세릴이 깊숙이 찔러들어갔다. 창대의 중앙부분을 잡은 채, 여태껏 보다도 훨씬 더 동작의 움직임을 보기도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 후는 끝이었다.


콰작!


무언가 찌그러지고 박살나는 파열음에 이어 물주머니가 터지는 듯한 퍽 소리가 들려왔다. 창끝은 물론이고 손을 잡은 부분에서부터 줄곧 빛나고 있었다, 이전에 본 적 없이 환하게. 창은 테사르의 오른쪽 어깨를 깊게 관통했다. 창끝이 전부 들어가, 뚫고 튀어나오기까지의 음향이 너무나도 생생했다.


"크억..."


문외한인 아르다가 보기에도 다음은 없었다. 테사르는 박힌 창 그대로, 풀썩하며 썩은 나무토막처럼 들판에 뉘여졌다.


“......”


“...왜, 빨리 죽이지 않고.”


하늘빛을 감싸듯 푸른 눈이 번뜩거렸다. 그러나 그건 테사르도 마찬가지였다. 아르다는 놀라고 말았다. 테사르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은 눈으로 그녀를 보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독기를 품은 흉흉한 안광은 지금이 최고조라고 이를 만큼 강했다.


“너야말로, 분노하고 있어. 왜지?”


“...이제와서 그런 걸 왜 묻지?"


“적어도 그렇게 행동한 동기 정도는 알아야겠다 싶어서. 왜 배신했지? 이유가 뭐지? 네가 볼 때 답답해 보이긴 했어도 마을사람들이 네게 해를 입힌 적은 없었을 텐데...왜 그렇게 악인처럼 굴지?”


알고 있었다. 본래 세릴을 알고 있는 그가, 결코 이길 리 없다는 걸 본인도 모를 리가 없을 텐데. 그런데도 그는 끈질기게 공격해들었다. 필패라는 걸 알면서도. 세릴은 고개를 숙이고 드러누운 그를 바라보았다.


그 때였다.


“윽!”


"흥.. 양손을 부쉈어야지."


단도, 고동빛의 단검이었다, 세릴을 찌른 것은. 뒤에 있던 아르다가 와 단도를 든 손을 차버렸지만, 이미 한 번은 찔린 뒤였다. 죽어가는 자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왔을까. 나무밑둥의 색과 흡사한 테사르의 단검은 세릴의 오른쪽 귀를 찢었다.


“아...윽!”


“누나!”


“피했나...그러니까 나약하다는 거야. 한동안은 움직일 수 없을 거다...흐흐, 긴 싸움이 될 거야.”


테사르는 오만상을 찌푸리면서도 자신의 몸을 일으켜 세워 품을 뒤지기 시작했다. 고통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았다. 핏줄이 벌겋게 선 눈으로. 그 모습은 흡사 인간을 저주하는 악마의 얼굴이었다.


“으윽...네놈...뭐하는...”


단검도 버린 테사르가 세릴의 로브 안쪽을 뒤지기 시작했다. 세릴은 뿌리칠 수가 없었다. 윙윙거리는 소리와 통증이 엄습해왔다.


빡!


“윽!”


그러나 테사르는 의지와는 다르게 다시 벌렁 드러눕고 말았다. 아르다의 발이 얼굴에 명중한 순간, 턱이 돌아갈 정도의 충격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그는 세릴을 자신에게서 떼어놓은 아르다를 분노에 찬 눈으로 보았다.


“독인가...끝까지 비겁하군, 테사르...우리들을 팔아넘긴 대가로 무엇을 받았지?”


"닥쳐라! 루베잘은 어디있느냐? 분명 네가 갖고 있을 터인데..."


테사르는 버럭 소리질렀다. 도대체 어디에 저런 기운이 남았나 싶을 정도로.

"어딨냐고 물었었지..."


대신 대답한 건 아르다였다. 아르다는 품 속에 손을 집어넣는 대신, 로브를 열어젖혀 보였다. 밝고 영롱한 빛이 들판 한 가운데서 광채를 냈다. 빨간 빛이었다.


“...그 붉은 빛...”


최후를 통감해서였을까. 창이 박히고도 평생 움직일 것만 같은 그의 움직임이 잦아들었다. 그의 눈이 드디어 독기를 잃고, 흐릿하게 변해갔다. 초점없이, 전형적인 죽어가는 자의 눈...몇 시간 전에도 본...


그는 가쁜 숨을 역동적으로 몰아쉬며 중얼거렸다.


"애들 장난에 놀아났다니...나도 한심...하군."


테사르는 말을 이었다.


".......어차피...내가 없어도 멸망의 길을 걸어갈 수 밖에 없었으니...빨리 도망가는 게 좋을 것이다, 추격자는 지금도 쫒고 있으니."


"...왜지?"


세릴의 말에 테사르는 뜻을 알아들었다.


"네가 미웠다. 언제나 렐의 편만을 드는 네가..."


"...고작 그런 것 때문에..."


세릴은 귀를 감싸쥔 채 중얼거리듯 말했다. 오른쪽 귀에선 따뜻한, 검붉은 피가 볼을 타고 흘렀다.


"...지르베르는 떠나려 했고, 율드비안은 단순했다. 힘을 사용하는 법도 몰랐어...다른 원로들도 그랬다. 가지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는 힘...엉성한데다 어리석은 인간들이 사용한 결과가 이것이다..."


이윽고 잠시 침묵한 그가 힘겹게 말을 이었다.


"말했었지. 몇 번이고...네게도 말이다...하얀 날개는 멸망할 것이라고...모든 게 신물이 날 정도였다. 평화란 힘이 있어야 지켜낼 수 있는 것 아니던가? 넌 알고 있었지. 너라면 이해가능할 거라고 믿었다. 총명한 너라면...종족을 노렸던 건 가넬론만이 아니다. 제국에는 시시각각 반기를 드는 자들이 있지...쿨럭...그 모두가 보물을 얻기 원한다...그것도 강력한 힘을 가진 보물을..."


“......”


"...영원한 왕국이나 제국 따윈 없어...그게 모든 것들의 운명이다. 인간이 영원한게 아니거늘, 그들이 빚어낸 것들이 영원하리라 생각하나..."


“......”


“...너라면, 강한 너라면 이해해 줄 거라 생각했다...우린 좀 더 융성했어야 했다...항상 의문이었다...어째서 3개의 보물을 이용하지 않았지? 왜 지배의 뜻을 품지 않았던가...우리가 인간보다 무엇이 부족했던가? 우린 곧 밟혀갈 운명이라는 걸, 마을 놈들은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어. 인간은...시시각각 변했다...많은 시간이 흐르자 놀라울 정도로 번성했다...무능한 지도자를 둔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지르베르를 비롯한 네놈들은 모두 겁쟁이였어...”


“그래서...무엇을 원했지?”


“...종족의 부활.”


세릴은 고개를 저으며 찌푸렸다.


“그런 건 없어. 살아있는 자는 네가 모두 죽였잖아.”


“흥...”


테사르는 눈을 감았다. 테사르와 종류는 다르지만 세릴은 숨을 헉헉거리며 귀를 더욱 강하게 감쌌다. 그리고 뒤를 돌아 손수건으로 감싸주고 있는 아르다를 보았을 때, 테사르의 말이 울렸다.


“후에 알게 될 것이다...”


그게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입가를 타고 바닥에 흐르는 검은 피만이, 그가 방금까지 살아있는 사람이었다는 걸 알려주는 마지막 증거였다.


"누나...귀가..."


"...괜찮아."


그리곤 힘주어 말했다.


"가자, 아르다."

그렇게 말하는 누나의 목소리는 다소 쓸쓸해보였다. 마지막으로 돌아본 산은 이제 연기가 그쳤는지 완전한 어둠속에 싸여 있었다.


아르다는 그녀를 업었다. 귀에서 흘러내리는 핏물의 양은 상당했다. 결국 피는 아르다의 볼까지 타고 아래로 뚝뚝 흘렀다. 그녀는 자고 있었다.


"......"


아르다는 흐릿한 눈을 닦지도 않고 달리듯이 종종걸음으로 향했다. 들판 다음엔, 작은 산이 보였다.


이윽고 그가 초원을 빠져나갈 때쯤에는, 빛 한 점 없는 완전한 어둠뿐이었다.




감사합니다 !!


작가의말

^^, 오늘은 여기까지 올리겠습니다. 4/12도 두편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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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 Chapter2-2 별 밤 아래에서 (1) ] +7 16.04.18 184 22 9쪽
17 [ Chapter2-1 세릴 (3) ] +3 16.04.18 170 21 13쪽
16 [ Chapter2-1 세릴 (2) ] +7 16.04.17 139 26 13쪽
15 [ Chapter2-1 세릴 (1) ] +7 16.04.16 180 28 11쪽
14 [ Chapter1-5 항거 (4) ] +3 16.04.15 198 26 13쪽
13 [ Chapter1-5 항거 (3) ] +6 16.04.14 208 31 12쪽
12 [ Chapter1-5 항거 (2) ] +2 16.04.14 207 32 16쪽
11 [ Chapter1-5 항거 (1) ] +4 16.04.13 220 30 7쪽
» [ Chapter1-4 어둠의 심연 속으로 (3) ] +2 16.04.12 220 31 9쪽
9 [ Chapter1-4 어둠의 심연 속으로 (2) ] +4 16.04.11 201 30 10쪽
8 [ Chapter1-4 어둠의 심연 속으로 (1) ] +6 16.04.10 282 29 13쪽
7 [ Chapter1-3 마을 (3) ] +5 16.04.09 225 29 12쪽
6 [ Chapter1-3 마을 (2) ] +2 16.04.08 326 33 10쪽
5 [ Chapter1-3 마을 (1) ] +3 16.04.07 208 31 9쪽
4 [ Chapter1-2 침입 (2) ] +4 16.04.06 225 32 14쪽
3 [ Chapter1-2 침입 (1) ] +5 16.04.02 224 29 14쪽
2 [ Chapter1-1 숲의 경계와 아치문 (2) ] +6 16.04.02 227 33 18쪽
1 [ Chapter1-1 숲의 경계와 아치문 (1)] +14 16.04.01 336 3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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