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2화, 그 녀석이라면 그 녀석밖에 더 있어?
"네?"
'위험해? 그 녀석이?'
이해를 못한 아랑이 고개를 갸웃 거렸다.
[한번에 좀 알아먹어. 그 녀석이라면 그 녀석밖에 더 있어?]
케인이 짜증스런 목소리로 빨리 알아차리라며 아랑을 닥달했다.
'위험하다니...설마.'
등 뒤로 불안감이 엄습한 아랑은 다급해진 어조로 물었다.
"혹시 초아 말인가요? 지금 초아가 위험하다는 겁니까?!"
[빨리도 이해한다.]
"초아가 왜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숨도 고르지않고 빠르게 묻는 아랑.
그렇지 않아도 초아와 오래 떨어져있었던터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였던 아랑은 케인의 말에 숨이 멎을 것 같았다.
'다쳤나? 얼마나 다친거지? 누가 그런거죠? 중립자가 그런건가요? 그 보다는 초아는 지금 어디에 있는거지? 마르첼 상회에 있는 줄 알았는데!'
무엇 하나 뚜렷하게 알고있는게 없어서 일까.
아랑의 머리 속에 그의 의지와 반대로 불길한 상상이 그려졌다.
쿵쾅! 쿵쾅...!
불안감이 고조된 아랑의 심장은 당장이라도 터질것처럼 뛰었다.
아랑이 가슴을 쥐어잡으며 케인의 대답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돌아온 대답은 무척 담담했다.
[지금 당장은 괜찮아. 하지만 그 놈에 무슨 일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으니까 빨리 가라고.]
"그게 무슨..."
[지금 거기서 나랑 떠드는것 보다 그 녀석한테 먼저 가는게 먼저 아냐?]
"......그렇죠."
아랑이 분한듯 주먹을 움켜쥐며 대답했다.
이렇게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시간에도 초아가 위험에 처해있다는 생각만 해도 아랑은 속에서 열이 올랐다.
하지만 케인이 무엇이 먼저인지 일침을 가한 덕에 조금은 침착해질 수 있었다.
[그 녀석이 있는 장소는 알고있어?]
"아뇨, 하지만 갈 수 있습니다.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 뒤에 하얀 달로 가면 되니까요."
아랑이 가슴에 달고있는 브로치를 내려다봤다.
초아의 위치를 알고있지 못해도 초아의 내면에 자리잡은 하얀 달로 돌아가면 된다.
하얀 달은 초아가 어디있던 그녀에게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니까.
'이럴때는 기생이라는게 나쁜것 만은 아니네요.'
아랑이 씁쓸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간단하네.]
"......음."
[뭐 할말 더 있어? 나 진짜 긴말 못 하는데...누굴 좀 상대해야되서 말이야.]
마치 성가신 일을 맡은 거처럼 케인이 가볍게 혀를 찼다.
"아뇨, 그게 아니라...고맙습니다."
[...뭐?]
아랑의 입에서 고맙다라는 낯간지러운 소리가 나오자 케인이 황당하게 되물었다.
"당신이 도움이 될때가 다 있네요."
아랑이 별 일이라는듯이 중얼거렸다.
파아아...
아랑의 오른 손에서 하얀 빛의 띠가 뿜어져나왔고, 빛의 띠는 가슴에 달린 브로치를 구속하듯 꽁꽁 감싸맸다.
이내 짧게 강한 빛을 발한 빛의 띠는 브로치의 힘을 봉인 시켜 아랑을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스윽-
불투명하게 변한 자신의 손을 훑어본 아랑은 무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안 그래도 곤란했거든요. 몸이 안 움직여서...이도 저도 못했는데.]
[아, 그래서 그렇게 바닥에 쭈구리고 있었나보지.]
[누가 쭈구려있었..!......하아, 저도 긴말하긴 싫네요. 아무튼 고맙습니다. 초아에 관련해서도요.]
움찔...
아랑이 초아를 거론하자 케인이 움찔거렸다.
초아가 했던 말이 잔상으로 남아 메아리처럼 자꾸만 맴돌았기 때문이다.
[너...]
잠시 무겁게 입을 다물었던 케인이 힘겹게 입술을 달싹거렸다.
'너는 그 녀석한테 뭐지? 너는 그 녀석을...초아를 어떻게 생각하는거냐고. 그리고 난.'
콱-!
입 안에 맴돌던 말을 체 꺼내기도 전에 입술을 깨물어버렸다.
'난 뭘 어쩌길 바라는건데...!'
[예? 무슨...]
[됐어, 그냥 실언이야. 얼른 그 녀석한테 가기나 해.]
* * *
후두둑-!! 쿵!
등 너머로 흙이 쏟아져 걸어왔던 길이 지워졌고 탈출 입구는 다시 벽돌로 막혔다.
잠시 주변을 살폈다.
내가 사라진걸 눈치채지 못 했는지 감옥은 무척 조용하다.
"휴우, 다행이다. 들키진 않았나보네. 그 보다."
쾌쾌한 곰팡이, 거미줄, 먼지들이 정말 달갑지않다.
게다가.
"내 의지로 오긴 왔지만...막상 내 발로 오니까 기분이 영 이상하네."
볼을 긁적이며 어두스름한 감옥을 둘러봤다.
툭-!
실없는 소리를 늘어놓는 중에 발치에 뭔가가 치였다.
"아."
잠시 동안 내 역활을 했던 인형이다.
지저분한 거적을 덮고 있는 인형은 여전히 흉물스러웠다.
이미 한번 봤지만...다시 보니.
'이걸 나라고...아오, 정말.'
울컥하고 짜증이 치밀어올랐다.
슥-
눕혀있던 인형의 어깨를 잡아 들었다.
축 쳐져있는 인형을 마주보며 중얼거렸다.
"그때 내가 아무리 엉망이였어도 이 정도는 아니라고."
'듣고있어요, 위드씨?!'
이런 상황만 아니였어도 명백하게 따졌을텐데.
" 이건 뭐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초아!!!!!]
"으아아!"
- 작가의말
재밌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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