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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ino 님의 서재입니다.

GAISLAYINE 가이슬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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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ino
작품등록일 :
2017.04.15 12:06
최근연재일 :
2017.06.18 19:49
연재수 :
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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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79
추천수 :
128
글자수 :
329,815

작성
17.06.0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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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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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7. 교사, 싱글맘, 그리고 - 1

DUMMY

“피곤해.......”


책과 서류가 잔뜩 쌓여 있는 책상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미나.

벽에 걸린 시계가 7시 50분을 가리키고 있는 것을 본 그녀는 피곤함이 역력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겨울 방학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돼서 학생들이 없는 학교는 조용했다.

그러나 학교 업무 때문에 방학 없이 학교에 출근해야 하는 교사들은 하품을 하며 저마다의 일을 하고 있었다.


“하... 졸려.......”


아침 일찍 일어나 유미의 밥을 차려주고 부랴부랴 출근한 미나는 휴일이었던 어제 하루 쉬었음에도 2일 전에 있었던 작전으로 생긴 피로가 아직 풀리지 않았는지, 좀처럼 몸을 가누지 못했다.

지금쯤 본부에서 식사를 하고 있을 정현 일행의 얼굴이 떠오른 그녀는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런 그녀를 옆에서 안쓰럽게 쳐다보던 한 여성이 서랍에서 커피 믹스를 꺼내면서 이야기했다.


“미나 씨, 오늘따라 무지 힘들어 보이는데 괜찮아요?”

“으... 죽겠어요... 주말에도 어디 안 가고 푹 쉬었는데.......”

“일단 커피라도 한 잔 하세요.”

“감사합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동료 교사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 미나는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하며 몸을 축 늘어뜨렸다.


드르륵-


그 때, 굳게 닫혀있던 교무실의 문이 열리며 키가 큰 남성이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

남성은 동료 교사에게 인사를 하고는 축 늘어진 미나를 보며 이야기했다.


“미나 씨, 많이 피곤해요?”

“규창 씨.......”


규창이라는 남성의 물음에 미나가 겨우 팔을 들어 올리며 인사를 대신하고는 다시 힘이 빠진 팔을 늘어뜨렸다.

그러자 규창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요즘 되게 피곤해보이던데. 무슨 일 있어요?”

“으으.......”

“규창 씨, 애인한테 보약이라도 지어 줘야하는 거 아닌가 몰라. 지난주부터 미나 씨가 영 힘을 못 쓰는데.”

“그러게요... 미나 씨, 뭐 필요한 거 없어요?”

“으으으.......”


자신을 걱정해주는 규창, 그리고 동료 교사의 이야기에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꼈는지 이리저리 쑤시는 몸을 겨우 일으켜 세웠다.

그러고는 애써 괜찮은 척 몸을 풀며 입을 열었다.


“그냥 잠을 잘못자서 그런 것 같아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래봬도 저 엄청 튼튼하고 건강해요! 아자!”

“미나 씨, 억지로 괜찮은 척 하지 말고. 요즘 힘든 일 있어요?”

“힘든 일요? 글쎄요... 딱히 없는...데.”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는 규창을 보며 미나는 시선을 회피하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녀가 뭔가 숨기고 있음을 눈치 챈 규창은 얼굴을 좀 더 가까이 하며 재차 물었다.


“정말이에요? 요즘 너무 피곤해 보이는데. 정말 아무 일 없는 거에요?”

“네... 저... 정말이에요.”

“.......”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 표정에 다 드러난 미나는 불안한 눈빛으로 진지한 규창의 얼굴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규창은 말없이 미나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럼 다행이네요. 그래도 요즘 미나 씨 너무 힘들어하시는 것 같은데, 푹 쉬시고 무슨 일 생기면 저한테 알려주세요.”

“.......”

“그리고 미나 씨는 곧 학교 업무가 끝나시니까 출근 안 하셔도 될 것 같은데 그 때 푹 쉬세요. 아셨죠?”

“네... 고마워요 규창 씨.”

“커흠흠... 커피 받아요 미나 씨.”

“아!”


두 사람의 애정 행각을 본 동료 교사는 종이컵을 양 손에 든 채 헛기침을 하며 이야기했다.

화들짝 놀란 미나는 넙죽 종이컵을 받으며 사과했다.


“죄송해요... 커피까지 타 주셨는데.”

“크흠흠... 규창 씨랑 미나 씨 너무 깨가 쏟아진다니까. 아... 우리 신랑은 언제 집에 온다니. 적적하네.......”

“그러고 보니 성채 씨는 요즘 잘 지내시나요?”

“말도 마요. 신랑이랑 나랑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그냥 막...... 아! 규창 씨 은근슬쩍 화제를 돌리시네!”

“하하... 걸렸네요.”

“아무튼 요즘 미나 씨 지쳐 보이니까 규창 씨도 신경 좀 써주세요. 아시겠죠?”

“네! 알겠습니다.”

“규창 씨도 성채 씨도 정말 고마워요... 흑흑.......”


미나가 우는 감격에 겨워 시늉을 하면서 두 사람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규창은 싱긋 웃었다.


“자, 그럼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이따 봬요~”

“네~ 힘냅시다!”

“규창 씨, 무슨 일 있으시면 연락해주세요!”

“네~”


규창이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는 사뿐사뿐 걸어가 교무실을 빠져나갔다.

그의 밝은 모습을 본 미나는 왠지 몸에 힘이 다시 돌아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지 커피를 홀짝 들이키고는 팔을 빙빙 돌렸다.

그러자 성채라는 이름의 여성은 피식 웃더니 톡 쏘듯 이야기했다.


“미나 씨, 남자친구 얼굴 보니까 좀 힘이 나요?”

“예?! 그러네요?! 이게 사랑의 힘인가?”

“아 아침부터 신랑 얼굴 보고 싶게 만들어주시네...... 그나저나 규창 씨도 참 대단하신 것 같아요.”

“왜요?”

“교직원, 학생들 가리지 않고 전부 평판이 좋고, 솔선수범하고, 일도 엄청 열심히 하고. 완전 엘리트잖아요.”

“그렇긴 하죠.”

“남자친구 이야기하는 건데 되게 감정이 없으시다. 미나 씨, 정말 규창 씨랑 사귀는 거 맞아요?”

“헤헤.......”


성채가 규창에 대한 칭찬을 하자 미나는 애써 반응이 없는 척을 하다가도 결국은 참지 못하고 헤벌쭉하며 웃었다.

그런 미나의 모습이 귀여웠는지 성채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거 봐. 결국엔 이렇게 들킬 거면서 괜히 무신경한 척한다니까? 여튼 저도 좀 있으면 보충 수업 들어가야 하니 이따 점심에 봬요.”

“아! 네! 이따 봬요~”


자리에서 일어나는 성채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한 미나는 그녀가 교무실에서 나가자 천천히 고개를 돌려 책상 위에 있는 작은 액자를 쳐다보았다.

액자에는 규창과 미나, 그리고 유미의 다정한 모습이 찍힌 사진이 걸려있었다.




“하... 애들은 방학인데 우린 출근이라니.......”


교직원 식당 안.

탁자에 옹기종기 모인 여교사들은 입맛이 없었는지 식판을 앞에 두고도 숟가락을 휘적거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식욕이 없던 미나 역시 숟가락으로 밥을 저으며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우리 애들도 방학이라 집에 남겨둬야 해서 좀 그러네요. 학원도 안 보내는데. 밥은 알아서 해결한다고는 하는데 제대로 챙겨나 먹을는지.......”

“으으... 쉬고 싶다.......”


집에 아이들을 두고 온 사람부터 보충 수업에 극성인 학부모들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인 사람, 비효율적인 업무 처리 때문에 불만이 가득한 사람까지.


꾹 참고 있던 불만들, 저마다의 속사정을 풀어놓느라 정신이 없었던 여교사들은 밥을 먹는 것도 잊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던 미나도 공감이 되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들의 분풀이를 듣고 있었다.

그녀가 교사가 된 지는 아직 1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그 시간동안, 그리고 지금도 느끼고 있는 교사의 고충을 전부 이해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미나 씨는 좀 있으면 출근 자주 안 해도 돼서 좋겠네요?”

“아, 저요? 아... 네. 아무래도 체육 교사는 보충 수업도 없고 해서.......”



미나의 대답을 들은 여성은 부러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부럽다... 그럼 이제 방학 동안 뭐하실 거에요?”

“일단 딸 아이랑 지낼 생각이에요. 방학이라서 집에 혼자 있길래 일단 아는 사람의 집에 맡겨놨는데 계속 맡겨놓을 순 없으니.......”

“아 맞다, 미나 씨 초등학생 딸이 있었다고 했지.”


그제야 미나에게 딸이 있다는 사실이 기억이 났는지, 질문을 한 여성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미나를 바라봤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로 27살이 되는 미나에게 초등학생 딸이 있다는 것이 다시 들어도 믿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료이기 이전에 아이를 둔 엄마로서 미나의 상황이 얼마나 힘들지 짐작이 간 그녀는 괜히 미나에게 미안해져서 더 이상 아이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어디든지 눈치가 없는 사람은 꼭 있다고 했던가.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른 여성이 미나를 보며 놀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어머! 미나 씨, 딸이 있었어요?! 되게 젊어보이셔서 몰랐는데?!”

“아, 네. 제가 보기엔 풋풋한 여대생처럼 보여도 애 엄마랍니다... 흑흑.......”

“헐 진짜 몰랐는데! 혹시 언제 결혼하신 거에요?!”

“아... 결혼이요? 어... 딸이 태어나기 전에 했으니까....... 9년 전이네요?”

“네?! 9년 전이요? 와 그럼.......”

“자자, 밥이나 먹어요. 좀 있으면 점심 시간도 끝나는데.”

“네? 아, 저 밥은 다 먹어서.......”

“그럼 저랑 같이 일어나요. 커피 사줄 테니까 먼저 가요.”


미나가 난처해질까 걱정했던 다른 여성이 거의 끌고 가듯이 눈치가 없던 여성을 데리고 빠르게 식당 안을 빠져나갔다.

그런 두 사람의 뒷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던 다른 교사들은 조심스럽게 미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혹여 그녀가 상처를 받지 않은 것 아닐까 하는 걱정에, 미나 옆에 있던 성채가 조용히 이야기를 꺼냈다.


“미안. 좀 눈치가 없는 친구긴 한데... 나쁜 사람은 아니야.”

“네? 아, 저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정말이에요.”


자신을 걱정해주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낀 미나는 태연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애써 숨기고 쉬쉬하고 넘어가봤자, 제가 일찍 결혼해서 애 낳고, 애를 혼자서 키우는 사실은 변하지 않잖아요? 그리고 뭐 제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굳이 지금 제 상황을 숨길 필요도 없구요.”


미나의 대답을 들은 성채는 그러나 여전히 그녀를 걱정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미나는 학교에 들어온 그 날부터 애써 태연한 척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에서 알게 모르게 자신을 폄하하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미나가 알고 있음에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계약직 교사라서 자신을 향한 기분 나쁜 시선에도 큰 목소리를 내지도 못 하고 있는 그녀의 처지를.


성채는 그것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미나가 더 걱정이 되었는지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물었다.


“정말... 괜찮은 거야?”

“네! 나중에 허락만 받을 수 있다면 유미도 여기에 한 번 데려오고 싶어요.”

“어머! 진짜요? 저번에 사진으로 보니까 되게 귀엽던데......”

“완전 저 어릴 때랑 비슷해서 놀랐어요! 엄청 귀여워서!”

“에이~ 그건 아니다. 그건 미나 씨랑 유미한테 실례 아니야~?”

“그런가.......”

“그러고 보니 저랑 많이 닮으셨는데?! 저랑 의자매 맺으실래요?!”

“그럴까?!”


자칫 어색해질 수도 있었던 분위기를 다시 화목하게 바꿔놓은 것은 다름 아닌 미나였다.


자신을 챙겨주고 걱정해주는 사람들에게 미안함을 느낀 그녀는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

성채를 제외한 다른 교사들은 그녀의 심정을 이해했는지,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고 웃으며 분위기를 바꾸고 있었다.

하지만 성채는 여전히 미나가 안쓰러웠는지 약간 굳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렇게 식사 시간이 아닌 잡담 시간이 된 점심 시간은 왁자지껄한 분위기와 함께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작가 메일 : [email protected] 작가 트위터 : https://twitter.com/serazmd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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