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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님의 서재입니다.

평등주의 사회는 없다(기계들의 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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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s
작품등록일 :
2020.08.03 20:08
최근연재일 :
2022.09.02 06:00
연재수 :
2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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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59
추천수 :
25
글자수 :
1,22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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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08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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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62화. 이(異)와 이(利) 그리고 조선

DUMMY

“아시겠지만, 종이는 다시 돌아오실 때 제가 있는 곳으로 통하는 문을 만드는 용도입니다. 이 작은 돌멩이는 꿈 조각을 본떠 만든 파편입니다. 무한한 힘을 가진 꿈 조각과는 달리 일회성이죠. 그리고 이 패는 무슨 뜻을 의미하시는지는 아시겠죠?”


서홍비가 세 가지를 하칼에게 건네주며 물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럼 지체 없이 바로 조선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드리겠습니다.”


서홍비는 말을 마치고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녀의 손끝이 닿는 곳에 검은색 문이 열렸다.


“감사합니다.”


“무운을 빌겠습니다. 하칼 사령관님”


하칼은 깊은 한숨을 쉬고 문 안으로 들어갔다.


“감사합니다.”


하칼의 뒤를 이어 주민과 샬롭 그리고 트러스티가 차례차례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로아까지 문 안으로 들어가자 문은 곧바로 닫혔다.


동굴 안에는 이제 제천성 사령관과 서홍비만이 남았다. 서홍비는 제천성을 돌아봤다.


“또 제가 할 일이 있나요?”


제천성은 서홍비가 이러한 눈으로 보는 이유가 뭔지 알고 있었다.


“네, 아마 이번 임무는 지금까지의 임무보다 훨씬 더 어려울 겁니다.”


“말하세요.”


“얼마나 위험할지는 가늠이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임무죠.”


서홍비는 어쩐 일인지 뜸을 들였다.


“얼마나 어렵기에 그럽니까?”


“패휘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야말로 그를 막아야합니다.”


“패휘라면...같이 이 세계로 온 일행 아닙니까?”


“맞습니다. 예전에 저와 같이 이 세계로 넘어온 다섯 명 중에 한 명입니다. 저희 중 가장 영악하고 교활한 자입니다. 꼭 찾게 된다면 절대로 먼저 다가가지 마시고 곧바로 저에게 연락을 주셔야합니다.”


서홍비는 신신당부를 했다.


“알겠습니다. 헌데 패휘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에 GQ신문사 기자를 조종해 대산까지 들어왔었습니다.”


“GQ신문사라...그쪽부터 확인해 봐야겠군요.”


“네, 패휘가 사람을 완벽하게 조종할 수 있다고 해도 만나지 않은 사람을 조종할 수는 없습니다. 어딘가에서 분명 만난 적이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패휘가 조종할 사람을 아무런 조건 없이 고르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 사람을 고른 이유가 있다는 뜻이군요?”


“네”


“알겠습니다. 바로 길을 열어주시지요.”


“이것을 가져가세요.”


서홍비는 하칼에게 준 것과는 조금 다른 형태의 종이를 건네주었다.


“작동 법은 같습니다만, 길을 만드는 대신 저에게 곧바로 연락이 오게 되어있습니다. 그럼 제가 제천성 사령관님이 있는 곳으로 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이 임무는 극소수의 사람만 가능합니다. 패휘를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커녕 그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조차 거의 없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조심하지요.”


서홍비는 또다시 손을 뻗어 길을 열었다.


“행운을 빌겠습니다.”


제천성은 씩 웃고는 검은 문 안으로 사라졌다.


* * *


하칼 일행이 도착한 곳은 조선에 있는 수많은 산 중 한 곳 이었다. 그들 누구도 조선 지리에 능하지 않았다.


조선은 몽제국 안에서도 변방이었고 몽의 직접 통치가 아닌 자치권을 가진 곳이라 더더욱 몽제국 내에서도 그리 인지도가 있는 곳은 아니었다.


“해가 중천인데도 서늘한 걸 보니 꽤 높은 산인가 보군...”


빽빽한 나무에 가려 시야가 보이지 않아 하칼은 짐작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군요.”


주민이 대답했다.


“근데 정말 여기가 조선이 맞을까요? 저는 아직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불과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인도양의 배 위에 있었는데...그 짧은 사이에 몽을 지나 조선까지 오다니...”


로아가 어이없는 듯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조선이 맞을 겁니다. 굳이 이런 걸 거짓말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칼이 말했다.


“근데 아까 배 위에서는 아침이었는데 지금은 점심인 건가요?”


샬롭이 머리 위에서 내리쬐는 태양을 보며 말했다.


“네 예리함은 정말 종잡을 수가 없네...필요한 것에는 무디면서 말이야.”


트러스티가 말했다.


“그게 내가 이곳이 조선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다. 지구가 자전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


하칼이 물었다.


“들어는 봤는데, 자세히는 모르는데요?”


“아무튼 지구가 둥글고 자전을 하기 때문에 시차가 난다. 조금 전에 있던 섬이 어디인지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아덴에서 조선까지는 대충 다섯 시간 정도 차이가 나지”


“그럼 우리가 여기까지 오는 데에 다섯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 건가요?‘


샬롭이 물었다.


“뭐...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지.”


“아니,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인가요?”


“근본적으로 대답해 주자면 둥근 지구가 자전을 하기 때문에 모든 지표면이 동시에 낮일 수가 없다. 왜냐하면 낮이라는 것은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거든.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시간에 기준을 정해 0으로 시작하여 동쪽으로 시간을 더해가면서 계산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우리에게는 다섯 시간이 지난 것이지만 손해를 본 것이 아니라 그저 다섯 시간 정도만큼의 거리를 한 번에 건너 뛴 것이지”


샬롭은 하칼의 말을 듣고 입을 꾹 닫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너무 어렵게 설명하셨습니다. 하칼님의 말이 맞지만 조금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이렇습니다.”


로아가 주변에서 가장 둥그스름한 돌을 집어 들었다.


“자, 둥근 돌이 있습니다. 이쪽은 햇빛이 들지만 반대편은 캄캄하죠?”


“그건 알죠. 그림자가 지니까요.”


“그럽니다. 빛이 비치는 쪽이 낮, 그림자가 지는 쪽이 밤입니다. 그리고 지구가 자전한다는 건”


로아는 잠시 말을 끊고 돌멩이를 돌렸다.


“이렇게 돌면서 하루라는 개념이 생기는 겁니다. 밤 과 낮, 이쪽과 반대편이 다르죠? 그게 시차입니다.”


“음...대충 이해 한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매일 하칼 대장은 내가 모르는 거에 대해서 복잡하게만 설명하지 이렇게 쉽게 설명해주지 않죠.”


샬롭이 재미있다는 듯 로아가 들고 있던 돌멩이를 들고 이리저리 돌려봤다.


“나름대로 쉽게 설명한 건데? 그리고 나 이제 사령관이야. 대장이 아니라.”


하칼이 말했다.


“네 네 좋겠습니다. 사령관님!”


샬롭이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


“아무튼 움직이자.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니까 말이야.”


그들은 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커다란 산들로 이루어진 이곳에서 내려간다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내리막길이던 길은 다시 가파른 오르막길이 되었다. 하칼은 잠시 일행을 멈추고 나무 위로 올라갔다.


그러나 나무 위에서도 정확하게 길이 보이지 않았다. 몽의 녹림 지역 나무와는 달리 그리 높지도 않았고 안개인지 구름인지가 끼어 시야가 제한되었다.


“이렇게는 알 수 없겠는데?”


하칼이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하죠?”


트러스티가 물었다.


“조금 더 걸어봐야지”


“조선의 산은 기운이 좀 다르군요.”


트러스티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어떻게 다른데?”


“뭔가 조금 더 음침하다고 해야 할라나? 더 으스스하군요.”


“천하에 트러스티가 그런 말을 하다니!”


“근데 정말 조금 다른 것 같기는 합니다.”


로아가 트러스티의 말에 동의했다.


“그건 맞는 것 같습니다. 다르다고 느껴지기는 하군요. 일단 잠시 앉아서 쉬는 게 좋겠습니다. 무턱대고 움직이는 것이 좋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들은 바위와 땅에 앉아 잠시 숨을 돌렸다.


“이렇게나 빨리 조선에 와있다니...아무리 생각해도 믿을 수가 없군요...”


트러스티가 주변에 있던 돌멩이 하나를 주워들며 말했다. 그들은 방금 전 일어났던 일에 대하 각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옛 고대 나라들이 나름의 시간 개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은 하나로 통일될 수가 없었다. 모든 나라가 자신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개념을 가지고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들이 지구의 반대편에 사는 사람과 만나지도 않은 채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인간은 서서히 발전하며 미래를 예상해 그에 대한 대비를 했다. 시차와 같이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대비책이었다.


그러나 서서히 발전하지 않았다면, 갑자기 어디에선가 누군가 나타나 몇 천 년 뒤에나 발명될 것 혹은 절대 발명되지 않을 것을 고대인들의 앞에 턱 하니 가져다 놓았다면 아마 이들처럼 반응했을 것이다.


눈으로 직접 보고 체험을 했지만, 믿을 수 없는 것을 본다면 감탄이나 혼란 따위보다는 오히려 담담함이 튀어나올 것이었다.


트러스티는 돌멩이를 다시 땅에 내려놓았다. 그녀는 이해하기 힘든 것을 억지로 이해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누구냐!”


그때 누군가가 소리쳤다. 목소리는 그들 일행이 아닌 전혀 다른 사람의 목소리였다. 그들이 아무 대답도 없자 결국 목소리의 주인은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년의 남성이었다. 그는 기다란 엽총의 총구를 하칼 일행에게 겨눈 채 다가왔다.


흙과 세월에 거뭇거뭇해진 하얀 천 옷 위에 검은 무늬가 이리저리 어지럽게 나 있는 황색 털조끼와 두건을 쓰고 있었다.


“조선에서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총을 겨누나요?”


하칼이 말하자 남성은 아무런 대답 없이 천천히 총구를 아래로 내렸지만, 총을 완전히 거두지는 않았다.


언제라도 다시 총을 들어 쏠 수 있도록 손으로 총을 꼭 잡은 상태였다.


“우리를 귀신 보듯 하는데요?”


트러스티가 남성의 눈을 보며 말했다.


“우리는 귀신이 아니오! 그냥 사람이오!”


하칼은 남성을 안심시키려 빈손을 높이 들며 말했다. 잠시 뒤 남성은 말 대신 왼손가락을 입에 물고 휘파람 소리를 냈다.


휘파람 소리는 날카롭게 공기를 가르며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부스럭


휘파람 소리가 산을 훑고 지나가자 남성의 뒤편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누구냐?”


이번에는 하칼이 검에 손을 가져다 대며 물었다.


부스럭


수풀이 두세 번 더 흔들리더니 누군가의 머리가 튀어나왔다. 하칼은 엄청난 반사 신경으로 검 대신 총을 꺼내 겨눴다.


“아! 아닙니다! 저도 사람입니다.”


흔들리는 수풀 속에서 아직 완전히 여물지 못한 목소리와 함께 앳된 얼굴의 청년이 나타났다. 하칼은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자 빠르게 총을 거뒀다.


“사람이군.”


하칼은 머쓱한 듯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했다. 수풀에 반쯤 몸을 숨기고 있던 청년은 재빠르게 나와 순식간에 그들 앞에 도착했다.


“이런 곳에서 사람을 만나다니!”


청년은 햇볕에 타 조금은 까무잡잡한 피부에 아이인지 어른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하칼이 먼저 인사했다.


“말투나 옷차림을 보아하니 몽제국 사람들이신 거 같은데 어째서 이런 곳에 있습니까?”


청년은 분명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를 사용했지만, 몽국어와는 억양이 미묘하게 달랐다.


“저희는 몽제국의 군인입니다. 하칼이라고 합니다.”


“몽제국 군인들이 어째서 이런 곳에 계시는 건가요?”


“일이 있어서 왔다가 길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곳은 오면 안 되는 곳인가요? 도대체 여기가 어디기에 그러는 건가요?”


하칼은 기분 나쁘다는 티를 구태여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청년은 하칼의 의중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다름이 아니라 이곳은 위험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위험한 곳이라면?”


“여기는 범이 사는 곳입니다. 그것도 한두 마리가 아니라 꽤 많이요. 특히나 이산의 범은 포악하기로 유명해서 저희가 온 겁니다.”


“범이요?”


“네, 저희는 범 사냥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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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91화. 섬 이에 21.06.17 22 0 11쪽
90 90화. 몽-002 21.06.13 27 0 13쪽
89 89화. 접신(10) 21.06.10 29 0 13쪽
88 88화. 접신(9) 21.06.06 28 0 12쪽
87 87화. 접신(8) 21.06.03 26 0 12쪽
86 86화. 접신(7) 21.05.30 32 0 13쪽
85 85화. 접신(6) 21.05.27 29 0 11쪽
84 84화. 접신(5) 21.05.23 30 0 12쪽
83 83화. 접신(4) 21.05.20 31 0 11쪽
82 82화. 접신(3) 21.05.16 29 0 12쪽
81 81화. 접신(2) 21.05.14 3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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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78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6) 21.05.02 31 0 12쪽
77 77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5) 21.04.29 33 0 14쪽
76 76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4) 21.04.25 33 0 15쪽
75 75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3) 21.04.22 35 0 14쪽
74 74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2) 21.04.18 34 0 14쪽
73 73화. 오랜 힘과 계획의 단면(1) 21.04.15 32 0 13쪽
72 72화. 백두산에서 시작되는 바람(5) 21.04.11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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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70화. 백두산에서 시작되는 바람(3) 21.04.04 38 0 14쪽
69 69화. 백두산에서 시작되는 바람(2) 21.04.01 35 0 14쪽
68 68화. 백두산에서 시작되는 바람(1) 21.03.28 35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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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66화. 범 사냥꾼들의 밤(4) 21.03.22 41 0 15쪽
65 65화. 범 사냥꾼들의 밤(3) 21.03.19 37 0 14쪽
64 64화. 범 사냥꾼들의 밤(2) 21.03.14 36 0 13쪽
63 63화. 범 사냥꾼들의 밤(1) 21.03.11 44 0 12쪽
» 62화. 이(異)와 이(利) 그리고 조선 21.03.08 34 0 13쪽
61 61화. 괴물들이 난무하는 곳 21.03.04 32 0 14쪽
60 60화. 괴물을 위한 괴물 21.02.28 34 0 12쪽
59 59화. 마지막 커튼콜 21.02.26 36 0 12쪽
58 58화. 과거의 눈물은 현재의 비가되어(3) 21.02.21 56 0 12쪽
57 57화. 과거의 눈물은 현재의 비가되어(2) 21.02.19 36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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