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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백작 님의 서재입니다.

이계 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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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백작
작품등록일 :
2018.12.26 22:37
최근연재일 :
2019.02.01 13:15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5,623
추천수 :
256
글자수 :
164,081

작성
18.12.28 19:21
조회
536
추천
7
글자
9쪽

4. 열광(熱狂)

DUMMY

바람처럼 원일의 몸이 움직였다. 흡사 산을 나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거칠 것이 없었다.

숲을 이해하고 자연에 동화된 그의 몸놀림은 너무나 익숙해 수풀에 상처도 주지 않았다. 주로 활동했던 늑대의 숲(자신이 생각한)을 북쪽의 근육 괴물들의 영역으로 진입했다. 예전에 느꼈던 공포심보단 흥분감이 앞섰다. 과거의 자신은 그 괴물들에 비해 한참 모자라고 약했지만, 기운을 느끼는 지금 그 괴물들보다 한참이나 강하다고 느꼈다.


그 느낌이 확신으로 여겨진 것은 자신이 이 세계에 온 첫날 보았던 흑표범을 사냥하고 난 다음이었다. 사냥감에 대한 추적술에 도가 튼 원일은 화살에 맞아 상처 입은 흑표범을 정면에서 처치하고 난 후 비로소 힘의 차이를 깨달았다. 느낌상이지만 확연히 구분되었다.


대수림의 전사 문카는 흡사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타고난 사냥꾼인 대수림의 전사들은 이 근방의 지배자였다. 풍요로운 대수림을 기점으로 전통을 고수하고 힘을 숭상하는 그들의 영역은 매우 넓었다.

성인이 된 문카와 전사들은 사냥감을 찾아 돌아다니던 와중 경각심이 들었다.

"부르카."

"자네도 느낀 것인가?"

부르카의 큰 어금니가 부르르 떨렸고.

"전사들은 모여라."

문카가 다급히 외쳤다.

끄윽.

안 좋은 예감은 틀린 적이 없었다. 어딘가에서 날라온 화살이 동료 전사의 목을 뚫었다.

전사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절명했지만, 경각심을 일깨워 주었다.

"적이다!"

"나무 사이로 몸을 숨겨라. 습격에 대비해야 한다."

부족의 역사에서 투쟁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뺐고 빼앗기는 이 숲에서 침입자의 존재는 이상하지 않았다.

"거친 황야의 전사들인가!"

그 놈들은 참으로 질긴 놈들이 틀림없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숲에 들어왔다가 다수의 전사를 잃고 패퇴한 그들이 다시 힘을 모아 왔다는 것인가.

문카와 부르카가 만나던 사이 전사들의 비명이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다. 침입자는 양 떼에 침입한 늑대처럼 전사들을 도륙하고 있었다.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창을 내지를 때마다 전사들이 쓰러져갔다.

문카와 부르카는 어렸을 때부터 호흡이 잘 맞는 사이였다. 문카가 적의 시선을 빼앗는 사이 은신한 부르카가 화살을 날려 적을 처치하는 것이 그들의 특기였다.

문카가 기합성을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그의 키만 한 대도가 침입자의 정수리를 노리며 떨어졌다. 그 사이 부르카는 최대한 기척을 죽이며 침입자의 뒤로 이동했다. 그의 발걸음이 얼마나 은밀한지 조그마한 소리도 나지 않았다.

원일은 이 싸움을 즐기고 있었다. 목숨을 건 사투는 언제나 그의 피를 들끓게 하였으니 이 괴물에게 고마운 감정까지 생길 지경이었다.

앞에서 대도를 휘두르는 괴물의 움직임은 발달한 그의 몸에 자그마한 생체기도 주지 못했다. 위협적인 공격은 뼈창에 기운을 실어 무마시켰고 하단이나 중단으로 베어 들어 오는 공격은 몸만 살짝 비틀어 피했다.

한 창 신이 난 원일이 문카를 상대하고 있을 때 부르카의 손에서 화살이 떠났다. 은밀하게 접근해서 쏜 만큼 적이 알아차리기 힘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부르카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원일은 고개만 살짝 돌려 화살을 피했다. 그리고 부르카가 있던 자리를 씩 웃으며 쳐다보았다.

그 미소에 부르카는 두려움을 느꼈다. 이놈은 지금 자신들을 가지고 놀고 있는 것이다. 사냥감이 죽기 직전 발악하는 것을 보고 즐기듯 자신들을 사냥감처럼 대했다.

"이 놈!"

문카는 무기력감에 소리를 내질렀다.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그의 도는 진작에 예리함을 잃었다. 부르카가 날리는 화살도 원일의 움직임을 구속하지 못했다.

"이제 알았으니 죽어줘야겠다."

원일은 오랜만에 입 밖으로 말을 했다. 역시 지능이 있는 상대와 싸우는 것이 재밌었다. 싸우면서 이 괴물들과 자신과의 격차를 실감할 수 있었다. 강맹한 놈이었지만 자신이 훨씬 더 강했다.

원일은 내려치는 문카의 대도를 살짝 빗겨 점프 후 그의 목에 창날을 쑤셔 넣었다. 예리한 기운이 담긴 그의 창날에 문카의 목에서 피 분수가 솟구쳤다. 그 모습을 보고 부르카는 절규했다. 오랜 친구의 죽음에 이성이 날아가는 듯 했지만, 부족의 안위가 더 걱정이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원일에게서 도망쳤다. 전사들의 죽음을 알려야 더 한 피해를 줄일 수 있기에 숨이 터질 거 같으면서도 발걸음을 쉬지 않았다.

원일은 도망치는 놈을 쫓지 않았다. 이 근방엔 그놈들의 근거지가 있을 것이고 그 놈들은 자신을 추적할 것이다. 피는 복수를 부르니 반드시 자신을 찾을 것이라 여겼다. 놈들이 온다면 모조리 사냥하리라. 그들의 세계를 파괴했다는 죄책감 따윈 들지 않았다. 애초에 여기는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세계이기에.

한참을 달려 마을에 도착한 부르카는 부족장인 수카르를 찾아갔다. 거대한 움막 안에는 전사들이 둘러앉아 있었다.

"무슨 일이냐!"

부르카의 목소리엔 노기가 있었다.

부족의 회의에 느닷없이 침입하다니 자기 아들이라도 이건 용서가 되지 않았다.

"전사들이 침입자에게 당했습니다."

"황야의 놈들이 또 쳐들어온 것이냐?"

"아닙니다. 더 한 놈이 왔습니다. 처음 보는 복색이었지만 혼자서 열 명이 넘는 전사들을 해치웠습니다. 문카도 당했습니다."

수카르는 문카가 당했다는 말에 흠칫 놀랐다. 동 나이 또래에 당해낼 전사가 없을 정도로 촉망받는 전사가 당할 정도면 황야의 전사들보다 더한 놈이다.

"자세히 말해보라..."

부르카는 원일을 만난 일부터 자세히 설명했다.

"황야의 전사들과는 생김새가 달랐습니다. 갈색의 피부와 수염이 난 것은 그들과 비슷했지만, 송곳니와 어금니가 없었습니다. 또한..."

부르카는 말하면서 부들부들 떨었다. 아직도 그 공포가 가시지 않은 듯 보였다.

"숲의 귀쟁이들인가?"

"그들은 아닙니다. 그들보다 덩치는 더 크나 우리보다는 작았습니다. 그리고 귀도 뭉뚝했습니다."

수카르는 정체불명의 적이 궁금했다. 어느 간 큰 놈이 침입한 지 놈을 잡아 사지를 찢고 고문한 뒤 죽이라 맹세했다.

"전사들을 소집하라. 내가 직접 놈을 잡겠다!"

족장이 외쳤다.


다른 지역으로 사냥을 나갔던 전사들까지 부족에 도착하자 수카르는 소집령을 내렸다. 부족을 지킬 소수 전사만 남기니 50명이나 되는 전사들이 모였다. 그들은 자신의 동료를 죽인 원일에 대해 복수심을 상기하였다.

그 중에서도 문카의 아버지인 데카르의 복수심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는 울부짖으며 아들의 시신을 끌어안았다.

부르카가 도망친 후 원일은 괴물들의 가슴을 헤집어 푸른 장기를 찾았다. 그러나 그들의 몸속에는 푸른 장기가 하나도 없자 그대로 장소를 떴었던 것이다.

그 시신들을 짐승들이 훼손했으니 아비였던 데카르가 보고는 눈이 뒤집힌 건 당연했다.


원일은 진작 멀찌감치 떨어진 한 나무 위에서 그 광경을 지켜봤다. 눈으로 괴물들의 숫자를 세보자 50은 족히 돼 보이는 게 작정하고 자신을 찾는 것 같았다.

원일은 자리를 뜨며 일부러 흔적을 남겼다. 의심하지 못할 정도로 교묘한 흔적에 경험 많은 전사들조차 낚였다.

복수심에 불타는 그들의 감정을 이용하여 조그마한 흔적만 남기니 쉽게 넘어온 것이다.

원일은 미소 지었다.

이제는 자신의 시간이었다.

놈들이 시신을 수습하는 사이 원일은 나무 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놈에게 화살을 쐈다. 백발백중의 명궁이 된 원일은 표적을 절대 놓치지 않았다. 또한, 화살이 빗나가지도 않았다. 순식간에 대여섯 명의 전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자 수카르 또한 동요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자리에 그대로 그대로 있는 것도 모자라 역으로 의표를 찌르는 것까지 교활한 것이 보통 놈이 아니라고 여겼다.

그 후로도 몇 명의 전사가 더 쓰러지자 화살이 날아오는 방향을 감지할 수 있었다. 100보는 떨어진 나무 위에서 놈의 모습이 보였다.

"이 노옴!"

수카르는 전신의 기운을 끌어 올리며 삽시간에 접근했다. 흥분한 그는 데카르에게 포위를 명령하곤 십여 명의 전사들과 함께 원일에게 돌진했다.

원일은 흥분한 괴물들을 뒤로 한 채 다음 목적지로 이동했다. 괴물들도 기운을 쓰는지 맹렬한 기세가 사방에서 느껴졌다. 자신의 기운과 별로 차이 나지 않는 큰 기운도 한 데 섞인 것 보아 놈이 우두머리인 것 같았다.

원일은 도망치면서도 몸을 돌려 화살을 쏘고 여분으로 만든 목창을 던졌다. 기운이 실린 그의 화살을 막기엔 역부족이라 느낀 전사들이 나무 사이로 숨었고 일부가 후방을 차단하니 원일은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이제 네놈은 끝이야! 죽지도 못하게 만들어 주마."

수카르는 더욱 포위망을 좁혔다. 이미 놈의 앞뒤로 전사들이 접근하는 이상 놈은 죽은 목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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