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의 소별(2)
"소별, 근데 내 이름이 주아랑이라고 했냐? 소별, 설마 아직 그 아이 못 잊었냐?"
여우년은 나를 지그시 쳐다보며 물었다. 난 그녀의 질문에 입이 텁석텁석 마르기 시작했고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주아랑이라는 이름 때문이다.
갑자기 기억 속 한 여자가 떠오른다.
힘들었던 시절이었지만 언제나 내게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싹싹하고 당찬 그녀의 미소가.
그 기억속 미소는 내게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추억이기도 하고 영원히 기억하고 싶지 않은 추억이기도한 그런... 기억.
난 여우년에 말에 한 동안 대답을 못하며 한동한 머뭇머뭇 서있었다가 입을 열었다.
"시끄러워, 갑자기 이름 물어보길래 생각난 이름 막 부른 거니까 앞으로 주아랑으로 살아 이것아"
"소별, 당신도 참 재미있는 신이야. 크흐흐흐 그래 우리 소별 대왕님께서 오래전 그 때의 기억을 잃어버리는 것을 싫어하시니. 뭐, 어쩔 수 없군 그래? 내가 당신의 기억속 소녀가 되어 당신의 고달픔을 조금이라도 위로해줘야지."
여우년 또 킬킬대며 신을 놀린다. 어후 이것을 그냥 확..
"시끄러워, 난 이만 자러간다. 너도 알아서 발 닦고 잠이나 자라. 내일부터는 너도 나랑 같이 출근 해야하니깐."
난 여우년에게 짜증 나는 목소리로 이야기한 후 그대로 이불 위에 머리를 쳐 수셔 박았다.
그대로 난 다음날 아침이 밝아올 때 까지 머리 한 번 안 들고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다음날 날이 밝아오자 나는 눈이 자동으로 떠졌다. 그러고는 어제 입었던 옷을 다시 잘 다려서 입었다.
자, 이제 오늘은 드디어 내가 반격을 할 차례다 어제 처음 간 깡통고등학교 학생들은 참으로 신선한 고등학교였지.
그런 아이들을 앞으로 맡게 되려면 그들을 리드를 해야겠지. 그럼 오늘은 참으로 재미있는 첫 수업을 강행해볼까?
난 옷을 다 입은 후 양치를 하고 나오자. 여우년도 일어나서는 어제 임시운이 사온 옷들중 이쁜 원피스를 하나 꺼내서 입었다.
그래 벚꽃 피는 계절인 지금 입기 딱 좋은 옷이지 여우년이 인간으로 둔갑한 인간의 몸은 정말 아름다웠다.
얇고 흰 다리에 보일듯 말 듯한 원피스 그리고 허리에 딱 달라 붙는 옷은 그녀의 호리호리한 몸매를 좀더 반짝여 주었다.
특히 그 거대한 두 덩어리의 지방 덩어리는 아마 남자들이 보면 기절을 할 것이다.
물론 몸매 만큼 얼굴도 뒤지지 않는다.
금발 곱슬에 백인 처럼 흰 피부를 가졌지만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가날픈 소녀의 얼굴이었다.
역시 여우년 오늘 너의 활약을 기대하마.
똑똑똑.
문소리가 울린다. 임시운이 왔나보다.
난 현관문을 열었다.
역시 예상대로 임시운이였다. 그의 뒤에는 나를 차갑게 바라보고 있는 희준이가 있었다.
"모시려 왔습니다. 가시죠."
난 고개를 끄덕이며 방에 있는 여우년을 불러들었다.
곧 여우년이 현관문을 향해 나왔다. 그녀의 화사로운 얼굴이 현관문 밖에서 날아오는 따사로운 햇살에 빛치자.
그녀의 백옥 같은 피부는 더 빛을 내며 주위를 밝혔다.
여우년과 눈을 마주친 희준이와 시운이는 그대로 귀신에 홀린 듯 경직 된채로 서있었다.
뭐 시운이는 이해가 되지만 꽤 얼굴도 미남형이고 여자에게 눈길 한 번 안 줄것 같은 희준이 조차 정신을 못차리는 것 같아 조금은 예외이긴 했다.
그래 꼬레 지도 남자라는 것이겠지 뭐.
훗 어째든 희준이마져 정신을 못 차리는 것 같으니 기분은 좋은걸? 여우년 쓸모있어.
난 경직되 있는 두 사람을 손 바닥으로 툭툭 치며 가자는 신호를 보냈다.
우린 그대로 학교로 출발 했다.
학교에 도착할 때까지 희준이와 시운이는 계속해서 여우년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완전히 홀렸네 홀렸어.
만약 과거에 저 둘이 여우년에게 홀렸다면 아마 오장육부가 성치 못 했을 것이다.
과거에는 여러 사람을 홀려서 저승으로 보냈으니.
물론 나랑 500년동안 같이 지내면서 온순해진 팻으로 길들어졌지만.
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벌써 학교 앞 까지 도착했다.
난 시운이와 여우년 그리고 희준이와 함께 학교 교무실로 향했다.
"야 임시운 그리고 희준이 오늘부터는 우리 반에 들어와 내 조수 역할 좀 해줘라."
내가 갑작스럽게 말하자 그 둘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쳐다 보았다.
시운이가 먼저 내게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게 물었다.
"왜 갑자기 그러시는 이유가?"
"그냥 내가 어떻게 애들을 가르치고 있는지도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 너희들이 날 좀 도와주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야"
내 말에 시운이와 희준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교무실 문 앞에 도착한 난 희준이와 시운이 그리고 여우년에게 기다리라고 말 하고는.
난 혼자서 교무실로 들어가 어제 본 강지은 선생과 인사를 나눈 뒤 출석부와 분필을 챙겨 들고 나왔다.
난 밖에서 기다리는 그들을 데리고 반으로 향했다.
반으로 향하는 중 복도에서는 6반 선생님들의 얼굴이 출중하다는 소문이 퍼졌는지 애들이 떼거지로 모여 여우년과 내 얼굴을 구경하러 모여들었다.
우리는 마치 패션쇼 모델처럼 그들을 향해 위풍당당히 걸어나갔다.
곧 2학년 6반 마의 반에 도착했다.
난 마음의 준비를 하며 문을 열고는 반으로 들어갔다.
반에 들어온 나는 어제와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확인했다.
반에는 아이들이 거의 다 와 있었고 대부분 자리에 앉아 있었다.
자리를 확인해보니 한두 명 정도는 아직 안 보이는 걸로 보인다.
내가 들어오자 내 뒤에 여우년과 시운이 그리고 희준이가 들어왔다. 남자아이들은 여우년이 들어오자 눈이 휘동 그레 지며 환호성을 질러되었다.
짜식들 애나 어른이나 역시 똑같다 남자라는 동물은(물론 나도 포함해야겠지만)
난 출석부를 펴서 학생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내가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자 아이들은 건성 건성 대충 대답을 했다.
난 아이들에 이름을 다 부르고는 출석부를 내려놓고 눈을 감았다.
내가 눈을 감은 이유는 아이들이 내 말에 대충대충 대답해서 화가 나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지금부터는 아이들의 마음을 읽기 위해서다.
난 신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것쯤이야 내겐 식은 죽 먹기다.
단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것은 사실 그렇게 내가 선호하는 기술은 아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신을 숨기는 동물이다.
내면을 들여다 보면 듣기 싫은 말도 들어야 하기도 하고, 듣기 싫은 말을 들어도 못 들은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난 이 기술을 잘 쓰는 편은 아니다.
어쨌든 그닥 선호하는 기술은 아니지만 그래도 앞으로는 애들의 내면을 보면 조금이라도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지 않나 싶어서 읽어 보기로했다.
난 뒤에 있는 남자애들을 차례대로 쳐다 보았다.
'와 저 여자 봐, 진심 존나 이쁘네'
'저 여자 가슴봐 A,B,C,D,E,F,G,H...최소 H컵은 되겠는걸?'
'하앍하앍하앍. 하고싶다.'
뭐 대충 홅어봤지만. 역시 애들은 여우년 한테 관심이 있었군 괜히 마음을 읽어본 것 같다, 특히 마지막 아이는 여우년과 한 침대에 있는 야한 생각을 하고 있었군.
괜히 속마음을 읽어서 내 정신력만 더렵혔어.
어쨌든 이제 서론은 그만하고 대충 본론으로 넘어가야겠어.
난 주먹을 쥐고는 책상을 쾅 하고 두들겼다.
모든 애들이 나를 쳐다 보기 시작했다.
난 최대한 목소리를 깔아내리며 차갑고 날카롭게 말했다.
"안녕, 난 앞으로 너희들을 가르칠 소별천 선생이야.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할게 여기 짱이 누구야?"
아이들은 내 말을 듣고는 당황했는지 멍하니 쳐다 보다가 곧 나를 보며 비웃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아이들은 이건 뭔 컨셉이냐라는 씩으로 쳐다 보기 시작했다.
"어이 형씨 우리 반 짱이라도 찾아서 맞다이라도 뜨자는 거임?"
팔뚝에 용문신이 그러져있는 한 아이가 내게 깔깔깔 거리며 웃으며 물었다.
난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진짜로 싸울 생각으로 여기 서있는 거니까.
그리고 이자식은 선생인 나보로 형씨라고? 내가 니새끼 가문 1대 조상보다 나이가 많을텐데?
난 숨을 크게 뱉은 후 다시 입을 열었다.
"맞아 오늘은 난 너희와 맞짱 뜨러 왔어. 그리고 너희중 대표를 뽑아 나와 싸워 이긴다면 난 너희들에게 승리의 전리품으로 저 여자를 주겠다."
난 주아랑을 가리키며 말하자 애들은 나를 쳐다보며 이건 무슨 소리라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 보았다.
"무슨 말이야 형씨?"
용문신을 한 학생이 다시 물었다.
난 그런 그를 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은체 입을 열었다.
"말 그대로야 너희들이 나와 싸워서 이긴다면. 저 여자와 키스를 하든 한 침대에서 잠을 자든 무슨 짓을 하든, 난 눈을 감겠다는 이야기야. 사실, 저 여자 내 소유물이거든. 다만 너희들이 나와 싸워서 진다면 너희들은 내가 무슨 짓을 하든 아무 말 없이 당하고 살아야 해. 이게 바로 너희 세상이 말하는 약육강식에 법칙 아니겠어? 강자만이 모든 권리를 얻고 강자만이 지배할 권리가 있는... 자, 다시한번 묻지. 여기 짱이 누구야?"
- 작가의말
선생vs학생이 싸우는 깡통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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