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서재관리가 소홀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꽤나 많은 일을 겪으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해 봅니다.
첫 작 “100조로 갑질하기”는 과분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제이플러스 미디어와 매니지 계약을 한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길을 몰라 헤매일 때 정말 기초부터 하나씩 배웠습니다.
그런데,
ㅎㅎㅎ
네이버에 첫작의 프로모션을 받으면서 차기작을 독점으로 올린다는 조건이 있었답니다.
솔직히 저는 몰랐습니다.
말은 들었겠지만, 업계의 속사정을 모르는 입장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게
정답 같습니다.
그렇게 첫작을 완결하고,
차기작을 네이버 매열무에 런칭했습니다.
이름도 거창한 “무한자본, 내 맘대로 세상 만들기”
이름만큼 거창하지 못하고 완결을 봤습니다.
첫 작이 309화, 차기작이 251화.
나름 장편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현판에서 저 정도면... 쯧,
100조는 꽤 값어치를 해 줬습니다.
그러나 무한자본은 폭망했습니다.
한번 집필을 시작하면 최소한 1년이 소요됩니다.
구상하고, 플롯 짜고, 시놉 만들고, 초기 연재분량을 쓰고,
그렇게 완결까지 달리면 거의 1년은 홀랑 잡아 먹습니다.
만만찮은 시간입니다.
진땀이 납니다.
엉덩이는 땀띠가 나고요.
그러던 와중에
간질간질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대충 감을 잡으시겠지만,
저는 구무협 세대입니다.
어릴 적에는 만화방을 들락거렸고,
그 다음에는 대여점 죽돌이가 되었죠.
성장하면서 항상 무협지를 끼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랬던 제가 현대판타지를 2질이나 쓰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놀랍습니다.
예,
저는 무협이 좋습니다.
무협을 계속 쓰고 싶다는 갈증이 가시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틈틈이 몇 화씩 무협을 썼습니다.
비축분이 30화를 넘어가고,
50화도 넘기고,
거의 90화가 다 되어 갈 수록 불안했습니다.
지금 웹소설 시장에서 무협이 먹힐까?
비가 작가님의 화산귀환이 매출 300억을 찍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또 꾸준히 무협을 쓰시는 워낙 유명한 작가님 작품들도 제법 많습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시장을 바라보면,
결론은
아닙니다.
어느새 무협이라는 장르는 고인물 독자님 일부를 제외하곤 서서히 스러지고 있습니다.
이건 팩트입니다.
당장 문피아의 투베만 봐도 상위권에 랭크된 무협은 없습니다.
겨우 30위권도 한 작품 정도만 보일 뿐
대부분 중위권에서 하위권을 면치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웹소설 작가는 상업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아니,
팔리지 않는 작품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그럴려면 신춘문예를 두드리던가 배를 곯아야 합니다.
그런데도 저는 무협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 갈증때문에 써둔 비축분도 아까웠습니다.
그래서 문피아의 작가연재란에 올리게 된 것입니다.
“천년무적 장추룡”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했습니다.
오늘 이 글을 쓰는 현재, 벌써 40화가 연재되고 있습니다.
조회수가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100조가 한 달만에 100만 조회를 통과했는데,
이번 글은 13만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투베 순위도 50위에서 마감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곤 합니다.
그럼에도 동아 미디어와 계약을 했습니다.
이상하게 성적이 별로 좋지 못한데도 몇군데 대형 출판사의 컨텍을 받았습니다.
계약한 동아도 대형 출판사에 속하죠.
저는 출판사 규모도 중요하지만
담당자와의 교감을 더 가치있게 생각합니다.
네임드 작가도 아닌 일개 초보 작가가
편집장님과 상대할 것도 아니고,
출판사 사장님과 통화할 것도 아닌데.
담당자님과 교감은 그래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이번에 동아 미디어와 계약한 것도 그래서 입니다.
하여튼 저는 무협이 좋습니다.
100조에서 달리던 악댓도 훨씬 줄었습니다.
열성적으로 응원해주시는 독자님들이 꽤 있습니다.
이것도 행복한 일입니다.
수익적인 면만 생각한다면
무조건 현판을 써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시작한 장추룡과 함께 1년을 보낼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시장이 원하는 글이 있고,
작가가 쓰고 싶은 글도 있습니다.
이번 장추룡은 절대적으로 제가 쓰고 싶은 글입니다.
완결할 때까지 행복한 여정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모두 건강하시길 빕니다.
중국에서 S수미르 올림.
001. Lv.5 존잘김하성
23.02.13 23:22
30화도 제대로 못쓰는 저보다는 훨씬 나은거 같습니다. 부럽습니다..
002. Lv.25 S수미르
23.03.30 16:47
김하성 작가님.
너무 늦게 답신을 달게 되어 죄송합니다.
운동 좋아하시나요?
저는 지독히 싫어합니다.
천성적으로 몸쓰는걸 피했습니다.
5분 거리면 차로 움직이는 굼뱅이 스타일입니다.
그런데 나이가 나이인지라 어쩔 수 없이 운동을 안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몸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 하는 운동입니다.
즐거울리 만무한 일입니다.
그런데 운동이란게,
달리 보자면 내 몸에 고통을 주는 행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온몸의 근육을 잘게잘게 쪼개야 다시 그 근육이 생성되고 활성화되는 게 운동이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렇죠...
고통을 느끼면서 근육을 단련시켜야 비로소 적당한 근육이 만들어진다는 사실.
우리 작가들이 쓰는 글도 그렇습니다.
취미로 쓸때는 마냥 행복합니다.
기분 내키는 대로 써도 상관없고, 쓰기 싫으면 한쪽으로 밀어놔도 됩니다.
하지만 직업으로서 글을 쓰게 되면 마냥 행복할까요?
쓰기 싫을 때가 더 많습니다.
직장처럼 누가 감시하는 것도 아니거든요.
느슨해질 수 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너무 많은 자유는 방종을 부른다고 했던 막시즘처럼.
하루에 보통 5,000자 이상(저는 거의 6,000자를 목표로 하긴합니다만)을 쓴다는 것.
그것도 독수리같은 눈을 빛내고 읽어주시는 독자님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
오로지 하루 종일 쓰고 있는 글과 함께하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몇몇 천재 작가님을 제외하고는 다 그러합니다.
평균 세 시간이면 써지는 글이지만, 10시간 이상을 잡아 먹곤 합니다.
보고 타이핑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만들어 내는 글, 창작의 영역이기에 더 그렇습니다.
그래서 글근육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글을 쓰는 것도 근육이 있어야 합니다.
죽을 것처럼 고통스럽죠.
한 대목에서, 한 문장에서 꽉 막히면... 이건 답이 없습니다.
어떻게든 돌파를 해야 하는데, 머리가 실타래처럼 뒤엉켜 도무지 나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한쪽으로 밀어놓을 수 있나요?
하루에 한 화를 꼬박 연재하겠다고 약속했는걸요.
100원의 결제를 하고 글을 읽어주는 독자님이 계신걸요.
도망가면 글근육은 절대 생기지 않습니다.
억지로, 강박관념에 사로잡히는 한이 있어도 무조건 써야 합니다.
그래야 글도 근육이 박힙니다.
어줍잖게 하성 작가님에게 꼰대같은 말을 늘어놓은 게 아닌지 살짝 걱정됩니다.
다만, 다 하고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에 20만의 예비 작가가 있고,
수천의 기성 작가도 있습니다.
그분들이라고 매일매일을 마냥 행복하게 자판을 두드리지 않을 겁니다.
일단 30화를 넘겨 보십시오.
그리고 50화를 넘기고, 또 100화를 정복하고...
종내에는 완결의 기쁨도 맛볼 수 있습니다.
존잘김하성 작가님을 응원합니다.
행복한 글쓰기가 되는 날이 빨리 오기를 빌겠습니다.
003. Lv.17 독성
23.03.20 13:26
장추룡은 좋은글입니다.
상업적 성공과 별개로 제가 느낀 바는 그렇습니다.
초반부터 장추룡을 지켜보며. 어쩌면 연재를 중단하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유료화 할 만큼 독자분들이 충분치는 못하다고 저 혼자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유료화 진행하신다기에 의아하기도. 반갑기도 했네요.
게시판의 글들을 찬찬히 읽어 보니 많은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의 인품이 어떤지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건필하시길...
004. Lv.25 S수미르
23.03.30 16:58
독성님
애정이 가득한 말씀 감사합니다.
딱 제 걱정을 대신해주는 듯 해서 더 감사합니다.
말씀대로 생계만 우선했다면 장추룡은 유료화를 할 수 없는 글입니다.
상업작가는 매출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유료화를 하는 순간 아마추어에서 프로의 영역으로 들어서는 거니까요.
네임드 작가님들 중 어떤 분은 100원의 결제에 대해 가볍게 정의를 내리셨던데...
제 입장에서는 눈쌀을 찌푸렸습니다.
1원이면 어떻습니까?
1원인들 가볍나요?
아닙니다.
모래알처럼 많은 웹소설의 홍수속에서 글쟁이의 글을 찾아 읽어주는 독자님의 결제를
무겁게 받아들입니다.
그건 단순한 돈이 아니라 응원이기 때문입니다.
사족이 길었는데요.
이번 장추룡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앞에 썼던 현판의 구작 수입이 제법 나오는 덕분입니다.
밥은 굶지 않겠구나.
그럼 한번쯤 글쟁이가 좋아하는 무협을 완결해도 괜찮지 않을까?
이런 치기어린 고집이 그리 만들었습니다.
독성님의 응원, 항상 잊지 않고 쓰겠습니다.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독성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