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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과의 싸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강고래
작품등록일 :
2023.05.10 13:32
최근연재일 :
2023.05.23 22:38
연재수 :
7 회
조회수 :
102
추천수 :
0
글자수 :
30,066

작성
23.05.13 20:00
조회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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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04 기묘한 일

DUMMY

이른 시간, 저절로 눈이 떠져 바깥으로 나왔다.


아직 어둑한 걸 보니 피조물들이 일어나는 시간이 되려면 한참 남았을 것이다. 아니, 이제는 피조물이 아닌 '인간'이라고 불러야겠다. 아무리 같은 피조물이라도 종족이 여러가지로 나눠져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 깨달았다.


인간들이 모두 잠들어 있으니 흡사 '공간'과 비슷한 정적이 흘러 그리운 기분이다. 그곳에서는 뒹굴뒹굴거리며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았는데...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생각만 해서야 되는 일도 안 풀리겠지.


아마 이제부턴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지 않을 것이다. 이틈에 어느정도 계획을 세워놓는 편이 좋을 것이다.


"어디보자... 내가 풀었던 마왕이 몇명이었지... 대충 수백이었던 거 같은데 여기 역사책을 확인해보면 총 250명 정도 죽였다고 나와있었지. 이젠 출몰 빈도도 줄고 세력도 약해졌지만 그럼에도 나타나면 재난으로 친다고..."


예상하건데, 이 녀석들도 시스템의 간섭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처음엔 뭉탱이로 돌아다니는 놈들도 있어서 활개치고 다녔지만 생각보다 약해진 자신들의 힘과 꽤나 놀라운 지성과 능력을 갖춘 고등피조물들. 여러 악재가 겹쳐 500년동안 정복하지 못한 것일테지. 우선 남은 마왕들을 만나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해 들어보고 뭐든 좋으니 이 오류에 대한 힌트를 얻어야한다.


"진작에 나가서 세계를 뜯어보면 해결되는 일을..."


나에게 무슨 억하심정이라도 있나...


잠깐, 아니다. 단순히 억하심정이 아닐 거다.


내가 검을 뽑고 분위기가 싸해졌던 그때, 시스템은 내 스킬을 써 그 상황이 자연스러운 것이도록 유도했다. 그때는 나도 초조해서 저지른 일이지만 사실 그 상황이었으면 옆에 있는 경비들이 나를 제압하고 자기들끼리 이 일을 해결하려 했겠지. 나를 어쩔 수 없이 용사로 임명하더라도 분명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스템은 마치 그렇게 만들지 않겠다는듯, 이 상황을 당연하게 만들었다. 마치... 내가 용사로 선택되길 바라는 것처럼.


대체 뭘 바라는 거지?


"...오래 생각해봐야 할 문제인 거 같군."


가만히 고민을 하고 있는데 피부에 찬기가 스쳤다. 이 세계는 어두워지면 꽤나 추워지고 이런 날씨는 인간들에게 좋지 않다. 물론... 그들과 같아진 나도 마찬가지다.


우선 들어가고 모든건 앞으로 찬찬히 생각하도록 하자.


-


마을 사람들은 앞까지 배웅을 나왔다. 아리와 함께 온 병사들은 따로 왕국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원칙적으로 마왕 토벌단(여기서는 파티라고 부른다)은 용사와 그 동료가 아니면 정말 특수한 경우 외에는 같이 다닐 수 없다고 한다.


"아니... 가다가 용사가 죽으면 어떡하라고."


"그럼 다음 용사를 뽑아야겠죠."


내가 살벌하게 쳐다보자 촌장은 웃던 표정을 풀었다.


모두와 인사를 나눴다. 특히 나를 먹여주고 재워준 문지기 녀석에게 고마움을 표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문지기는 자신이 용사를 모셨던 건 평생 자랑거리로 삼을 거라며 오히려 나한테 감사하다고 했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다.


"엘라가 안 보이는군."


"그러게 말이네. 아니 용사님 떠나는데 대체 어디 있는 건지..."


그래도 제일 처음 나를 구해줬던 녀석이라 마지막으로 보고 싶었는데. 아쉽지만 갈 길이 멀다. 아리와 나는 나와있는 녀석들과 인사를 마치고 긴 여정을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등 뒤에서 문지기 녀석의 '잘 부탁한다!'라는 말을 끝으로 서서히 마을의 소리는 들리지 않게 됐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모두 들어간 것인지 마을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엘라와 처음에 만났던 늙은 피조물의 모습이 보였다. 조금 떨어져있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들은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래도 얼굴을 봐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나도 손을 흔들었다.


-


아리는 내 생각 이상으로 얌전하게 잘 따라왔다. 솔직히 용사 자리를 내놓으라며 날 공격하고 검을 탈취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러진 않았다.


"첫번째 목적지까지 가려면 꽤 오래 걸어야한다. 체력을 잘 조절하도록 해."


그래도 욕심이 남아있는지 파티를 이끌고 싶어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왜냐고? 난 편하니까.


"자네가 면허만 있다면 말을 타도 됐을 텐데. 아쉽군."


말? 뭔진 모르지만 있으면 이동에 편한 건가 보군. 그 '면허'라는 걸 어떻게 갖는지 조금 궁금해진다.


"면허는 어떻게 얻는데?"


"자네는...하..."


저 한심하다는 눈빛 좀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


"이런 시골 마을에선 어림도 없고, 적어도 우리가 가는 목적지에서 연수를 받고 시험을 통과하면 딸 수 있다. 앞으로 있을 여정을 생각하면... 가서 따놓는 게 좋을 거 같긴 하군."


"그럼 해보지 뭐. 이 산만 넘으면 도착인가?"


"이 산만이 아니라 몇 개 더 넘어야 한다. 각오하도록."


각오하라는 말과 반대로 아리는 씨익 웃었다. 저 웃음은 즐거운 일이 있어서 짓는 웃음인 거 같은데.


"커맨드:독심"


-차단된 스킬입니다.-


이럴 거 같더라.


-


사실 처음에는 뭔가 꿍꿍이가 있어서 저렇게 실실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냥 산을 탄다는게 신나서 저런 거였다. 아리는 미친듯이 숨을 헐떡이고 땀을 비오듯이 흘려도 결코 지치지 않았다. 나는 지금 지친다는 기분이 뭔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뭔가 이상하군."


그런데 갑자기 아리가 걸음을 멈췄다. 드디어 쉴 수 있다. 자리에 서자마자 나는 풀썩 주저앉아 숨을 헐떡였다.


"뭐지? 설마... 지친 건가?"


"헥...헥...니가...헥...이상...한 거야..."


"흠...뭐 이렇게 조그만 몸이라면 그럴 수 있겠군."


"헤엑...그래서...뭐가...이상한데...헥..."


"산 전체에 마력의 기운이 퍼져있다. 아무래도 마법사가 사는 모양이군. 조용히 지나가는게 좋겠어."


마법사는 또 뭐야... 또 또 내가 추가한 적 없는 설정이 튀어나온다. 아리는 나에게 조용히 따라오라며 다시 움직였다. 나는 반쯤 죽었다고 생각하고 후들거리는 다리를 세웠다.


"헥...마법사는...만나면 안 좋은 건가?..."


"모든 마법사가 그런 건 아니지만 마왕 쪽 마법사랑 엮이면 골치 아파지니 조심하는 게 좋지."


그리 말하곤 아리는 다시 걸음을 멈췄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많이 바꼈다. 이미 칼을 뽑아들곤 숨을 멈추고 있었다. 죽을만큼 힘들지만 왠지 숨을 쉬면 안되는 타이밍같다.


"흡."


숨을 참으니 주변이 고요해졌다.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알 수 없는 피조물...아니 짐승의 소리. 그 사이로 희미하지만 확실한 인간의 소리가 들렸다.


"도와주세요..."


확실한 구조 요청이 들리자 아리는 바로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아니 저게 마법산가 뭔가 하는 녀석의 함정이면 어쩌려고. 녀석의 뒤를 쫓아가니 얼마 지나지 않아 풀숲에 주저앉아있는 인간을 발견할 수 있었다.


"훌쩍...어...어라?"


성별은 아마 여자. 키는 나보다 조금 크지만 아리보다는 작다. 도와줄 사람이 나타나서 기쁜 건지 잠깐 눈을 반짝였지만 이내 어두운 표정으로 돌아왔다.


"넌가? 도와달라고 한 사람이?"


"...네..."


"무슨 일이지? 다친 건가?"


"발을 다쳐서 움직일 수 없어요...거기다 짐승이 제 짐을 물어가서... 설마 누가 도와주러 오실 줄은..."


인간의 허리쪽에는 무언가에 뜯긴 끈이 둘러져있었다. 그리고 발목 쪽에 붉은 액체가 흐르고 있었다. 아마도 저게 피. 인간들은 약해서 저런 것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금방 죽을 것이다.


"짐승은 어느 쪽으로 갔지?"


"제, 제 오른쪽 방향으로..."


그 말을 듣자마자 아리는 오른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산을 올랐는데도 저렇게 뛰다니, 체력이 넘쳐나나보다. 아리는 순식간에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난 아리를 따라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쉬지 못할 거 같은 예감이 들었으니까.


인간 옆에 앉아 다리를 뻗었다. 인간은 아까보단 진정된 모습으로 나를 똘망똘망 쳐다봤다. 대충 보니 아리보다는 어린 개체인데... 무언가 위화감이 든다. 마치 어울리지 않는 무언가를 걸친 느낌이다. 유심히 관찰하는데 인간이 입을 열었다.


"저같은 젊은 여자가 혼자 숲속에 있으니 이상한가요?"


그런게 이상한 건가?...라고 말하면 아리처럼 한심하게 보겠지. 이럴 때는 아는 척이 최고다.


"그렇지."


하지만 내가 이상하게 느낀 건 다른 거다. 무언가...


"짐승이 물어간 건 뭐지?"


"저에게는 아주 중요한 물건이랍니다. 아, 짐승이 떨어트리고 간 게 있는데 잠시만요..."


그렇게 말하며 인간은 자리에서 일어나 어떤 병을 주우러 갔다. 어, 잠깐. 일어났다고?


더 생각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인간이 내 앞에 다가와 병을 열었다.


"이거랍니다."


훅, 달콤한 향기가 들어온다. 뭐지, 내 몸이 아닌 거 같은 느낌이 든다. 앞이 어지럽고 인간이 소용돌이처럼 돌아간다. 그리고 나의 의식은 끊겼다.


작가의말

ㅎ_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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