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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과의 싸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강고래
작품등록일 :
2023.05.10 13:32
최근연재일 :
2023.05.23 22:38
연재수 :
7 회
조회수 :
103
추천수 :
0
글자수 :
30,066

작성
23.05.15 20:33
조회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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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06 상업 도시(1)

DUMMY

아리가 연락한 기사단들이 도착하여 산적들을 인도한 후 다시 길을 나섰다.


어느새 아리와 셀레나는 꽤나 친해져 조잘조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얘기에 끼진 않았지만 옆에서 듣고 있으니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전 용사였던 아리의 부친의 파티에 현 기사단장이 있었고 그래서 아리가 기사단에 들어왔을 때 지연 아니냐고 수근댔다는 것, 보통 기사단은 검을 쓰지만 자신은 보통 맨손 격투를 선호한다는 것(그럴 거 같다).


가벼운 얘기로는 셀레나가 옛날에 있던 집단에서 웃음이 멈추지 않는 물약을 깨트려 3박 4일 동안 웃음이 끊기지 않아 몇명은 혼절하고 상사는 머리 끝까지 화나 징계를 먹었다는 것. 이 밖에도 중요치 않은 에피소드를 끊임없이 내뱉는 걸 보니 셀레나도 여간 순탄치 않게 살아온 모양이다.


그렇게 얘기를 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우리는 마지막 산을 넘어 첫번째 목적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


처음에 있던 마을과 비교하면 몇십 배, 아니 몇백 배의 규모인 곳이다. 고개를 한계까지 꺾어야 끝이 보이는 돌벽, 한번에 첫 마을 인구수만큼 돌아다니는 인간들, 내가 추가한 적 없는 처음보는 짐승들. 나는 꽤나 놀랐지만 아리와 셀레나는 굉장히 침착했다. 그리곤 자연스럽게 문을 통과해 마을에 들어섰다.


"반, 뭐하는 거지?"


반. 맞아. 내 이름이었지. 그 소리에 정신이 확 들었다. 멍청하게 넋을 놓고 있었다. 다시 자세를 가다듬고 마을 문을 통과하니 바깥에서 보던 것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짐승은 아닌 거 같지만, 인간과는 확실히 생김새가 다른 피조물들이 거리에 꽤 보였다. 내가 처음에 추가했던 피조물들도 보였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이 더 많았다.


"굉장한 광경이군."


"여기는 이 나라의 최고의 상업도시다. 이 나라에서 이뤄지는 모든 물자거래가 여기는 거쳐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바다와 산지, 평야가 고루 갖춰져있어 가장 최적의 지리조건도 갖추고 있어 다양한 상품이 왔다 갔다 한다."


아리는 알아서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생소해하는 내 반응이 슬슬 익숙해지나보다. 셀레나는 물약 재료를 위해 자주 드나들었다며 조금 격양된 모습을 보였다. 아마 이곳을 꽤 마음에 들어하는 것일테지.


"오늘은 바로 통과하지 않는다. 들를 곳이 좀 있거든."


"어디를 들른다고?"


"병원. 네 녀석의 머리를 고쳐보려고."


아리의 말을 듣자마자 셀레나는 펄쩍 뛰었다.


"머리를 다치셨나요?! 하지만 겉으로 보기엔 멀쩡하신데..."


"아, 외상이 아니라 정신적 문제다. 일단 상담이라도 받아보러 가지."


병원... 아리가 저번에 언급했던 것이다. 대화를 들어보면 병을 고치는 기관인 거 같은데 보다시피 나는 완전 멀쩡하다.


"갈 필요성을 못느끼겠네. 이렇게 멀쩡한데."


시간낭비다. 단호하게 거절하고 바로 번화가 쪽으로 걸어갔다. 이곳에서 돌아다니며 마왕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출발하면...


"어딜!!!"


훅. 순간 아리가 내 목덜미를 낚아채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저항할 새도 없이 나는 아리의 어깨에 걸쳐져 옮겨지고 있었다. 장담하는데, 절대 못 빠져나온다. 뭐... 귀찮지만 어쩔 수 없지. 이렇게 된 이상 병원이란 곳에서 먼저 정보를 수집하는 걸로 할까.


-


"흠...그러면 며칠 전부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거죠?"


"뭐, 그렇지. 하지만 내가 앞으로 사는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그러니 그만하지."


"괜찮긴 뭐가 괜찮다는 거냐! 이런 반푼이 용사를 데리고 어떻게 마왕을 찾겠다는 건지 불안해 죽겠다고!"


저 녀석... 결국 본심이 입 밖으로 나왔구만. 반푼이라니... 나한테 못하는 말이 없군. 내 앞에 앉은 의사 녀석은 우리의 분위기를 살피는가 싶더니 평온한 말투로 얘기했다.


"흠... 딱히 외상같은 것도 없고... 무언가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일 수도 있고요... 일단 뇌에 문제가 있는지 정밀 검사를 해보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곤 의사는 자신의 뒤에 있던 바코드같은 것을 가져오곤 버튼을 눌러 나에게 빛을 쪼이기 시작했다. 정밀 검사라길래 굉장히 복잡한 과정이라도 거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시시하다. 그리고 몇 초도 되지 않아 자신의 앞에 있는 판때기를 보더니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과연 무슨 말을 할까 기다리며 숨을 죽였다.


"...흠..."


"뭐지? 죽을 병이라도 걸린 건가?"


"...아뇨. 잠깐 동행 두 분은 나가 계실 수 있나요?"


셀레나는 겁먹은 표정으로 눈치를 보다 천천히 문 밖으로 나갔다. 아리도 아까와는 다른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두 명이 밖으로 나가자 의사는 조용하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 제 앞에 있는 이 판때기는 방금 당신에게 쪼인 빛을 이용해 대상의 정보를 읽고 기록해주는 마도구입니다. 보통 대상의 스텟이나 굵직한 과거가 뜨죠. 만약 당신이 기억을 잃기 전, 실종 신고라던가 어떤 사건에 휘말렸다면 기록이 남을 겁니다."


"호오. 그런 편리한 도구가 있다니 괜찮군. 그래서, 뭐라도 나오는가?"


의사는 한숨을 푹 쉬곤 말을 이어갔다.


"...아무것도 뜨지 않습니다. 심지어...스탯은 측정불가. 솔직히... 과거가 안 뜨는 경우는 가끔 봤어도 스탯을 해석할 수 없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스탯이 정확히 뭔진 모르겠지만 이 세계의 일원이라면 당연하게 떠야 하는 정보인 모양이다. 의사가 말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아무리 이 세계에 묶였어도 나는 원래 신이었던 몸이다. 고작 피조물이 만든 도구 따위로 모든 것을 알아내기엔 한계가 있겠지.


의사는 그 이후 잠시 침묵을 지켰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보이는데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이다. 나는 일부러 당당한 표정으로 의사를 쳐다봤다. 그러자 조금 용기가 났는지 입을 열었다.


"...용사님. 원래 같으면 당신에 대해서 바로 궁정에 알려야합니다. 그러면 아무리 용사라도 기사단에 잡혀가 조사를 받겠죠."


이런. 큰일이다. 단순히 '정말 신기하군요!'하고 끝날 일이 아니었나. 이대로 있으면 내 여정에 차질이 생긴다. 어떡해야 하지? 이 피조물을 쓰러트리고 도망가야하나?


그러나 잠시 후, 의사는 뜻밖의 말을 꺼냈다.


"원래라면 그렇겠지만... 당신은 뭔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어요... 이건 의사이기 이전에 한 명의 인간으로서... 여태 살아오면서 쌓아온 내 감각이 말하는 겁니다. 솔직히 말해주십시오. 당신은... 특별한 존재인가요?"


내가 신이라는 확신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어느정도까지 결론이 난 걸 보니 꽤나 고지능인 인간이다. 다행히 지금 상황으로 미루어보면 기사단을 부를 거 같진 않다. 그리고 저 눈빛은 많은 걸 담고 있다. 경외심, 호기심, 그리고 무언가의 설렘.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하기로 결정했다.


"나는 용사다. 그정도까지만 알고 있으면 된다. 하나 확실하다면, 무조건 마왕을 조우할 거라는 거지."


딱 이정도. 아무것도 밝히지 않는다. 그것이 너희같은 피조물을 위한 선택이니까. 의사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안경을 고쳐썼다. 그리곤 처음처럼 평온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심적인 스트레스로 일시적인 기억 상실이 있는 걸 수 있으니 충분히 휴식하면 괜찮을 겁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세요."


수납은 바깥에서 하라는 안내에 따라 나오니 아리와 셀레나가 서 있었다. 의사의 말을 전해주니 셀레나는 비로소 안심이라는 듯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러나 아리는 무언가 불만인듯하다.


"기억이 상실됐다는데 그냥 쉬면 낫는다고? 누굴 바보로 아나! 들어가서 따지겠어!"


"네가 주먹질 하는 만큼 치료에 대한 공부를 한 인간이다. 그렇게 무시하지마."


내 말을 들은 아리는 찝찝한 표정을 지은 채 조용히 따라나왔다. 아무래도 조만간 나를 믿을 수 있을 만한 이벤트가 생겨야할텐데 그건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나.


"그, 그래도 용사님이 큰 병이 있는 게 아니라 정말 다행이에요! 제가 앞으로 다니면서 건강에 좋은 약을 많이 만들어드릴게요!"


요즘 부쩍 드는 생각인데, 셀레나 이 녀석은 선하다. 이런 녀석을 계속 보고 있으니 세계를 처음 만들었을 때 유독 붙임성이 좋던 피조물 하나가 생각난다. 500년이 지나면서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생각나니 조금 그리워진다.


자, 그럼 지금부터는 본격적인 할 일을 시작해야지. 인간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을 찾아서 자연스럽게 마왕에 대한 정보를 캐는 거다. 그리고, 알아내자마자 그곳으로 처들어갈거다. 내 미래를 위해.


작가의말

ㅎ_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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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05 기묘한 일(2) 23.05.14 12 0 10쪽
4 04 기묘한 일 23.05.13 13 0 9쪽
3 03 신의 자비 23.05.12 14 0 9쪽
2 02. 업보 23.05.11 12 0 11쪽
1 01. 내가 싼 똥 23.05.10 34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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