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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애플밥

거지 같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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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애플밥
작품등록일 :
2021.04.28 20:58
최근연재일 :
2021.05.05 02:05
연재수 :
6 회
조회수 :
333
추천수 :
6
글자수 :
22,148

작성
21.05.05 02:05
조회
29
추천
1
글자
8쪽

2. 용의자(2)

DUMMY

“진짜 온 집안이 발칵 뒤집혔잖아요. 귀하디 귀한, 어렵게 생긴 자식이 회까닥 정신을 놓아버렸는데 제정신인 부모가 있겠어요? 마님은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지, 백작님은 범인 찾겠다고 눈을 시퍼렇게 떠서는.......”



그는 눈을 치켜뜨며 당시 아버지의 모습이라며 흉내 냈다.



“가뜩이나 들어온 지 2주밖에 안 됐었던 저는 얼마나 놀랐겠어요?”


“그러게.......”


“괜히 안 좋은데 휘말려가지고는 얼마나 고생했던지. 도련님은 모르시죠?”


“나는 기억이 없지.......”


“그렇죠. 아시면 그게 스릴러죠.”


“그래서 범인은? 잡았어?”


“범인요? 아오! 그놈의 범인 소리 이젠 듣기도 싫어요.”



제리는 몸서리치며 벌떡 일어났다. 아무래도 쌓인 게 많은 모양이었다.



“저 도련님 전담 시종 된 지 딱 2주밖에 안 됐을 때라고 했잖아요. 다들 절 얼마나 의심했겠어요? 제가 시중들자마자 이 사달이 났는데. 타이밍이 의심할 만하긴 해요. 나 같아도 의심하지!”



그는 귀까지 붉어진 채 언성을 높였다.



“그래도! 그래도요!! 제 얼굴을 보세요. 어디 사람 하나 죽이게 생겼나!”



시선이 저절로 그의 손끝을 따라갔다. 갓 뽑은 무를 닮은 초록 머리에 송아지 같은 큰 눈, 몸은 날렵하지만 단단해 보인다.


그의 얼굴을 말없이 한참 들여다보고 있자 그는 눈썹을 이상한 모양으로 휘더니 으르렁거리며 이를 드러냈다.



“.......”


“왜 사람 얼굴을 그렇게 뚫어지라 쳐다보면서도 말이 없으세요? 관찰당하는 사람 기분 나쁘게? 잘생겼으면 잘생겼다고 한마디라도 하시던가요.”


“그냥... 뭐... 범인으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 싶어서.”


“뭐요? 참나. 저 어디 나가면 순둥이 소리 듣거든요?”


“...네가?”



제리는 팔을 번쩍 들며 ‘어이없음’을 온몸으로 표출했다.



“하! 도련님은 뭐 천사처럼 생긴 줄 아시나.”


“천사처럼 생기지는 않았지. 그렇지만 사람처럼 생기기는 했어.”



그 말에 제리는 뭐가 그리 웃긴 지 꺄학학학거리며 배를 잡고 웃어댔다. 어딘지 묘하게 기분이 나빠진다.


한참을 웃어대던 제리는 눈꼬리에 맺힌 물을 닦아냈다.



“아무튼 범인이라고 지목당해가지고 몇 날 며칠을 고생했어요. 사실 도련님도 도련님이지만 저도 피해자라고요. 내가 범인일 리는 추호도 없지.”



그는 ‘이거 보이세요?’라고 말하며 제 웃옷을 훌쩍 들어 올렸다.


그의 배 한가운데는 칼같이 날카로운 것으로 배인 듯한 자상이 길게 나 있었다.


나는 그의 몸을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몸을 기울였다.


그의 몸은 중앙의 자상 말고도 크고 작은 흉터들로 빽빽이 덮여 있었다.



“아.......”



나는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뭐야, 갑자기 왜 또 이렇게 심각해져요?”



그는 툴툴대며 옷을 내렸다.



제리가 범인으로 지목된 것도, 애초에 독을 먹고 쓰러진 것도 모두 나와는 관련이 없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마음이 쓰였다.


마음 한쪽에는 그가 범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라는 마음도 있고(제리 뿐만이 아니라 주변인 모두를 의심하는 거다) 실제로도 그는 수상한 점이 매우 매우 많았으나 그래도 저런 상처를 보고 어떻게 안쓰러운 마음이 들지 않겠는가. 정말 아팠을 거다.


나는 진심으로 말했다.



“미안해. 우리 부모...님이 그렇게 나쁜 분은 아닌... 아닐 텐데.”



제리는 잠시 나를 응시했다. 그는 알 수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는 눈동자를 데굴 굴려 내 눈을 피했다.

나는 다시 한번 더 말했다.



“미안해. 제리. 내가 대신 사과할게.”



그러자 제리는 배를 벅벅 긁으며 얼굴을 돌렸다.



“뻥인데.”


“......뭐?”


“뻥이라고요. 뭐 이딴 순진한 도련님이 다 있대.”



그는 작게 키득키득 거렸다.



“딱 봐도 옛날 상처 아니에요? 이거 칼자국, 한 1년 전에 난 건데. 역시 검이라고는 한 번 잡아보지 않은 맹숭이라니까. 뭐 이런 장난에 속지. 속이는 사람 재미없게.”


“뭐? 그럼 고문 그런 것도 다 뻥이야?”



그는 어깨를 가볍게 으쓱하며 말했다.



“범인으로 지목된 거는 맞아요. 그래도 제가 워낙에 신분이 확실한지라 바로 풀려났죠.”


“......어머니께 다시 말씀드려야지.”


“예? 뭘요?”


“용의자라고.”


“예에에에에? 왜요?”


“나랑 제일 가까이 있었지, 거기에 온 몸은 상처투성이.”


“몸에 상처가 많다고 해서 범인이라고요? 이거 다 옛날 옛적에 난 거라니까요?”


“플러스, 얼굴.”


“어얼구울? 와, 다 건드려도 얼굴은 건들지 말죠?”


“수상하게 생겼어.”


“참나! 저처럼 순진무구하게 생긴 사람이 또 어딨다고!”


그는 팔짱을 끼며 턱을 치켜들었다.


“그래도 저는 금방 풀려날걸요? 디오넬 공작님 아세요?”


“...아니.......”


“예, 뭐 그럴 줄 알았어요.”



그는 알고 있었다는 듯 눈을 지그시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팔짱까지 끼곤 ‘도련님이 아실 리가 없지’ 하는데, 얄밉기가 하늘을 찔렀다.


그는 내 눈치를 한번 슬쩍 보더니 ‘헤헤, 장난 장난’이라며 귀여운 표정(제 딴에는)을 지어댔다.



“하아, 그래. 디오넬 공작이 뭐?”



내가 한숨을 쉬며 표정을 풀자 그는 키득거리며 말을 이었다.



“디오넬 공작님이라고 우리나라 재상이신데 예전에 그분 댁에서 일한 적이 있거든요. 재상 님이 워낙에 저를 믿고 의지하셔서 그분께서 신원 입증도 해주시고 제가 용의자로 지목될 때 많이 도와주셨죠. 애초에 여기 소개해 주신분도 재상 님이시고요.”


“그거 가지고 범인이 아닌 게 증명이 돼?”



그는 나를 흘겨보며 입을 삐죽였다.



“재상 님이 얼마나 훌륭하신 분인데요. 선하시고 똑똑하시고 언제나 백성들에게 너그러우시고요. 그분께서 입증해주셨으면 다 된 거죠! 우리나라 사람들 다 그렇게 말할걸요, 폐하보다 낫다고.”


“그게 알리바이가 되는 것도 아니고 사람의 말 한마디로도 그게 무죄를 입증하는 자료가 된다고?”


“예? 뭐요? 갑자기 왜 이렇게 어려운 말 써요.”


“아, 아냐, 아냐.”


“근데 뭐 사실 그것만 있었으면 고문은 당하지 않았을지언정 마님 그 무시무시한 눈초리에서는 벗어나지 못했겠죠.”


“다른 게 또 있었던 거야?”


“네. 제가 범인이 아닌 가장 큰 이유요.”



제리가 몸을 고쳐 앉았다. 그는 재미있는 것을 발견한 듯한 얼굴로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도련님 몸에서 발견된 독이요.”


“......?”


“그게 가장 큰 이유예요.”



그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 독이 든 음식이요, 그건 제가 시종으로 오기 한참 전부터 도련님이 갖고 있었거든요. 이건 일하던 사람들이 다 증명한 거예요! 왜냐면 모두가 볼 수 있는 곳에 놓여 있었으니까. 바로 저 책상.......”



그는 침대 옆의 책상을 가리켰다.



“...위에......?”



그리곤 무언가 발견했는지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



“오. 그래요, 저렇게요.”



그의 손을 따라간 시선의 끝에는 초콜릿이 놓여있었다. 이틀 전 침대 밑에서 발견한.


제리는 흥미를 가득 담은 목소리로 말했다.



“누가 또 도련님을 죽이려나 봐요.”








오늘의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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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력 5427년 2월 12일 (맑음)



1. 리오는.. 리히트 가문은 부자인가...? 상상도 못 할 엄청난 부자라서 저런 수상한 옷도 가지고 있는 것이고?


2. 아무래도 리오는 정리를 못 하는 성격인 것 같다...


3. 비상금. 왕창.


4. 리오는... 초콜릿을 좋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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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력 5427년 2월 14일 (비)



1. 리오는 독살당했다.


2. 용의자-1 제리


-리오 주변 인물임.

-험상궂은 얼굴(?)

-온몸의 상처


제리는 나더러 칼 따위는 잡아보지 않은 맹숭이...라고 했다. 그러나 나도 선수 생활을 꽤 한 몸이다.


운동하다가, 활을 쏘다가 다치는 날이 비일비재했다.



그는 오래 된 상처라고 했지만

그 중 몇 개는 생긴지 2주도 채 지나지 않은 것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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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용의자(2) 21.05.05 30 1 8쪽
5 2. 용의자(1) 21.05.02 40 1 9쪽
4 1. 나는(3) 21.05.01 50 1 10쪽
3 1. 나는(2) 21.04.29 53 1 11쪽
2 1. 나는(1) 21.04.28 72 1 10쪽
1 0. Prologue 21.04.28 89 1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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