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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릿오브엔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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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天影
작품등록일 :
2012.10.21 17:15
최근연재일 :
2012.11.21 10:2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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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75,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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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28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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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스피릿오브엔젤] 제20장 운명의 만남 (1)

DUMMY

“여어, 오랜만이야.”

“어서와, 1년만이지?”

“아직 살아있어서 다행이야.”

“페리, 그거 꼭 유감이라는 말처럼 들린다.”

“어? 어, 그, 그게, 그런 뜻이 아니라…….”

“당황하기는. 당연히 아닌 거 알아.”

데미안의 부대, ‘지옥의 날개’가 주둔하고 있는 헤리스를 향해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2만의 병력을 이끌고 이피온이 페리, 세르니안과 함께 찾아온 것이다.

1년 만에 만나는 것인 만큼, 앞으로 치러야 할 임무는 뒤로 놓고 서로를 반갑게 맞이하는 그들. 하지만 서로 멀찍이 떨어져 그 틈에 융화하지 못하는 두 사람이 있었다.

“세르니안, 뒤에서 뭐해?”

“데미안, 오랜만의 친구들이 반갑지 않아?”

바로 데미안과 세르니안. 그 둘은 서로의 눈치를 보기만 할 뿐, 가까이 다가가질 않았다.

“왔군. 오랜만이야.”

카이져의 말에 한 걸음 다가가며 담담히 말하는 데미안. 그에게선 별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인사를 받은 이피온과 페리가 어색해질 정도였다.

“왜 이리 담담해? 우릴, 나를 보는 게 반갑지도 않아?”

그 태도에 발끈해 세르니안이 외쳤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여전히 담담했다.

“반가워하고 있어.”

아니, 무덤덤했다.

“흥.”

결국 화가 난 세르니안은 몸을 홱 돌렸다.

“나 피곤해. 먼저 쉬어도 되지?”

“아, 으응.”

지휘관인 이피온의 허락을 구한 세르니안은 막 설치된 자신의 천막으로 들어갔다.

“…….”

한동안 어색한 분위기의 침묵이 감돌았다. 데미안은 여전히 담담한 채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었다.

“아하하, 조금 재미없네. 어쨌든 얘긴 들었지?”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노릇. 일 얘기를 꺼내며 이피온이 데미안에게 말을 꺼냈다.

“3만의 제국군?”

“응. 조금 변동사항이 있어. 네가 받은 정보와 다른 것도 있을 거야. 안에 들어가서 얘기할까?”

“그러지.”

이피온은 카이져와 페리에게 눈짓을 한 뒤 데미안과 함께 자신의 천막으로 들어갔다.

“어쩔래? 같이 들어갈까?”

카이져가 천막을 향해 손짓하며 물었다.

“아니, 어차피 진짜 작전 얘길 하려는 것도 아니잖아.”

페리는 고개를 저으며 이피온의 진의를 떠올렸다.

어차피 뭐든지 담담하게 말하는 데미안의 지금 성격상 반갑다며 더 이상 얘길 이끌어낼 수는 없었다. 그러니 일 얘길 하며 그의 마음을 조금씩 열어가려는 것이었다. 1년간 많은 전장을 돌아다니며, 젊은 그를 믿지 못하는 나이 많은 장군들을 대하면서 얻은 경험이었다.

“뭐, 중요한 얘기들이 나와도 어차피 나중에 가르쳐줄 테니까.”

카이져도 기지개를 펴며 페리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나저나 데미안은 아직도 저 상태 그대로였어?”

“응. 아무래도 우리 중에서 가장 충격이 컸을 테니까. 그래도 요즘은 조금 좋아진 것 같아.”

“조금이라, 너도 고생이 많았구나.”

“나보단 세르니안이 더 많았겠지. 연락 한 번 안 했잖아. 세르니안의 마음이 얼굴에 다 드러나더라.”

1년간 데미안은 단 한 번도 세르니안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속으로는 어떻든, 걱정을 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세르니안은 데미안이 걱정되면서도 한편으론 속이 많이 상했을 것이다. 1년 전, 좋지 않은 모양새로 각자의 전장터로 떠난 둘이기에 마음이 편치 않을 텐데.

“응, 세르니안도 마음 고생 많이 했어.”

마법사의 가디언으로 언제나 세르니안의 곁에 붙어서 생활한 페리. 그렇기에 세르니안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언제나 데미안을 생각하며 마음 아파하는 모습이 보기 안쓰러웠다.

“서로 고생이 많았네. 먼 길 오느라 피곤하지? 자, 우리도 들어가자.”

“응, 우리끼리 회포라도 풀자.”




“3만? 역시 대비를 하고 있군요.”

새하얀 갑옷에 새하얀 투구. 3만의 제국 남부군을 이끌고 있는 카이티나 그래이드 황녀가 류디칸이 가지고 온 정보를 들으며 차갑게 웃었다.

남부군 3만의 병력이 출정하려던 순간 나타난 황녀와 류디칸. 그녀는 자신의 권한으로 그 지휘권을 받아냈다. 불평불만이야 있었겠지만 아무도 겉으로 드러내진 못했다. 그 누가 황족에다가 제국 최정예인 백혈기사단의 부단장, 소드 마스터 상급에게 불평을 할 수 있을까? 남부군으로선 고스란히 병력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왕국의 RAI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니, 저희에 대한 정보쯤은 이미 넘어갔을 겁니다.”

카이티나와 나란히 3만 병력 선두에서 말을 몰고 있는 류디칸. 그는 대동한 GBI의 정보원에게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받고 있었다.

“저에 대한 정보는?”

“GBI가 은폐공작을 펼쳤습니다. 아마 백혈기사단의 누군가라고만 알고 있을 겁니다.”

카이티나란 이름은 왕국군에게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황녀가 아닌 백혈기사단 부단장으로서. 그녀가 지닌 상급 마스터의 힘은 이미 꺾인 전세를 뒤집을 수도 있다.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전황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사람. 만약 그녀가 출정했다는 정보가 퍼지면 곧바로 비룡기사단장 등 카이티나에 준하는 실력자가 파견될 것이다. 그건 그녀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이대로라면 전투 직전이 돼서야 RAI도 눈치 챌 것입니다.”

“그땐 이미 늦었겠죠. 화제를 바꾸죠. 전력차는?”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 수 없는 말임에도 오랜 세월 카이티나를 섬겨온 류디칸은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쉽게 알았다.

“병력은 동일하나 객관적으로는 열세입니다.”

GBI의 정보에 의하면 적에겐 마스터급이 셋 존재한다. 그건 여기도 동일. 카이티나와 류디칸, 그리고 지금 선발대를 이끌고 정찰을 나간 창천기사단 소속의 케린 위티어. 상급, 중급, 초급의 고른 분포다.

하지만 익스퍼트급인 흑혈검사대가 150명이 존재한다. 그리고 왕국군은 나름 실전을 겪은 경험 있는 병사라면, 지금 이끌고 있는 남부군은 훈련은 꽤 됐으나 실전 경험은 전무하다. 애초에 주 전선으로 병력 보급을 위해 훈련된 병사들이었다.

“그나마 공중 전력은 우세입니다만…….”

“결국 비슷한 정도겠죠.”

제국의 그리핀 매지션(Griffin Magician : GM)은 왕국의 그리핀 서비스(Griffin Service : GS)보다 더 뛰어나다. 다소 간소한 무장을 가진 GS와는 달리 GM은 훈련된 마법사가 타고 있다. 갖갖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GM에게 GS는 열세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왕국보다 숫자가 부족했다. 서로 비등한 전력으로 만드는 게 고작일 것이다.

“지금까지의 전투 데이터를 보면 GS의 지원에 의한 게릴라, 기습 공격이 많았어요. 그걸 막는 데 의의를 둬야겠군요. 하지만…….”

지금까지는 열세이나 그래도 상대할 수 있다. 상대에게 익스퍼트가 아무리 많아도, 병력의 질적 차이가 있어도 이쪽에는 카이티나 그래이드란 상급의 마스터가 있다. 황녀에다 백혈기사단 부단장이라는 상징적인 위치, 그리고 절대적인 실력. 그녀 하나만으로도 전황을 뒤엎을 힘이 있었다.

“마법사는 어쩔 수 없군요.”

“예.”

류디칸이 씁쓸히 웃으며 대답했다.

상대에겐 7서클의 마법사가 둘이나 있다. 그에 비해 이쪽은 4,5서클이 고작.

“이거 지는 싸움을 하러 가는 꼴이군.”

“어차피 목적은 다른 데 있지 않습니까?”

카이티나가 이 싸움에 나선 건 어디까지나 유희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 전쟁이 어떻게 되든 신경 쓰지는 않지만,

“병사들 후퇴에 대한 교육은 단단히 시키세요. 리트나 공작, 아무리 정보력이 떨어져도 그렇지 병력을 이렇게 낭비시키다니, 전쟁을 할 마음은 있는 건지.”

GBI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남부군으로선 정보력의 대부분을 왕국군과 대치한 주 전선 쪽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다른 곳에서의 정보가 부족했고, 그게 이러한 무모한 결과를 낳게 되었다.

그럼에도 병사들은 세뇌에 걸릴 듯 리트나 공작을 따르고 있다. 그리고 류디칸이 말해준 저번 전투에서의 이상한 점. 폭발적으로 능력이 올라간 익스퍼트 검사와 멀리서 감시하던 남부군의 GM.

‘도대체 뭘 꾸미는 거지, 리트나 공작?’




데미안은 지휘관 막사를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이피온의 부대가 합류하고, 총지휘관은 자연스럽게 이피온이 되었다. 그가 이끌고 있는 병력이 더 많았고, 무엇보다 지휘력은 이피온이 더 나았다.

“데미안!”

제국군이 근접했다는 소식을 듣고 최종 작전회의를 하러 가는 그때, 데미안은 그를 부르는 소리에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거기에는 화가 난 표정의 세르니안이 있었다.

“무슨 일이야?”

데미안은 표정의 변화 없이, 어조의 고저 없이 무감각하게 물었다. 그 모습에 세르니안은 더욱 화가 났다.

“너 정말 그럴 거야?”

“뭐가?”

여전히 무감각한 모습에 세르니안은 그의 바로 앞으로 다가갔다.

“언제까지 그런 모습으로 있을 거야? 내가, 우리가 타인이니? 반갑지도 않은 거니? 왜 그렇게 냉정하게…….”

“어제 반갑다고, 오랜만이라고 말했잖아.”

흥분해서 외치는 세르니안과는 달리 데미안은 여전히 어조의 변화가 없었다. 그 모습이 세르니안은 너무나 차갑게 느껴졌다.

“너, 너 정말…….”

“작전시간이야. 사적인 얘기는 나중에 하자. 지금은 빨리 지휘관 막사로 같…….”

짜악!

데미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세르니안의 손바닥이 그의 뺨을 때리고 지나갔다. 데미안은 맞은 채로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세르니안을 바라봤다. 역시나 맞은 부위가 붉어진 것을 제외하곤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

그녀는 말없이 그를 스쳐 지나갔다. 데미안은 석상처럼 한동안 그렇게 가만히 서 있었다.

“같이 가자고 말하려고 했는데.”

그는 씁쓸히 웃으며 몸을 돌려 막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아무래도 자신은 좀 더 변해야 할 것 같았다. 친구에게 그리고 소중한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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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조심히 먹어야 합니다.

상한 고기 잘못 먹었다가 무료저승관광을 할 뻔했네요.

사선을 넘나들다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그 휴유증이 며칠 가더군요.


뭘 드실 때는 꼭 조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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