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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몽 님의 서재입니다.

백작가 망나니가 사람을 너무 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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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몽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4.03 16:30
최근연재일 :
2024.04.14 01:02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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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글자수 :
57,510

작성
24.04.11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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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망나니의 유쾌한 여행 -2

DUMMY

#7화


소피아 빌젠은 지끈거리는 머리에 미간을 주물렀다.

머릿속이 꼬인 실타래 같았다.

그녀는 마법사의 이성을 살려 일단 그 시작 부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나는 에릭 레이븐을 마중 나왔지.’


녀석이 출발한다는 소식은 앞서 받았으니 슬슬 남작령에 도착할 거라고 판단하고 기사들을 이끌고 움직였다.

레이븐 백작가를 향한 예우를 보이는 한편, 근방에서 헬하운드 무리의 목격담이 들려와 토벌을 위해서였다.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처리할 수 있다면 좋을 테니까.


‘그리고 도망치는 헬하운드 무리를 발견했지.’


상단을 습격했다가 패퇴한 것으로 보였다.

용병들의 실력이 뛰어나구나.

처음에는 그리 생각했다.


헌데, 그게 자신의 약혼자라는 걸 안 순간부터 소피아의 머리가 꼬였다.

헬하운드를 잡은 에릭 레이븐.

이상한 말이었다.


에릭 레이븐은 망나니다.

왕국의 수호자라 불리는 윌리엄 변경백의 장남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검과 훈련을 등한시했다.

듣기로 한때는 훈련에 열심이었다는데 적어도 그녀가 아는 에릭 레이븐은 그런 인간이었다.


‘능력은 없는 주제에 교만하며, 뒤틀린 심성을 시니컬하다고 착각하고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는 철부지.’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이는 뭐란 말인가.


“에릭 공자님이셨군요! 과연 윌리엄 변경백님의 자제다우신 실력이셨습니다.”

“저, 저 같은 용병은 공자의 검술을 한 합도 받을 수 없겠더군요.”

“이상한 아부를 하고 있네. 내 소문이 좋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고, 실력이 그 정도 아닌 거 알고 있으니까.”

“어···음···.”“허헛! 과연 듣던 대로 시원시원하신 성격이시군요.”

“됐다니까.”


상인과 용병들의 아부에도 시큰둥한 표정이다.

소피아는 그게 충격이었다.

저게 내가 아는 그 에릭 레이븐이 맞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헬하운드의 환각에 당한 건가? 아니면 레이븐 백작가에서 대타를 구해서 보낸 걸 수도······.’


스스로 말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리 생각할 만큼 눈앞의 광경은 말이 안 됐다.

겸손한 에릭 레이븐이라니!

그건 착한 악마가 있다는 말만큼이나 말도 안 되는 말이었잖은가!


소피아가 그렇게 믿기지 않는 현실에 이마를 감쌀 때였다.


“저기 공자님 이건 약소하지만 저희가 드리는 성의입니다.”

“부디 받아주십시오.”

“아휴, 이런 걸 뭘 또 주고 그런담. 그래도 성의를 봐서 받을게.”

““감사합니다!””


소피아는 그 광경에 생각했다.

아아···다행이다.

뇌물을 받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상인이 뇌물이 건네주는 일은 흔하다지만, 눈앞에 약혼녀가 있는데 받는 건 무례한 짓이다.

후후, 그래.

쓰레기 같은 인간.

약혼녀 앞에서 뇌물을 받고 저리 좋아하다니 에릭 레이븐답다.


‘방금도 잠깐의 변덕에 불과할 뿐이야. 헬하운드를 사냥한 것도 저기 베비스 경이 몰래 도와준 거겠지.’


혼란스럽던 머리가 정리됐다.

그래. 이렇게 된 거 여기서 따끔하게 말하자.

어차면 영지에 도착하면 언제나 그랬듯 술부터 참을 테니까.


“에릭 공자 긴히 할 말이 있어요.”

“뭡니까?”

“···존칭?”

“아, 뭔데.”

“아아. 내키진 않겠지만 영지에 도착하면 저랑 같이 남작님을 뵈어야 한다고요.”


한때는 약혼자한테 다른 곳에 가지 말고 인사부터 해야 한다고 끌고 가야 하는 꼴이 비참했지만 이젠 아니었다.

그야 상대는 망나니 에릭 레이븐이니까.

그런데, 어째 반응이 이상했다.


“음······그건 보통 당연한 거 아닌가?”

“네?”

“아니. 생판 모르는 귀족의 영지에 가도 인사를 건네는 게 예의인데, 약혼녀 집에 찾아와서 인사를 안 할 리가 없잖아.”

“······.”


소피아는 안쓰러운 것을 보는 듯한 에릭의 시선에 침묵했다.

할 말을 잃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목구멍에 턱 걸려 말이 안 나왔다.


‘$@!@#$!’


속으로 온갖 욕설을 내뱉었다.

하지만 약혼자한테 욕설을 뱉는 건 빌젠 남작가의 명성에 먹칠을 하는 꼴이니 치밀어오르는 울화를 참을 수밖에.

물론 목소리에 감정이 실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 그래요. 공자가 잘 알고 있다니 다행이네요. 후후후.”

“얼굴이 빨간데 어디 아픈가?”

“아니···후우, 좀 몸 상태가 안 좋은 거 같기도 하네요. 마침 현장정리도 어느 정도 끝난 거 같으니 움직이죠.”

“그래. 영애가 괜히 무리하지 말고.”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에릭 레이븐한테 이런 소리를 해야 한다는 게 수치스럽다.

소피아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으며 소리쳤다.


“돌아간다!”

“넷!”


일사분란하게 귀환하는 이들.

하지만 소피아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녀가 그리도 싫어하는 에릭 레이븐이 뒤에서 자신에게 어떤 시선을 보내는지.


‘보아하니 에릭 이 망나니 때문에 고생이 많았나 보네. 원래 가만있으려고 했는데 내가 책임지고 파혼해준다!’

‘에릭 레이븐. 저 인간이 왜 저러는지 좀 알아봐야겠어.’


엇갈리는 두 사람의 마음.

그리고 그 광경을 보며 얼굴을 가라앉히는 남성.

병사 존으로 위장한 【인조인간】 16호는 흉측하게 핏줄이 돋은 손을 원래대로 되돌리며 생각했다.


‘빌젠 남작령에서 에릭 레이븐을 죽여서 분쟁을 일으킨다.’


빌젠 남작령과 레이븐 백작령이 충돌할 때.

그의 주인이 군을 이끌고 두 영지를 집어삼키리라.

모든 건 그의 주인, 루카스 남작님을 위해.


첩자이자 암살자인 16호는 때를 기다렸다.


‘일이 재밌게 돼가고 있군.’


노집사가 자신의 머리를 보며 웃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남작령에 도착한지 첫날이었다.


※※※


빌젠 남작령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영주성으로 향해 남작부부를 만났다.

마침 시간도 시간이라 이른 저녁을 같이 하기로 했다.

그렇게 본 남작부부.


“에릭 공자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가 많았네.”

“공자 얼굴을 보는 게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잘 지냈나요? 그레이스 부인도 잘 지내시고요.”

“아, 네. 감사합니다. 연락은 자주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어머니도 잘 지내십니다.”


둘 다 말에 뼈가 있다.

얼굴도 나름 숨긴다고 했지만 나를 향한 못마땅한 기색이 가득하다.

하긴, 자신들을 막 대한 망나니가 뭐 예쁘다고 잘 대해줄까.


‘다 에릭 그 녀석의 업보지.’


어차피 콩고물이라도 얻어먹으려고 레이븐 백작가에 붙었다가 귀족들의 견제가 심해지니 이때가 기회다 싶었겠지.

뻔할 뻔자라 썩 대화하고 싶은 생각도 안 들었다.

실제로 남작부부도 내게 의례적인 물음을 몇 번 던진 뒤 식사에 매진했다.


다만, 소피아는 아무리 파혼을 계획했다고 해도 이런 분위기가 불편했던 모양이다.


“시, 식사는 입에 맞으시나요.”

“아, 응. 맛있네.”

“주방장한테 전해줄게요. 기뻐할 거예요.”

“그래주면 고맙고.”


부모의 눈치를 보면서 어떻게든 말을 거는 게 안쓰러워서 받아줬다.

아직은 약혼자이니 해야 할 도리는 다 한다는 건가.

못난 어른보다 백배 낫다.


그리고 그걸 남작도 느낀 모양이다.


“크흠! 화로제와 관련해서 생각할 거리가 많다 보니 본의 아니게 실례를 범했군.”

“괜찮습니다. 그럴 수 있죠.”

“에릭 공자는 이후에 생각해둔 일정이 있는가?”

“못 본 사이에 남작령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한번 둘러볼까 합니다.”

“좋은 생각이군. 흠, 그러면 소피아랑 같이 다니는 건 어떻겠나?”

“아···바쁜 영애께 폐를 끼칠 수야 없지요.”

“그, 그런가.”


남작은 에릭이 이리 정중하게 거절할 줄은 몰랐는지 눈썹을 파르르 떨었다.

남작부인도 당황하긴 마찬가지.

부부가 참 솔직한 게 천생연분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앞서 날 겪은 소피아는 금방 정신을 차리고 어색하게 웃었다.


“폐라니요. 약혼자와 함께 다니는 게 어떻게 폐가 되겠습니까.”

“그런 것치고는 아까 저한테 욕을···.”

“그, 그건 당신이!”


딸의 당황에 남작의 눈이 한층 더 커졌다.


“소피아, 에릭 공자의 말이 사실이냐?”

“당시에 제가 경황이 없어서 실수한 걸 에릭 공자께서 오해하신 거예요.”

“그렇다고 해도 사과드려라.”

“···네.”

“에릭 공자 소피아가 실수를 했으니 그걸 만회할 기회를 주시겠소?”


쩝, 혼자 다니고 싶은데.

그렇다고 저리 말하는데 당신 딸 데리고 다니기 싫다고 할 수도 없으니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마 귀찮은 암살자 삼인방을 남작성에 떨어뜨려 놓을 수 있어서 다행이지.


식사가 끝난 뒤에는 외출준비를 했다.

베비스 경이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는 뒤에서 따르겠습니다. 영애하고 좋은 시간 보내시죠.”

“좋은 시간은 무슨.”

“비록 도련님께서 꽤 오래 방황하셨지만 이제는 달라지시려 하고 계시니 영특하기로 소문난 소피아 영애라면 그걸 금방 알아보실 겁니다.”

“그럴 일 없다니까.”


본인이 연애를 못 해서 그런지 남의 연애에 관심이 많다.

준비해온 평민복장을 입고 나왔다.

소피아가 드레스 차림으로 나왔다가 내 모습에 당황하는 해프닝이 있기도 했지만 외출은 금방이었다.


“그래서 저희 지금부터 어디 가는 건가요?”

“으슥한 곳.”

“네? 다, 당신 미쳤어요?!”

“암시장이 뭐 어때서. 남작가에서도 다 용인하는 거 아닌가.”

“······아, 아, 암시장을 약혼녀랑 가는 사람이 어딨어요!”


말을 왜 저리 더듬는담.


“그리고 그런 사람, 바로 여기 있잖아.”

“못 본 사이에 더 미친 거 같은데.”

“어허. 남작님한테 이른다.”

“엄청 유치한 거 알죠?”

“그래서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아, 눈 돌아갔다.

그 뒤로 내 발을 어떻게든 밟으려는 걸 피해 가까스로 암시장에 도착했다.

시간도 해가 저물어서 딱 맞다.


“그런데 암시장에 들어가는 방법 알아요?”

“그럼.”


붉은 장식이 인상적인 의상점으로 들어가 동물 가면을 구매했다.

늑대와 고양이.

여기에 정해진 암구호를 외우면.


“들어가시죠, 손님.”

“수고하게.”


짜잔, 암시장으로 향하는 통로가 열렸다.


“마, 많이 와본 모습이네요.”

“그냥 들어서 알고 있는 거지.”


슬쩍 보니 베비스 경과 소피아의 호위도 알아서 가면을 사는 거 같다.

내 돈 안 써서 다행이네.

목표로 한 물건을 사려면 돈은 남겨둬야 하니까.


“가자.”

“후, 그런데 공자는 뭘 사려고 암시장까지 온 거예요?”

“좋은 거.”

“약?!”

“진지하게 묻는 건데 내가 그렇게 약할 것처럼 생겼어?”

“네.”

“진지해서 더 상처네.”


에릭 이 개새끼.

한숨을 내쉬며 암시장에 발을 들였다.

사실 암시장이라고 했지만, 이곳을 더 정확히 나타내 표현은 지하경매장이 더 맞으리라.

가면을 쓴 이들이 들어온 순서에 따라 착석했다.


“다들 누군지 모르겠네요.”

“가면에 인식저해 마법이 걸려 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도 눈치가 빠르거나 실력자들은 누가 누군지 알겠지만.”


물론 나는 해당사항이 없다.


【치유의 손】 그레고르

【푸른 늑대】 칼릭손

【돌풍의 기사】 에일 브라운


이름이 다 보이니까.

성직자부터 용병, 기사 등등 골고루도 왔다.

그런데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던 도중 뜻밖의 이름을 발견했다.


【인조인간】 16호

‘쟤는 왜 온 거야?’


신기한 건 머리가 존의 금발이 아니라 대머리라는 것.

게다가 체격도 존과 완전히 다르다.

가면이 아니라고 해도 저게 존이라는 걸 못 알아봤을 거다.


‘신체변형이네.’


[검은대륙]에서 인조인간은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신체에 융합한 마수나 몬스터의 인자를 통해 변형하는 전투노예와 그릇을 강제로 키워 제물에 쓰이는 제물노예.

그런 의미에서 16호는 전투노예 중에서 신체를 변형할 수 있는 마수나 몬스터의 인자를 지니고 있는 모양.


‘그보다 저 녀석이 왜 여기 왔느냐는 건데.’


상황을 봐서는 날 따라온 거 같은데 목적은 아직 잘 모르겠다.

최소한 내게 도움이 될 행동은 아니겠지.

뭐 일단 지켜보도록 하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어두운 밤. 가면을 쓴 신사숙녀 여러분을 위한 은밀한 거래장. 원하는 물건을 쟁취할 수 있을 것인가!”


경매가 시작되었으니까.

떠들썩한 사회자.

하지만 내 신경은 오롯이 오늘 밤 목표를 향해 있었다.


‘골동품에 숨겨진 용혈(龍血)을 얻는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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