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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코끼리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구단주의 EPL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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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클롭
작품등록일 :
2024.02.16 16:26
최근연재일 :
2024.05.11 01:35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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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39,485

작성
24.04.11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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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70화. Ep. 24 : 아이들의 눈으로...

DUMMY

70화.


&



엘로우 트리 아카데미와 윌로 파크 아카데미의 친선 경기 당일.

다행히 오늘은 날씨가 아주 좋았다.

조금 쌀쌀하긴 해도 비가 오는 것보다 훨씬 낫지.

그나저나 희연이 녀석은 아까 출발했다고 하더니, 대체 언제 오는 거야?

곧 경기가 시작할 텐데.

간단한 소품이라 직원 시켜서 보내주면 될 것을 굳이 자기가 직접 가져다주겠다고 하니, 뭔가 고마우면서도 찝찝하다.

마이클 씨는 경기 시작 전 아이들에게 포지션 교육과 더불어 안전 사고에 대해 이야기 중이었다.

슬슬 도착 하지 않으면 경기가 시작해 버릴 텐데.

그럼 급하게 부탁한 일도 모두 허사가 되어 버린다.

학교로 들어오는 진입로로 흰색 포드 승용차 한 대가 꺾어져 들어왔다.

희연이의 차였다.

잠시 후. 차에서 내린 희연이는 상자를 들고 독기 어린 표정으로 나를 쏘아보았다.


“시간이라도 넉넉히 주고 부탁을 하든가. 다음에 또 이러면 진짜 가만 안 있는다.”


이번에는 내가 무리해서 부탁한 게 맞았기에 뭐라 반박할 거리도 없었다.


“고맙다. 나중에 꼭 보답할게.”

“됐어. 나도 옛날에 부모님 몰래 사고 쳤을 때 오빠 도움 받았으니까. 빚 갚은 셈 치지 뭐.”


웬일이래? 희연이가 이렇게 기특한 말도 할 줄 아는 아이였나? 살짝 감동인데?


“근데 그냥 직원 시킬 것이지. 왜 여기까지 직접 가져온 거야?”

“그야 다 이유가 있어서 그렇지.”

“이유?”


나의 물음에 희연이의 시선이 운동장에 있는 아이들에게로 향했다.


“오, 제법 귀여운 아이들이 많네.”

“너 혹시 그쪽 취향이었냐?”

“뭐라는 거야. 근데 급한 거라고 그렇게 난리더니. 그렇게 가만히 서 있어도 돼?”

“아, 맞다.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그럼. 조심히 가라.”

“나 지금 안 갈 건데?”

“왜?”

“나 여기 있으면 안 돼?”

“되긴 해. 근데 왜?”

“대답해야 돼?”


하긴 그건 또 그렇네?

아이들 축구 관람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니까.

실제로 아이들의 부모를 비롯해 근처 주민들까지 경기장 주변에서 아이들을 응원 중이었으니까.


“같이 가자. 감독님이랑 아이들 소개해 줄게.”


잠시 후.

희연이는 공장 직원들과 함께 만든 손목 보호대를 아이들에게 채워주었다.

손목 보호대에는 아이들의 이름이 박혀 있었다.


“다치지 말고. 힘껏 뛰다 와.”


새하얀 손목 보호대는 조금 있을 시합에서 곧 더럽혀지겠지만 거기에 묻은 흙먼지와 잔디색은 그만큼 열심히 뛰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생각지 못한 선물에 아이들이 기뻐하던 그때 마이클 감독이 아이들을 집중 시켰다.


“이제 곧 윌로 파크 아카데미와 경기를 치르게 된다. 지금까지의 전적으로 따지면 확실히 힘든 경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다들 긴장되나?”


마이클 감독은 아이들의 표정을 한명 한명 살피며 빙긋 입꼬리를 올렸다.


“걱정마라. 상대는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을 테니까.”

“정말요?”

“이기는 게 당연했던 팀은 패배를 두려워 한다. 하지만 패배에 익숙한 팀은 두려울게 없지. 너희가 오늘 경기에서 진다면 여태까지 쌓아 올린 패배 전적에 겨우 1패를 쌓을 뿐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긴다면? 너희는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것이다. 그게 언더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지.”

“언더 독이요?”

“그래. 언더 독. 감독인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지. 약자도 언젠가 강자를 이길 수 있는 법이니까.”

“감독님은 그게 오늘이라고 생각하세요?”


선수 중 내년에 졸업 예정인 학생이 물었다.

마이클 감독이 대답했다.


“오늘이 아닐 수도 있지. 하지만 난 오늘일 거라 믿는다. 실은 너희가 찬 그 손목 보호대에는 한 가지 마법이 걸려 있단다.”

“마법이요? 어디에요?”

“안 돼. 그 마법은 지금 보면 효력이 사라지거든. 그러니까 지금은 절대 건드리면 안 돼. 몰래 보는 것도 당연히 안 된다.”

“앗!! 그럼. 언제 알 수 있어요?”

“너무 힘들고 지쳐서 경기를 포기하고 싶을 때, 그때 보호대를 풀어서 뒤집어 보렴.”

“그때는 이미 게임 끝났을 때가 아닐까요?”


아이들의 비관적인 질문에 마이클 감독은 그저 크게 웃어 보였다.


“축구는 종료 휘슬 불리기 전까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거야. 요셉. 항상 이야기하지만 너는 너무 포기가 빨라.”

“······. 이길 수 없는 경기에 끝까지 매달리는 건 너무 바보 같아요.”

“후후, 그래? 알겠다. 그래도 정말 그런 순간이 오면 보호대를 불러서 뒤집어 보렴.”

“네에.”


그때 내 곁에 있던 희연이의 혼잣말이 들렸다.


“저 아이. 내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이네.”

“너 자꾸 그런 위험한 말 할래?”

“어차피 여기서 한국말 알아듣는 사람 오빠밖에 없잖아.”

“너 여기까지 찾아와서 경기 보겠다는 거 분명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지?”

“글쎄? 후후.”


잠시 후.

엘로우 트리와 윌로 파크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힘내라!! 엘로우 트리!!”

“그냥 하던 대로 해. 윌로 파크!!”

“다치지 말고!!”


경기장을 둘러싼 학부모들의 응원 소리가 들려왔다.

평화롭다.

항상 매드 해터들의 성난 목소리만 듣다가 이렇게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축구를 바라보니,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기분이다.

이따 저녁이면 사우스 이스트의 데번에서 올덤 해터와 토키 유나이티드의 경기가 시작되겠지?


딱히 경기 내용이 걱정 되진 않았다.

세쿠와 얀도 거의 팀에 녹아 들었고, 오늘은 주장 스톤스가 골대를 지키고 있을 테니 더욱더 든든하다.

토키 유나이티드는 내셔널 리그에서도 중하위권의 약팀이기에 평소 대로의 올덤 해터라면 충분히 이기고 돌아올 것이다.


“원정 경기는 걱정 안 되십니까?”


경기를 바라보던 마이클 감독이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전혀요. 오늘 경기가 아니었으면 에밀의 경기를 보러 가셨을 겁니까?”

“하하, 아뇨. 웨일즈 근처라 반갑긴 하지만, 오늘 경기가 아니었어도 거기까지 쫓아가진 않았을 겁니다. 이제 에밀도 자신만의 축구를 해야죠.”

“아직도 에밀에게 죄책감을 느끼시나요?”

“······. 조금은요. 아주 없다고 할 수는 없죠. 그래도 에밀은 운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올덤 해터 같은 팀을 만났으니까요. 개막전 이후 여러 곳에서 연락이 왔었습니다. 대부분 리그1이나 챔피언쉽 팀이더군요. 그중에 프리미어 리그 팀도 한 곳 있었습니다.”

“정말입니까? 혹시 어디였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브라이튼 이었습니다.”

“브라이튼이요!?”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 (Brighton & Hove Albion FC)

무려 프리미어 리그 중 상위권 팀이다.

매해 리그 10위 안쪽은 무조건 기록하는 팀.

울브스와 더불어 프리미어 리그에서 빅 6의 우승 경쟁에 언제나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팀으로 아주 유명한 팀이다.


“와우, 브라이튼 정도면 꽤 마음이 흔들리셨겠는데요?”

“솔직히 아니라고는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경기마다 벤치에 앉아 있는 에밀을 상상하니,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우리 팀에서 그런 활약을 펼치는 에밀이 벤치 신세라. 잘 상상이 안 가는데요?”


그러자 마이클 감독은 내 말에 천천히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곳은 다를 겁니다. 내셔널 리그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지만 그곳에서 뛰는 선수들은 전부 자신의 국가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 상위 1%죠. 지금 에밀이 가진 잔재주가 통하지 않을 때가 있을 겁니다. 그럼. 바로 벤치에서 대기하거나 소속 2군으로 밀리게 되겠죠. 영국에는 그렇게 사라지는 어린 선수들이 많습니다.”


그때 윌로 파크 쪽에서 선제골이 터져나왔다.

침착한 패스 연결로 수비를 이끌어낸 윌로 파크가 마지막 최종 수비수인 요셉을 벗겨 내며 골을 넣은 것이다.


“이런. 이제 우리 경기에 집중할 때이군요.”

“그러게요. 첫 코칭 경기인데, 되도록 이기고 돌아가고 싶습니다.”

“다들 힘내!! 이제 겨우 한 골 먹혔을 뿐이다!! 우리도 넣으면 돼. 잊어버려!!”


윌로 파크의 감독 역시 아이들을 칭찬하며 경기는 훈훈하게 진행 되었다.

확실히 명성만큼 윌로 파크 아이들은 경기를 수월하게 풀어나가는 편이었다.

침착함이라고 해야하나?

감독의 훈련 방식일지 몰라도 무리한 돌파를 하기 보다 패스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편이었다.

그냥 경기를 봐도 우리와 상대의 패스 횟수가 확연하게 차이가 나고 있었다.


“조금 끌려가고 있네요.”


안전한 패스를 주로 돌리면 경기의 템포가 떨어지고 선수들은 지치기 마련이다.

패스를 중간에서 끊어줄 만한 키 플레이어가 필요한데.

아니. 그것도 힘든가?

윌로 파크의 경기력 수준은 아이들 경기 치고 꽤 높은 편이었다.

안전한 패스로 볼을 뒤로 돌리고 상대를 끓어 당겨 뒷공간을 노린다.

영국 축구의 아주 오래전 전술을 보는 것 같다.


“설마 저렇게 안전한 방법으로 경기를 운용할 줄은 몰랐네요.”

“이미 아이 때부터 성인들의 축구를 학습하는 거겠죠.”


훌륭하네.

애들 경기라고 대충 하는 건 없다는 건가?

아마 상대 감독도 마이클 씨와 마찬가지도 프로 선수 출신일 것이다.

20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1쿼터에서 엘로우 트리 아카데미는 3:0으로 패배했다.

아이들은 매우 실망한 표정이다.


“이제 겨우 1쿼터 끝났는데, 표정들이 왜 그러냐. 아직 경기는 많이 남았어. 2쿼터 선수들 얼른 필드로 들어 가.”


그렇게 시작된 두 번째 쿼터.

이번에는 우리 쪽 흐름이 나쁘지 않았다.

상대의 패스 미스를 가로채 위협적인 상황을 만들어 내더니 결국 골을 넣었다.


“와아아아앗!!!!”

“이야아아아!!”


한번 흐름을 타기 시작하자 엘로우 트리도 무섭게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경기가 제법 재밌게 흘러가고 있었다.

이렇게 보니 마이클 감독이 추구하는 전술 스타일도 조금 엿볼 수 있었다.


“토탈 사커를 좋아하시는군요.”

“현대의 모든 축구의 기본이기도 하죠. 하나의 포지션에 국한 받지 않는 선수의 멀티 화.”

“그런 생각을 가진 분께서 에밀에게는 너무 혹독했던 것 같은데요?”

“으윽. 아픈 곳을 찌르시는 군요. 사실 이곳에 부임되기 전에 톰 감독님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도움을 많이 주셨죠.”


아하, 어쩐지. 어디서 많이 본 전술 같더라니 톰 감독 전술의 응용 버전이었나?

2 쿼터 결과는 엘로우 트리 아카데미의 2:1 승.

그렇게 아이들이 다시 돌아오고 1쿼터 경기에 나갔던 아이들이 다시 3쿼터를 준비했다.

아직 1쿼터 때 패배의 충격에서 가시지 못했는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아이들이 필드로 나서던 그때.

마이클 감독이 아이들을 불러 세웠다.


“이번 경기에서 두골차 이상 벌어지면 그때는 손목 보호대 안쪽을 봐도 된다.”

“어? 정말요?”

“그래. 요셉.”

“네? 감독님.”

“너는 특별히 지금 보도록.”

“네!? 저만 지금요? 왜, 왜요?”

“그래.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기 전에. 어서.”


마이클 감독의 명령에 왼쪽 손목에 착용했던 보호대를 벗겨낸 요셉은 그 안에 적혀 있는 무언가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감독님 이게 정말인가요?”

“그래. 그러니까 조금만 더 힘을 내보렴.”

“네. 알겠습니다.”


갑자기 기합이 단단히 들어간 요셉은 돌아서더니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연재가 늦어 죄송합니다.

요즘 다른 연재도 준비 중이라 조금 힘드네요.

곧 즐거운 주말입니다.

독자님들 모두 금요일 힘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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