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장편 글쓰는 중

달빛의 말씀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장편
작품등록일 :
2019.02.04 17:31
최근연재일 :
2023.10.23 21:19
연재수 :
492 회
조회수 :
14,967
추천수 :
584
글자수 :
2,078,347

작성
19.02.04 19:38
조회
22
추천
1
글자
11쪽

253화, 나를 위한게 아니에요.

DUMMY

'거짓말...이지?'


목소리가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와장창-!!


노덴과 엘리아의 손에서 깨지는 찻잔과 탁상기계, 꽃병 등이 내 귓전을 어지럽힌다.


그리고.


조금 전 엘리아가 한 말에 부서진 내 희망은 소리도 없이 날 어지럽혔다.




"......"




넋 놓은 사람처럼 바닥에 주저앉은체 초점없는 눈으로 허공을 주시했다.


'...다...무슨 소리야. 그게...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정신이 멍해지면서 머리 속이 까맣게 젖어든다.


숨 쉬는 것도 잠시 잊을만큼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고 점점 속이 뒤틀린다.


몇번이고 속으로 되물어도 돌아오는 답은 똑같았기 때문이다.


'에르는 죽었다.', '엄마는 죽었다.' 라는 말이 계속 물어도, 물어도 끈덕지게 내게 돌아와 내 바램을, 내 희망을 흔적도 없이 짓밟아 없애버렸다.




"하아..."




멎을 것 같았던 숨이 트이자 가슴 한켠에 큰 구멍이 생긴 것처럼 시리고 휑하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는게 느껴진다.


뜨거운 눈물이 한방울, 두방울 떨어질때마다 멍해진 정신이 점점 또렷해져서.


엘리아의 말이 잔인하게 이해되서 가슴이 너무 아파 자꾸만 눈물이 떨어졌다.


'이젠 나......어떻게 하지.'


이제 나는 무엇으로 버텨야할까.


'겨우 이거 하나로 버텨왔었는데.'


어제 밤 꾸었던 꿈이 미련처럼 머리 속을 맴돈다.


'그렇게 바랬는데...그렇게 원했는데...'


이 손으로 딱 한번이라도 좋으니까 엄마의 손을 잡고, 엄마의 품에 안겨서 그 동안 부리지 못했던 말을...보고 싶었다고, 외로웠다고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는데.


너무도 행복한 그 꿈을,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꿈을 이루지도 못한다는 허망함에 얼굴 한번 못 본 그리운 엄마를 이젠 만날 수 조차 없다는 좌절감이 다시 내 숨통을 조여온다.


'차라리...거짓말이라고 해줘. 그냥 농담이였다고 제발, 제발.'


애써 부정하려고 눈을 질끈 감고 속으로 외쳤지만 달라지는건 없었다.


이미 난 엘리아가 내게 거짓말을 하지않았다는걸 알기때문에...부정한들 소용없는 발악에 불과하다.


덥썩-!!


갑자기 노덴이 망연자실하고 있는 내게 다가와 내 팔을 잡아당겼다.


씩씩- 분을 삭히지 못한 노덴은 싸움에 엉망이된 백발을 정리할 틈없이 잡은 내 팔을 흔들었다.




"초아양! 일어나세요! 어서!"


"......"




울고 있는 내게 노덴은 일어나라며 윽박을 질렀다.


평소라면 내가 울고 있으면 가장 먼저 달려와 달래줬을 노덴이.


처음 보는 무서운 얼굴로 처음 듣는 무서운 목소리로 나를 재촉하면서 내 팔을 아프게 잡아당겼다.


안 그래도 복잡해 터질것같은 머리가 노덴 때문에 더 아파왔다.


그런 나와 노덴을 보며 엘리아는 피식 코웃음을 쳤다.




"진짜 웃기지도 않아...에르도 모잘라서 이젠 그 애의 아이까지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고."


"닥쳐!!"


"그래 놓고 자기가 가장 피해자인척 구는거 좀 역겹지않아?"


"닥치란 말이야!"


"이게 무슨 만행이오! 최고 지도자!!!"




상회 직원에게 상황을 전해들은 아디우스가 헐레벌떡 달려들어와 소리쳤다.


아디우스는 바닥에 엎어진 엘리아를 한번 살피곤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멋대로 상회로 쳐들와 내 안사람에게까지 손찌검을 하다니! 지금 제정신이오?!"


"마르첼 회장님 거기에는 사정이!"




이리저리 터지는 폭탄에 케르타가 진땀을 뺐다.


사정을 설명하려는 케르타의 말을 아디우스는 듣지도 않고 잘라버렸다.




"사정은 필요없소! 이 곳은 내 상회요! 내 구역이란 말이오! 그러니 썩 나가시오! 그렇지 않으면 나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오!"




그의 콧수염이 씨근덕거리게 그가 얼마나 화가 나있는지 적나라게 보여주었다.




"이 나를 얼마나 무시했으면 감히 내 상회에 들어와선!!"


"당신은 빠져요!"


"으음?"




가만히 듣고 있던 엘리아가 아디우스를 밀쳤다.


이 일과 관련 없는 아디우스가 나서는게 보기 싫었던거다.


'저게 나보다 어린게 싸가지 없이 말끝마다 닥쳐, 닥쳐는! 내가 네 언니 친구거든?!'


엘리아가 부어오른 뺨을 쓸어내리곤 소리쳤다.




"닥칠거면...너야말로 닥쳐!!"




휙!


쨍깡!!!


엘리아가 바닥에 굴러다니는 찻잔 받침을 노덴에게 집어던졌다.


그걸 본 케르타가 놀라 기겁하며 엘리아에게 항의했다.




"엘리아님! 최고 지도자님께 무슨 그런!!"


"최고 지도자 좋아 하시네! 어?! 내가 다리 병신되고 집안에만 쳐박혀있으니까 만만해보여?! 난 지금 최고 지도자가 아닌 노덴한테 하는 소리니까 넌 찌그러져있어! 승질 뻗쳐서 진짜! 내가! 어?! 너같은 년 때문에 저렇게 새파랗게 어린애한테! 어?! 이런 소리까지 들어야겠어?!"


"엘리아님!"


"내 친구 딸이야! 나한테 자매나 마찬가지였던 애에 딸이라고! 내가 뭐든걸 다 아는 한 난 초아양한테 숨길 생각없어! 정 숨기고 싶으면 네가 숨어버려. 겁쟁이처럼 찌질하게 이러지 말고!"


"네가 뭘 안다고...!!!"




두두두두-!!!


감정이 격해진 노덴의 영향으로 그녀의 발밑이 무섭게 떨려왔다.


와직!


우드드득!!!


지진과 같은 진동에 창문이 깨지고 대리석 바닥이 쪼개지면서 카펫을 뚫고 올라왔다.


그런 노덴을 보고 케르타가 기겁하며 달려들었다.


'안돼! 안돼! 노덴님이 힘까지 쓰시면!'




"노덴님! 초아님은 제가 모시고 가겠습니다. 그러니 이제 진정을!"


"됐어! 초아양한테 손떼! 아무도 초아양한테 손대지 말란 말이야!"


"노, 노덴님!"




'나 보고 뭘 어쩌라고!'


케르타는 죽을 맛이었다.




"일어서요, 어서! 초아양!"




흥분에 내 목소리가 들리지않는지 노덴은 내 팔을 잡아당기면서 날 재촉했다.


노덴의 재촉이 발화점이 되어 분노가 터져나왔다.




"어서...!!"


"이거 놔요...놔!!"


"...!!"




노덴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버럭 소리치곤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 이상 입을 열었다간 어떤 말이 나올지 몰라서.


엉엉 울음을 터뜨릴것 같아서 피가 날 정도로 깨물었다.


뚝- 뚝-


눈물이 떨어지는 얼굴로 노덴을 원망스레 노려봤다.




"나한테는...나한테는 그런거 안 중요해요. 끅, 난...나한테는...노덴님이 우리 엄마랑 이복자매건, 우리 엄마가 차기 지도자였건...베르나르 가문의 사람이였건 그런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 난, 나한텐."


"......"


"나한테 왜...흑, 거짓, 거짓말 했어요. 흐윽, 끅! 안 죽었다고 했잖아. 나한테! 우리 부모님 안 죽었다고 했잖아!"




배신감이 얼룩진 외침이 노덴을 향해 쏟아졌다.


한 때 인간계에서 만다라는 내게.




[크크크-...지금은 물러가지만...아직 끝난게 아니야. 내가 재밌는 얘기해줄까?...네가 그토록 기다리는 간절히 바라는 그것들은 말이야...오지않는단다. 영원히...크크크...]


"뭐...."


[다 뒤졌으니까. 키키키키킥!]




라고 말했었다.


그 때의 기분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었다.


'그 때에도 숨막히게 비참했으니까...'


이 후에 노덴을 만났을 때.




"협정을 맺고 휴전을 선언해도...아직까지도 자잘한 분쟁은 계속되고 있어요. 한번은 분쟁이 크게 일어나 또다시 전쟁이 일어날뻔했는데...초아양은."


"......"


"그 시점에서 태어났어요."


"...에?"


"한 부부가 그때 분쟁의 중심에 서있었고, 태어날 자신들의 아이가 혹여나 위험할까 친분이 있는 내게 아이를 맡겼죠."


"......"


"그 부부가 초아양의 부모고, 그 아이가...바로 초아양이에요."


"무슨......왜."


"방금도 말했듯이 그 분쟁은 자칫 전쟁으로 이어질뻔했기에...초아양의 부모가 초아양을 내게 맡긴거에요......초아양이 위험할수있으니까."


"......"


"그 당시 갓 태어난 초아양을 내가 보살피다, 인간계로 보냈어요."


"왜요..."


"초아양의 부모가 내게 부탁했으니까요."


"......"


"초야양의 부모가 원하는 일이 였어요. 초아양이 이 세계에 얽히는걸 바라지 않았거든요, 두사람은."


"......"


"타란에서 왜 초아양을 노린지는 아직까지 알수가없었어요. 그나마 초아양을 지켜보던 중 타란의 움직임이 수상해서 케인을 시켜 초아양을 보호하라고 해둔게 다행이죠."


"날 지켜봤어요?"


"네."


"방금도 말했듯 난 초아양의 부모와 친분이있고......또 내가 잠시 초아양을 보살피면서 초아양에게 정이 들어서겠죠."


"그럼...있잖아요."


"......"


"우리 부모님은 살아있어요?"


"그건 나도 알수없어요. 하지만..."


"......"


"확실하게 두사람이 죽었다는 증거는 없어요."




없다고 했다.


두 사람이 죽었다는 증거가.


분명히 내게 말했었다.


만다라에게서 부숴졌던 희망이 노덴의 대답 하나로 다시 빛을 발했건만...


그것이 모두 거짓이었다니.


허망함과 좌절감 다음으로 그녀에게로 치밀어오는 배신감이 나를 지배했다.


아득!


이를 갈며 노덴을 원망했다.




"내가 신나서 부모님 얘기할 때 어땠어요?"


"......"


"내가 부모님 얘기하면서 울었을 때는 어땠냐구요!"


"초아양...난!"


"내가 부모님에 대해서...물어봤을때는 어땠냔 말이에요! 내가 우스웠어?!"


"...!!!"




내 외침에 노덴은 상처를 받은듯 아픈 표정을 지었다.




"왜 숨겼어! 나한테 왜 거짓말 했어! 차라리!"


"......"


"차라리...사실대로 말했으면 이렇게까지 비참하지 않았을거에요."


"초, 초아양."


"내가 얼마나 간절했는지 알잖아요. 내가...얼마나 외로워하는지 알면서. 어떻게...어떻게 그런 거짓말을 할 수가...윽...흑."


"난, 난 초아양을 위해서 그런거에요. 사실대로 말했으면..."


"그건 절 위하는게 아니에요."




주저앉은 자리에서 몇번 휘청거리며 일어섰다.


주섬주섬 바닥에 떨어진 엄마의 일기와 앨범을 주워 가방에 담고는 싸늘하게 식은 시선으로 노덴을 바라봤다.


늘 자상하고 인자한...여왕님 같았던 노덴이 지금은 왜 이리 초라해 보이는지.


'나를 위해서...그런 거짓말을 했다고? 나를 위해서?'


우습고, 미웠다. 그녀가 너무 미워진다.


'늘 나를 위한다고 하지...다들.'


의도가 어찌되었든 나를 기만하고 속인 그녀가 지금은 용서가 안된다.


'나가자...안돼. 나가자. 더 있으면...'


노덴에게 어떤 말을 하려는지 계속 씰룩 거리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작게 숨을 고르며 짧게 감정을 다스렸다.




"정말 저를 위하신다면...저를 위하는 행동이 무엇인지 생각을 잘 해주세요."




가시 돋힌 말을 던지곤 도망치듯 뒤도 안 돌아보고 마르첼 상회에서 나왔다.


작가의말

재밌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달빛의 말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82 281화, 단순하게. 19.02.04 21 1 15쪽
281 280화, 포기한적 없어. 19.02.04 20 1 9쪽
280 279화, 변장을 하다. 19.02.04 19 1 5쪽
279 278화, 이건 시간 싸움이에요. 19.02.04 23 1 13쪽
278 277화, 한보다 못 하기 싫단말이야. 19.02.04 21 1 8쪽
277 276화, 당신이 뭘 안다고. 19.02.04 23 1 8쪽
276 275화, 섹시했어! 19.02.04 22 1 13쪽
275 274화, 응, 먼저 옷을 벗어! 19.02.04 23 1 6쪽
274 273화, 경보 울립니다. 19.02.04 20 1 12쪽
273 272화, 그 녀석이라면 그 녀석밖에 더 있어? 19.02.04 21 1 5쪽
272 271화, 그런거 몰라. 19.02.04 22 1 10쪽
271 270화, 아무것도 모르는. 19.02.04 20 1 9쪽
270 269화, 힘의 권한. 19.02.04 21 1 7쪽
269 268화, 시간의 멈춤. 19.02.04 29 1 4쪽
268 267화, 우리의 계획(3) 19.02.04 24 1 12쪽
267 266화, 우리의 계획(2) 19.02.04 20 1 9쪽
266 265화, 우리의 계획(1) 19.02.04 30 1 10쪽
265 264화, 내 마음대로 하라던데요? 19.02.04 21 1 9쪽
264 263화, 빅 헌터의 속셈. 19.02.04 20 1 11쪽
263 262화, 땅의 정령 수장 19.02.04 22 1 3쪽
262 261화, 들킨다고! 19.02.04 22 1 12쪽
261 260화, 맞잖아! 19.02.04 21 1 8쪽
260 259화, 계획대로. 19.02.04 22 1 11쪽
259 258화, 네 마음대로 해! 19.02.04 22 1 16쪽
258 257화, 한심한 나. 19.02.04 21 1 9쪽
257 256화, 자고 싶다. 19.02.04 22 1 7쪽
256 255화, 빅 헌터를 만나다. 19.02.04 22 1 7쪽
255 254화, 돌아버릴것 같아. 19.02.04 22 1 10쪽
» 253화, 나를 위한게 아니에요. 19.02.04 23 1 11쪽
253 252화,알게 되다. 19.02.04 21 1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