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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백작 님의 서재입니다.

이계 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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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백작
작품등록일 :
2018.12.26 22:37
최근연재일 :
2019.02.01 13:15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5,627
추천수 :
256
글자수 :
164,081

작성
18.12.29 21:15
조회
486
추천
9
글자
9쪽

4. 열광(熱狂)

DUMMY

원일은 놈들이 다르다고 느꼈다. 아까 상대했던 괴물들과 다르게 경험이 많은 듯 화살을 날릴 수 없는 방향으로 접근했다. 기운에서도 맹렬한 기세가 느껴졌다.

투지가 온몸을 휘감았다. 그저 본능이 이끄는 대로 행동했다. 조금의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약한 놈부터 잡는다는 생각으로 갑자기 몸을 돌려 비교적 기운이 미약한 방향으로 폭발적으로 달렸다.


갑자기 바뀐 원일의 기세에 전사들이 동요했다. 질풍과 같이 몰아치는 그 기세는 매우 광폭했고 사나웠다.

수카르는 어렸을 적 보았던 괴물뱀 만다가 떠올랐다. 부족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뱀은 당시 몇 개의 부족이 연합했을 정도로 무지막지한 놈이었다. 결국 상처만 입히고 북쪽으로 패퇴시키는 게 고작이었지만, 그 정도만 해도 대단한 성과였다.


원일이 크게 포효했다. 기운을 가득 담아 외친 그의 포효에 전사들이 경직했다.

"피어에 저항해!"

수카르는 깜짝 놀랐다. 한 숲의 지배자가 아닌 이상 목소리에 피어를 담을 수 없었다. 강맹한 숲의 지배자들은 기세를 조절할 줄 알았고 그것을 이용해 효과적으로 적을 상대했다. 자신도 아직 도달하지 못한 경지인데 그것을 사용하는 상대라니 평소와 같으면 무조건 피하고 봤지만 때는 늦었다.

아니나 다를까 경직된 전사들은 원일의 상대가 못 되었다. 그들의 미약한 기세는 이미 원일에게 잠식되어 대항하지 못했다. 원일은 한 마리 야수처럼 무리에 뛰어들어 전사들을 학살했다. 창질을 한 번 할 때마다 전사들이 죽어나갔다.

지극히 간결한 움직임이었지만 그 파괴력은 무시무시했다.


전사들이 원일을 포위했을 때 이미 반이 넘는 숫자가 당한 뒤였다. 피칠갑을 한 그의 몸은 악귀와 같았다. 수카르를 보는 원일의 눈빛이 반월을 그렸다.

"웃는 것이냐!"

수카르는 모욕감에 기합을 내질렀다. 상대에게 보이는 웃음이라니 자신이 그리도 만만히 보였던가. 이런 모욕감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사실 원일이 웃은 건 그를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정명한 기운이었다. 기운은 자신보다 조금 더 작았지만, 신체조건이 매우 훌륭해 보였고 온몸에 가득한 상처가 그의 호승심을 이끌었기 때문이었다.

'저 괴물은 치열하게 살았나 보군.'

그건 자신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루도 목숨을 걸지 않은 날이 없었다. 지구에서 또한 병마와 싸웠다.

'내가 질리 없다!'

원일은 싸우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괴물들의 화살을 신경 쓰면서 본능적으로 창을 내질렀다. 전사들의 칼날에 자잘한 상처를 입었지만, 모든 것을 도외시한 공격에 전사들이 무너져 내렸다.

전사들은 동료가 맞을까 봐 함부로 화살을 날리지 못했으나 원일은 전사들을 방패막이로도 쓰고 나무 사이를 넘나들며 교묘하게 전사들을 유린했다.

복수심에 불타는 데카르 또한 원일에게 싸늘한 주검이 되어 삶을 마감했다. 애초에 그는 대단한 전사가 아니었기에 원일의 상대가 못 되었다. 창질 한 번에 모든 것이 결판났다.


나무 사이를 넘나든 그의 작전이 제대로 맞았고 반대로 성급하게 접근한 전사들은 낭패를 보았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태반의 전사들이 죽어 싸움터엔 원일과 수카르, 몇몇 전사만이 남았다.


"전사들은 부족으로 돌아가 피난처로 가라."

수카르는 마음의 준비를 했다. 이미 피해가 너무 커서 되돌리기 힘들 정도까지 왔다. 이놈이 부락을 습격한다면 모든 것이 끝이었다.

부락엔 어린아이와 여자들이 있으니 이들을 지켜 부족의 미래를 보전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자신이 놈을 상대하는 동안 전사들이 부족원들을 피신시킬 것이다.


수카르는 자신의 모든 기운을 끌어모아 원일에게 달려들었다. 수십 년을 대수림에서 살아온 그의 강맹한 기운이 줄기차게 뻣어 나가며 원일에 맞섰다.

두 눈은 흉포했고 온몸의 근육이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랐다.

대수림의 일부 전사들은 기운을 갈무리할 줄 알았다. 전사의 시험을 통과한 최고의 전사들은 부족 대대로 전해지는 기운 갈무리법을 선배 전사들로부터 배웠다. 그중에서도 수카르는 어렸을 때부터 전사였을 정도의 천재였다.

그런 수카르도 원일의 앞에서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있었다.

뒷꿈치를 들고 움직이는 그 신묘한 움직임에 그의 도끼가 허공을 갈랐다. 머리는 차갑고 가슴은 뜨거웠지만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언제나 포식자였고 승자였던 자신은 몸부림치고 있었다.

"나는 사냥감이 아니다!!!"

수카르는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했지만 외쳤다. 이런 말이라도 하지 않는다면 미칠 것만 같았다.


원일은 발악하는 괴물을 보고 더욱 미소 지었다.

'그래 울부짖어라.'

지능있는 종족과의 싸움은 그에게 있어 매우 즐거웠다. 군 생활 할 때도 경쟁을 즐길 정도로 활발했던 원일의 경쟁심이 다른 세계에 오자 더욱 만개했다.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이 세계에서 도덕적 관념은 버린 지 오래였다. 더군다나 상대는 인간도 아니었으니.

실전의 경험은 이쯤으로 충분했다.


원일은 창대 뒤로 수카르의 턱을 올려친 후 정강이로 무릎 뒤를 찼다. 무기만 활용하는 방법보다 육체와 무기술을 적절히 섞어 응용하니 상대가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수카르의 몸이 움찔하는 사이 품으로 파고들어 창날을 박아 넣었다. 창날이 수카르의 등까지 뚫고 나와 곧 그의 생명이 끝나는듯했지만 수카르는 원일의 몸을 꽉 붙들은 채 놓아 주지 않았다.

수카르의 입에서 피가 흐르며 원일의 머리로 떨어졌다. 원일은 자신의 방심을 자책했다.

수카르는 다가오는 죽음 속에서도 원일을 데려갈 생각으로 그의 무시무시한 입으로 원일의 어깨를 물었다. 목을 물 생각이었지만 신장이 배가 차이 나고 힘이 빠진 탓에 어깨를 물었다.

"으아악!"

원일이 입이 마침내 열렸다. 화끈한 통증이 어깨에서 전해졌다. 수카르의 붉은 눈이 원일을 표독스럽게 노려보며 좌우로 움직였다.

자신이 죽더라도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힐 생각이었다.


원일은 이대로는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장에 목창을 박아 넣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괴물은 죽지 않았다.

그저 이 품을 빠져나가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대롱대롱 매달린 상태에서 안간힘을 부렸다. 허벅지에 달아 놓은 칼날을 손에 쥐고는 마구잡이로 찔렀다.

광기에 휩싸인 원일이 제정신으로 돌아왔을 때 이미 수카르는 죽었다. 깍지 낀 손을 칼날로 베어내자 그 무거운 몸뚱이가 원일의 위로 쓰러졌다. 이미 어깨를 물린 상태였기에 피하지 못했다.


온몸에 피칠갑을 원일은 수카르를 떼어냈다. 어깨에 박힌 송곳니와 어금니가 살을 뚫고 튀어 나와 움직일 때마다 엄청난 통증이 따라왔다. 상대의 지독함을 느낀 원일은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

'다시는 방심하지 말자.'

찰나의 방심을 이용해서 괴물은 자신을 죽음 직전까지 몰아갔다. 허벅지에 칼을 달아 놓지 않았다면 양패구상했을 것이다.


경직된 괴물의 입을 벌릴 수 없어 목을 자른 후 떼어 내었다. 어깨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와 이대로 둔다면 팔이 움직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괴물들이 입던 천들을 찢어 급하게 지혈했다.

전투 후 몰려오는 허기에 품에 있던 육포를 꺼내 질겅질겅 씹으며 괴물들의 푸른 장기를 확인했다.

마지막에 자신의 애를 먹인 괴물의 배를 갈랐지만 푸른 장기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자신과 싸울 때 그 기운을 느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놈에게는 장기가 있지 않았다.

혹시 몰라 배꼽 쪽도 확인해 봤지만 마찬가지였다. 이것은 다른 전사들도 같았다.

원일은 궁금증에 미칠 것 같았다. 짐승 중에 강한 놈이 갖고 있지만, 짐승들은 이 기운을 쓰지 않았고 지능이 있는 종족은 푸른 장기는 없지만, 이 기운을 쓸 수 있었다.

'다른 종족을 만나서 물어보는 수밖에 없나?'

그것 외엔 방법이 없이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이 숲을 벗어나 다른 지성이 있는 생명체를 만나야 했다.


원일은 이동하면서 어깨에 푸른 기운을 집중했다. 천 사이로 피가 배어 나왔지만 어느 정도 지나자 출혈은 멎었다. 살짝 현기증도 돌았다. 그러나 이후 괴물들이 더 몰려 올 것 같아 놈들의 근거지를 습격한 후에 쉬기로 마음먹었다.

대장 괴물과 싸울 때 놈들이 도주한 방향을 보았기에 그쪽 위주로 수색하니 놈들이 급히 이동한 흔적이 보였다.

눌린 나뭇잎이며 풀까지 한쪽으로 어지럽게 형성되어 있어 놈들이 얼마나 급하게 이동했는지 예측할 수 있었다.

원일이 추적을 개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너른 공터에 가죽으로 만들어진 천막들이 나왔다. 지구의 인디언들이나 살법한 천막은 뾰족한 형태와 기이한 문양이 그려져 있었고 안에는 그릇에 음식물도 담겨 있었다.

수십동의 천막을 살펴보는 동안 어떠한 기척도 찾을 수 없었지만, 구석 끝 조그마한 천막에서 미약하리만큼 작은 기운이 원일의 감각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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