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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백작 님의 서재입니다.

이계 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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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백작
작품등록일 :
2018.12.26 22:37
최근연재일 :
2019.02.01 13:15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5,518
추천수 :
256
글자수 :
164,081

작성
18.12.27 00:19
조회
578
추천
7
글자
10쪽

2. 생존

DUMMY

괴물들과 만나고 나서 원일은 머지않아 은신처로 적당한 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숲 안쪽 부근으로 조금 들어가자 나무 밑동이 썩어 있는 나무를 보았기에 혹시나 하고 간 곳이 명당이었다. 중천에 있던 해가 어느 정도 내려왔기에 적당한 은신처는 필수였다.

안쪽을 살펴보니 적당히 굴도 넓고 짐승의 냄새나 털 같은 것도 없어서 단기 은신처로는 최고였다. 다만 비가 많이 내려 배수가 잘 안 됐는지 바닥이 축축했다.

'이러니 짐승들이 피한 거겠지.'

원일의 입장에서는 천만다행이었다. 불을 피울까 하다가 근육질의 괴물들이 생각나 그만두었다.

'작은 연기라도 위치를 보여주면 안 된다. 추적된다면 발견되는 건 시간문제다.'

원일은 수색 교육 시절을 떠올리며 행동했다. 움직임은 은밀하게 하고 냄새와 기척을 드러내는 행위는 하지 않는다.

원일은 기동 훈련과 관련된 훈련에서 항상 좋은 평가를 받았고 어린 시절에는 숨바꼭질 같은 놀이도 즐겨 했기에 지금 상황이 낯설지는 않았다. 다만 목숨이 걸려 있다는 게 흠이었다.


주변에 널려 있는 잔가지와 나뭇잎을 모아 바닥에 까는 한편 안쪽에 축축한 흙을 위장 크림처럼 얼굴에 발랐다. 아울러 팔과 드러난 부위에도 적당히 흙을 발랐다. 나무 사이 틈도 꼼꼼히 메꿨다. 그리곤 입구 쪽에 나뭇가지를 지지대 삼아 놓고 낚싯줄을 적당한 길이로 잘라 가로로 묶어 놨다. 적당히 자란 풀잎들을 그 사이사이로 집어넣자 그럴듯한 위장막이 완성되었다. 나머지 틈은 적당히 흙을 발랐고 숨구멍 정도만 남겨놓으니 괴물들이 유심히 보지 않는 이상 발견하기 힘들어 보였다.

숨구멍으로 바깥을 살짝 보자 어느새 사위는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그리곤 곧장 몸을 뉘어 빛이 쏟아지는 숨구멍만 하염없이 보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더는 빛이 들어오지 않았다.

원일은 누워서 내일 할 일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식량과 식수도 구해야 했고 새로운 은신처도 찾아야 했다. 차라리 섬이나 바닷가 근처였다면 어떻게든 살았겠지만, 숲 속이니 각종 위험을 생각해야 했다.

일단 이곳엔 각종 괴물이 득실거렸고 독충이나 모기 같은 해충들도 있을 것이다. 여름에 야외 훈련을 하다 보면 숲 모기들을 만나는데 그 끈질김과 유해성에 혀를 내 두룬 적이 있었다.

아직 모기에게 물리지 않는 것이 다행이었지만, 우거진 숲 사이에 없으리라는 보장도 없었다.

원일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주위는 부엉이 울음소리와 짐승들의 하울링이 가득했다. 달빛마저 들어오지 않는 이 암흑천지 속에서 원일은 숨소리라도 들릴까 봐 잠바 속에 얼굴을 넣고 잠을 청했다.

온몸은 긴장 상태였지만 곧 수마가 덮쳤고 영화와 같은 원일의 하룻밤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으음..."

몸을 일으키자 온몸의 뼈마디가 살려달라고 아우성치고 있었다. 등이며 허벅지며 안배긴 곳이 없을 정도로 근육통이 따라왔다. 숨구멍으로 빛이 흘러들어온 것을 보니 간밤에 침입자는 없는듯했다.

옆에 뉘어놨던 목창을 수습한 원일은 위장막을 치우곤 밖으로 나왔다. 맑은 공기를 마시니 흐리멍덩했던 정신이 돌아오며 머리가 맑아졌다.

"공기 하나는 정말 좋군."

확실히 이곳의 공기는 정말 좋았다. 군 생활 할 때 야외 취침을 밥 먹듯이 했지만, 그때는 일어나면 머리만 무거웠는데 지금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기분만은 매우 상쾌했다.


위장막은 흙만 털어 내고는 낚싯줄을 풀어 다시 회수하곤 주머니에 넣었다. 다행히 카키색의 잠바가 주변 풀과 비슷해 보여 따로 벗을 필요가 없었다. 검은색의 바지가 살짝 튄다고 생각했지만 높은 풀들 사이로 지나간다면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원일은 어제 계획한 대로 움직였다. 일단 물을 찾는 게 급선무다. 일단 날씨는 계절상 초여름 같았다. 약간의 습함과 따뜻함이 느껴졌고 햇빛도 내리쬐는 것이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오자 마자 널찍한 이파리들 밑에 이슬을 찾았지만 없었다. 하루 만에 판단하기에는 일렀지만 일단 원일은 초여름으로 가정하고 움직였다.

'처음 나무 밑동엔 물기가 가득했지 비가 왔었다는 증거다. 이 상황에 비까지 맞는다는 건 최악이야. 일단 강이나 물부터 찾는다.'

원일은 어제 봤던 괴물들의 반대 방향으로 무작정 걸었다. 여기가 어딘지 모르기도 했거니와 괴물들과 마주치는 건 사양하고 싶어서였다.


수풀을 헤치고 나무 사이로 몸을 지나치며 움직이는 동안 짐승들의 흔적이 곳곳에 보였다. 날카로운 발톱으로 긁은 듯한 자국과 군데군데 흰 털과 털 뭉치들이 산재해 있었고 딱딱히 굳은 푸짐한 배설물도 보였다. 그것은 서쪽으로 주기적으로 있었고 남쪽에도 있는 것이 어느 맹수의 영역인 것 같았다. 쭉 뻗은 나무 중에도 그 흔적은 있었는데 발톱 자국이 원일의 머리 높이보다 한참 높아 보이는 나무 쪽에 위치한 걸 보니 맹수의 크기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았다.

'짐승 밥은 사양이다.'

예전에 다큐멘터리에서 보니 맹수들은 저마다 영역이 있었고 그 영역 자체가 엄청나게 넓어 침입자는 살려두지 않는다는 것이 생각났다. 맹수는 서로 영역을 인지하며 암컷이나 수컷이 짝짓기 때가 아니면 침입하는 걸 용납하지 않았다. 자신이 걸어왔던 방향엔 그런 것들이 없는 걸로 보아 이 맹수의 영역은 왔던 방향의 남서에 있는 것 같았다.

'그렇군. 이 맹수도 그 괴물들의 영역엔 가지 않는 거야.'

머릿속엔 위험지역이 북과 남서로 나뉘었다.

어쩔 수 없이 동쪽으로 몸을 돌린 원일은 신경을 곤두세우곤 다시 전진했다. 최악의 상황은 동쪽도 맹수의 영역으로 다시 북쪽 암벽이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었다.

다행히 가는 길엔 맹수의 배설물이나 털 같은 것은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다만 무언가 뜯긴 것처럼 풀잎에 자국이 난 걸로 보아 이 부근엔 초식동물이 있는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꽤 오래 걸었다고 생각하는 도중 원일은 경이로운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작은 초원 사이에 말과 사슴처럼 생긴 동물들이 저마다 풀을 뜯고 작은 웅덩이 사이로 물을 마시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동물들은 원일의 방향으론 눈길 한 번 주더니 이내 관심이 없다는듯 하던 일을 계속했다. 모양새가 너한테 관심 없어 이렇게 느껴졌다. 아마 인간을 처음 본 모양이었다.

원일은 천만다행이라 여기고 동물들에게 최대한 멀리 떨어져 웅덩이를 찾았다.

"물이다!"

원일이 작게 소리쳤다. 듬성듬성 있는 웅덩이는 아마 비가 고여 생긴 것 같았다. 부유물 같은 것도 보였으나 전체적으로 맑은 게 비교적 최근에 비가 온 모양이었다.

이렇게 고인 물은 끓여 먹어야 하지만 지금 처지에 가릴 수 없었다. 적당히 수분만 보충하고는 깨끗한 개울이나 강을 찾아야 했다.

일단 입고 있던 잠바와 티셔츠를 벗고 티셔츠 아래 부근을 물에 적시고 짜고를 반복했다. 구정물이 몇 번 빠지고 비교적 깨끗한 물이 나온 걸 확인 하고는 티셔츠에 입을 대고 수분을 흡수했다. 몇 번 이런 식으로 갈증을 해결하고는 다시 옷을 갖춰 입었다. 목창으로 동물에 던져 맞춰 볼까도 생각했지만, 상처 입은 동물들이 공격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 들어 생각을 고쳐먹었다.

'괴물들이 있는 곳이니 저놈들이 얌전할 거라는 생각을 관두자.'

그때였다. 갑자기 동물들이 울부짖으며 숲을 향해 미친 듯이 질주 하기 시작했다. 울음소리도 다급하게 느껴졌다.

원일은 영문을 몰라 동물들이 가는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리곤 길게 자란 갈대 사이에 엎드렸다. 고개를 살짝 돌려 뒤를 보니 하늘에서 엄청난 속도로 날라오는 물체를 볼 수 있었다.

박쥐 같은 피막을 가진 괴생명체는 온몸에 철갑을 두른 듯 비늘이 촘촘히 있었고 꼬리와 날개 윗부분엔 가시도 달려 있었다. 얼굴은 도마뱀에 가까웠지만 뾰족한 주둥이가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덩치가 매우 커서 군용 수송선을 보는 듯했다. 몸뚱이는 수송선과 비슷해 보였지만 날개가 엄청나게 길었다.

'비룡(飛龍)인가?'

다행히 비룡은 원일을 보지 못한 듯 동물들 사이로 하강했다. 동물들이 그렇게 빨리 달렸는데도 비룡과 동물들의 간격은 엄청나게 빨리 줄어들었다.

콰우우.

갑자기 내지른 비룡의 성난 울음소리에 모든 동물들은 패닉 상태에 빠져 바들바들 떨었고 몸이 경직됐다. 이건 원일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심령이 옥죄어 오는 느낌에 귀를 막고는 바들바들 떨었다.

도망이나 움직임은 허용되지 않았다. 비룡의 포효가 온몸을 구속했다. 사자나 호랑이 같은 맹수 앞에서 몸이 경직된다는데 딱 그런 느낌이었다.

비룡은 독수리처럼 하강하며 말같이 생긴 동물 사이로 뛰어들어 순식간에 두 마리를 낚았다. 동물은 한순간에 절명한 듯 비명조차 남기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주변 동물들은 움직이지 못하고 주저앉아 고개를 땅으로 박았다. 그 모습에 비룡은 다시 한번 포효했다. 포식자의 포효는 강렬했다.

원일이 힐끔 본 비룡의 표정은 웃고 있었다. 주둥이에 피를 잔뜩 머금고 내려보는 그 눈빛은 신하들을 내려보는 폭군 같았다. '너희의 목숨은 내 손에 달렸다!'

비룡의 눈은 그렇게 보였다.

승리감 젖은 비룡은 잠시후 한 마리씩 발톱으로 움켜쥐고는 왔던 방향으로 날아갔다.

원일은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고는 일어나서 뒤도 보지 않고 움직였다.

'둥지로 갖고 갔겠지. 이곳은 저놈의 영역 같구나.'

이제야 숲의 전체적인 지도가 그려졌다. 북쪽은 근육 괴물들의 영역, 서쪽은 흰색 털의 맹수의 영역, 동쪽은 비룡의 영역, 그리고 남쪽은 미지. 무엇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여기서 남쪽으로 이동해도 목숨을 장담하기가 어려웠다.

'비룡이 분명 더 있겠지. 여기는 얼핏 보기에도 산악지역이 많다. 다행인 건 이런 초목 지역도 듬성듬성 있어, 비룡들의 주 사냥터가 이런 곳이겠지. 숲 사이로 함부로 들어오기엔 저 비룡도 쉽지 않을 것이다.'

원일이 속으로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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