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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검 님의 서재입니다.

아스톨리아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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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타는검
작품등록일 :
2021.04.26 23:55
최근연재일 :
2023.05.19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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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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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톨리아의 불꽃 3부 20장

DUMMY

아스톨리아 성문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언제나 사람이 많은 곳이지만 오늘을 달랐다. 오와 열을 맞춘 사람들이 도열하고 있었다. 바로 포스톨리아 탈환대였다.


정확히는 포스톨리아 거점 탈환대지만. 지금은 그게 그리 중요한 사실이 아니었다. 그리고 아스톨리아의 모든 사람들은 이 탈환대를 구경하고 환송하기 위해 나왔다.


이 탈환대의 선봉에는 파울이 있었다. 그리고 바로 곁엔 유리스가 있었다. 아스톨리아 시민들은 파울과 유리스의 이름은 연호했다. ‘위대한 집정관’ 혹은 ‘아스톨리아의 불꽃’이라는 외침이 아스톨리아를 가득 메웠다.


아스톨리아 사람들은, 그리고 탈환대는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 집정관인 파울과 전설의 손자인 유리스가 있으면 포스톨리아 탈환 따윈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파울의 생각은 좀 달랐다. 지원자가 많았다. 1차 탈환대 인원이 천 명을 넘었다. 문제는 전투병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 했다. 성이라면 모를까. 사방이 뚫려있는 평원에서 마물에게 둘러싸이면 방법이 없었다.


비정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파울은 만약 탈환대가 전멸 당할 위기라면 유리스를 비롯하여 핵심 인원만 탈출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나마 위안을 삼는 건 전투병 중에 카리스톨드의 신병기를 지닌 기사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이 있으면 아무리 마물에게 포위되어도 그리 쉽게 무너지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건 카리스톨드의 생각이 맞았다.


“말 타는 건 익숙해졌는가?”


“아, 아직 좀···”


유리스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유리스는 걷거나 마차는 타봤어도 혼자서 말을 타는 건 처음이었다.


이를 위해 한 달 정도 승마를 배웠다. 그럭저럭 탈 수 있게 되었지만 아직은 완전히 익숙해지진 않았다.


포스톨리아 탈환을 위한 거점이 될 마을인 팔랑스테르까지는 거리가 제법 된다. 걸어가기엔 멀었다. 하지만 명색의 탈환대가 마차를 타고 간다면 분명 그들을 고깝게 보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 분명했다. 이런 건 보여주는 게 매우 중요했다.


그래서 파울도 유리스도, 리아와 세이스도 모두 말을 탔다. 세이스는 어릴 때부터 말을 타봤고 운동 감각이 있는 리아는 금세 익숙해졌다. 원래 기사였던 유진은 언급할 필요도 없었고 말이다.


유리스가 가장 뒤쳐지고 있었다. 유리스는 처음으로 열등감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유진은 그렇다 치지만 설마 리아나 세이스보다 말을 못 탈 줄 몰랐다. 승마를 더 배우고 싶었지만 지금은 탈환에 신경을 써야 했다. 그래서 탈환 작전이 끝나면 승마를 좀 더 본격적으로 배우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니 자네라면 금방 익숙해질 걸세. 뭐, 우리 같은 마법사들은 기사들만큼 잘 탈 필요는 없으니 말일세. 딱 필요한 만큼만 배우면 되네.”


“명심하겠습니다. 집정관님.”


파울은 고개를 끄덕이며 앞서 나갔다. 그리고 그 곁으로 참모진들이 모여들었다. 탈환 작전은 이미 세웠지만 좀 더 세부적인 작전을 논하려고 하는 듯 보였다.



첫째 날은 노숙을 했다. 팔랑스테르 마을까지 적어도 이틀은 가야 한다. 먼 거리는 아니지만 대규모 인원이 열을 맞추어 이동하기엔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다.


옛날 파발이 있을 때는 하루면 아스톨리아에서 팔랑스테르 마을까지 오갈 수 있었다. 하지만 탈환대는 파발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렇기에 중간에 한 번은 쉬어야 했다.


탈환대는 야영 준비를 끝마쳤다. 일부 불침번을 제외하고 모두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세이스는 한동안 눕지 못 했다. 그녀는 노숙이 난생 처음이었다.


밤하늘에 별들이 보이는 곳에서 눕는 건 생각만으로는 제법 낭만스럽게 보인다. 하지만 실제론 딱딱하고 차가운데다가 심지어 기울기도 일정하지 않는 곳에서 눕는 건 생각보다 꽤 불편하다.


무엇보다 사방에서 덮쳐오는 벌레들과 씨름을 하게 되면 차라리 그냥 안 자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하게 된다.


“안 자?”


유리스가 계속 모닥불만 끄적이는 세이스가 걱정스러워 물었다.


“으응. 그냥··· 잠이 안 와서···”


“세이스는 노숙이 처음이지?”


“응.”


“나도 처음에는 제대로 잠들지 못 했어. 결국 아침이 될 때까지 자다가 깨는 걸 반복했으니까.”


“어머, 유리스도?”


“응. 그래도 아예 안 잔 것과 피곤함에 큰 차이가 있으니까. 잠이 오지 않아도 누워서 눈을 감고 있는 것만으로 피로가 풀려. 그러니 어서 자는 게 좋을 거야.”


“응. 고마워. 유리스. 그런데 너무 잠이 안 오네. 후후. 유리스. 조금 더 너랑 얘기를 해···”


“벌떡!”


“피··· 피오르네님···”


“나는 귀가 밝아.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지.”


“죄··· 죄송합니다.”


세이스가 울상이 되었다. 피오르네는 크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유리스 말대로 첫 노숙이면 잠이 제대로 안 올 거야. 그런 훈련을 한 적도 없을 테니까. 무엇보다 노숙은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는 게 아니기도 하고 말야. 그저 잠들기까지 얼마나 걸리냐는 차이만 있을 뿐. 안 그래. 파울?”


파울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렇죠. 아펠리어스님. 저도 오랜만이라 그런지 제대로 잠이 안 오네요.”


그러더니 주변에 누워있던 리아와 유진도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둘도 제대로 잠이 오지 않고 있었다. 그 와중에 유리스와 세이스가 별빛 아래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신경이 쓰여 잠들지 않고 있었다.


“하아... 뭐, 밤은 길고 억지로 누워도 잠을 오지 않을 테니 오늘은 얘기를 나누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군.”


피오르네가 말했다. 하지만 다들 아무 말도 없이 멍하니 모닥불만 바라보고 있었다. 피곤하고 지쳤지만 잠이 오지 않은 상태들이었다.


“쿠훗.”


생각지도 못한 소리였다. 너무 귀엽고 깜찍한 웃음이었다. 그리고 그 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피오르네였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인상과 그보다 더 차가운 성격을 가진 엘프가 10대 소녀나 할 법한 귀여운 목소리로 웃음을 터뜨린 것이다.


작은 소리였지만 조용한 밤이었다. 그리고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피오르네를 쳐다봤다. 피오르네는 오랜만에 부끄러운 감정을 느꼈다. 다행히 어둠이 빨개진 그녀의 얼굴을 감추어 주었다.


“아펠리어스님. 뭔가 웃을 만한 일이 지금 있었던가요?”


“아, 아니. 그냥, 옛날 생각이 떠올라서.”


“옛날 생각이요?”


“응. 옛날, 카리스와 함께 모험을 떠났을 때.”


“할아버지랑요?”


“그래. 유리스. 네 할아버지랑.”


“그런데 무슨 일이 떠올라서 웃으신 건가요?”


“그건···”


둘이 모험을 떠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실수로 목적지였던 마을에 도착하지 못하고 노숙을 하게 되었다. 카리스톨드, 피오르네 둘 다 실수를 한 바람에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둘 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카리스톨드는 툴툴거리며 피오르네를 비난했고 피오르네도 그런 카리스톨드를 멍청하다며 모욕을 줬다.


둘의 신경은 계속 되었다. 아이들이나 할 법한 유치한 별명을 만들어 밤새 불러대며 보냈던 것이다. 너무 유치하고 한심한 광경이었다. 만약 그 광경을 다른 사람에게 들켰다면 피오르네는 자살을 심각하게 고민하게 할 정도로 유치했다. 그러니 이걸 있는 그대로 말할 순 없었다.


“어··· 그러니까 카리스가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해서 노숙을 했지. 그때 일이 떠올라 웃은 거야.”


“거짓말이군요.”


파울이 바로 지적을 했다.


“거... 거짓말이라고? 왜, 왜, 왜, 왜···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야, 아펠리어스님은 거짓말이 서투시니까요. 꼭 거짓말을 할 때면 귀가 파르르 떨리시더라구요.”


“······”


“······”


“······”


“······”


“······”


“······”


“······”


“······”


여름이었다. 그런데 입으로 숨을 쉬면 입김이 나지 않을까 할 정도로 한기가 내려앉았다. 무서운 침묵이 모닥불 주변에 감싸 안았다.


“좋아. 그럼 거짓말이 아닌 얘기를 해주지. 처음 파울을 만났을 때 일을!”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펠리어스님! 제발 그것만은!”


바로 파울이 자세를 고쳐잡고 피오르네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죄했다. 피오르네가 씨익씨익 거리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속으로 침착하자고 되뇌었다.


그녀는 냉정, 냉혈, 냉혹하다. 엘프들 사이에서도 특히 차갑다고 평가를 받고 있다. 웬만해서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감정적으로 만든 두 사람이 있었다. 하나는 카리스톨드였고 다른 하나는 파울이었다.


카리스톨드는 워낙 다양한 감정을 줬다. 기쁨, 즐거움, 분노 그리고 슬픔을. 하지만 파울이 준 감정은 언제나 분노였다. 피오르네에게 분노의 감정을 준 인물은 많지 않다. 그리고 그 중 한 명이 바로 파울이었다.


“네가 아직 내 손에 죽지 않은 건 카리스가 너를 살려달라고 나한테 애원했기 때문이라는 걸 잊지마라.”


4명의 아이들은 지금 상황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 그렇게 근엄하게 보이던 집정관이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보였다. 카리스마 넘치는 엘프는 10대 소녀처럼 승질을 내고 있었다.


세이스는 궁금해졌다. 도대체 할아버지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저 엘프에게 꼼짝도 못 하는지. 그래서 알고 싶었다. 듣고 판단하고 변호하고 싶었다. 그래서 피오르네의 콧대를 꺾고 싶었다.


하지만 파울을 절대 그 사실을 말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말할 수 없었다. 그건 명백한 파울의 실수였다. 그것도 너무 부끄럽고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잘못이었다.


그 실수란 바로 피오르네를 성희롱한 것이었다. 자존심 강한 피오르네는 그 사실을 참을 수 없었다. 그것도 자신의 삶의 10분의 1도 살지 않은 하찮은 애새끼가 그런 상스러운 짓을 했으니 말이다. 얼마나 분노했는지 파울이 카리스톨드의 제자라는 점이 그를 보호하지 못할 정도로 분노했다.


다행히 파울은 피오르네에게 살해당하지 않았다. 물론 피오르네가 봐준 건 아니었다. 그녀는 진심으로 파울을 죽이려고 했다. 파울을 살려준 건 역시나 카리스톨드였다.


카리스톨드가 최선을 다해 파울을 보호해 줬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 이 자리에 파울은 존재하지 못 했을 것이다. 물론 그 후에 파울은 카리스톨드에게 죽을만큼 얻어터졌지만 죽지는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어처구니 없고 너무 무모한 짓을 벌인 것이었다. 그리고 너무나도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었다. 그러니 그 사실을 손녀인 세이스에게 절대 알리고 싶지 않았다.


“할아버님. 도대체 무슨 일인가요? 저에게만이라도 들려주실 수 없으신가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세이스만은 절대 안 됐다. 할아버지에 대한 믿음과 환상을 절대 깨고 싶지 않았다.


“미안하다. 세이스. 그것만은 너라도 결코 알려줄 수 없단다.”


“그럼 피오르네님이 말한 게 사실인가요?”


“내가 정말 무례한 짓을 저질렀지. 지금이라도 다시 용서를 빌고 싶을만큼. 그때 나는 어렸고 쓸데없는 자만심과 허영심에 가득 차 있었지. 그래서 아펠리어스님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굉장히 무례한 짓을 해버렸지.”


“피오르네님은 특별한 분이셨나요?”


“피오르네님은 당시에 엘프들의 위대한 일원이셨다네.”


“위대한 일원이요?”


“그래. 위대한 일원”


“어···? 그게 뭐죠?”


“엘프들의 귀족이라고 이해하면 될 걸세.”


“귀··· 귀족이요?”


세이스는 피오르네를 다시 봤다. 그냥 나이 좀 많다고 유세 떠는 엘프인 줄 알았는데 귀족이었다니.


“근데 피오르네님.”


“뭔가, 유리스?”


“피오르네님은 왜 할아버지와 모험을 떠난 건가요? 귀족이었다면 계속 숲에 있는 게 좋지 않았어요?”


“흐음··· 그건···”


피오르네는 밤하늘을 바라봤다. 하늘에 별빛이 가득했다. 그날 그랬다. 피오르네가 카리스톨드와 함께 모험을 떠난 날이. 오늘처럼 하늘에 별빛이 쏟아질 듯이 많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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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아스톨리아의 불꽃 3부 30장 23.05.05 53 0 14쪽
81 아스톨리아의 불꽃 3부 29장 23.04.28 55 0 12쪽
80 아스톨리아의 불꽃 3부 28장 23.04.21 57 0 13쪽
79 아스톨리아의 불꽃 3부 27장 23.04.14 120 0 15쪽
78 아스톨리아의 불꽃 3부 26장 23.04.07 68 0 12쪽
77 아스톨리아의 불꽃 3부 25장 23.03.31 70 0 12쪽
76 아스톨리아의 불꽃 3부 24장 23.03.24 67 0 14쪽
75 아스톨리아의 불꽃 3부 23장 23.03.17 98 0 14쪽
74 아스톨리아의 불꽃 3부 22장 23.03.10 78 0 15쪽
73 아스톨리아의 불꽃 3부 21장 23.03.03 79 0 20쪽
» 아스톨리아의 불꽃 3부 20장 23.02.24 81 0 12쪽
71 아스톨리아의 불꽃 3부 19장 23.02.17 86 0 13쪽
70 아스톨리아의 불꽃 3부 18장 23.02.10 104 0 16쪽
69 아스톨리아의 불꽃 3부 17장 23.02.03 96 0 13쪽
68 아스톨리아의 불꽃 3부 16장 23.01.20 149 0 16쪽
67 아스톨리아의 불꽃 3부 15장 23.01.13 97 0 15쪽
66 아스톨리아의 불꽃 3부 14장 23.01.06 105 0 13쪽
65 아스톨리아의 불꽃 3부 13장 22.12.30 114 0 14쪽
64 아스톨리아의 불꽃 3부 12장 22.12.23 102 0 14쪽
63 아스톨리아의 불꽃 3부 11장 22.12.16 106 0 16쪽
62 아스톨리아의 불꽃 3부 10장 22.12.09 113 0 12쪽
61 아스톨리아의 불꽃 3부 9장 22.12.02 116 0 13쪽
60 아스톨리아의 불꽃 3부 8장 22.11.25 128 0 12쪽
59 아스톨리아의 불꽃 3부 7장 22.11.18 117 0 14쪽
58 아스톨리아의 불꽃 3부 6장 22.11.11 121 0 15쪽
57 아스톨리아의 불꽃 3부 5장 22.11.04 121 0 16쪽
56 아스톨리아의 불꽃 3부 4장 22.10.28 128 1 19쪽
55 아스톨리아의 불꽃 3부 3장 22.10.21 125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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