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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애플밥

거지 같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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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애플밥
작품등록일 :
2021.04.28 20:58
최근연재일 :
2021.05.05 02:05
연재수 :
6 회
조회수 :
332
추천수 :
6
글자수 :
22,148

작성
21.05.02 12:23
조회
39
추천
1
글자
9쪽

2. 용의자(1)

DUMMY

깨어난 지 나흘째.



‘쾅쾅쾅!’


“으으... 뭐야?”


‘쾅쾅쾅!!!’


“도련님! 아오, 시발! 문은 왜 잠근 거야?”



밖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소리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문이 곧 부서질 듯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도련님!!!”



문을 열자 눈을 부릅뜬 제리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제리? 왜 이렇게 문을.......”



제리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방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도련님! 문 왜 잠그신 거예요? 설마 제가 몰래 들어와서 도련님 머리 댕강 할까 봐요? 네? 진짜 그런 거예요?”


“아니, 꼭 그렇다기보다는.......”



뒷통수를 긁적이며 말끝을 흐리자 그는 제법 엄한 표정을 하며 허리에 양손을 올렸다. 그 탓에 로브가 걷히며 그의 주머니가 살짝 드러났다. 그리고 그곳에는 의도가 불분명한 가위가 있었다.


나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하는 걸 본 제리가 재빠르게 로브를 여몄다.



“왜 변태같이 제 몸을 흘낏거리세요? 제가 탐이라도 나시는 건가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음흉한 도련님.”



말려들지 말아야지.



“방금 옷 속에서 뭘 본 것 같은데, 제리.”


“옷 속? 뭘 보셨을까? 쩍 벌어진 근육이라도 보신 걸까요?”



그는 도리어 뻔뻔한 표정을 지으며 팔짱을 꼈다.



“무슨 가위야?”


“가위?”


“잡아떼려 하지 마, 방금 옷 속에서 가위 같은 거 봤어.”


“아아, 이거요?”



그는 발뺌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건지 로브를 촥 걷어내며 숨겨두었던 것을 꺼내 들었다.



“이거는 제가 식물 가꿀 때 쓰는 가위예요. 흔한 건데. 왜요, 이것도 탐나세요?”



그는 서늘한 시선으로 허공에 대고 가위질을 했다. 철컥철컥하는 쇳소리가 귀 바로 옆에서 위협적으로 들려왔다.


나는 턱짓하며 물었다.



“그걸로 내 머리카락 자르려 했던 거지?”


“에이, 설마요. 제가 아무리 소유욕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자고 있던 도련님의 머리카락을.......”



그는 말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머리카락을..?”


“...에이씨, 맞아요. 좀 가져가려고 하긴 했어요! 궁금하니까요! 와, 근데 문을 잠가놨을 줄이야. 그냥 멍청이 호구 도련님인 줄 알았더니!”


“머, 멍청이, 호구...?”



그는 꽤나 억울하다는 투로 덧붙였다.



“제가 저 추운 밖에서 몇 시간 동안 낑낑댔는지 아세요? 가뜩이나 요즘 새벽에 엄청 추운데.”


“새벽부터 온 거야?”


“네! 세 시간밖에 못 잤다고요! 근데 문은 잠겨있지, 또 부자 가문이라 그런가 어찌나 좋은 자물쇠를 썼던지 아무리 따려고 해도 안 열리더라니까요?”


“어... 어어... 안 됐네.......”



제리는 토라진 표정으로 나를 잠시 응시하더니 입을 삐죽였다.



“흥! 그래도 잘하셨어요. 언제나 경계하는 건 좋으니까요.”


“칭찬 맞지?”


“네. 앞으로도 그렇게 사세요.”


“어, 그래. 고마워...?”


“감사 인사는 됐고요, 빨리 아침이나 먹으러 나오세요. 마님 기다려요.”



그는 새초롬하게 말하곤 팽하니 돌아섰다. 나는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나지막하게 불렀다.



“제리.”


“또 뭐요.”



나는 머리카락 한 올을 잡아 뜯었다. 물음표가 가득한 얼굴로 내가 하는 양을 지켜보는 제리에게 갓 뜯은 머리카락을 건넸다.



“네? 어쩌라고요.”



그는 눈을 끔뻑이며 멍청한 얼굴을 했다.



“가져. 갖고 싶다며.”



그제야 상황이 이해됐는지 그가 눈을 커다랗게 뜨고 성큼성큼 다가왔다.



“저 가지라고요?”


“응.”



제리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팔을 뻗었다. 그의 손이 닿기 직전 나는 손을 뒤로 물렀다. 그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저 놀리시는 겁니까? 이런 거 진짜 싫어합니다.”



그가 반색하며 얼굴을 굳혔다. 그는 평소에 들어보지 못한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야. 진짜 줄 거야.”


“갑자기 왜요?”


“그냥. 뭐 네가 계속 내 뒤를 노릴 것 같기도 하고, 또......”


“또?”


“차라리 마음 편히 거래하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하고.”


“거래?”


“응. 내가 이거 주는 대신 너도 나에게 뭘 줬으면 좋겠어.”


“그러면 그렇지!!”



제리는 얼굴이 붉어져서는 씩씩댔다.



“도련님도 저한테 원하는 게 있으신 거죠? 세상에 공짜는 없다더니! 정 같은 거는 눈곱만큼도 없는 이 무정한 세상, 내가 뜨든가 해야지!”


“별거 아니야.”


“뭔데요. 귀족이 제 몸 일부를 준다는 건데 제리는 정말 두려워지네요.”



그는 정말 하나도 두려워하지 않는 표정으로 조잘거렸다.



“그냥 나중에 내가 필요한 게 생기면 그걸 구해다 주기만 하면 돼.”


“...비싼거예요?”


“나 부자 아니야? 내가 아무리 멍청이 호구 도련님이라도 돈이 많다는 건 알겠는데.”



그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구해줄게요.”


“여기.”



가볍게 대꾸하며 팔을 뻗자 제리는 어서 달라는 듯 손바닥을 펼쳤다.


그의 손은 의외로 상처와 물집으로 가득했다. 두꺼운 손 위로 연약한 검은 머리카락 한 올이 놓였다.


그는 잠시 내려다보다 주먹을 꽉 쥐었다. 머리카락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오세요, 이젠 진짜!”






<4> 용의자



매일 아침 리히트가 가족은 함께 모여 식사를 한다. ‘리히트가 가족’이라 하니 뭔가 대단한 거라도 하는 양 거창한 모양새지만 딱 세 명이 모여서 먹는 조촐한 가족 식사였다.


리오, 어머니, 아버지.


게다가 오늘은 여느 때와 다르게(그래봤자 나흘밖에 되지 않지만) 아버지가 계시지 않았다.


항상 나보다 먼저 내려와 있었는데.


어머니는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내가 가까이 갔음에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끼익, 식탁 의자를 뒤로 끌고 나서야 어머니는 내 존재를 느꼈는지 흠칫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아, 리오 왔니?”


“.......”


“내가 누군지 아직.......”


“네.”



어머니의 눈꼬리가 밑으로 내려갔다.


“나는 너의 어머니란다, 리오.”


“......알고 있어요.”


“......그래.”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괜히 어색해진 분위기를 환기했다.



“어머니, 아버지는요?”


“아버지는 황궁에서 부르셔서 아침 일찍 나가셨어.”


“황궁에서요?”


“요즘 폐하께서 우리 가문을 많이 신경 써주고 계시잖니. 그리고 네가 독... 아니, 쓰러졌을 때도 걱정해주셨고.”


“폐하...요......?”




이 세계엔 황제도 있나 보다.

하긴 귀족도 있으니.......



“그래, 의사도 보내주시고....... 참 감사한 일이지.”



식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수십 가지의 음식이 차려졌다.


내 앞에는 먹음직스러운 노란색 수프와 따끈따끈하게 연기 나는 빵이 놓였고 중앙에는 윤기 나는 고기가 차례로 올라왔다.


그리고 어디 있었는지,


제리는 작은 접시와 포크를 들고 나타났다. 그는 아직 아무도 손대지 않은 음식을 하나하나 돌아가며 맛보기 시작했다.


그는 나와 있을 때와는 다르게 단정하고 조심스럽게 행동했고, 어머니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살피고 있었다.


그가 모든 음식을 다 먹어보고 난 뒤에야 나는 수저를 들 수 있었다.






**






어머니와 숨 막히는 식사 후 방으로 돌아온 제리는 다시 가면을 벗고 원래대로 돌아왔다.



“모르겠어...”


“아예? 하나도?? 아직도 기억나는 게 없어요?”



“응.......”


“전부? 모조리? 그게 가능해?”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아. 내가 그 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조차.”


“...후유증인가......?”


“.......”


“그럼 말이에요.. 도련님.......”


“응?”



제리는 은근한 목소리로 속삭이며 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것도 전혀 모르시겠네요?”



제리는 악의 없는 얼굴로 나에게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전했다.



“도련님이 독 때문에 그렇게 되셨다는 거 말이에요.”


“독?”


“예.”


“내가 하루아침에 기억을 잃은 게 아니고...?”


“하루아침이라뇨. 도련님은 장장 3개월 동안 누워만 계셨는데요. 피부 허여멀건 한 거 보세요. 뭐 그전에도 비리비리하시긴 하셨는데.”


“나 본 지 얼마 안 됐다며. 내가 비실비실했는지 어떻게 알아?”



그가 나를 위아래 훑었다.



“딱 보면 알죠. 제가 이런 일만 몇 년 찬데.”



뻔뻔하게 턱짓하는 제리에 헛웃음만 지어졌다.



“...그래.”



불쌍한 리오.

그는 석 달이나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그것도 누가 주었는지 모를

독을 먹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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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2. 용의자(2) 21.05.05 29 1 8쪽
» 2. 용의자(1) 21.05.02 40 1 9쪽
4 1. 나는(3) 21.05.01 50 1 10쪽
3 1. 나는(2) 21.04.29 53 1 11쪽
2 1. 나는(1) 21.04.28 72 1 10쪽
1 0. Prologue 21.04.28 89 1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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