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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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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작품등록일 :
2019.02.04 17:31
최근연재일 :
2023.10.23 21:19
연재수 :
4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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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81
추천수 :
584
글자수 :
2,078,347

작성
19.02.04 19:43
조회
24
추천
1
글자
12쪽

267화, 우리의 계획(3)

DUMMY

'아랑이...중립 위원장이랑?'


듣고도 황당한 소리에 고개가 절로 갸우뚱 젖혀졌다.




"왜?"




라는 물음만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물음에 호야는 당연하단듯이.




[내가 어떻게 알아...]




라면서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텔싱할때 하품 하지마...끄응, 아랑이 왜 중립 위원장이랑 있는거지? 하필 이 시점에.'


하필이면 이런 상황에 다른 이도 아닌 중립 위원장과 있다니.




[달님은...초아랑 같이 있는거 아니였어?]




한이 왠지 모르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응? 어, 그게...상회 가기 전에 잠깐 떨어졌어. 아랑이 일이 있었다면서 나더러 먼저 가랬거든."


[일? 무슨 일?]


"나도 몰라."




그렇지 않아도 오늘따라 어물쩍 거리면서 먼저 가라고 보내는게 이상하다 생각했었다.


'별일 있겠나 싶었는데...일이 있다는게 설마 중립 위원장을 만나는 거였나? 하지만 아랑이 왜?'


아랑이 내게 비밀로 한체 혼자서 중립 위원장을 만날 이유가 있을까?


애시당초 아랑은 중립 위원장을 껄끄러워하는 줄 알고있었다.


우연히 만났던 중립 위원장을 아랑은 다급하고, 적대적으로 대했기 때문이다.


마치 두번 다시 마주치고싶지 않은 이를 만난것처럼 말이다.




"차기 지도자 무슨 문제가 있나? 이 이상 시간을 낭비 할 수는 없네만."


"아! 죄송해요. 그게...예상치 못한게 생겨서."


"뭔가?"




위드에게 조금 전 우리의 대화를 알려주자 위드는 곤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것 참...곤란하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랑이 이 상황에서 중립 위원장과 함께 있는건 좋지 않다.


계획도 계획이지만 빅 헌터와 손을 잡은 중립자에게 자칫 아랑이 하얀 달의 주인이라는게 들통이 난다면.


싸악...


등 뒤로 불안한 기운에 엄습해오자 안색이 점점 파리해졌다.


'아랑...'


혹시라도 나처럼 아랑도 중립자에게 험한 일을 당하진 않았을지 걱정이 됐다.


이럴 줄 알았으면 같이 가자고 고집을 피울걸 그랬다.




"우선 아랑한테 텔싱으로 중립 위원장한테서 멀어지라고 하자."


[안돼...중립 위원장이 있는 중앙 중립위원회 건물은 허가된 사람이 아닌 이상 텔싱이랑 텔레포트는 불가하게 되있거든.]


"뭐?! 그럼 어떡해?"




연락이라도 닿는다면 어떻게든 해볼텐데 그마저도 안된다니.


예상치 못한 문제에 어쩔 줄 몰라 '어떡해?'를 남발했다.


이대로 중립 위원장과 함께 있을 아랑도 걱정이지만 계획도 차질이 생긴다.


우리의 계획이 들키면 아랑은 달의 주인인게 들키지않아도 인질이 될테고, 빅 헌터에게 잡혀있을 나에게도 문제가 생긴다.


'난 아랑이 있는걸 전제하에 빅 헌터한테 다시 가는거였단 말이야!'


또 다시 제갈이 물린다면 구현이고 뭐고 성질만 더러운 인질만 될게 뻔했다.


'그, 그러면...'




"그 이, 인형을 계속 내 대역으로......두고, 아랑을 찾으러갈까?"




누가 봐도 무리한 방법이 머리 속에 계속 맴돌았다.


하지만 곧이어.




"흐아아아..."




두 손에 얼굴을 파묻은체 힘 없이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 안돼! 들킨다고! 누가 봐도 들킬거라고! 그 인형이 아직까지 안 들킨게 기적이란 말이야! 게다가 그 인형이...아니 마대걸짝처럼 생긴게 계속 내 대역으로 있는것도 찜찜하다구! 그게 어딜봐서 내 모형이야! 이건 너무하잖아! 아라아아앙-!! 왜 하필 중립 위원장이랑 있는거야!'


이대로 계획을 실행하기에는 아랑이 걸리고, 아랑을 중립 위원장에게 떼오놓을 이렇다할 방법이 떠오르질 않는데다가.


위드가 시간이 없다며 닥달해오니 정신이 쏙 빠질것 같았다.




[내가 갈게.]


"어?"




황금빛 목소리가 구세주처럼 들려왔다.


손에 파묻어놓은 고개를 벌떡 일으켰다.


급 화색이 도는 얼굴로 '어?' 하고 되묻자 케인은 조금 기운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중립자는 나더러 맡으라며. 그 김에 그 녀석도 데려오면 되잖아.]


"저,정말? 그래줄 수 있어? 근데 어떻게?"




간절함에 나도 모르게 가지런히 두 손까지 모아졌다.


이런 내 모습이 보이기라도 하는지 아니면 내 목소리에서 간절함이 느껴졌는지 케인이 피식하고 웃었다.




[평범한 중립자들을 지켜봐봤자 영양가가 없으니까...가장 위에 있는 녀석을 주시하는게 효율적이지.]


[가장 위? 어...설머? 그럼...중립 위원장이라도 만나게?]


[그래.]


"뭐?"




중립자를 지켜보랬더니 중립 위원장을 만나러간다는 케인의 말에 놀란 나머지 목소리가 높아졌다.




[뭘 어떻게 해서든 너한테 그 녀석 보내주면 되는거 아냐.]


"아니, 그래도 그...중립자도 아니고 중립 위원장을 대놓고 만나러가는건 좀 케인, 너도 위험해질텐데."


[위험한건 너겠지.]


"읏..."




케인이 내 정곡을 찔렀다.




[만반에 준비라더니.]


"......"


[하양이가 만반에 준비냐. 하여간...]


"나도 이럴 줄 몰랐지...그리고 너도 위험하거든? 자기도 제 발로 중립 위원장을 만나러 가면서."


[너랑 나랑 같냐? 난 서류 몇개 대충 챙겨서 중립 위원장 만나러 왔다고 하면 아무도 의심 안 해.]




'알았냐?' 라는듯 피식하고 코웃음을 치는 케인.


'아우, 남이 걱정을 해줘도...그래, 너 잘났다. 아오, 갑자기 재수없어.'


괜시리 약이 오르는건 뭐 때문일까.




[그리고.]


"뭐..."




'또 무슨 말을 하려고?'




[걱정마.]


"어?"




황금 빛 목소리가 확고하게 말했다.




[...너한테 아무 일 없도록 해줄테니까.]




'어, 어?'


걱정말라는 저 말이 마치 내 등을 든든하게 바쳐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때문일까.


또 다시 얼굴이 화끈 거리더니 가슴 속이 간질간질 거렸다.


'재, 재수없게 굴때는 언제고...'


아마 케인이 이런 날 보고 있었다면 재밌다는듯이 키득거리면서 놀렸을텐데.


눈 앞에 나를 놀릴 때에 케인이 웃는 모습이 아른거렸다.


절레- 절레-


고개를 저어 쓸데없는 생각을 털어냈다.


'으으, 또 딴 생각! 지금 이럴때가 아닌데! 그래, 다른 사람도 아니고 케인이라면...'


기왕 케인이 나서준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우리에겐 이 이상 지체할 시간도, 더 이상 나올 대책도 없다.




"그럼...부탁할게. 호야는 지금 노덴님께 가고 있어?"


[응.]


"좋아, 한이랑 케인도 부탁할게. 그리고 난 지하 감옥에 있는 동안은 텔싱이나 텔레포트를 할 수 없어. 연락은 우선 너희끼리 하고, 나도 할 수 있을때 바로 연락을 넣어줄게."




내 말에 모두 알겠다며 텔싱을 마쳤다.


'이제 시작이구나.'


막상 계획을 실행할 생각에 긴장이 되었는지 입이 바짝 말랐다.


'쓰읍- 후...' 하고 심호흡을 내쉬곤 뒤를 돌아 위드를 바라봤다.




"위드씨, 우리도 움직이죠."


"이야기는 모두 마쳤나?"


"네. 원래 계획과 크게 달라지지않을거 같아요."


"알겠네, 그럼 난 먼저 가보지. 그대는 길이 나는 곳으로 가면 아까 있던 지하 감옥이 나올걸세."


"네, 잘 부탁드려요."






* * *






-중앙 중립위원회, 중립 위원장실.


부들...부들!!


아랑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은체 몸을 떨고 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에반은 안쓰럽게 말했다.




"하아, 우리 아드님은 젊어서 그런가?"


"...큿."


"젊어서 힘이 넘치는건 좋지만 쓸데없이 힘을 낭비하는건 좋지않단다."




쿡쿡-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비아냥거리는 에반을 보며 아랑이 이를 갈았다.


'망할...!'


부들! 부들!


전신에 쥐가 날정도로 몸을 떠는 아랑.


'조금만...조금만 움직이란 말이야!'


에반에게 무릎을 꿇린 후부터 목 위를 제외한 모든 신체가 굳어버렸다.


어떻게든 움직이려고 안간힘을 써도 꼼짝을 않았고, 구현도 할 수 없었다.


목에 핏대까지 세운체 떨고있는 아랑에게 에반은 다시 한번 안타까운 탄식을 터뜨렸다.




"그만 포기하는게 어떻겠니, 아들아."


"아들은...무슨."




살기로 가득한 아랑의 차가운 시선이 에반을 찔렀다.


그러나 에반은 그런 시선을 즐기기라도 하는듯 웃어넘겼다.




"음, 확실히 사춘기인가보군. 하기사...이 애비가 애비 노릇도 제대로 못 했으니 그럴만도 하지."


"웃기지 좀...말죠. 지금 내가 장난하는걸로 보입니까?"


"그럴리가. 난 진지하단다. 이제야 애비 노릇을 하려는데 장난이면 쓰나. 그러니 우리 아드님도 그만 포기하렴."


"별...같잖은."


"그렇게 안간 힘을 써도 손가락 하나 까딱이지 못 할테니까 말이다."




무의미한 발버둥은 그만두라며 에반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맞는 소리다.


에반의 말대로 제 아무리 힘을 쓰고 악을 써도 손가락조차 까딱이지 않는다.


'망할...망할! 하아!'


뿌득!!


드디어 아랑이 이를 악 물고 포기했다.


지친 몸에 힘이 빠져 축 쳐지고 고개가 떨궈졌다.


저릿...


얼마나 힘을 쓴건 온 몸이 저려 아프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저린건 그의 자존심이였다.


에반을 만나러 가기 전 아랑이 여차하면 다 뒤엎고 초아에게 돌아가겠다던 다짐이 우스워졌으니 말이다.


'초아...'


몸이 저리고 지쳐도 오로지 초아가 걱정된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감이 오질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꽤 지났다는건 알 수 있다.


그 시간 동안 초아가 자신을 걱정하지 않을까, 아니면 돌아오질 않는 자신을 찾고 있지 않을까, 혹시라도 자기가 없는 사이 초아에게 무슨 나쁜 일이 생기진 않았을까.


초아에 대한 온갖 걱정들이 아랑의 머리속을 지배했다.


'조금만 움직일 시간이 있으면...벗어날 수 있을텐데.'


몸을 움직여 브로치를 떼어낸다면 불완전한 원래 상태로 변해 초아에게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몸을 움직일 수 있을때의 얘기다.




"아이구, 드디어 우리 아드님이 애비 말을 듣기로 한건가?"


"......"


"착하기도 하지."




쓱쓱-


어느새 다가온 에반이 착하다며 아랑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팍-!!


아랑이 고개를 떨쳐내며 에반의 손길을 뿌리쳤다.


'그래, 지금처럼 무식하게 행동해봤자 나아질게 없겠지. 도대체 이 인간이 무슨 수를 썼길래...하아, 우선.'




"어떻게..."


"음?"


"어떻게 인간인 주제에 이럴 수 있는거죠?"




인간인 에반이 령들처럼 구현을 하거나 자연물을 다루는 힘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자신을 이렇게 무력하게 만드는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않는다.




"인간 주제라...네게 그런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묘하구나."


"헛소리 그만하고 묻는 말에 대답하세요."


"내가 왜?"


"......"


"아들아, 우리 귀한 아드님. 애비 말은 귓등으로 쳐먹지 않는 네가 하는 질문에 내가 왜 대답을 해야하는거니."


"그 잘난 아버지라는 분이 뭘 어떻게 했길래 내가 꼼짝도 못하는지 궁금해서 그럽니다."




아랑이 이를 악 문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적대감과 살기가 넘치는걸 애써 꾹 참고 웃는 모습이 오금이 저릴만큼 오싹할법도 한데.




"하하하! 그렇구나!"




에반은 그 모습마저 재밌는지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랑이 속으로 칼을 갈던 자신을 욕 하던 개의치않는다.


오로지 아들이 자신에 대해 궁금해한다는게 기쁠뿐이였다.




"하하하, 아들이 애비에 대해 궁금하다면 알려줘야지. 그럼 그것 말고 더 궁금한거 없니?"




부비부비-!


에반이 아랑의 머리를 마구 헝크러뜨리며 궁금한걸 더 물어보라고 재촉했다.


'하아...정말 환장하겠네요.'


하다 하다 이젠 애취급까지 당하자 자신의 처지가 점점 더 착잡해지는걸 느꼈다.


끓어오르는 화를 참고 아랑이 다시 물었다.




"인간인 당신이 어떻게 이런 힘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흐음- 생각보다 단순한 질문이구나. 하긴 이해는 한단다. 인간인 내가 불완전하긴 하지만..."


"......"




에반의 묘한 시선이 아랑을 훑었다.




"령인 너를 이렇게 무력하게 만들었으니까."


"......아주 가지고 노는군요."


"하하하, 그럴리가. 난 사랑스런 아들의 질문을 이해해준것 뿐이란다. 그리고 질문에 대답을 한다면...그래, 내가 더 강하고 특별하기 때문이지."


"......"


"이해가 안되나 보구나. 그럼..."




스윽-


에반이 아랑의 귓가에 조심스레 속삭였다.




"나도 시간을 다루는 능력이 있다고 하면 이해가 되겠니?"


작가의말

재밌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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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 281화, 단순하게. 19.02.04 21 1 15쪽
281 280화, 포기한적 없어. 19.02.04 20 1 9쪽
280 279화, 변장을 하다. 19.02.04 19 1 5쪽
279 278화, 이건 시간 싸움이에요. 19.02.04 23 1 13쪽
278 277화, 한보다 못 하기 싫단말이야. 19.02.04 21 1 8쪽
277 276화, 당신이 뭘 안다고. 19.02.04 24 1 8쪽
276 275화, 섹시했어! 19.02.04 22 1 13쪽
275 274화, 응, 먼저 옷을 벗어! 19.02.04 23 1 6쪽
274 273화, 경보 울립니다. 19.02.04 20 1 12쪽
273 272화, 그 녀석이라면 그 녀석밖에 더 있어? 19.02.04 22 1 5쪽
272 271화, 그런거 몰라. 19.02.04 23 1 10쪽
271 270화, 아무것도 모르는. 19.02.04 20 1 9쪽
270 269화, 힘의 권한. 19.02.04 22 1 7쪽
269 268화, 시간의 멈춤. 19.02.04 29 1 4쪽
» 267화, 우리의 계획(3) 19.02.04 25 1 12쪽
267 266화, 우리의 계획(2) 19.02.04 20 1 9쪽
266 265화, 우리의 계획(1) 19.02.04 30 1 10쪽
265 264화, 내 마음대로 하라던데요? 19.02.04 21 1 9쪽
264 263화, 빅 헌터의 속셈. 19.02.04 20 1 11쪽
263 262화, 땅의 정령 수장 19.02.04 22 1 3쪽
262 261화, 들킨다고! 19.02.04 22 1 12쪽
261 260화, 맞잖아! 19.02.04 21 1 8쪽
260 259화, 계획대로. 19.02.04 22 1 11쪽
259 258화, 네 마음대로 해! 19.02.04 22 1 16쪽
258 257화, 한심한 나. 19.02.04 21 1 9쪽
257 256화, 자고 싶다. 19.02.04 22 1 7쪽
256 255화, 빅 헌터를 만나다. 19.02.04 22 1 7쪽
255 254화, 돌아버릴것 같아. 19.02.04 22 1 10쪽
254 253화, 나를 위한게 아니에요. 19.02.04 23 1 11쪽
253 252화,알게 되다. 19.02.04 21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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