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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LOYM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천영天影
작품등록일 :
2010.02.17 00:50
최근연재일 :
2010.02.17 00:50
연재수 :
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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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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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글자수 :
376,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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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1.13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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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저승사자LOYM] 제 10 장 속죄와 타락 - 저승사자들 (3)

DUMMY

"호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감각마저 삼켜버린 절대적인 어둠. 나의 몸조차 존재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오직 의식만이 붕붕 떠다니는 것 같다. 이 상태가 계속 된다면 의식마저 사라지고 말겠지.

"평범한 녀석들이라면 말이지."

내가 내뱉은 말조차 들리지 않는다. 검을 뽑아 위로 들어 올렸지만, 그렇게 생각만 할 뿐, 정말 팔이 올라갔는지, 팔이 존재하는지 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어둠 따위, 찢어 버려주지."

베는 게 아니라 찢어버리겠다는 식의 거친 내려 베기. 행했다는 생각만 할 뿐, 실제 행했는지 아닌지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말이야, 보이지 않는다고, 느껴지지 않는다고 그게 없어지지는 않아. 인식하기를 포기해버리면 스스로를 없애버리는 꼴이겠지만, 자신이 존재한다는 확신과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한 나는 여전히 여기 존재해.

촤아아아악!

검은 커튼을 찢어버리듯 어둠에 거친 상처가 났다. 그 틈으로 빛이 보이기 시작했고, 소리도 들렸으며, 감각도 돌아왔다.

"대단했지만, 이 정도론 통하지 않아."

모든 어둠을 걷어낸 뒤 수연을 향해 검을 겨누며 말했다. 디멘젼 바운더리의 일원이니만큼 틈만 생기면 바로 휘두를 생각이었다.

"당신에겐 통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당신에겐?"

난 서둘러 주위를 돌아봤다. 아직 남아있던 타락 저승사자 모두가 수십의 검은 창에 꿰뚫려있었다. 콘트로드는 다섯 개의 창에 꿰뚫려 있었고, 카크샤는 왼쪽 어깨에 하나 박혀 있었다.

"무, 무슨 짓이오. 당신이 어떻게 이럴......"

고통에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신음하나 흘리지 않은 콘트로드가 수연을 향해 외쳤다.

"미안하군요."

그런 콘트로드를 향해 수연은 손을 뻗었다. 그 즉시 콘트로드는 모든 감각을 잃었는지 팔을 늘어뜨리고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런 행동은 난 잠자코 지켜봤다. 무슨 수법을 사용하는지 궁금했고, 그녀가 나타난 시점에서 콘트로드 기타 등등은 가치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직접 행차했으니 확실히 연관 있는 것이고, 본인이 왔으니까 그녀를 잡는 게 더 이익이다.

"당신들을 모두 살려서 떠날 자신은 없습니다."

그녀는 뻗은 손의 주먹을 쥐었다.

콰아아아악!

일반적인 시야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무언가가 콘트로드를 향해 빨려 들어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력과 영력의 흐름을 살펴보자 검은색의 무언가가 그를 향해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조그마했지만 빨려 들어가며 점차 커지더니 이윽고 창의 형태로 변했다. 잠시 후, 남은 건 수많은 검은 창에 꿰뚫린 콘트로드의 모습이었다.

"그 어둠, 단순한 감각봉인이 아니었군. 어둠 자체가 창을 만들었어."

"단번에 꿰뚫어보시다니, 주의해야겠군요."

그녀는 예의를 차리듯 내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상당히 정중한 느낌이 들었다.

샤아아아아

그리고 창에 꿰뚫린 타락 저승사자들은 모두 그 모습이 사라지며 소멸해버렸다.

"괜찮아?"

"괜찮습니다."

카크샤는 어깨에 박힌 검은 창은 뽑아내며 말했다.

"당신이 바로 혈령이 말하던 카크샤 세테미안이군요."

"......"

수연의 말에 카크샤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무표정으로 대응했다.

"그보다 잠시 면담 좀 해보실까? 이들은 모두 네 부하 아니었던가?"

이용가치가 떨어지면 모두 처리하는 게 악의 조직의 기본이라지만, 저것들은 건지면 꽤 유용한 녀석들인데. 적어도 대장만이라도 건져서 잘 활용하면 괜찮을 텐데 일말의 주저도 없이 모두 죽여 버렸다. 늦지 않았는지 살피던 모습과는 이질적이다.

"정정하세요. 부하가 아니라 도구입니다."

"아아, 너희들은 소수정예, 부하 같은 건 안 키웠지?"

"지금껏 여러 일을 해줬지만, 이걸로 마지막 할 일을 끝냈으니 편안히 보내준 겁니다."

그녀는 내 말을 무시하고 그대로 할 말을 끝냈다. 카이타바 소년처럼 쉽사리 정보를 내줄 것 같진 않았다.

"마지막 할 일이란 게 뭔지 물어봐도 될까?"

"슬리나님이 다녀가셨지요. 그리고 당신도."

"미끼였군."

수연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지만, 이미 대답은 다 한 상태였다.

"결국 미끼를 덥석 문 건 우리였네."

"슬리나님이 그렇게 빨리 나타나실 줄은 몰랐습니다. 이들이 막아주지 않았다면 유인하기 어려웠겠지요."

그녀는 이미 사라지고 없는 타락 저승사자들을 언급했다.

"유인이라, 그게 뭐지?"

"글쎄요."

말하지 않았다. 줄 정보와 주지 말아야 할 정보를 구분하고 있다. 결국 물어보면서 정보를 얻는 것도 상대의 의도, 하지만 물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어야 한다.

상대는 특이한 기술을 사용하는 강자, 만의 하나의 확률이지만 나도 모르게 힘이 너무 들어가서 소멸시킬 수도 있단 말이지.

"그래, 유인했다 치고 다시 여기로 돌아온 이유는 뭐지? 이들을 꼭 소멸시킬 필요가 있었을까? 아직 이용가치가 남아있었을 건데?"

"확실히 남겨두면 좀 더 유용한데 쓸 수 있겠지요. 저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만."

그녀는 거기서 손을 뻗어 나를 가리켰다.

"권영민, 당신이라면 조금 힘들겠지요."

촤아아아악!

또다시 어둠이 다가왔지만, 그런 것쯤은 검을 휘두르자 조금 전과 같이 금방 사라졌다.

"크윽."

하지만 카크샤는 다른 모양이다.

"괜찮아?"

"아직까지는 괜찮습니다."

이번에는 다리에 하나 박혔다. 창을 뽑아낸 카크샤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지만, 이와 같은 공격이 계속된다면 버티기 어려울 거다.

"슬슬 싸우자는 건가?"

"다시 한 번 시도해봤을 뿐입니다. 역시 당신에겐 이 정도는 통하지도 않는군요."

그녀는 씁쓸하게 웃으며 뻗었던 손을 내렸다.

"나 혼자 후퇴할 자신은 있습니다. 그렇지만 콘트라드를 비롯한 나머지들은? 남으면 쓸데없이 정보만 제공하게 되겠죠."

"증거인멸로 소멸시켰다, 이거군."

그녀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다가 문득 느꼈다. 그녀가 조금 전 공격을 시도했음에도 서로 적이라는 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것을.

"혼자선 도망칠 수 있다? 정말 그럴 수 있을까?"

"백영님만큼은 아니지만, 저도 나름 속도와 은잠술에는 자신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슬리나님을 상대로 이렇게 무사할 수 있을까요?"

슬리나의 정확한 실력은 모른다. 그래도 적어도 나와 동급 정도는 된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런 그녀를 상대로 도망칠 수 있다면, 저런 자신감을 자격은 있지.

"나와 슬리나는 다를 텐데?"

"시험해 보고 싶으시다면 뜻대로. 하지만 적어도 제 용무는 마저 마쳤으면 하군요."

그러더니 그녀는 카크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혈령에게서 당신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모르는 사람이오."

말투가 바뀌었다. 나를 대할 땐 정중한 어투였는데, 지금은 당당하고 자신감에 찬 어투. 스스로도 그런 말투가 나올지는 몰랐다는 듯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자연스럽게 그런 표정을 지웠다.

"모르는 사람이었을 것이고,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신을 보니 준비했던 과정을 거칠 필요는 없겠군요."

수연은 카크샤의 눈을 바라봤지만, 카크샤는 살짝 시선을 피했다. 그 모습에 수연은 확신을 했을 것이다. 난 이미 조금 전에 확신한 내용이고.

"같이 가시겠습니까? 혈령은 설영에겐 무한한 증오를 가지고 있지만, 당신에겐 함께 한다면 감정은 묻어두겠다고 했습니다."

"어이, 바로 옆에 내가 있는데 당당히 스카웃 제의야?"

내가 중간에 끼어들자 그녀는 이번엔 내게 시선을 돌렸다.

"당신에게도 의사를 물어보도록 하죠. 카크샤와 이렇게 쉽게 만날 줄은 몰랐는데, 당신도 함께 있다니, 이건 큰 기회이군요."

그녀는 카크샤를 향해 손을 뻗었다. 또 그 공격인가 살짝 긴장했지만, 그냥 손을 뻗은 것뿐이었다.

"기억을 되찾은 당신이라면 이 부조리를 충분히 느끼고 있었을 겁니다. 수많은 진실을 알아가며 내가 느꼈던 그 부조리를. 내가 저승사자의 직위를 버렸어야 했을 더러운 진실의 파편을."

"......"

카크샤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말이 없었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 진실이란 게 뭘까? 난 심히 궁금한데."

"전 저승사자들에게 혼란을 일으킬 수 있기에 모두 말해드릴 순 없습니다."

그녀는 손을 내리며 다시 나를 바라봤다.

"제가 어째서 저승사자의 위(位)를 버렸다고 생각합니까?"

"그, 글쎄."

묘한 박력에 한 수 밀리며 대답했다. 수연이 타락 저승사자가 된 이유, 그건 아무도 몰랐다. 그저 알 수 없는 이유로만 들었을 뿐.

"죄인 저승사자는 왜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 그보다 저승사자 자체가 왜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단순히 영혼을 인도하기 위해 생긴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모양이군."

"그 이유 때문이라면 그토록 강한 무력(武力)을 지닐 필요는 없겠죠."

수연은 단정적으로 말했다.

"몸은 지켜야지. 소울 헌터들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나아가 그들을 잡아야 하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애초에 소울 헌터들이 왜 생겨났는지 모르면서."

"그거야."

물론 소울 헌터가 어째서 생겨났는지 설명은 들었다. 손실된 영혼량이라던가 기준량이라던가 등등. 하지만 그녀는 그런 통설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카크샤, 당신도 그런 것까지 알진 못할 겁니다. 하지만 의혹은 가지고 있겠죠. 자신이 왜 존재하고 있는지."

그녀는 다시 카크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나와 카크샤, 둘 다 모두 동시에 설득시킬 기세였다.

"난 수천의 생명을 앗아갔소. 그 죗값을 받는 것일 뿐, 다른 건 생각할 이유가 없소."

결국 카크샤는 간접적으로 기억을 되찾았음을 인정했다.

"그럼 지옥에 가면 되지 왜 저승사자가 되었을까요? 저승사자의 재능을 지녀서? 물론 그런 이유도 있지만, 정말 그것뿐이라고 생각하나요? 죄인 저승사자의 공통점은 알고 있나요?"

처음엔 다소 차갑고 정중했던 말투가 조금씩 부드러워졌다. 이거 이대로 놔두면 카크샤는 정말 설득 당하겠다.

"하나같이 생전에 일정 이상 경지에 다다른 영혼들. 그들이 저승사자라는 족쇄......"

쉬익!

수연은 말을 하다 멈추고 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녀의 입을 향해 검이 한차례 지나갔기 때문이다.

"거기까지. 그딴 거 알 게 뭐야."

예로부터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은 그만큼 위험도 동반했다. 쓸데없이 화를 좌초할 필요는 없다. 그런 건 저번 생에서 충분히 했다. 이번에는 그저 평범한 저승사자로서 설영하고 즐겁게 지내는 걸로 만족하거든.

"......저승사자들을 이용하는 그들의 존재, 그들의 행적을 아신다면 당신도 저희들과 공감하실 텐데요."

"난 그다지 알기 싫거든. 날 설득시키려면 목숨의 짐이라도 씌워."

더 들어봐야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이대로 제압해서 저승으로 데려가자. 아니, 카크샤처럼 그녀의 말에 현혹될 녀석들도 있을 수 있으니 그냥 소멸시켜버리자. 디멘젼 바운더리가 그녀 혼자 있는 것도 아니고, 시간은 걸리겠지만 천천히 찾으면 되겠지.

"목숨의 짐이라, 당신이라면 그렇겠군요."

"계속 나를 높게 평가하는 말투인데, 미안하지만 난 한낱 풋내기 저승사자일 뿐이거든. 너무 존중하는 거 아냐?"

"카이타바에게 들었고, 쟈나스타나님이 평가하신 말씀만으로 당신은 슬리나님과 동급으로 존중받기에 충분합니다. 쟈나스타나님은 당신과 함께 하길 원하셨습니다만."

그녀는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아?"

"이번에는 이쯤 하겠습니다. 조금의 시간도 벌었으니 본래 목적을 이룰 확률도 올라갔겠지요."

말투가 다시 처음처럼 변했다. 역시 부드러운 말투는 카크샤를 낚기 위한 연기였던 것이다.

"목적이라, 유인이라 했던가?"

"요정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요정, 그건 전에 쟈나스타나에게서도 들었던 말. 그리고 슬리나도 바로 저 수연에게서 들었던 말이지.

"슬리나님은 이미 그와 조우했고, 남은 하나는......어디일까요?"

수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뒤로 물러났다. 뒤쫓으려했지만 그녀가 손을 뻗지도 않았는데 시야가 어두워졌다. 재빨리 그 어둠을 베어냈지만 그녀의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감을 가질만하군."

수연을 뒤쫓을 생각 따윈 일찌감치 포기하고 카크샤를 향해 다가갔다. 단순히 시야를 막았을 뿐인지 공격받은 기색은 아니었다.

자, 냉정히 생각해보자. 슬리나는 여기서 수연과 타락 저승사자들이 접촉하는 걸 봤다. 수연은 도망쳤고, 슬리나는 덤벼드는 타락 저승사자들에게 대충 깽판 쳐놓고 결계를 쳐, 남은 녀석들을 가둬놓고 내가 직접 내려오도록 명령했다. 그리고 수연을 추격했지. 사실 수연은 타락 저승사자들을 미끼로 풀어 좀 슬리나를 유인한 거다. 생각보다 슬리나가 빨리 나타났지만, 잘 유인하여 그 요정이라는 작자와 만나서 실컷 싸우고 있겠지.

슬리나에 대해선 이렇게 정리가 가능해. 하지만 남은 하나라니? 그리고 굳이 나와 길게 대화를 한 이유는?

전에 쟈나스타나가 한 말을 생각해보면 그 요정이라는 것은 최강의 저승사자, 아난타와 레위스, 슬리나와 대적하기 위한 병기라고 볼 수 있다. 거기서 나를 포함시켰고, 폭주했던 설영도 봤다.

"어이, 레위스라는 저승사자는 지금 어디서 뭘 하지?"

아난타는 세이비어 제1부대에 있다. 거듭된 회의 때문에 저승을 벗어날 여유는 없다. 아무리 그 요정이란 게 강해도 저승에 쳐들어갈 정도는 못 될 거다.

"레위스님은 대장 이상의 직위와 의무를 지니십니다."

"아난타님과 똑같은 입장이란 얘기군."

그렇다면 남은 건 나와......설영!

"젠장, 당황하지 말자. 냉정히, 냉정하게."

무턱대고 달려가면 안 된다. 냉정하게 대략적인 것이라도 파악하고 가야한다.

"설영은 지금 뭘 하고 있지?"

"그런 것까지는 모릅니다."

그래, 모른다. 일개 죄인 저승사자가 그걸 알 리는 없다. 하지만 정말 모른다면 굳이 카릴 대장이 카크샤를 내게 붙여줬을 이유는 없다.

"어이, 나 네가 기억을 찾았다는 거 알고 있거든. 알려지면 곤란하지 않을까?"

"......"

그는 잠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이윽고 짧은 웃음을 터트렸다.

"협박이오?"

"이오? 그딴 건 넘어가자. 기억을 되찾았다면 설영이 걱정되지도 않나?"

어투 따위가 문제가 아니다. 생전 둘은 절친한 사이였을 터, 지금에 와서 그걸 부정할 리는 없다.

"카릴 대장님 이외에 알려진다면 확실히 곤란하겠지. 설영도 걱정되고."

카크샤는 그렇게 말하더니 지금까지와는 다른 강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데쓰 소속의 죄인 저승사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있소?"

"그야 당연히...... 젠장, 그래서 말 안 했군."

그녀는 죄인 저승사자다. 그 상태에서 또다시 죄를 짓고 처벌을 받는다. 쓸 만한 전투능력, 나와 같은 소울 헌터들과 전투를 치르는 것으로 처벌을 받았다. 하지만 그 수위가 나처럼 설렁할까?

카크샤의 대답은 간단한 결론을 내주었다. 그녀는 지금 끊임없이 전투를 벌이고 있다. 본래 데쓰 소속의 죄인 저승사자가 하는 것처럼.

"그딴 게 말하기가 어려워서 그렇게 숨겼나?"

훼령의 주장으로 함구가 떨어졌다지만, 내가 보기엔 그냥 말하기 껄끄러워서 안 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나 보기가 미안한가? 어차피 알게 될 일을.

"성급하게 움직이지 말자. 좀 더 확실히 알아야 해."

조금의 시간적 여유는 있다. 설영을 믿자, 그녀라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그 아슬아슬한 시간 동안 난 최대한 많은 걸 파악해야 해. 그래야 더욱 유리하다.

생각해보면 카릴 대장도 미끼라는 얘길 했다. 그건 슬리나와 설영이 디멘젼 바운더리를 낚기 위한 역할을 맡았다고 할 수 있다. 양측의 낚시꾼들이 미끼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서로가 낚이기를 기다리는 모양새다.

슬리나는 그렇다 치고, 설영은 지금껏 혼자서 돌아다녔다. 공격하려면 충분히 시간이 있었을 테지만, 이제야 와서 공격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나와 설영은 파트너로 늘 함께 다녔다. 서로 떨어져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래서 시간을 벌여 공격할 여유를 만들었다.

그 요정이라는 건 확실히 강하지만 나와 설영이 함께라면 이기지 못한다.

"설영은 지금 어디에 있지?"

난 다시 한 번 카크샤에게 물었다. 늘 무표정이었던 그가 드디어 놀랐다는 표정을 지었다.

"많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벌써 끝낸 것이오?"

"여러 경험을 하다보면 고속사고는 기본이다. 설영은 어디 있지?"

목숨이 오고가는 전장에서 아무 생각이 없으면 살아남지 못하고, 생각이 느리면 살아남지 못한다. 그 정도는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다.

"나도 어디 있는지는 모르오. 하지만 카릴 대장님은 당신이라면 모를 리 없을 거라 하시던데?"

"그래, 찾고자하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지."

설영의 영혼의 파장은 내게 기억이 아니라 각인되어 있다. 어디에 있든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넌 걱정이 되지 않는 모양이군. 죽었으니 이제 설영에게 관심이 없나보지?"

그 말에 카크샤는 다시 한 번 웃었다.

"당신은 설영을 모르오. 그녀가 얼마나 강한지. 그 누구도 그녀에게 위협을 주진 못할 거요."

"지금은 기억을 잃고, 힘도 봉인 당했는데?"

"얼마 전 약간 해방되었다고 들었소. 그렇다면 얼마든지 완전 해방이 될 수 있다는 의미도 되겠지. 더군다나 그깟 봉인 따위가 설영에게 족쇄가 되리라 생각하지 않소."

"......"

절대적인 믿음. 그건 신뢰를 넘어 경외라고 부를 정도였다.

"생전의 설영이 얼마나 강한지 궁금해지는군."

"별 것 없소. 최소한 당신과 동급이라 보면 되오."

"큭, 최소한이라."

이제 더 이상 잡담을 나눌 시간은 없다. 카크샤는 설영을 믿는지 몰라도, 난 그녀가 걱정되어 죽을 지경이니까. 생각은 마쳤다. 남은 건 그녀를 향해 달려가는 것 뿐.

"당신은 안 가나?"

"카릴 대장에게 보고부터 하겠소. 당신을 따라갈 자신은 없으니."

"그래? 그럼, 다음에 보지. 얘기할 게 많겠어. 특히 설영에 대해서."

난 그렇게 말하곤 서둘러 설영의 탐색을 시작했다. 이승, 즉 지구가 어떻게 생겼는지, 세계지도가 어떻게 되어있고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지구 전체를 탐색하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불순정보들도 많이 들어온다. 그러니 쪼개어 구역별로 탐색을 실시한다. 무식하게 마력이 많이 드는 작업이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설영, 조금만 기다려. 오랜만에 만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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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컴퓨터를 봉인했습니다.

건강상의 이유......라고 하기엔 너무 거창하고,

매일 늦게 잠을 자니 몸에 한계가 옴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컴을 봉인하고 편안히 쉬자, 라는 취지였습니다만,

어째 잠을 자는 시각은 똑같더군요.

그래도 전자파를 덜 쐬어서 그런지 아주 조금은 몸이 가벼워진 것 같았습니다.

그런 고로 한 번씩은 컴을 안 하고 쉬겠습니다.


이자벨 : 이거슨 글을 안 쓰겠다는 선언?

천영 : 그럴 리가 있겠어? 그냥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 컴을 안 한다는 거지.

이자벨 : 그게 글 안 쓴다는 얘기 아냐?

천영 : 컴 할 때는 쓰니까.

이자벨 : 믿을만한 소릴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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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저승사자LOYM] 제 15 장 방해 - 요정 재등장 (3) +2 10.01.15 226 1 15쪽
46 [저승사자LOYM] 제 15 장 방해 - 요정 재등장 (2) +2 10.01.14 264 1 13쪽
45 [저승사자LOYM] 제 15 장 방해 - 요정 재등장 (1) +2 10.01.13 291 1 12쪽
44 [저승사자LOYM] 제 14 장 전력분석Ⅱ - 세데아의 마신 (2) +3 10.01.12 250 1 15쪽
43 [저승사자LOYM] 제 14 장 전력분석Ⅱ - 세데아의 마신 (1) +2 10.01.11 271 1 11쪽
42 [저승사자LOYM] 제 13 장 의문의 초월자 - 선백의 마도사 +3 09.12.26 262 1 12쪽
41 [저승사자LOYM] 제 12 장 다른 세계의 힘 - 요정 (2) +3 09.12.08 284 1 18쪽
40 [저승사자LOYM] 제 12 장 다른 세계의 힘 - 요정 (1) +3 09.12.04 261 1 14쪽
39 [저승사자LOYM] 제 11 장 처벌을 받는 중 - 그 여자의 마음 (2) +2 09.11.28 290 1 14쪽
38 [저승사자LOYM] 제 11 장 처벌을 받는 중 - 그 여자의 마음 (1) +3 09.11.20 271 1 12쪽
» [저승사자LOYM] 제 10 장 속죄와 타락 - 저승사자들 (3) +2 09.11.13 296 1 20쪽
36 [저승사자LOYM] 제 10 장 속죄와 타락 - 저승사자들 (2) +1 09.11.08 272 1 18쪽
35 [저승사자LOYM] 제 10 장 속죄와 타락 - 저승사자들 (1) +1 09.11.04 269 1 12쪽
34 [저승사자LOYM] 제 9 장 폭주 - 아직은 괜찮음 (4) 09.10.31 268 1 16쪽
33 [저승사자LOYM] 제 9 장 폭주 - 아직은 괜찮음 (3) +2 09.10.29 320 1 7쪽
32 [저승사자LOYM] 제 9 장 폭주 - 아직은 괜찮음 (2) +1 09.10.28 287 1 10쪽
31 [저승사자LOYM] 제 9 장 폭주 - 아직은 괜찮음 (1) +1 09.10.27 304 1 9쪽
30 [저승사자LOYM] 제 8 장 실력을 보이다 - 건방진 꼬맹이 (8) +2 09.10.22 297 1 21쪽
29 [저승사자LOYM] 제 8 장 실력을 보이다 - 건방진 꼬맹이 (7) +2 09.10.15 297 1 14쪽
28 [저승사자LOYM] 제 8 장 실력을 보이다 - 건방진 꼬맹이 (6) +2 09.10.10 325 1 23쪽
27 [저승사자LOYM] 제 8 장 실력을 보이다 - 건방진 꼬맹이 (5) +2 09.08.17 315 1 11쪽
26 [저승사자LOYM] 제 8 장 실력을 보이다 - 건방진 꼬맹이 (4) +1 09.08.16 292 1 11쪽
25 [저승사자LOYM] 제 8 장 실력을 보이다 - 건방진 꼬맹이 (3) +1 09.08.15 318 1 13쪽
24 [저승사자LOYM] 제 8 장 실력을 보이다 - 건방진 꼬맹이 (2) +3 09.08.14 343 1 9쪽
23 [저승사자LOYM] 제 8 장 실력을 보이다 - 건방진 꼬맹이 (1) +3 09.08.09 372 1 9쪽
22 [저승사자LOYM] 제 7 장 밑천을 보이다 - 천재얼음괴물 (3) +3 09.08.04 334 1 14쪽
21 [저승사자LOYM] 제 7 장 밑천을 보이다 - 천재얼음괴물 (2) +3 09.08.03 334 1 10쪽
20 [저승사자LOYM] 제 7 장 밑천을 보이다 - 천재얼음괴물 (1) +4 09.08.02 360 1 8쪽
19 [저승사자LOYM] 제 6 장 짧은 휴식 - 그 여자의 사정 +3 09.07.31 348 1 9쪽
18 [저승사자LOYM] 제 5 장 전력분석 - 고양이 (5) +3 09.07.09 389 1 9쪽
17 [저승사자LOYM] 제 5 장 전력분석 - 고양이 (4) +2 09.07.07 405 1 8쪽
16 [저승사자LOYM] 제 5 장 전력분석 - 고양이 (3) +1 09.07.06 417 1 9쪽
15 [저승사자LOYM] 제 5 장 전력분석 - 고양이 (2) +3 09.06.09 434 2 10쪽
14 [저승사자LOYM] 제 5 장 전력분석 - 고양이 (1) +3 09.06.07 466 1 12쪽
13 [저승사자LOYM] 제 4 장 충돌 - 디멘젼 바운더리 (3) +2 09.05.26 514 1 11쪽
12 [저승사자LOYM] 제 4 장 충돌 - 디멘젼 바운더리 (2) +3 09.05.24 454 1 8쪽
11 [저승사자LOYM] 제 4 장 충돌 - 디멘젼 바운더리 (1) +1 09.05.23 504 1 9쪽
10 [저승사자LOYM] 제 3 장 첫 임무 - 수면의 여신 (5) +2 09.05.22 516 1 13쪽
9 [저승사자LOYM] 제 3 장 첫 임무 - 수면의 여신 (4) +3 09.05.21 512 1 11쪽
8 [저승사자LOYM] 제 3 장 첫 임무 - 수면의 여신 (3) +2 09.05.18 593 1 10쪽
7 [저승사자LOYM] 제 3 장 첫 임무 - 수면의 여신 (2) +1 09.05.17 655 1 11쪽
6 [저승사자LOYM] 제 3 장 첫 임무 - 수면의 여신 (1) +2 09.05.15 743 1 9쪽
5 [저승사자LOYM] 제 2 장 그녀 - 얼음마녀 (3) +3 09.05.14 819 1 10쪽
4 [저승사자LOYM] 제 2 장 그녀 - 얼음마녀 (2) +2 09.05.12 959 1 11쪽
3 [저승사자LOYM] 제 2 장 그녀 - 얼음마녀 (1) +3 09.05.10 1,115 2 9쪽
2 [저승사자LOYM] 제 1 장 선택 - 후회 있는 선택 +3 09.05.09 1,532 2 12쪽
1 [저승사자LOYM] 프롤로그 - 회상 +5 09.05.09 2,004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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