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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백작 님의 서재입니다.

이계 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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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백작
작품등록일 :
2018.12.26 22:37
최근연재일 :
2019.02.01 13:15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5,561
추천수 :
256
글자수 :
164,081

작성
18.12.27 20:49
조회
521
추천
9
글자
9쪽

2. 생존

DUMMY

숲을 몇 번 지나오는 동안 한 판단은 이 동쪽 지역에 터를 잡는 것이었다. 확신이 든 것은 숲 군데군데 들판이 있었고 곳곳에 아까 봤던 짐승 무리가 있는 것을 보았다. 맹수들도 분명 살 테지만 상대적으로 우거진 숲속보다는 적을 거라고 판단했다. 더군다나 사슴 같은 짐승이 있어 나중에 사냥하기에 안성맞춤이라고 여겼다.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 가고 있었다. 붉은빛이 도는 게 한 두 시간 후면 해가 질 것 같았다.

지구에 있을 때 원일은 웬만하면 일을 빨리 마무리 짓는걸 선호했다. 그래야 다음날 할 일도 줄어들고 자신도 마음이 편했기 때문이다.

들판을 몇 번 지나오는 동안 보이는 산이 목적지였는데 높이도 적당한 것이 활동지로 삼아도 될 것으로 보였다.

'해가 지기 전에 은신할 곳을 찾아야 해.'

마음이 급해지자 발걸음도 덩달아 빨라졌다. 경사가 완만한 곳을 올라가며 짐승의 흔적이나 개울가의 자취를 찾았다. 산 밑의 초입에서 쭉 둘러보던 중 유난히 돌들이 많은 지역을 찾을 수 있었다.

원일은 그곳으로 뛰어가 돌들을 하나씩 치우곤 고운 흙을 파기 시작했다. 한참을 파 내려가자 물이 올라오며 고였다. 그 모습을 보고 원일은 환호했다.

"역시! 이 지역의 물들이 괜히 고일리가 없지."

이 지점은 개울의 하류로 보였다. 비가 오기 전엔 말라 있다가 많은 비가 오면 불어난 물이 산에서 타고 내려와 들판으로 흘러 왔을 것이다.

원일은 개울을 따라 상류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올라가자 작은 물소리가 들렸다.

물은 여러 갈래로 내리흐르고 있었고 썩은 나무와 바위들이 물길을 막고 있었다. 다행히 물도 맑은 게 상류 쪽으로 올라가면 먹어도 될 만큼 깨끗해 보였다. 비가 많이 온다면 이것들이 쓸려 내려가 지류를 형성할 것이고 강이 될 것이다. 다만 그런 일은 없는 것으로 보아 이 지역 자체가 강수량은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았다.


개울의 상류로 올라갈수록 개울 폭은 넓고 맑아 졌다.

원일은 고개를 박고 물을 들이켰다. 시원하고 청량한 것이 약수 같았다. 좋은 약수는 많이 먹어 봤다고 자부했는데 어느 곳의 물보다 맛있었다. 단순히 맛있다는 표현으로는 설명되지 않았다.

'해가 지기 전에 쉴 곳을 마련해야 한다.'

이미 해는 기울어진 지 오래고 삼십 분 정도면 해가 완전히 져 깜깜해질 것 같았다. 사방이 맹수투성이인 이 위험지역에서 몸을 드러내는 건 자살 행위와 같다. 더군다나 이런 물가라면 야행성 동물들이 물을 먹기에도 좋고 접근 자체가 편하니 이 주변은 더욱 피해야 했다. 더군다나 몸을 씻지 않아 땀 냄새도 베 체취도 나서 이 냄새를 맡고 동물들이 접근할 수도 있었다.


개울 위로 더 올라가자 짐승의 흔적이 보였다. 허리 높이 부근 나무들에 털들이 있어 만져보니 복슬복슬한게 인상적이었다. 등을 대고 긁은 듯 보였고 아직 축축한 배설물도 보였다. 짐승 털은 없고 씨앗 같은 것만 있는 것을 보고 확신했다.

'초식동물이다!'

전체적인 상황은 굉장한 호조였다. 초식동물들도 있으니 이들을 잡아먹는 육식동물이 있을 건 확실했다. 짐승들의 길도 보이는 게 여기에 함정을 파거나 올무를 설치한다면 꽤 쏠쏠해 보였다.

생각을 정리한 원일은 주변의 나뭇잎들을 최대한 뜯었다. 땅바닥에 있는 것은 버려두고 생가지 잎만 뜯어 벗은 잠바에 잔뜩 담았다. 그리곤 팔끼리 묶어 다시 산에서 내려갔다.

개울 초입으로 내려왔을 때 이미 해는 지고 어둑해졌다. 달빛이 환하게 비추는 게 이질적이어서 원일은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두 눈을 의심했다.

'달이 두 개야...'

첫째 날은 달을 볼 광경이 안 됐기에 볼 겨를이 없었는데 오늘 본 광경은 살면서 본 광경 중 가장 어처구니가 없었다.

크기도 지구보다 배는 큰 듯이 컸고 양쪽으로 붙어 있어 대낮처럼 환했다. 들판의 웅덩이에는 반딧불이들도 날아다니고 있었다.

"환상적이군."

여기서 프로포즈 한다면 안 넘어오는 여자가 없을 정도였다. 이 아름다운 광경을 아로히 새기고 원일은 신속히 은신처를 만들었다.

'ㄷ' 자 모양으로 배치된 바위 사이에 들어가 바닥에 있는 자갈이나 돌을 치웠다. 그리곤 적당한 모양의 돌을 쌓아 뚫린 공간이 없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주워온 나뭇가지 몇 가닥과 낚싯줄로 묶은 위장막에 잠바를 씌우고 지붕 위에 덮었다. 그리곤 나뭇잎으로 위장했다. 바위들은 단단히 박혀 있고 다행히 개방된 입구가 돌 틈 사이에 있기에 발견하기가 매우 까다로워 보였다.


일을 마친 원일은 벽에 쭈그려 기댔다. 그리곤 발을 가슴으로 모으곤 그 좁은 틈 사이에 기댔다.

편하진 않았지만, 그럭저럭 쉴만했다. 불을 피우진 않았다. 사방이 트인 공간에서 불을 피우다 호기심에 맹수라도 불러들인다면 그것만큼 문제가 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표범은 사슴을 먹었고 괴물들은 멧돼지를 잡아먹었지, 비룡은 말을 먹고 여기는 철저한 약육강식의 세계다. 약하면 잡아먹히고 죽는.'

원일은 마음을 다잡았다. 저런 괴물들이 사방천지에 깔렸으니 힘을 기르는 게 급선무라 생각했다. 사람을 찾을 생각은 애초에 포기했다. 근육 괴물들 같은 유사인간들이 있을 수도 있었고 설령 사람이라고 찾았더니 문화 수준이 원시 수준이라 식인을 거리낌 없이 하거나 노예로 부릴 여지가 생각나 오한이 들었다.

'지금 상황에 잡히면 끝장이다.'

가뜩이나 약한 원일의 몸이 더 약해지면 그때는 뼛조각만 남기고 사라지리라.


원일이 오만가지 생각에 잡혀 있을 때 달은 더 환히 비추며 만월이 되었다. 두 달은 세상을 더 환히 비추었고 반딧불이들은 더욱 모여 빚은 더 은은히 빛났다. 달빛과 녹색 반딧불이의 빛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광경을 내는 와중 갑자기 푸른빛이 사방 천지에서 모여들었다.

푸른빛은 점점 모여 들어 원을 만들었다. 원은 빙글빙글 돌며 서로 불렀다. 그러다 5분 정도가 지나자 빛은 절정을 이루었고 세상은 갑자기 환해졌다. 그리고 원일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푸른빛 몇 개가 서로 합쳐지더니 작은 여자아이가 되었다. 반투명한 여자아이는 순식간에 몇 명으로 늘어나더니 마침내 30명은 될 법한 인원이 되었다.

그들은 서로 날아다니며 웃고 춤을 추었다. 하늘에는 유성우와 같은 녹색빛들이 내려 신성함까지 느껴졌다. 그리곤 여자아이들은 갑자기 무릎을 꿇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들의 노랫소리는 잔잔하며 감동이 느껴질 만큼 환상적이었다.

알 수 없는 언어로 부르는 노래에 미증유의 힘이 깃들어 있는지 산에 사는 짐승들이 호응했다. 늑대들의 하울링이나 동물들의 구슬픈 울음 소리가 산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다행인 건 원일이 내려온 산 쪽에서는 맹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노랫소리는 마침내 최고조에 이르렀고 세상은 빛에 둘러싸옇다. 그걸 끝으로 여자아이들은 다시 푸른빛이 되어 사라졌다. 푸른빛은 물감이 번지듯 뻣어 나갔다.

원일은 그 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았다.

경건하고 환상적이었다. 또 몽환적이었다. 다만 쌓인 피로가 누적되어 있는지 눈을 감자 잠이 들었다.

원일이 잠에 빠지자 퍼져 나가던 푸른빛 중 일부가 원일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이 푸른빛은 가슴에 잠깐 머물렀다가 빛을 내더니 배꼽 부근에 자리를 잡고는 빛을 꺼드렸다.

원일의 몸에 어떤 현상이 벌어졌든 그의 표정은 매우 편안하고 평온해 보였다. 기분 좋은 꿈이라도 꾸는 듯 입가에 미소까지 번졌다.


세상은 변화한다. 탄생 있다면 죽음이 있듯 이 세상은 자연의 섭리로 돌아간다. 병들고 약한 것은 죽기 마련이고 이들을 양분 삼아 강인한 것들은 더 강해진다. 하지만 이들도 언젠간 약해지고 죽는다. 마치 저 여자아이들처럼.

이 가이아 대륙의 집시 설화에는 어떤 얘기가 전설처럼 전해진다.

- 고귀한 정령은 죽을 때가 되면 태어난 곳으로 모인다. 그리고 서로 힘을 합쳐 곧 태어날 정령들을 축복하고 자신들을 위해 진혼곡을 부른다. 그리고는 세상 곳곳에 자신들의 생명력을 뿌린다. 정령의 생명력에 영향을 받은 생물은 더욱 강인해진 육체와 영성을 얻는다. 동물이라면 영물이 될 것이고, 인간이라면 초월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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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3. 터를 잡다. +1 18.12.27 573 9 10쪽
» 2. 생존 +1 18.12.27 522 9 9쪽
3 2. 생존 +1 18.12.27 581 7 10쪽
2 1. 낯선 세계 +1 18.12.26 631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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