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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ino 님의 서재입니다.

GAISLAYINE 가이슬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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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ino
작품등록일 :
2017.04.15 12:06
최근연재일 :
2017.06.18 19:49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8,976
추천수 :
128
글자수 :
329,815

작성
17.05.2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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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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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3. TEAM 팀 - 1

DUMMY

슈콱!!


정현의 마무리 일격에 D-No.4의 상반신은 가슴에 박혀 있던 구슬과 함께 깔끔하게 가로로 쓱 잘려나갔다.

돌 부스러기들을 흡수하던 구슬이 파괴된 만큼, 몸이 처참하게 잘려나간 D-No.4에게 더 이상 재기의 기회는 없어 보였다.

이윽고 힘없이 땅으로 떨어지는 몸뚱이를 올려다 본 정현은 가볍게 몸을 뒤로 뺐다.


쿠쿠쿠쿠쿠쿵-


그리고 얼마 안 가 적막함이 흐르던 길목이 요란한 굉음으로 뒤덮였다.

도심 속에 나타나 주변을 아수라장으로 만들던 거대한 암석 거인은, 몸이 처참하게 토막이 난 채로 땅바닥 위에 널브러졌다.

녀석의 난동을 완전히 잠재운 정현은 그제서야 손잡이에서 뿜어져 나오던 칼날을 거두며 조용히 이야기했다.


"끝났군."

"D-No.4의 생체 반응, 현재 확인되지 않습니다. 상황 종료인 것 같네요."

"······."


정현은 말없이 폐허가 된 길을 쭉 돌아보더니 멀뚱멀뚱 서 있던 우혁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혼자서 상황을 끝낸 정현이 조용히 다가오자, 우혁은 그가 내뿜는 분위기에 압도되었는지 식은 땀을 흘렸다.

오후에 길거리에서 만나 친한 척을 하며 환하게 웃던 연예인으로서의 그의 모습과 거침없이 D-No.4를 썰어버리며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자랑한 BLADE로서의 그의 모습이 겹치며 두 모습 사이에 느껴지는 극명한 분위기의 차이가 도드라지고 있었다.


"······."

"······!"


어느 새 우혁의 코 앞까지 다가온 정현.

그러나 그는 여전히 말없이 조용히 우혁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우혁은 일단 먼저 그에게 감사 인사를 하기로 하곤, 고개를 꾸벅 숙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가···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어요."

"······."


우혁이 감사를 표했지만, 정현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어느 새 우혁의 앞에 도착한 그는 조용히 우혁을 쳐다보기만 했다.

당황한 우혁은 급격히 어색해진 분위기를 어떻게든 환기시키려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 정현 씨가 아니었으면 저는 지금쯤······ 어휴······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네."

"······."

"그··· 그나저나 정말 잘 싸우시던데요? 너무 잘 싸우셔서 그걸 보느라 정신이 팔려가지고······."

"······."


우혁은 필사적으로 대화를 이어나가려고 머리 속에서 떠오르는 대로 막 집어 던지듯 이야기를 내뱉었다.

그러나 그의 노력에도 야속한 정현은 대꾸조차 하지 않으며 대화의 맥을 툭툭 끊고 있었다.

그런 그의 반응에 덩달이 본인의 맥도 툭툭 끊겼는지, 우혁이 힘이 빠진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어··· 어쨌든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로······."

"······억지로 말 안 걸어도 돼요."

"······!"


그 때, 우혁의 말을 가로막듯, 조용히 있던 정현이 뜬금없이 입을 열었다.

우혁이 억지로 자신에게 이야기를 하던 것을 눈치 챘는지, 그는 목소리를 낮게 깔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제가 이야기를 안 한다고 해서 굳이 먼저 말을 걸어주지 않으셔도 돼요. 오히려 그게 더 불편하니까."

"그··· 그게······."

"그리고 아까 오후엔 미안했어요. 초면에 제가 실례를 한 것 같은데. 뭐, 이유를 설명하자면 길어질 것 같아서 나중에 시간이 나면 이야기하겠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료로만 보던 동료를 사적인 자리에서 만난 게 좀 신기해서 그런 거였어. 좀 오버를 하긴 했지만. 여튼 오후에 있었던 일은 미안해요."

"······?"


그러다가도 갑자기 오후에 있었던 일을 사과하는 정현의 이야기에, 우혁은 도저히 정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는 듯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첫 만남에서는 그에게 친근하게 다가왔던 정현이 다시 만났을 때는 자신과 미지의 말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싸우고, 오후와는 정 반대로 지나치게 날이 서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싸움이 끝나고 자신이 감사를 표시해도 이를 무시하더니 갑자기 오후에 있었던 일에 대해 사과하기까지.

온탕과 냉탕을 자주 넘나드는 그의 분위기, 그의 생각을 도저히 종잡을 수 없었던 우혁은 그를 살짝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연예인 서정현'의 이미지가 박살이 난 순간이었다.


"여튼··· 먼저 가봅니다."

"······아, 네. 이··· 이따 봐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작별 인사를 한 정현은 순식간에 그의 눈 앞에서 사라졌다.

인사를 다 받기도 전에 떠난 그의 태도,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던 우혁은 살짝 불쾌함을 느꼈는지 무전을 1:1 모드로 전환하더니 미지에게 조용히 이야기했다.


"미지 씨. 정현 씨··· 원래 저렇게 좀··· 특이해요?"

"그··· 그렇긴 하죠. 좀 별난 분이에요."

"아니 뭐라고 해야 되나······ 방송에서의 이미지랑은 완전 딴판인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저히 모르겠고. 말투도 뭔가 이상하고······."

"다른 멤버 분들도 다들 그렇게 이야기하시더라구요."

"······아 참! 그러고 보니!"


답답한 마음에 미지에게 하소연을 하던 우혁은 뭔가 생각이 났는지 그녀에게 물었다.


"그··· 혹시 바로 본부에 복귀해야 하나요? 잠시 약속이 있어서 가봐야 할 것 같은데······."

"일단 상황이 종료되었으니 부회장님께 상황 보고를 해보시는 게······."

"그래. 복귀해도 좋아. 수고했네."

"······!"


그 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태필의 목소리가 무전을 타고 들려오자, 미지와 우혁이 화들짝 놀랐다.


"부··· 부회장님?"

"잠시 숙소에서 쉬고 있었는데 비상 상황이 걸리더군. 그래서 급하게 왔는데 다행히 우혁 군과 정현 군 덕분에 상황을 빨리 마무리가 된 것 같아 다행이야."

"운이 좋았어요. D-No.4가 나타난 곳에 저랑 정현 씨가 있었으니······."

"그나저나 우혁 군은 약속 때문에 연양 1번가 쪽에 있었던 건가?"

"아, 네. 후배들을 만나러 왔어요."

"후배라면 영준 군 이야기인가?"

"네. 영준이가 오늘 퇴원을 한다고 해서 만나기로 했었거든요. 그래서 저녁을 같이 먹으려고 했는데······."


태필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던 우혁은 연양 타워에서 자신을 찾고 있을 영준과 세연의 모습이 떠올라 후배들에게 미안함을 느꼈는지, 말끝을 흐리며 아쉬운 감정을 드러냈다.

그러자 태필은 걱정 말라는 듯 이야기했다.


"하필 눈치 없이 D-No.4가 나타났다 이거군. 좋아. 일단 출동한 초동조치 부대가 곧 도착할 테니, 현장은 이제 신경 쓰지 말고 다시 볼 일 보도록 해. 사람들한테 들키지 않게끔 변신 잘 풀고."

"가···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가이슬레인 멤버가 전부 모이게 되었으니, 자네가 복귀하는 대로 전파사항을 전달할 테니 미리 알아두고 있어. "

"전파사항이요?"

"그래. 현재까지 포착된 가이아스의 동향, 작전 전개 방향, 그리고 팀 단위 합동 훈련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싶네. 뭐, 간단하게 이야기할거니까 너무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고. 영준 군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어서 가보도록 해."

"알겠습니다.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태필에게 허락을 받은 우혁은 무전을 끊고 곧바로 연양 타워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보세요. 영준아, 어디에 있냐?"


위급상황이 해제되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인파로 북적거리던 연양 타워 근처의 사거리.


어느 새 변신을 해제한 우혁은 밀려드는 사람들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핸드폰으로 영준과 통화를 하며 그가 있는 위치를 찾고 있었다.

그와 통화하고 있던 영준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는지,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오던 그의 목소리가 불안정하고 힘겨워 보였다.


"형! 저희 여기 지하도에 있는데···! 아이고! 사람이! 너무···! 많네요!"

"지하도?! 몇 번 출구로 가면 돼?"

"으··· 일단 7번 출구 쪽으로 오세요······! 금방 올라갈게요!"

"어 그래! 이따 보자!"


겨우 통화를 마친 우혁은 영준과 세연이 올라올 7번 출구 쪽으로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계속해서 밀고 밀리는 사람들을 보며 만약 D-No.4가 연양 1번가로 가지 않고 이 곳에서 난동을 부렸다면 벌어졌을 일을 상상하곤 소름이 돋았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면서 그런 끔찍한 일이 벌어지지 않게끔 가이아스와 싸우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란 것을 다시 한 번 자각하며 자부심을 느꼈다. 왠지 모르게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간 우혁은 그렇게 목적지로 향했다.


시간이 지나 마침내 7번 출구에서 만난 세 사람은 그제서야 숨을 돌리고 있었다.

우혁은 지쳐 보이는 영준과 세연에게 곧바로 사과했다.


"미안······ 말도 없이 사라져서 많이 놀랐지?"

"아우 얼마나 놀랐는데요! 갑자기 지진이 나질 않나, 괴물이 나타났니 어쩌니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질 않나, 화장실 갔다 온다고 한 형은 말도 없이 사라지질 않나. 진짜 놀랐다니까요?"

"선배님한테 전화를 했는데 받질 않으셔서 무슨 일이 생긴 거 아닌가 싶었어요."

"미안해. 핸드폰 배터리가 아슬아슬해서 꺼놨었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네. 미안해 얘들아."


우혁은 정말로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두 사람에게 거듭 사과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자신을 걱정해주는 후배들을 속였으니.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비슷한 일이 생길 때마다 후배들에게 거짓말을 해야 되기 때문에 우혁은 고개를 숙이며 정중하게 사과했다.

그러자 영준이 화들짝 놀라며 우혁을 말렸다.


"혀, 형! 그··· 그렇다고 고개를 숙이실 필요까진 없어요!"

"맞아요 선배님. 사람이 누구나 실수도 할 수 있고 그런 건데 그렇게 미안해 하실 필요는······"

"아니. 그냥 내가 하고 싶어서 그래. 너희한테 너무 미안해서."

"형, 저흰 괜찮아요.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네?"

"······."


우혁이 자신들을 속여서 미안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던 영준과 세연은 미안해하는 우혁을 보고 마음이 아팠는지 괜찮다며 우혁의 자존심을 세워주려고 했다.

그런 착한 후배들의 배려심 깊은 행동을 본 우혁은 더욱 가슴 한 켠이 무거워졌다.

그는 후배들의 위로에도 좀처럼 입을 열지 못했다.

기가 죽은 그의 모습을 보다 못한 영준이 화제를 돌리기 위해 이야기를 꺼냈다.


"아! 그나저나, 아까 그 레스토랑 다시 가면 음식 줄라나? 아직 계산도 안 하긴 했지만."

"글쎄··· 나도 이런 경우는 처음인데······ 선배님은 혹시 이럴 때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어? 그··· 나도 잘 모르는데."

"아, 어쩌지. 일단 그 쪽으로 가봐야 할 것 같은데. 사람이 이렇게 많아서 들어갈 수가 있을는지······."


일부러 레스토랑 이야기를 꺼내며 화제를 돌리려 한 영준의 마음을 이해한 우혁은 이렇게까지 자신을 걱정해주고 생각해주는 후배들의 마음을 더 상하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내가 곱창 맛있게 하는 집 알고 있는데. 거기로 가자. 내가 사줄게."

"엥? 괜찮아요 형? 오늘 제가 사드리기로 했는데······."

"에이, 너가 돈이 어디 있다고. 내가 살게. 세연이는 곱창 어때?"

"곱창 좋죠! 솔직히 전 레스토랑보단 곱창이나 삼겹살 이런 게 더 좋더라고요. 남자친구는 그것도 모르고 레스토랑을 고른 것 같지만!"

"아 진짜 또 이러네··· 이쯤 되면 여자친구가 아니라 원수 아니에요 형?"

"그만 싸우고. 그럼 곱창 먹으러 가는 걸로 정한 거다? 알았지?"

"네! 선배님!"

"얄밉다 진짜······."


침울했던 분위기가 다시 밝아지자, 우혁은 마음을 진정시키며 여러 가지 감정이 섞인 미소를 지었다.

후배들을 속이는 것에 대한 죄책감, 그러면서도 후배들을 지킨다는 자부심, 자신을 격려해주는 착한 후배들이 있다는 것에 대한 뿌듯함까지.

한 마디로 정의를 내릴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어딘가 씁쓸해 보이는 그의 미소를 통해 느껴졌다.


그러나 지금은 후배들과 다시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 할 때.

우혁은 그 복잡한 감정과 생각은 잠시 잊기로 하고, 자신을 따라오는 후배들을 안내하며 사람들로 가득 찬 사거리를 빠져나갔다.


한 차례 소동이 벌어진 도심 위 밤하늘은 유난히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같은 시각.

어디에 있는지 모를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붉은 안광이 빛났다.

그와 동시에, 기괴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지구인 녀석들······ 제법이구나······."




잘 부탁드립니다. 작가 메일 : [email protected] 작가 트위터 : https://twitter.com/serazmd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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