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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검 님의 서재입니다.

아스톨리아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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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타는검
작품등록일 :
2021.04.26 23:55
최근연재일 :
2023.05.19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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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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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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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아스톨리아의 불꽃 3부 21장

DUMMY

피오르네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여전히 밤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마치 하늘에 있는 별의 개수를 모조리 세어버릴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피오르네님?”


유리스의 말에 피오르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카리스가 태어나기도 전, 먼 과거의 일부터 시작이 되었지.”


모닥불을 가운데 두고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오랜만이다. 이런 조용하고 그리운 분위기는.


과거 숲에 살았을 때 다른 엘프들과 모닥불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던 일이 종종 있었다. 그때는 이런 일이 언제까지나 계속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그리고 이제 살면서 두 번 다시 느껴보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신은 그녀에게 이런 기회를 다시 한 번 주었다. 그것도 카리스톨드의 이야기로.


“나에겐 6명의 아이가 있었지.”


“어? 아이라면 혹시 자식이요?”


“응.”


다들 놀라며 피오르네를 바라봤다. 그녀에게 자식이 있을 거라 전혀 상상을 하지 못 했다. 아직 젊어 보이는 외모도 있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그녀에게 풍기는 독신자 같은 분위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1명도 아니고 6명이라니.


세이스는 파울을 바라봤다. 파울은 고개를 저었다. 파울도 모르고 있는 얘기였다.


“맞아. 이 얘긴 파울에게도 하지 않았지. 굳이 할 이유도 없었으니까.”


“그럼 아펠리어스님. 지금 자녀 분들은 어디에 계신 건가요?”


“글쎄··· 3명은 확실히 죽은 걸로 알고 있지만 다른 3명은 몰라. 뭐, 2명은 대강 짐작은 가지만 남은 1명은 도저히 모르겠어.”


너무 담담하게 말을 했다. 마치 이름만 알고 있는 지인의 아이가 죽은 것처럼 담담하게 말했다.


“슬프지 않으신가요?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죽었는데?”


“슬프지. 하지만 너희 인간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슬픈 건 아니야. 인간들은 대개 부모가 자식보다 먼저 죽지만 엘프들은 그렇지 않거든. 자식이 먼저 죽는 경우도 제법 많으니까.”


“하지만 아펠리어스님이 슬프다는 말씀이 뭐라고 말해야 할지··· 마치 자식이 죽은 것이 아니라알고 있던 지인이 죽어서 슬프다라는 감정 밖에 느껴지지 않고 있습니다.”


“맞아. 솔직히 그 정도 느낌 밖엔 없어.”


“네?”


“흐음··· 하긴 너희들은 엘프 사회가 어떤지, 가족관이 어떤지 전혀 모르고 있었지. 엘프는 인간과 다르게 수명이 매우 길지. 뭐, 불멸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인간에 비하면 영생을 산다고 할 정도로 긴 삶을 살고 있지. 그러니 당연하게도 가족관이 인간과 다른 거야.”


“어떻게 다른 건가요?”


“엘프에게 결혼이라는 것 자체가 없어. 당연히 가족을 만들어 나간다는 개념도 희박하지. 인간처럼 결혼을 하면 한 사람에게 평생을 묶여 살지도 않고. 결혼이란 일시적인 동거 활동이고 아이가 생기면 그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만 보살펴 주는 게 엘프들이 생각하는 가족이지. 그래서 보통 아이가 성인이 되면 그 가족은 해체가 되고 각자 자신의 삶을 살아가게 되지.”


“그건··· 그건 너무 슬프지 않나요? 사랑했던 사람들을 그렇게 떠나보내는 게요.”


리아가 감정적으로 말했다.


“영원한 사랑 따위는 없으니까.”


“아니요. 분명 있어요. 영원한 사랑은요.”


“그건 인간의 수명이 짧아서 그런 거야. 엘프만큼 길다면 영원한 사랑이 있다고 절대 말하지 못 할 걸.”


“어떻게 그렇게 장담하신 거죠?”


“엘프들도 보통 동거를 하면 짧게는 40년, 길면 100년 정도 함께 지내지. 100년 정도면 인간들이 말하는 영원한 사랑의 기간일테지. 그렇지 않나?”


리아는 할 말을 잊었다. 생각보다 길었다. 그리고 100년 동안 사랑을 하는 인간은 없었다. 너무 당연했다. 인간은 100살까지 살지 못 하니까.


“아무리 긴 생명을 가진 엘프라고 해도 그 정도 기간이면 충분히 상대에게 질릴만한 시간이지. 그래서 보통 동거 생활을 끝내고 다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고.”


“그럼 동거 생활이 끝나면 다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가요?”


“그런 엘프도 있지만 보통은 동거 생활에 지루함을 느껴 새로운 활동을 찾아 나서지. 뭐, 드물게 아이를 보내고 다시 같이 사는 엘프들이 있긴 하지만 흔한 건 아니지. 나도 아이가 성인이 되자마자 바로 내 개인 생활로 돌아갔으니 말야.”


“그렇다면 자식은요? 더 이상 자식이 찾아와서 얼굴을 비추거나 하지 않나요?”


“같은 곳에 살았으니 얼굴을 자주 보긴 하지만 만약, 숲을 나가거나 하면 볼 일이 없었지. 내 첫 번째 아이가 숲 밖에서 생활하다가 나중에 죽었다는 얘기를 들었으니까.”


“아··· 그··· 슬프지 않으신가요?”


“처음 그 얘길 들었을 때는 슬펐지만 그 일도 벌써 400년 전 얘기니까.”


너무나도 먼 과거 얘기였다. 그 사이에 흥하다 망한 나라와 도시들도 셀 수 없이 많았던 기간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엘프는 인간과 달라.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부모와 자식 관계지만 성인이 되는 그 순간부터 한 명의 어른으로 대우하지.”


“그 말씀은?”


“부모라 할지라도 자식에게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거지. 사실상 완전히 남남이 되는 거니까. 마치 지금의 나와 너희들 관계처럼 말이야. 내가 너희들에게 내 능력과 지위로 명령을 할 수 있을지언정 자식처럼 훈육은 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야.”


“완전히 남인 건가요? 완전히 자신과 관계가 없는 타인인 건가요?”


리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 완전한 타인이 되는 거야.”


“그··· 그렇다면··· 그게··· 그···”


갑자기 리아가 얼굴을 굉장히 붉히며 말을 더듬거렸다.


“그게··· 혹시··· 무례한 질문일지도 모르는데···”


“부모와 자식 간에 동거하는 경우도 있냐고?”


“네?”


“아니야?”


“······ 맞아요.”


리아의 목소리는 작아졌다. 그리고 이상한 생각이나 하는 애라고 여겨질까봐 부끄러웠다. 괜히 말을 꺼냈다고 후회했다.


세이스는 한심하듯이 리아를 쳐다봤다. 하지만 솔직히 세이스도 궁금한 점이긴 했다. 완전히 타인이면 결혼을 해도 문제가 없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말이다. 그래도 리아를 한심하게 쳐다볼 수 있는 기회는 포기하지 않았다.


“부모와 자식 간에 동거하는 걸 금지하지 않아.”


“네? 그럼···”


“하지만 실제로 그런 경우는 거의 없었지.”


“거의 없다는 건···”


파울이 떨떠름하게 말했다.


“내가 사는 숲에는 없었지. 하지만 다른 숲에서 부녀였던가, 모자였던가 동거했다는 얘기는 들어봤어.”


“아, 그럼 엘프들은 부모자식간에 동거해도 크게 상관이···”


“상관이 있지. 그러니 다른 숲에서 벌어진 얘기가 내 귀에까지 들려왔으니까. 다른 엘프 일에 무관심한 엘프들이 관심을 가질만큼 말야. 금지된 건 아니라도 실제론 거의 하지 않는다는 말이지. 아니면 생각이란 게 있다면 최소한 같은 숲에 살고 있을 때 그런 행동은 하지 않을 테고 말야.”


“그 말은 어, 그러니까 같은 숲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는···”


“그것까진 나도 몰라. 솔직히 관심도 없고 말야.”


피오르네가 딱 잘라 말했다. 이 주제로 얘기하는 건 여기까지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뭐, 이런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야. 그저 내 마지막 아이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한 거야.”


다시 이야기는 처음으로 돌아왔다.


“그 아이는 비록 내가 낳았지만 참 특이했지. 누구를 닮은 건지도 모르겠어. 당시 동거했던 상대도 그 아이를 정말 특이하다고 말할 정도였으니까.

정신이 이상거나 기행을 일삼은 건 아니었다. 아이는 착했지. 하지만 늘 멍하니 하늘이나 강이나 숲을 바라보는 아이였지. 다른 어린 엘프들과 노는 것보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걸 더 좋아했었지.”


“어, 피오르네님. 엘프들은 보통 혼자 있는 걸 더 좋아하는 거 아닌가요?”


“그건 보통 어른 엘프들이 그렇지. 아이들은 엘프나 인간이나 별 차이가 없지. 책을 보거나 사색에 잠기는 것보다 아이들끼리 어울려서 뛰어놀거나 물장구를 치거나 새로운 곳을 탐험 하는 것을 좋아하는 법이지.

하지만 그 아이는 그러지 않았지. 그럼에도 호기심이 많았어. 그래서 나와 내 상대에게 끊임없이 세상에 대해서, 사물에 대해서, 진리에 대해서 물어보곤 했었지. 그래서 일까. 그 아이는 숲 밖을 동경했었지.

전혀 엘프답지 않았어. 오히려 인간 같았지. 그래서 그 아이는 성인이 되자마자 바로 숲을 떠나 도시로 나갔지. 성인이 된 이상 나는 이제 그녀의 엄마가 아니었으니 말릴 수 없었지. 솔직히 말릴 마음도 없었고 말야. 나는 그 아이에게, 세상을 살아가기에 충분한 지식과 경험을 가르쳐 주었다고 자부하고 있었으니까.

그런 그 아이가 다시 숲으로 돌아왔어. 30년이 더 지나고 난 뒤였지만. 하지만 홑몸이 아니었어. 그 아이는 임신 중이었지. 임신한 아이의 아빠는 인간이라고만 들었어. 하지만 누구인지는 끝내 알려주지 않았지. 나도 더 이상은 묻지도 않았고. 그리고 엘프와 인간 사이의 아이, 하프 엘프가 태어났지.

내 아이지만 솔직히 좋은 엄마는 아니었어. 아이를 키우거나 다루는 법을 전혀 모르더라구. 갓 태어난 아이에게 열매를 먹이려고 하지 않나, 아직 1살 밖에 되지 않은 아이한테 왜 말을 못하는지 이해를 못 하는 거 같더라구.

그래서 그 아이는 매번 나에게 물으러 왔지. 그 아이가 숲에서 의지할 사람이 나 밖에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솔직히 귀찮았어.

심지어 인간들이 살고 있는 도시에 있다 와서 그런지 나를 부를 때 엄마라고 부르더군. 그리고 그녀의 아이에겐 나를 할머니라고 소개하고 말야. 그건 끔찍했어. 어떤 엘프도 그렇게 하지 않거든.”


피오르네는 말을 잠깐 끊었다. 그 아이가 생각이 나서 그런건지 모른다.


“하지만 그 아이에게 부탁을 거절하진 못 했어. 그 아이의 말투는 뭐랄까, 나긋나긋 하다고 해야 하나. 별 것 아닌 부탁조차도 거절하게 어렵게 만드는 말투였지.

그렇다고 마법 같은 건 아니었어. 특유의 배시시한 미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음색으로 말을 하면 왠지 거절하기 미안해질 정도였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이런 점을 악용하려는 아이는 아니었어. 어쩌면 내가 그 아이의 그런 점이 좋아했던 건지도 모르겠고 말야. 하지만 그게 결국 나를 힘들게 만들었지.”


피오르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반은 원망, 반은 분노에 찬 표정이었다.


“어느 날, 그 아이가 사라졌어. 아직 보살핌이 필요한 자신의 아이를 두고 말이야. 아무리 엘프가 가족관이 약하다고 하지만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아이를 내팽겨치고 도망치는 건 비난 받아 마땅한 일이었지. 졸지에 나는 또 아이를 키워야만 했지.”


“혹시 아펠리어스님은 그 아이를 원망하신 건가요?”


“원망? 맞아. 원망했어. 처음에는. 꿈꾸는 듯한 삶은 살아가는 아이지만 이런 책임감 없는 행동은 나라도 참을 수 없었지.”


사실 지금도 원망하고 있었다. 피오르네는 그 아이가 좋았다. 엉뚱하지만 꿈꾸는 듯한 세상을 살고 있는 그 아이가 좋았다. 그래서 그 아이가 자신 곁에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그런데 그 아이는 그런 자신을 무시한 채 말도 없이 사라진 것이었다.


사실 더 화가 난 건 그녀의 아이 때문이었다. 피오르네는 그녀의 아이에게 나름 정성을 들이며 키웠다. 어쩌면 그녀의 아이에서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녀의 아이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내가 더 화가 났던 건 그녀의 아이 때문이었지.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점에서는 비슷했어. 하지만 내 마지막 아이가 몽상가 같다면 그녀의 아이는 망상가에 가까웠지.

하프엘프지만 외모는 엘프 쪽에 가까웠지. 하지만 성격은 영락없이 허영심이 가득 찬 인간이었지. 능력은 정말 보잘 것 없는 주제에 야심이 정말 대단한 놈이었지.

그렇다고 그 허영심을 채울 노력 따윈 하지도 않고 언제나 말로만 떠들어 된 한심한 놈이었어. 엘프는 시간에 대해서 관대한 편이지. 나도 그렇고. 하지만 처음으로 그 한심한 놈을 키우고 나서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지.

그리고 그 한심한 놈 역시 성인이 되자마자 숲을 떠나 인간들의 도시로 갔지. 그 후 가끔 그의 소식을 들었지. 하지만 역시 능력이 없어서 그 어떤 것 하나 제대로 이루지 못 했다고 말이야.”


사실 들은 게 아니다. 직접 본 것이었다. 피오르네는 그 한심한 놈이 사는 도시에 가끔씩 찾아갔다. 왜 갔는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쩌면 단순히 궁금한 것일지도 몰랐다. 아니면 나중에라도 그 한심한 놈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나마 가정은 꾸렸더라구. 실속 없는 놈이었지만 외모 하나는 잘 나긴 했거든. 솔직히 처음엔 그의 아내도 마음에 들지 않았어. 그냥 잘난 외모만 보고 결혼한 속물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아니면 보는 눈이 없던가.

그런데 그의 아내는 내 생각과 달리 착실하고 착했지. 그 한심한 놈이 제대로 된 일도 하지 않은 채 일만 벌린 건 그의 아내가 모두 뒤치다꺼리를 했으니까. 금술은 좋았는지 6명의 자식이 있었는데 그게 그의 아내를 더 고생시켰지.

그러던 어느 날, 그 한심한 놈이 모험을 떠났고,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았어. 그의 아내는 다시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지만 끝내 다시는 남편은 보지 못한 채 죽었다고 들었어. 어쩌면 그녀는 정말로 그 한심한 놈을 사랑한 걸지도 몰라.”


피오르네는 그 생각을 하면 아직도 마음 한 구석이 아렸다. 그의 아내가 피오르네에게 남편을 찾아달라고 부탁을 했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웃으며 내색하지 않은 여인이었다.


하지만 피오르네는 그 부탁을 냉정하게 거절했고 그의 아내는 다시는 부탁하지 않았다. 이듬해 그의 아내는 죽었다.


피오르네가 후회하는 일 중 하나였다. 왜 그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는지. 이렇게 빨리 갈 줄 알았으면 찾는 시늉이라도 해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래도 그의 아내는 자식들을 잘 키웠지. 다들 가정을 꾸리며 잘 살았지. 다들 착하고 성실했지. 그 한심한 애비 놈이랑 다르게 말이야.

그의 자식들은 고생한 엄마를 좋아했지만 한량같은 아버지는 원수처럼 미워했지. 특히, 첫째가 가장 싫어했어.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사실상 그가 그 집안의 가장이었으니까.

그래도 근면 성실하고 실력이 좋아 평범하게 관리가 되었지. 그리고 그를 눈여겨 본 하급 관리가 자신의 딸과 결혼시켰지. 그렇게 그는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어. 첫째가 집안의 중심을 잡아서 그런지 다른 형제자매들도 엇나가지 않고 근면성실한 생활을 해나갔지.”


“마치 직접 본 것처럼 말씀하시는군요.”


파울이 예리하게 지적을 했다.


“맞아. 들은 게 아니야. 직접 경험한 일이지. 솔직히 궁금했어. 내 마지막 아이는 왜 도시로 나갔는지, 왜 그녀의 아들은 허영심에 가득 찬 것인지.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그 아이의 가계에 내가 끼어들게 된 것이지. 처음에는 그 한심한 놈, 그 다음에는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첫째 아들로 말이야.

내가 도움을 준 것 때문인지 몰라도 첫째는 나에게 상당히 잘 대해줬지. 마치 귀빈을 대하듯이 말이야. 그리고 첫째는 5명의 자녀를 있었지. 다들 아버지와 어머니를 닮아 성실했지. 다만, 막내는 할아버지를 닮아 허영심이 가득 찬 허황된 꿈을 꾸었지. 이런 걸 격세 유전이라고 말을 하나.

암튼 그래서 첫째는 특히 막내를 엄하게 다루었지. 그럼에도 막내는 허황된 꿈을 버리지 못 했어. 그러던 어느 날, 막내는 하급 관리직을 때려친 채 29살의 나이로 마법을 배우기 시작한 거야.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하는지 궁금했어. 그래서 막내에게 물어봤지. 왜 마법사가 되려고 하냐고. 그러더니 자신이 마법사가 되어서 세상에서 제일 유명해질 거라는 정말 한심한 대답을 한 거야.

뭔가 사명감이나 대단한 목표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었어. 그냥 유명해지고 싶다는 한심한 이유로 마법사고 되고 싶어 한 거였지. 그러다 지 아버지와 대판 싸우고 집을 나가버렸어.

솔직히 나는 엘프지만 첫째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지. 자식이 그토록 미워하던 아버지를 닮았는데 가만 있을 수 없었던 거였지. 주변에서도 막내에게 손가락질 했지. 한심하고 아버지 얼굴에 먹칠한 놈이라면서.

그래도 그 막내는 포기하지 않고 마법을 계속 배워 나갔지. 마법 학원에 입학하기엔 나이도 많았고 돈도 없었지. 재능도 보이지 않아서 거두어 가는 스승도 없었지.

나에게도 막무가내로 마법을 가르쳐 달라고 떼를 썼지. 하지만 나는 정령에게 마법을 부탁해서 사용하지 마법사처럼 마법을 사용하진 못해서 도움을 줄 수 없었지. 솔직히 주고 싶지도 않았고 말이야.

어쩔 수 없이 막내는 독학으로 마법을 배워야만 했지. 그 뒤로 그 막내의 소식은 듣지 못 했어. 그리고 앞으로 들릴 일도 없을거라 생각했지.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나는 여전히 숲에 살고 있었고 엘프들의 위대한 일원이었지. 그때, 엘프의 숲에 들어오려는 인간이 있었지. 바로 그 마법을 배우겠다고 뛰쳐나간 막내였지.

엘프의 숲은 인간의 도시와 다르지. 허가 받지 않은 다른 종족이 숲에 들어서는 걸 결코 용서하지 않지. 하지만 그 막내는 한 술 더 떴지. 자신이 천년전쟁을 종결시키기 위해서 왔다고.”


“천년전쟁이요?”


“그래. 유리스. 잘 모르겠지만 엘프와 인간 사이에 천 년 전에 큰 전쟁이 있었지. 온 세상이 이 전쟁에 휘말린 큰 전쟁이었지. 하지만 이 전쟁은 승자도 패자도 없었지.”


“어째서요?”


“사실 전쟁은 천 년 간 이어지지 않았지. 치열한 전쟁은 100년도 되지 않았을 거야. 문제는 전쟁을 끝내자고 말하기엔 엘프들의 자존심이 문제였고 인간들은 전쟁 종결을 선언할만한 왕국들이 모조리 멸망한 후였지. 그래서 전쟁은 종결되지 않은 채 천 년이 지나가 버렸던 거지.

그러다 보니 가끔 이 전쟁을 종결시키겠다는 미친 놈들이 숲으로 쳐들어 오곤 했었지. 물론 대부분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루고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돌아갔지만 말야.

그래서 어이가 없었지. 솔직히 화가 났어. 너무 화가 나서 막내가 조금이라도 선을 넘는 행위를 하면 죽여버리려고 했지. 고작 마법을 배워 한다는 짓이 그깟 알량한 허영심을 채우려는 것이었으니까.

당연히 막내는 숲에 들어가는 걸 거부당했지. 그러자 강제로 들어가려고 했어. 드디어 선을 넘은 거야. 이제 막내와 우리 위대한 일원 사이에 전투가 벌어질 거고 나는 그를 죽이기로 결심했지.”


“그래서 죽였나요? 그 막내를요?”


피오르네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죽일 수 없었어.”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그동안 정을 봐서 죽이지 않았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하지만 피오르네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우리가 졌으니까.”


다들 놀라며 피오르네를 쳐다봤다. 특히, 파울이 놀라면 바라봤다. 엘프의 위대한 일원은 귀족이기도 하지만 정예병들이기도 했다. 고작 마법사가 혼자서 상대할 수 있는 그런 상대가 아니었다.


“한심하다고 생각했던 막내에게 진 거야. 우리는 30명도 넘게 있었는데도 말이야.”


“어··· 어떻게요?”


세이스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정확히는 싸우지는 않았어. 하지만 막내의 마법이 마나를 요동치게 만들었지. 주변에 있던 정령들이 두려워 모두 도망치고 수문을 지키고 있던 우리는 마법 없이 막내와 상대해야만 했지.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지. 마나를 요동치게 만들 정도의 실력자를 상대로 마법 없이 상대하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었어.


그래서 수문장이 바로 항복의사를 내비춘 거였어. 이제 우리에게 아무 의미도 없는 천년전쟁의 종결자라는 칭호 따위를 지키기 위해서 위대한 일원을 희생시키고 싶지 않았던 거였지.”


“잠··· 잠깐만요. 아펠리어스님. 천년전쟁 종결자요? 서서서서··· 설마··· 그··· 그 막내가···”


파울이 목소리가 떨렸다. 그리고 그의 표정은 목소리보다 더 심하게 표백이 되었다.


“그래. 그 막내의 이름은 바로··· 카리스톨드 시드벨더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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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아스톨리아의 불꽃 3부 7장 22.11.18 117 0 14쪽
58 아스톨리아의 불꽃 3부 6장 22.11.11 121 0 15쪽
57 아스톨리아의 불꽃 3부 5장 22.11.04 121 0 16쪽
56 아스톨리아의 불꽃 3부 4장 22.10.28 128 1 19쪽
55 아스톨리아의 불꽃 3부 3장 22.10.21 125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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