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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과의 싸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강고래
작품등록일 :
2023.05.10 13:32
최근연재일 :
2023.05.23 22:38
연재수 :
7 회
조회수 :
104
추천수 :
0
글자수 :
30,066

작성
23.05.14 20:00
조회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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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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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05 기묘한 일(2)

DUMMY

눈을 뜨니 앞에 보이는 건 낯선 천장이다.


생각보다 몸상태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조금 머리가 아픈 거 빼고는.


고개를 돌려보니 특이한 분위기의 인테리어가 보였다. 그리고 의자에는 아리가 앉아 있었다. 아리는 내가 일어난 것을 눈치챘는지 재빠르게 내 옆으로 다가왔다.


"정신이 좀 드나?"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잔뜩 겁을 먹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피조물의 모습이 보였다. 아, 맞다. 나는 분명 저 피조물이 내민 병에서 나는 냄새를 맡고 기억이 끊겼었지.


이유를 물어야겠다. 그리 생각하고 입을 열려던 그때, 피조물이 몸을 푹 숙이며 말했다.


"정말 죄송해요! 뚜껑이 열려있는줄 모르고 큰 실수를 했어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너무 열정적으로 사과하니 오히려 내가 민망해진다. 정말로 실수였나? 이런 의심도 금세 사그라들만큼 피조물은 진심을 다해 얘기했다.


딱 한가지, 의문점만 빼고.


"너... 다리는..."


"아... 심한 상처는 아니라 참을만했어요. 그냥 병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에..."


일단은 알겠다고 하며


흠... 독심이 가능했다면 진위여부를 빠르게 판단하겠지만 지금은 오롯이 저 피조물의 말과 행동으로만 판단해야한다. 일단은...진심인 거 같은데... 독심없이 진심을 간파하는 건 서툴러 잘 모르겠다.


"아리 씨께는 이미 말씀드렸지만... 저는 셀레나, 이곳에서 물약을 연구하고 있는 약제사에요... 주로 회복약에 대해 연구하고 있죠."


아리를 힐끔 쳐다보자 아리는 고개를 끄덕이곤 말을 덧붙였다.


"사실이야. 짐승이 훔쳐간 가방 속을 보니 죄다 회복약이더군."


"회복약이 뭔데?"


또다. 아리는 또 그 특유의 눈빛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첫번째 목적지에 도착하면 우선 실력있는 의사부터 찾아가지... 회복약은 상처 회복 속도를 늘려주고 기력을 회복시켜 주는 약이다. 따로 회복마법을 쓸 필요없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마법사가 없는 파티에서 많이 애용하지."


대충 좋은 거라는 건 알겠다.


"그럼 가지."


아리는 짐을 챙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에 이상이 없는 걸 확인한 나도 셀레나에게 인사를 하고 문앞으로 나갔다. 그러나 셀레나는 '잠시만요.'라고 소리치고는 우리의 앞으로 달려왔다.


"실례지만 두 분은 무슨 파티인가요? 던전 공략? 단순한 여행?"


"우리는... 이 검을 보면 알 수 있을텐데."


아리는 나에게 눈짓했다. 아주 명령하는데 도가 텄군. 하지만 처음부터 나도 보여줄 생각이었으니 검을 꺼내 셀레나에게 보였다.


"아...그럼 역시 마왕 토벌 파티셨군요."


"잘 아는군."


"네, 일단 멀지 않은 마을이니까 용사를 뽑는다는 소문은 들었습니다."


무언가 망설인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모양인데 좀처럼 입을 떼지 않는다. 아리와 난 몇 초 정도 정적을 유지하다 참지 못하고 말을 걸었다.


"왜 물어본 거지?"


그 물음에 셀레나는 자세를 고치곤 꽤나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도 같이 데려가 주실 수 있나요?"


잠시 정적. 아리는 나를 바라봤다. 그래도 내가 용사라고 내 의견을 듣고싶다는 듯 하다. 하지만 내 대답은 정해져있다.


"안 돼."


전력은 아리로 충분하고, 마왕과 얘기할 때 주변에 사람이 많으면 방해만 많아질 것이다. 생각만해도 귀찮다. 내 대답이 충격이었는지 셀레나는 잔뜩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이대로 포기하려나?


"제...제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요!"


그러곤 책상 위로 달려가 무언가를 가득 안고 바닥에 쏟아보였다. 어제 나에게 맡게 한(실수라고 했지만)병들이 잔뜩 발 밑에 굴러다녔다.


"사정이 있어서 전 직장에선 나왔지만...저 꽤나 유능한 약제사였어요! 회복약 뿐 아니라 전투에 도움이 되는 물약도 만들 수 있어요! 그리고...그리고...약간이지만 회복 마법도 쓸 줄 알고요! 여러분 파티에서 꼭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꽤나 괜찮은 얘기긴 하지만 탈락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아리 녀석은 꽤 마음에 든 눈치다. 솔직히 내 개인적인 이유, 그러니까 마왕과 얘기할 때 방해받을 요소들을 줄이고 싶다는 용사답지 못한 얘기를 아리에게 한다면 앞으로 있을 여정에 큰 차질이 생길수도 있다.


"전 직장에서 나온 사정이란 뭐지?"


아리의 물음에 셀레나가 힘없이 대답했다.


"...제가 만드는 회복약이 집단의 취지에 맞지 않다고 쫓겨났어요..."


"뭔가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건가?'


"아뇨! 거기서는 다른 물약 개발을 요구했는데 제 분야랑 많이 달라서 어려웠어요. 그래서 그런 거예요..."


대답에 만족했는지 아리는 미소를 지었다. 완전 분위기가 무조건 데려가야 한다는 느낌으로 변했다. 어쩔 수 없지. 적당한 때에 떼어놓는 수밖에...


"그럼, 좋은 서포팅 부탁해 셀레나."


나의 허락이 떨어지자 셀레나는 신이 나 펄쩍 뛰었다. 아리는 그런 모습을 지켜보다 나에게 말을 걸었다.


"당연히 데려갈 줄 알고 있었네."


뻥치지네. 너만 아니었으면 절대 안 데려갔을거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새로운 동료가 늘었다.


-


셀레나가 합류하니 여정이 수월해진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첫번째 산을 넘어갈 때 쯤 아리가 경고했었던 일이 일어났다. 산적단. 일을 하지 않고 남의 것을 뺏어 자기들이 쓰는 무리라고 한다. 가진 게 없으면 끌고가 인신매매를 한다는 얘기도 있다고 한다. 저번 마을에서 문지기가 얘기했던 인신매매는 이걸 말한 게 아닐까한다.


"순순히 가진 걸 전부 내려놓고 가라!"


"이야~ 비싸보이는 검을 차고 있네~"


세상과 단절되어 살아온 탓인지 검만 보고 내가 용사라는 걸 알아차리지 못하는 모양이다. 옆을 보니 아리는 한숨을 푹 쉬고 있었다. 곤란하다기 보다는 귀찮다는 느낌이다. 산적 한 명이 아리에게 다가가 어쩌구저쩌구 시비를 계속 걸었다. 실시간으로 아리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인내심이 폭발했을 때,


"어이~ 어디 좋은 집안 출신인가봐? 갑옷이 번쩍번....쯔억!"


쾅- 소리와 함께 아리의 앞에 있던 산적이 날아갔다. 무기를 들었나 했지만 녀석은 맨 주먹을 치켜들고 있었다. 순식간에 정적. 산적들에게 여유로운 모습은 사라지고 모두 아리에게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


"기사단의 이름으로 세간에 물을 흐리는 무리는 처벌해야 맞지."


다시 쾅- 소리와 함께 모여 있던 산적 무리가 흩어졌다. 몇몇은 얼굴에서 선혈이 쏟아졌다. 거침없이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산적들이 점점 쓰러져갔다. 그 모습을 보고 '저 녀석이 용사가 됐어야했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본인은 약하다고 했지만... 산적들을 종잇장처럼 던져버리는 저 힘을 보면 결코 그렇지 않은 거 같다.


그때, 아리의 뒤로 산적 하나가 달려가 몽둥이를 휘둘렀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아리가 비틀거리자 그 틈을 노린 산적들이 무기를 들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대로 두면 위험하다. 난 검을 꺼내 아리 쪽으로 달려갔다. 예전에 싸움으로 모든걸 해결하는 세계를 만들었던 기억을 말미암아 검을 쥐고 찬찬히 앞에 있는 산적들을 찔러댔다. 한 번 찌를 때마다 뿜어져 나오는 선혈과 비명. 그렇게 기분이 좋진 않다.


그러나 내가 마저 달려가기도 전에 까먹고 있던 셀레나가 소리쳤다.


"아리씨!! 엎드리세요!"


아리가 엎드리자 순식간에 공중에 하얀 무언가가 퍼졌다. 그리고 그것은 정확히 산적들을 노려 덮치며 그들의 얼굴과 몸을 감쌌다. 너무나 금세 제압해버린 상황에 놀라 아리와 난 셀레나를 쳐다봤다. 셀레나는 헤헤 웃으며 자신의 병을 보였다.


"더...던진 사람이 적대감을 품고 있는 대상한테...끈적한 소재를 뒤덮어 제압하는 약이에요...더 빨리 던지지 못해서 죄송해요..."


그렇게 말하곤 셀레나는 우리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이 녀석... 회복 정도만 시키려 했는데 생각보다 괜찮다. 앞으로 꽤나 큰 도움을 줄 거 같은 느낌이 든다.


"셀레나, 도와줘서 고맙다."


"아, 아니에요... 아리님 머리를 보여주세요! 상처 봐드릴게요."


셀레나가 아리의 상처를 치료할 동안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인간이라기 보단 거대한 고치같은 느낌의 것들이 꿈틀거리는 광경이 보였다. 일단 잡긴 잡았는데, 이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것들 처리는 어떻게 하지?"


"걱정마라. 이 원격 편지로 바로 기사단에게 이들을 데려가라고 할테니."


그러곤 아리는 종이에 무언가를 끄적였다. 글씨들은 적히자마자 점점 옅어지더니 아리가 쓰는걸 멈췄을 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설명으론 이렇게 적으면 기사단 쪽 연락책이 전달한다고 한다. 꽤나 신기한 기술이다.


"저,저기..."


감탄하고 있는 나에게 셀레나가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어, 그러니까...용사님은 어디 다치진 않으셨나요?"


참 의문이군. 저렇게 능력 있는 피조물이 어째서 항상 겁을 먹고 있는 것일까. 저런 태도는 언젠가 독이 될텐데. 그러니 조금은 풀어줄 필요가 있겠지.


"난 멀쩡하다. 셀레나, 생각보다 쓸만하군."


내 기준 최고의 칭찬이다. 감사해라.


작가의말

ㅎ_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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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03 신의 자비 23.05.12 14 0 9쪽
2 02. 업보 23.05.11 12 0 11쪽
1 01. 내가 싼 똥 23.05.10 34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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