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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릿오브엔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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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天影
작품등록일 :
2012.10.21 17:15
최근연재일 :
2012.11.21 10:20
연재수 :
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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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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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글자수 :
575,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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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1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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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7쪽

[스피릿오브엔젤] 제17장 파멸의 날 (2)

DUMMY

"대사제? 당신이 여길 왜?"

청룡왕을 섬기는 네 번째 대사제. 각 용왕대사제 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 또한 그들 중 수위를 다투는 존재. 이런 하위 차원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의 등장에 타브시온은 놀랐다.

"……."

반쯤 이성을 잃은 데미안은 대사제가 나타나자 못 박힌 듯 그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끌림. 그와 자신이 서로 하나인 듯, 무언가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후후."

대사제는 데미안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작게 웃었다.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기에 앞이 보이지 않을 텐데도 상대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칼슈터의 동생? 그래, 그랬군."

타브시온은 대사제가 데미안을 향해 시선을 돌린 것만으로도 대략적인 이유를 파악해냈다.

"천사. 천사의 영혼. 저 꼬마에게 당신이 찾는 것이 있는 건가?"

"글쎄요."

"어쩐지 이 차원에 당신의 잔향이 느껴진다고 했다. 뭔가 꾸미고 있군. 저 꼬마는 그 계획의 중심이고."

대사제는 대답하지 않은 채 그저 미소만 지었다. 그리곤 데미안을 향해 다가갔다.

"다, 당신은……."

"당신과 저는 아직 만날 때가 아닙니다."

대사제는 손을 들어 데미안의 이마를 짚었다. 그 동작은 매우 느렸지만, 데미안은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받아들여 스르르 바닥에 쓰러졌다.

"이제 대화를 나눠볼까요, 타브시온."

"당신과 대화라."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지만, 대사제의 시선은 정확히 타브시온을 향했다. 그 시선에 타브시온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대사제는 자신의 주군인 악마왕 아스타로트와 동급의 강자. 전투가 벌어진다면 결코 무사하진 못할 것이다.

"타브시온, 당신과 싸울 생각은 없습니다. 그랬다간 이 차원도 무사하지 못할 테니까요."

"그거 고맙다고 해야 하나."

확실히 타브시온은 대사제에게 미치진 못한다. 그래도 이런 작은 차원 정도는 단숨에 멸망시킬 힘은 지니고 있다. 게다가 힘의 차이는 명백하지만, 대사제가 방심한다면 그를 죽일 힘도 가지고 있다. 그런 두 사람이 전투를 벌인다면 이 세계도 가볍게 멸망하리라.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을 대사제도 그건 바라는 바가 아닐 것이다.

"당신이 원하는 건 저 꼬마의 목숨인가?"

"덤으로 이들 전체라고 해두죠."

"칼슈터는 죽었는데?"

"각본에 포함되니 상관없습니다."

"도대체 뭘 꾸미고 있는지……, 뭐, 목적은 알겠다만."

타브시온은 하늘 위를 향해 손짓했다. 그러자 하늘을 뒤덮은 검은 점들 중 하나가 내려왔다. 지금 하늘 위에 떠 있는 3만 마족을 이끌고 있는 마왕, 카라미타였다.

"부르셨습니까?"

한때 모든 마족을 이끄는 지도자였으나, 지금은 아스타로트와 타브시온을 비롯한 몇몇 악마 덕분에 지위가 상당히 강등당한 상태였다. 자존심이 상할 만 했지만, 악마의 압도적인 힘에 굴복당해 시키는 대로 따르고 있었다.

"할일은 다 끝났다. 모두 마계로 보내도록."

"예?"

타브시온의 지시에 카라미타는 불만스런 표정을 지었다. 하늘 위에서 타브시온과 대사제의 대사를 모두 들었던 그다. 한낱 인간 한 명 때문에 물러난다는 이야기를 납득할 수 없었다.

"저런 인간들 정도 내버려두는 건 문제도 아니지만……."

카라미타는 기절한 데미안 일행들을 둘러봤다. 그의 입장에선 모두 하찮은 것들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샤르아 정도가 대단하지만, 그의 상대는 아니다. 내버려둬도 위협은 되지 않겠으나,

"고작 인간 하나 때문에 물러나는 겁니까?"

그는 손가락을 뻗어 대사제를 가리켰다.

카라미타는 분명 자존심을 꺾고 악마들에게 무릎을 꿇어 그들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그건 그들의 실력을 봤기 때문이다. 압도적으로 강하기에 그 강한 자존심을 꺾고 있다. 하지만 저 인간은 다르다. 그의 실력도 보지 못했고, 무엇보다 하찮게 여기고 있는 인간이다. 그가 무서워 도망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럼 알아서 하던가. 난 빠지지."

타브시온은 카라미타의 반항에 긴말 않고 뒤로 물러났다. 어차피 마왕이나 마족들 따위, 어떻게든 충당 가능한 녀석들이다. 귀찮게 일일이 설명할 생각 따윈 없었다.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지휘권 인양에 카라미타는 기다렸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하늘 위에 떠 있는 마족들을 불러 모았다. 그들이 고도를 낮추자 하늘은 보이지 않고, 그저 새까만 마족들이 이 일대를 뒤덮고 있었다. 3만에 달하는 마족들이 대사제 위를 날고 있는 것이다.

"흐음."

대사제는 이러한 과정을 별다른 동요 없이, 오히려 흥미로운 미소를 지으며 지켜봤다. 물론 앞을 볼 수 없으니 눈으로 보는 건 아니었다.

"인간. 타브시온님이 경계하는 걸로 봐선 너도 꽤 하는 모양이다만, 이 카라미타님과 3만 마족들을 상대할 순 없을걸."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는 카라미타였지만, 대사제는 여전히 긴장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타브시온. 모두 처리해도 상관없겠습니까?"

오히려 이들 모두를 상대할 생각이었다. 그것도 가볍게.

"나는 손을 뗐으니까."

아예 팔짱을 끼는 타브시온. 그는 쓸데없는 일에 말려들긴 싫었다.

"크윽, 무시하는 거냐?"

이들 가운데 서 있는 카라미타로선 화가 날 수밖에. 겁을 먹는 모습까진 바라지 않더라도 잔뜩 긴장한 모습을 기대했는데, 상대는 마실 나온 듯 편안한 모습이다. 오히려 이 대병력을 홀로 상대할 모습을 보이지 않는가.

"카라미타라고 했습니까?"

검을 뽑으려는 움직임을 막는 타이밍으로 대사제가 말을 걸었다.

"그렇다."

"마왕?"

"그랬었지."

"호오, 크라티아보단 낫군요."

"뭣?"

의외의 이름을 들은 카라미타는 놀라 대사제의 얼굴을 멍하니 쳐다봤다. 크라티아는 2백 년 전까지 마왕의 자리를 지키던 마족. 하지만 과거 카르틴과 세르아 등과의 전투에서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었고, 다 치유되지 않은 몸으로 대륙에 다시 나갔다가 당시 다크 보우 클랜의 마스터에 의해 소멸을 당했었다. 인간의 수명으론 그를 직접 만나본 사람은 지금까지 살아있을 수 없을 텐데.

"카르너도 상대하기 힘들겠어. 마왕이란 지위답게 상당한 강함이군요. 그 실력이 아까워 단 한 번만 경고하죠."

"뭘?"

"이대로 물러나면 그냥 놓아드리죠. 하지만 공격한다면 당신의 수하, 3만 마족을 일시에 소멸시키겠습니다."

"뭐? 하, 하하하."

대사제의 말에 어이없어 웃는 카라미타.

"인간 따위가 주제를 모르는구나."

카라미타는 검을 뽑아 대사제를 가리켰다. 3만 마족들은 모두 공격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단숨에 녹여주마. 공격!"

파아아앗!

3만 명이 동시에 뿜어내는 공격. 각종 광선들은 하나의 면(面)이 되어 대사제를 향해 날아갔다. 이 정도라면 산 서너 개는 가볍게 없애버리고, 지형자체를 바꿔버릴 위력이었다.

"뜻이 그렇다면."

스윽

하지만 그 공격들은 대사제가 살짝 손을 들어 올리는 것만으로 모조리 사라졌다. 아무런 징조 없이, 무언가에 부딪힌 것도 아니고 그냥 사라진 것이다.

"무슨 일이……?"

"오랜만에 그거나 사용해볼까요."

놀라거나 말거나 대사제는 이 일대의 바람과 마나의 움직임을 느꼈다. 거기에서 3만 명의 마족의 위치, 생김새, 심리상태 등 모든 것을 읽어냈다.

"루인 게이트(Ruin Gate) 소환."

나지막한 목소리에 뭔가 나타나나 싶어 카라미타는 황급히 주위를 둘러봤지만, 아무것도 나타나는 건 없었다. 당연했다. 그가 소환한 건 차원의 틈새를 떠돌며 차원간 에너지를 축적하여 광선을 내뿜는 공격용 인공위성이니까. 지상에선 보이지 않는 까마득한 하늘 위에 인공위성 하나가 포신을 지상으로 향하고 있었다. 대사제는 조금 전 파악한 좌표정보를 실시간으로 대차원 공격용 인공위성, 루인 게이트에 전송했다.

"굳이 내 힘을 낭비할 필요는 없으니까."

즐겁게 웃으며 대사제는 공격 타입을 정했다. 그리고 카라미타를 비롯한 3만 마족이 다시 공격을 시작하기 직전에 명령어를 내뱉었다.

"레인 오브 레이(Rain of Ray)."

그 말을 내뱉었을 때 처음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공중에 떠 있는 마족들 너머, 저 하늘 위에서 강렬한 빛이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한 줄기.

슈웅!

"으아악!"

하늘에서 내려온 광선을 맞은 마족 하나가 비명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게 시작이었다.

슈슝, 슈슈슈슈슝!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푸른 빛. 빛줄기 하나 당 마족 하나를 목표로 쏟아졌다.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빛줄기에 마족들은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려고 했지만, 유도 기능까지 있는지라 하나도 남김없이 그 빛에 맞아야했다.

폭발음은 들리지 않았다. 빛줄기가 땅에 닿아도 폭발 없이 아무런 해가 없는 빛처럼 땅을 비췄다 사라졌다. 그러나 마족들은 일격에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하고 사라져야했다.

"마른하늘에 빛줄기인가."

타브시온은 푸른빛줄기가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광경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사제의 에나스테스에서 만든 공격위성 루인 게이트. 최대출력이라면 일격에 중급 신까지 소멸시킬 수 있는 경악스러운 위력을 지닌 무기이다. 오직 대사제와 그의 친위대만 사용하는 무기로, 아무런 징조 없이 갑자기 하늘에서 빛줄기가 떨어져 내리기에 간담을 서늘케 하기에 충분한 병기였다.

슈슝, 슝!

소리가 잦아들고, 드디어 마지막 3만 번째 빛줄기가 떨어졌다. 그리고 하늘을 뒤덮은 마족은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이, 이게 대체……."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카라미타는 말을 잇지 못했다. 시간상으론 1분도 지나지 않았다. 그 사이에 자신을 따르는 3만의 마족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소멸한 것이다.

"이제 당신 하나 남았군요."

"크윽, 너, 너어!"

대사제의 말에 이성을 찾은 카라미타. 그러나 분노에 다시 이성을 잃고 대사제를 향해 검을 집어 던졌다. 그러자 검이 생명을 가진 듯 허공에서 저절로 움직이며 강기를 내뿜었다. 이기어검술이었다.

"인간의 무술을 많이 받아들였군요. 하긴, 무림인들의 강림이 충격적이긴 했을 테니까."

태연히 말을 하며 대사제는 카라미타를 향해 걸어갔다. 강기는 대사제에게 닿지 못하고 아까 3만 마족의 공격처럼 허공에서 그저 사라졌다.

"윽, 다, 다가오지 마!"

다가오는 대사제의 모습에 공포를 느낀 카라미타는 무형검까지 만들어내며 그를 향해 날렸지만, 대사제에겐 전혀 닿지 않았다. 날아올라 강기를 내뿜던 검도 어느새 그 힘을 잃고 땅으로 추락해 있었다.

"이 세상엔 많은 존재들이 있죠. 이들을 어떻게 구분하는지 아십니까?"

뒷걸음질 치는 카라미타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가까이 다가가는 대사제. 그의 입가에는 여전히 온화한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그게 더욱 섬뜩하게 다가왔다.

“법칙에 얽매여 있는 자, 법칙을 초월한 자, 법칙을 조종하는 자. 그리고 법칙을 창조하는 자.”

"……."

카라미타는 자신의 바로 앞에 선 대사제를 보며 공포에 몸이 굳어버렸다.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온전히 이해하진 못했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느낀 건 있다. 자신은 그 첫째이며, 눈앞의 이 남자는 가장 위에 위치한 창조하는 자라는 것을.

"뭐, 더 높은 괴물들도 있지만."

지금까지의 일들을 지켜보던 타브시온이 팔짱을 풀며 둘의 곁으로 다가갔다.

"넌 첫 번째와 두 번째의 경계에 있다. 두 번째부터 신(神)의 영역이니까 자부심을 가져도 돼."

타브시온이 카라미타의 어깨를 툭툭 치자 카라미타는 무너지듯 자리에 주저앉았다. 은은히 내뿜는 대사제의 기운에 버티지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가, 타브시온이 개입하자 긴장이 풀린 것이다.

"나는 세 번째려나. 범위를 너무 광범위하게 잡은 것 같은데."

"아무렴 어떻습니까. 어차피 말장난인데."

"어쨌든 여기까지 하지 않겠나. 이 마왕 녀석은 쓸 만하니까."

"당신도 이들을 넘어가주도록 했으니까……."

대사제는 쓰러져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다 데미안을 보며 흥미로운 미소를 지었다. 꿈틀거리며 고개를 들고 있는 모습이 느껴진다. 기절시켰다고 생각했는데, 의식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저도 이쯤에서 그만두도록 하지요."

"그럼 얘기도 끝났으니."

우웅!

쓰러진 카라미타의 몸이 두둥실 떠올랐다.

"나도 이만 사라지도록 하지."

"아스타로트님께 안부나 전해주십시오."

슈슉!

대사제의 말이 끝나자마자 타브시온과 카라미타의 모습이 사라졌다.

"자, 그럼."

조금씩 몸을 일으키고 있는 데미안을 향해 대사제가 가까이 다가갔다.

"이런, 전부 다 본 모양이군요."

그리고 그의 얼굴을 본 것만으로 데미안의 마음을 모두 읽었다.

"다, 당신은 누구……."

"제가 누군지 아실 필요는 없습니다."

"청룡……대사……."

"응?"

자신의 정체를 말하는 데미안의 모습에 대사제가 처음으로 미소를 지우고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런, 역으로 제 마음을 읽은 겁니까? 하긴, 일단은 같은 영혼이니 그것도 가능하겠죠."

대사제는 곧바로 마음의 벽을 쌓아 데미안의 접근을 막았다. 그가 온전히 자신의 마음을 읽는다면 앞으로의 계획에 차질이 있었다.

"그나저나 미안하군요. 제가 조금만 빨리 왔더라도 칼슈터는 죽지 않았을 텐데."

"거짓말."

데미안은 단정적으로 말했다.

"후후, 아까 얘길 들은 건지, 아니면 읽은 건지. 어찌됐던 제가 죽인 건 아니니 그 적개심은 거두겠습니까?"

"……."

데미안은 사라져가는 의식의 끈을 힘겹게 붙잡으며 대사제를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그가 이 모든 일의 원흉이란 걸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본래 당신과 만날 때는 아닙니다만, 뭐, 괜찮겠죠. 기념으로 선물이나 드릴까요?"

대사제는 손바닥으로 데미안의 눈을 덮었다. 데미안은 캄캄한 시야 속에서 푸른빛과 함께 그리운 곳의 영상이 보였다.

"바로 얼마 전에 벌어진 일의 영상입니다."

"……으아아아악!"

대사제가 보여준 영상에 데미안은 비명을 질렀다. 그것은 바로 히어로 시티가 멸망당하는, 자신의 부모가 한 악마에게 죽임을 당하는 모습이었다.

"그 악마의 이름은 아스타로트. 악마왕이란 거창한 이름을 달고 있습니다. 복수하려면 꽤나 노력해야 할 겁니다."

영상 속의 카르너와 사이나는 무력했다. 어떤 공격도 악마에겐 통하지 않았다. 그저 비참하게 죽어갈 뿐이었다.

"아악, 으아악. 으아아아!"

눈을 감을 수도 없다. 보고 싶지 않아도 최후의 최후까지 억지로 볼 수밖에 없다. 대사제가 보여준 영상은 그대로 데미안의 뇌리에 박혔다. 마치 직접 그 현장에서 본 것처럼.

"이 일의 의뢰를 한 게 아마 그래이드 제국의 리트나 공작이라고 한다죠? 남부사령관이랬던가."

대사제가 손을 떼며 말했다. 다시 현실을 보게 된 데미안의 눈은 분노와 증오에 가득 찬 시선으로 대사제를 노려보고 있었다.

"제가 한 일이 아니라니까."

대사제는 웃으며 그 시선을 넘겨버렸다. 어차피 장님이니 보이지도 않는다. 그저 느낄 뿐.

딱!

그는 데미안에게서 멀어지며 가볍게 손가락을 튀겼다. 그러자 쓰러진 일행 모두가 푸른빛에 휩싸였다. 그리고 의식만 못 차렸을 뿐 모든 기력이 회복되었다.

"여기서 작별하도록 하죠. 다음에 만날 때는 당신의 영혼의 힘도 제대로 다룰 수 있기를."

슈슉!

데미안을 향해 몇 번 손을 흔들더니 대사제의 모습도 사라졌다. 남은 건 쓰러진 일행과 겨우 의식을 차리고 있는 데미안.

"으으, 으으으."

분노할 대상이 사라지자 데미안은 흐느끼기 시작했다. 눈앞에서 형이 죽었다. 그리고 대사제의 농간 덕분에 부모가 죽는 모습까지 눈앞에서 지켜봤다. 고향이 멸망당하는 것까지 봤다. 자신이 체험한 것처럼 생생하게.

그것이 거짓이 아니란 건 알 수 있다. 칼슈터에 대한 것만 제외하고, 대사제가 했던 말 중 거짓은 없다. 데미안 자신의 영혼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

데미안은 괴성을 지르며 이것이 꿈이라면 깨기를 빌었다. 하지만 이것은 현실이고, 비명을 지르면 지를수록 영상은 더욱 명료해졌다. 분노와 슬픔, 절망이 그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었다.

--------------------------

잔인한 대사제씨. 그런데 이녀석은 존재자체가 사기인 먼치킨 중의 먼치킨이라 데미안이 어찌할 수가 없네요. 언젠가 한 방 먹여줄 날이 있......으려나?


이자벨 : 어째 연재가 좀 늦다?

천영 : 윽, 그, 그건....

이자벨 : 변명금지. 연참대전 끝나니 논다 이거야? 넌 글쓰는 기계야. 놀 생각은 버리고 글이나 써.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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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베디보그
    작성일
    10.08.12 16:39
    No. 1

    이제야 여기까지 온 1人...
    재밌게 보구 갑니다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4 BFtheDaw..
    작성일
    10.08.12 19:54
    No. 2

    건필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 세인트캐슬
    작성일
    10.08.14 06:44
    No. 3

    작가님 근대요 16장애 파멸의 서장인가요 그거 후애 외 18장이라고 나오나요 그리고 17장이 잇네요 뭘 먼져 봐야 할지 몰라서 한번 올려봅니다 답을 부탁드려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천영天影
    작성일
    10.08.14 17:43
    No. 4

    세인트캐슬님

    16장->18장->17장 순입니다.
    그런데 시간순으론 16,17,18장이니 그렇게 봐도 상관없어요.
    (즉, 아무렇게나 보셔도 상관없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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