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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백작 님의 서재입니다.

이계 전사.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프랑켄백작
작품등록일 :
2018.12.26 22:37
최근연재일 :
2019.02.01 13:15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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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11
추천수 :
256
글자수 :
164,081

작성
18.12.27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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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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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4쪽

3. 터를 잡다.

DUMMY

이후 원일의 생활은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돌아갔다. 아침에 일어나 개울물을 마시고 연못에 정찰을 가 새들을 잡았다. 오후에는 중턱에서 물고기를 잡아먹었고 배가 아프면 근처에서 볼일을 봤다. 한 달 정도 지나자 이 생활도 익숙해져 자신감이 생겼다.

한 달을 30일로 잡고 60일 정도 지난 시점이 되자 이제는 검은색 변을 보지 않았다. 색은 좀 더 옅어 졌지만, 황색 빛이 도는 게 몸이 많이 좋아진 것 같았다. 매일 산을 타고 움직이는 생활을 해서 그런지 온몸에 근육도 붙었고 야위었던 몸이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원일은 일부러 암의 존재에 대해서 의식하지 않기로 했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느니 아예 배제하기로 했다.

세 달이 좀 더 지난 시점에는 산양과 멧돼지의 존재를 파악했다. 좀 더 멀리 가봤는데 생각보다 덩치가 커서 근접전을 하기엔 무모했다. 그래서 머리를 썼다. 짐승 길목 곳곳에 올무를 설치했다.

어느 날 운이 좋게도 산양 한 마리가 올무에 걸려 오도 가도 못하는 것을 발견했을 때 흥분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생각보다 크지 않은 놈이었지만 머리 위로 난 양 뿔이 위압감 있게 난 걸 보니 조심하지 않다간 치명상을 입을 것 같았다.

발목 쪽에 넝쿨이 옥죄어 피가 나고 살이 패인 게 며칠은 여기서 고생한 흔적이 보였다. 눈망울이 또랑또랑한 게 소의 눈망울을 보는 거 같아 가슴도 아팠다. 지구에 있을 때 동물 애호가였지만 지금은 코가 석 자 였다. 산양의 명복을 빌어준 다음 날카롭게 다듬은 뼈 창을 목에 박아 넣었다.

산양은 단발 마의 비명만 남긴 채 죽었다. 예전에 정육점에서 일한 기억을 살려 배를 갈라 창자와 위를 제외한 부산물은 모두 버리고 고기와 가죽을 만들어 놓은 대나무 방에 넣어 개울가로 옮겼다.

창자와 힘줄은 시위와 매듭으로 쓸 요량으로 적당한 크기로 뒤집어 가며 깨끗이 씻고 가죽 안쪽 또한 가죽이 다치지 않게 칼로 지방을 긁어 버렸다. 은신처에 돌아와서는 가죽의 무두질과 창자와 힘줄의 건조 작업을 반복했다. 벼룩이나 기생충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불을 피워 연기를 가죽 쪽에 대자 뻤뻤했던 털이 점차 부드러워지며 훌륭하게 바뀌자 원일의 은신처는 좀 더 아늑해졌다.

창자 두 줄과 힘줄을 교차로 꼬와, 활시위를 만들고 예전에 국방 티비에서 대나무 활 만드는 방법을 기억해 대나무대 세 개를 겹치고 넝쿨과 나무껍질로 단단히 고정 후 시위를 걸어 대나무 활을 만들었다. 화살 또한 뾰족이 깎아 낸 나뭇가지와 그동안 잡은 날짐승들의 꽁지깃과 날갯깃을 더해 정성스럽게 만들었고 대나무를 이용해 화살 통을 만들었다.

원일이 생존 생활한 지 180일이 좀 더 넘은 시점에 그는 예전보다 더 건강해졌다. 또한 검은 변은 보지 않았으며 매일 행해지는 산행과 사냥으로 온몸에 근육이 붙었다.

야위었던 몸은 군시절보다 더 좋아졌다. 나중에는 체력 단련을 목표로 나무에 턱걸이도 했다. 활 또한 손에서 놓지 않고 꾸준히 연습하자 50보 내에 있는 목표물은 반드시 맞혔다. 대나무 활의 사거리가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완력이 부족한 걸 커버했다.

240일 정도가 지난 어느 시점에서 원일은 기이한 현상을 경험했다. 자신의 키만 한 산양을 사냥 후 배를 갈라보니 푸른빛이 도는 장기가 있었다. 심장 어림 부근에 있었는데 그 크기가 새끼손톱만 하고 적당히 무른 것이 신기해 호기심에 먹어 보았다. 원래 원일은 기생충의 감염을 의식해 항상 물도 깨끗이 걸러 먹었고 고기들은 죄다 익혀 먹었지만 그날은 알 수 없는 끌림에 본능적으로 행동했다.

맛은 굉장히 썼지만, 목구멍으로 넘긴 후 얼마가 지나자 전신에서 들불처럼 청량감이 일어났다. 머리에서 발끝, 손끝까지 그 기운은 돌고 돌아 마지막에 배꼽 부근에 자리 잡았다.

힘은 넘쳤고 전신에 도는 활력을 주체할 수 없었다. 원일은 그 근방 산을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 온몸의 감각이 곤두서는 느낌은 묘하게 쾌감이 있었고 원일로 하여금 사냥에 매진하게 하였다.

그 날 이후 원일은 닥치는 대로 짐승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짐승의 발자국과 배설물을 토대로 한 그의 추적술은 날로 발전했다. 원래 한 번 사냥하면 며칠은 사냥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하루에 한 번 꼴로 사냥했다. 전에 보면 무조건 피할 짐승들도 거침없이 사냥했다. 마주치는 사냥감마다 투지가 일어나 그의 투쟁심을 이끌었다.

한 번은 상처 입은 멧돼지가 돌진해 오는 걸 목창으로 받아내다가 받혀 산비탈에 구른 적이 있었다. 다행히 멧돼지는 창에 찔리고 얼마 후 죽었지만 원일은 돌진의 충격을 그대로 받았다.

뼈가 부러질 정도의 충격이었지만 그의 몸은 멀쩡했다. 오히려 승리했다는 기쁨에 원일은 포효했다.

배를 갈라보니 심장이 있는 곳에 똑같이 푸른빛이 있었다. 산양의 것과 비슷한 걸 보고는 바로 섭취하자 마찬가지로 전신에 기운이 일었다.

세 번째에 똑같이 이 기운을 흡수 후에는 화살이나 목창에 이 기운을 전할 수 있었다. 예전에 무협지에서 단골로 나오는 기(氣)가 떠올라 기라고 명시하고 적극적으로 기운을 활용했다.

360일이 지난 시점에 원일은 더는 푸른빛이 도는 장기를 가진 동물을 찾지 못했다. 수많은 짐승을 사냥하고 배를 갈라 봤지만 하나같이 없는 게 아무래도 강한 동물에게서 이 장기가 있는 것 같았다.

그 날 이후 원일은 간단한 짐을 챙겨 은신처를 떠났다. 화살통과 무두질한 가죽 한 장, 위로 만든 물주머니와 육포, 목창만 챙기고 북서쪽을 향해 걸어갔다.

더 강한 사냥감을 찾고 싶은 그의 욕구가 정신을 지배했다. 이제는 피를 보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았다.

삼 일 정도 동북 방향으로 이동하자 거대한 돌산과 함께 전에 봤던 비룡들이 날아다니는 걸 보았다. 평야 사이로 기암괴석들이 우뚝 솟은 모습이 장관이었는데 그 위로 한 두 마리씩 날아다닌걸 보아하니 봉우리에 비룡들의 둥지가 있으리라 짐작했다.

전과 다르게 떨리진 않았지만 마주치기엔 시기상조라고 생각해서 방향을 숲으로 바꾸었다. 무작정 동쪽으로 걸어 울창한 삼림지대에 들어섰다. 여기서 원일은 첫 번째 위기에 봉착했다.

덤불 부근에서 맹렬한 적의가 피어오르더니 잠시 후 거대한 늑대들이 튀어나왔다. 눈빛은 흉포했으며 이빨은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덩치도 매우 커서 높이가 자신과 비슷했다. 여섯 마리의 늑대는 사방에서 원일을 포위하며 달려들었다. 지능이 있는지 퇴로를 완벽히 차단한 상태에서 오는 터라 압박감이 심했다.

화살을 재서 날리기엔 저놈들이 덮치는 속도가 더 빠르게 느껴져 일단 나무 위로 올라갔다. 높이가 꽤 있는 나무였지만 다람쥐처럼 빠르게 올랐다.

다행히 늑대들은 아래에서 짖기만 할 뿐 나무를 탈 줄 모르는 것 같았다. 한 놈이 올라오려 애쓰는 게 보였지만 그대로 화살을 날려 저지시켰다.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로 행동했다. 화살에 기운을 실어 놈들을 한 마리씩 맞춰 죽이자 마지막으로 남은 한 놈이 숲으로 도망갔다.

나무에서 내려온 원일이 배를 갈라 푸른 장기를 확인했지만, 늑대들에게서 이 장기를 확인하지 못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위기가 끝났다고 판단하고 몸을 옮기는 그때 한쪽에서 숨어있던 마지막 놈이 몸을 날려 원일을 덮쳤다.

가까이 접근하고도 놈의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늑대는 원일의 한쪽 팔을 물며 날카롭게 할퀴었다. 일순간에 벌어진 습격은 원일을 당황하게 하였다. 잠바 안쪽으로 가죽 보호대를 대지 않았다면 팔이 일순간에 뜯겨 나갔으리라.

바닥에 갈린 원일은 왼팔을 늑대에 물리고 발톱으로 가슴이 할퀴는 상황에서 늑대의 눈에 모래를 뿌렸다. 다급히 움켜쥐고 뿌리니 놈도 찰나지만 멈칫했다. 그 시간은 원일에게 절호의 기회가 되었다. 즉시 허벅지에 고정해놨던 칼을 빼서 목 밑에 박아 넣고는 몸을 굴려 빼었다.

칼이 박힌 늑대가 고통스러워 하는 사이 땅바닥에 나뒹구는 목창을 집어 들고는 기운을 실어 단숨에 목으로 창을 박아 넣었다.

늑대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절명했다.

헉헉헉.

살았다는 안도감은 언제나 짜릿했다. 생존의 기쁨이 원일로 하여금 살아 있다고 느끼게 하였다.

사투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 피를 흩뿌리고 상처를 만들었다. 잠바의 왼쪽은 다 뜯겨 있었고 팔 보호대를 뚫은 이빨이 팔에 상처를 만들었다. 팔에 이빨 자국이 생겨 피가 배어 나와 손을 타고 떨어졌다. 잠바 안쪽에 가죽을 걸치지 않았다면 발톱에 큰 상처가 나 낭패를 볼 뻔했다.

부산물을 확인하자 확신이 들었다. 이 늑대에게는 푸른 장기가 있었다. 동료가 다 죽을 때까지 몸을 사리다가 급습한 게 아마 우두머리 늑대가 아닐까 생각했다.

피냄새가 퍼지자 숲 곳곳에서 기운들이 일렁이는 게 심상치 않았다. 원일은 푸른 장기만 챙기고 빠르게 몸을 움직여 기운들에서 최대한 멀리 벗어났다. 주변에서 기운이 없어질 때까지 움직였다.

핏자국이 바닥에 떨어지는 게 심상치 않아 가는 도중 간단한 지혈만 했다. 입고 있는 티셔츠를 잘라 질끈 묶고는 은신처를 찾았다. 암벽 사이에 틈이 생긴 곳이 은신처로 적당해 보였다. 안에서 미약한 기운이 느껴져 확인해 보니 곰 한 마리가 있어 안으로 돌을 던져 곰을 바깥으로 유인 후 처치했다. 엄청나게 크고 두꺼운 가죽을 가진 놈은 크기가 어마 무시했지만 작정하고 화살에 기운을 날리고 목창에 기운을 실어 던져 맞추니 금방 잡을 수가 있었다.

결을 따라 가죽만 해체하고는 배를 갈라 푸른 장기만 챙겼다.

굴 안으로 들어가 확인하니 크기도 넓고 환기도 되는 듯 바람 소리가 들렸다.

가져온 가죽은 바닥에 깔고 동물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급한 대로 불을 피웠다. 곰의 지방을 적당히 긁어 모닥불 사이로 넣자 굴 안이 금방 훈훈해졌다.

늑대에게 물린 부위에 세균 감염을 의식해 칼날을 깨끗이 씻고 불로 달군 후 상처에 대고 지졌다. 고통이 엄습했지만, 나무를 입에 물고 감내했다.

가져온 푸른 장기를 먹자 곧바로 수마에 빠져들었다. 그 날 밤 원일은 고열에 시달렸다. 머리도 비몽사몽하고 온몸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그러고 하루를 꼬박 더 앓아누웠다. 아무리 피곤해도 아침이면 자동으로 눈이 떠지는 원일 이었지만 해가 다 진 후에야 일어났다. 땀을 너무 많이 흘린 탓인지 온몸에서 냄새가 심하게 났다. 구린내와 지린내가 섞인 것처럼 몸에서 악취가 난 탓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모든 옷을 벗어 한 쪽에 놨다.

굴 뒤편으로 좀 더 가보자 세차게 물이 흐르는 수맥을 발견할 수 있었다. 높다란 천장 위로 구멍이 뚫리고 그 아래에 물이 고여 흐르는 형태의 동굴이었는데 이 곰은 이런 명당을 보금자리로 삼고 그동안 살아왔던 모양이었다.

상처 난 부위가 쓰라렸지만, 냄새를 참지 못했기에 옷가지를 모두 가져와 빨고 자신도 목욕을 하였다. 나뭇재를 긁어모아 옷 군데군데 풀고 박박 문지르니 검은 땟물이 줄줄 흘렀다.

사그라든 불씨를 다시 되살리고 나무를 몇 개 더 집어넣고는 원일은 다시 잠을 청했다. 자는 동안 옷이 잘 마르도록 모닥불 가장자리에 옷을 널어 놓았다.

다음날 아침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상처 난 팔을 보니 놀라우리만큼 상처가 아물어 딱지가 져 있었다. 달군 쇠로 상처를 지지는 방법은 기포 자국이나 진물이 나기 마련인데 어찌 된 영문인지 큰 딱지만 져 있었다. 원일의 몸은 더 견고하게 바뀌었다. 청각이 더 예리해졌고 시력 또한 좋아져 땅바닥에 있는 자그마한 개미까지 멀리서도 보게 되었다. 배꼽의 기운도 더 커져 기운을 운용하기가 더 수월해졌다.

목숨을 건 사투 끝에 얻은 기운이 원일을 한층 더 강해지게 만든 것이다.

그 다음부터 원일은 거침이 없었다. 이 동굴을 기점으로 자신의 활동영역을 넓혀갔다. 곰 발톱과 이빨을 뽑아 화살촉을 만들었고 기운 실은 칼날로 나뭇가지를 깎아 화살대로 만들었다.

탄성이 좋은 나무를 찾아 장궁을 만들고 창도 더 보강했다.

이 근방에서 원일은 패자(覇者)가 되었다. 근방에서 적수를 찾기 힘들 정도로 원일은 날로 강해졌다. 늑대 무리에 둘러싸여도 전처럼 상처 입지 않았다. 발놀림 또한 빨라지니 늑대의 다음 공격 방향이 예상될 정도로 육감도 예리해졌다. 늑대나 곰 같은 맹수들도 원일을 피해 다녔다.

500일 정도 지났을 때 원일은 한 마리 맹수가 되었다. 듬성듬성 빠지고 짧았던 그의 머리카락은 길게 자라 턱 밑까지 내려왔고 장비수염같이 난 수염은 야만인처럼 보이게 했다. 그러나 강인해 보이는 턱과 날카로운 눈매에서 그의 기상이 보였다.

늑대에게 물린 후 잠바가 쓸모없게되자 지금까지 모은 가죽으로 새 옷을 만들었다.

사냥하며 모은 가죽은 무두질 후 각반과 각종 보호구로 재탄생 되었다. 기운을 실어 만든 뼈바늘에 낚싯줄이나 얇게 꼰 가죽끈을 연결해 꿰매니 멋진 갑옷이 나왔다. 보온성을 생각해 가죽을 뒤집어 안쪽엔 부드러운 털로 보호하고 어깨 부근만 남기자 조끼 퍼(fur)가 되었다.

몸이 커지고 바지도 맞지 않자 새롭게 가죽 바지를 만들었다. 한 세트처럼 보이는 은빛 갈기의 가죽 방어구가 흡사 원일을 영화에서 봤던 몽골인을 연상케 했다. 거기에 장궁과 창을 들고 있으니 초원의 전사라 해도 믿을 정도였다.

원일은 자신을 약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은 숲의 전사이자 사냥꾼이었다. 곰이나 늑대는 이제 흥미를 동하지 않았고 약해보였다. 자신의 사냥 욕구를 충족시켜줄 사냥감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결심이 선 원일은 길을 나섰다.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사냥감을 찾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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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 생존 +1 18.12.27 524 9 9쪽
3 2. 생존 +1 18.12.27 583 7 10쪽
2 1. 낯선 세계 +1 18.12.26 633 7 10쪽
1 프롤로그 +1 18.12.26 674 8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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