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변태코끼리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구단주의 EPL 생존기

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펩클롭
작품등록일 :
2024.02.16 16:26
최근연재일 :
2024.05.11 01:35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158,908
추천수 :
4,332
글자수 :
439,485

작성
24.04.09 17:17
조회
1,000
추천
39
글자
12쪽

69화. Ep. 24 : 아이들의 눈으로...

DUMMY

69화.


&


영국 아이들의 축구는 단순하다.

단순하지만, 규칙은 성인 무대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아이들에게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주기 위해 전, 후반이 아닌 쿼터제를 도입하고 있고, 한 번 교체되어 들어온 선수가 다음 쿼터에 다시 들어갈 수도 있었다.

또한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따로 갈라놓지 않아, 다 같이 함께 뛸 수 있었다.

마이클 씨는 이곳에서 축구의 기본기를 가르치며 아이들과 생활하고 있었다.


“어? 혹시 올덤 해터의 미스터 정 아닌가요?”

“그래. 맞아.”


몇몇 내 얼굴을 알아본 아이들 덕분에 수업은 편하게 진행되었다.

이번 주말에는 윌로 파크 아카데미와 친선 경기가 있기에 연습 중인 아이들의 표정은 꽤 진지해 보였다.


“그렇지. 패스를 하면 멈춰 있지 말고, 앞으로 달려. 그래. 그거야.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고!!”


마이클 씨는 필드 위의 선수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에밀과의 훈련 영상에서 항상 거칠고 엄격했던 그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 보였다.


“에밀 선수와 훈련하던 때랑은 전혀 다른 모습인데요? 원래 이렇게 자상하셨나요?”


“제가 그래 보입니까? 돌이켜보면 저는 에밀에게만 유독 엄하게 굴었던 것 같습니다. 에밀은 어렸고, 어느 정도에서 만족할 줄도 알았어야 했는데. 지금은 후회가 많습니다.”


“아들이 프로 무대에서 축구 선수로 살아가는 것에 걱정이 많으셨겠죠. 이해하고, 또 존경합니다. 한국에도 그런 아버지가 있죠. 아들을 축구 선수로 훌륭히 키워내 지금은 월드클래스 반열에 올려놓은 사람입니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손승민 선수의 아버지를 이야기하는 겁니다.”


“아, 손승민 선수의 아버지 일화는 워낙 유명해서 축구 팬이라면 대부분 다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많이 공감이 가더군요. 에밀에게도 손 선수의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었습니다.”


“손 선수는 19살 때 독일 함부르크에서 뛰었습니다. 그 시절 국가 대표였지만, 아버지와 독일에서 아주 힘든 시기를 보냈죠. 에밀과 상황이 비슷하지 않나요? 물론 저희 올덤 해터는 함부르크보다 덜 알려진 클럽이긴 하지만···.”


“그래도 에밀에게 충분한 기회와 이렇게 올덤에서 우리 가족이 함께 살 수 있는 곳을 마련해 주셨죠. 전부 당신 덕분입니다.”

“아뇨. 저는 그저 운이 좋은 사람이죠.”


그때 등 뒤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거기 두 분. 이곳에서 프로 리그 이야기는 금지입니다.”


허클리 교장 선생이었다.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휴, 정말이지. 아이들이 다치지 않게 두 분이 집중하셔도 모자랄 판에···. 아이가 다치면 책임져야 하는 건 감독님만이 아니에요. 요즘 어린아이를 둔 부모들이 얼마나 극성맞은 줄 아세요?”

“알죠. 조심 하겠습니다.”


뿔테안경을 손가락으로 올리며 매서운 눈으로 우리를 힐끗 쳐다본 그녀는 다시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대체 언제부터 보고 있었던 거야?


“아이들 걱정도 걱정이지만, 허클리 선생님은 이번 주말 경기 꼭 이기고 싶을 겁니다.”

“윌로 파크 아카데미와의 경기 말인가요?”

“다른 선생님한테 들었는데, 윌로 파크 아카데미는 허클리 교장 선생님의 친언니가 운영하는 학교라고 하더군요. 안타깝게도 엘로우 트리 아카데미는 윌로 파크와의 경기에서 항상 졌다고 하던데, 아무튼 그래서 윌로 파크랑 경기가 가까워지면 허클리 선생님도 신경이 꽤 날카로워져서 모두 몸을 사리고 있습니다.”


언니가 운영하는 학교에서 항상 지는 팀이라···.

이번 주말 경기에서도 지면 화가 잔뜩 오르겠는데?

그때 한 아이가 걷어 올린 볼이 우리 쪽을 향해 날아왔다.

힘이 실리지 않고 두둥실 날아오는 볼을 가슴으로 받아낸 나는 가볍게 무릎으로 트래핑 한 뒤, 그대로 걷어차 아이에게 돌려 주었다.


“우와아아.”

“오, 볼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은데요? 혹시 예전에 축구를 하셨습니까?”

“고등학교 때까지만요.”

“기본기가 좋으시군요.”

“아닙니다.”

“그럼. 우리도 아이들과 섞여 패스 연습을 도와줄까요?”

“네. 알겠습니다.”


그날 저녁.

그래도 함께 올덤에서 지내게 되었기에 저녁이나 같이할 겸 나는 동생들이 머무르는 집을 찾았다.

2층 구조로 이루어진 저택에서 2층은 희연이가, 1층은 승우가 쓰고 있었다.


거실로 들어서자, 승우는 소파에 앉아 플레이 스테이션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최근 새로 출시된 FC 25였다.

방송 중인지 혼자 중얼중얼 떠들어대며 카드 팩을 까고 있었는데, 별로 좋은 선수가 나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대체 음바페, 홀란드. 손흥민은 언제 뜨는 거냐고. 니미럴!! 아오. 외데고르는 몇 번째 뜨는 거야!!!”


그때 가벼운 옷차림으로 계단을 내려오던 희연이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왔어?”


핫팬츠에 헐렁한 스웨터 차림으로 어깨선이 그대로 보이는 희연이의 모습은 10월 중순임에도 한여름이랑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안 춥냐?”

“그래서 스웨터 입었잖아.”

“그렇구나. 저녁은 뭐 먹을래?”

“그냥 배달시켜 먹자, 나간다고 옷 갈아입기 귀찮아.”

“정승우. 넌 어쩔래?”

“나도 배달 음식 찬성.”


······.

뭐지? 이 녀석들 지금 나보고 알아서 시키라는 건가?

싸늘해진 분위기를 읽었는지 승우가 내 눈치를 슥 살피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메뉴는 뭐로 하면 돼?”

“알아서 아무거나 시켜.”


그러자 주방 쪽에서 희연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피자. 미트 스파게티도 같이 시켜줘.”

“간만에 인도 커리나 시켜 먹을까 했더니. 형도 피자 괜찮아?”

“응. 커리 먹고 싶으면 다른 곳에서 따로 시켜. 내 것도 하나 주문해 주고.”


자켓을 벗어 소파에 올려놓으니 아직 방송 중인 화면이 보였다.

아예 거실을 자기 개인 방송 공간으로 꾸며 놨네?

그때였다.


[오, 코만동님 형님 등판!?]

[나이스 가이. 어서 오십시오.]

[에밀 선수. 요즘 활약이 장난 아니던데, 어떻게 데려오신 겁니까?]

[혹시 올덤 해터에 한국 선수는 필요 없나요? 영입 계획이 없으십니까?]


“영입을 하고 싶어도 취업 비자가 안 나옵니다. 물론 데려온다고 해도 선수 입장에서는 영국 내셔널 리그에서 뛰느니, 분데스리가나, 세리에 A에서 뛰고 싶어 하겠죠?”


[아, 생각해 보니 그렇겠네요. 친절한 답변 감사합니다.]

[심심하시면 동생분 대신 카드 한번 뽑아보세요.]

[ㄱㄱㄱ. 형님분 팩 까기 갑시다.]

[흐름이 끊기면 안 되지. 얼른 눌러주세요.]

[X 버튼 눌러서 프리미엄 골드 팩 포인트로 까기 누르면 됩니다.]


내가 왜 이런 것까지 해야 하는 걸까?

잠시동안 고민했지만, 그래도 이들도 올덤 해터를 응원해주는 팬들이기도 하니까.

그렇게 패드를 잡고 버튼을 누른 순간.

뭔가 새하얀 배경이 뿜어져 나왔다.


[어어? 흰색?]

[흰색이라고!?]

[씨발!! 미쳤다.]


그리고 이어지는 뱃지 안에 익숙한 국기가 떠올랐다.

브라질이다.


[브라질!!!! 씨바!!]

[포지션 어디냐!?]


ST?

스트라이커라는 뜻인가?

설마?


[설마!?]

[안돼!!!]

[오 마이 갓.]


퍼어어엉!!!

화면 가득 새하얀 배경 사이로 잠시 후 한 남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브라질···. 아니. 그냥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스트라이커이며 전성기는 짧았지만,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그저 신이라 불리었던 선수.


[호돈신 떴다!!!]

[호나우두라고!?]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형이 왜 여기서 나와!?]

[이건 사기다.]

[호나우두가 한방에 나왔다고!?]

[지렸다. 팬티 좀 갈아입고 올게요.]

[ㅆㅂ. 될놈될이라더니.]

[오오, 초심자의 행운 미쳤다.]


“형. 커리랑 피자 다 시켰···. 끄어어어어어어어어억.”


[코만동 놀란 거 봐. 저건 찐이다.]

[당장 형님께 그랜절 박으세요.]

[개 부럽다. 난 400만원 박았는데도 아이콘 한 장 안 뜨던데. 이게 게임이냐. 도박이냐.]

[400은 좀 심했네.]

[코만동씨도 지금까지 한 500 쓰지 않았나?]

[코만동 심장마비 왔나? 아까부터 움직이질 않아.]


“처음 봐.”

“뭘?”

“지금까지 게임 하면서 한 번도 안 떴던 호나우두가 어떻게 형이 한방에···. 말도 안 돼.”

“고마우면 저녁밥은 네가 사라.”


[저건 사야지.]

[나라면 일 년 내내 밥 산다.]

[와씨. 이건 너무 부럽자나!!! 나도 저런 형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형은 BJ 별풍선 쏠 때나 딸깍질 하는데, 이건 완전 클래스가 다르다.]


잠시 후. 식사 배달이 오자 승우는 자신의 핸드폰으로 방송을 이어 나갔다.


“오빠. 밥 먹을 때는 좀 조용히 먹지?”

“이것도 다 홍보야. 우리들 저녁 뭐 먹는지 궁금하시다잖아. 너 말조심해. 여기 카메라에 다 찍힌다.”

“······.”


[코만동 잘한다!!]

[동생분이 매우 미인이십니다.]

[우리도 입조심해야 함. 한수 그룹 법무팀에서 고소장 받기 싫으면···.]

[이미 늦은 듯. 위에 동생님 칭찬하신 분은 조만간 경찰서 가시겠네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피자랑 커리? 이게 대체 어느 나라 조합인가요?]

[의외로 괜찮을지도? 영국에서 먹는 인도 요리가 그렇게 맛있다던데?]

[영국에 인도 요리가 유명하다고요? 왜요?]

[거기엔 슬픈 사연이 있음.]

[대영제국 시절에 인도인들 노예로 죄다 데려감.]

[헉···.]

[세계사에서 굵직한 사건들이 터질 때 영국을 찍으면 90%가 정답일걸?]


식사 전에는 투덜거리긴 했지만, 희연이는 이내 구독자들 채팅은 신경 쓰지 않고, 피자만 오물오물 씹어 삼켰다.

나 역시 피자를 커리에 찍어 조용히 식사를 즐기기로 했다.

그때 호나우두를 뽑은 것에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 한 승우가 구독자들에게 자꾸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호나우두 엔진 바르면 좋나요? 헌터를 발라야하나요?”


선수는 뽑았으면 그걸로 끝이 아닌가? 뭘 바른다는 거지?

그래도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성격이라 승우에게 물으니, 선수에게 특성 카드를 보태면 세부 능력이 올라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재밌네. 특성 카드로 선수의 모자란 부분이나, 특화된 부분을 더 끌어 올려 줄 수 있다는 거지?

우리 선수들도 그런 특성 카드로 세부 능력을 올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이들이라면 충분히 상상력을 발휘해서 모티베이션을 끌어 올릴 수도 있는데, 머리가 굳어진 성인들에겐 무리겠지.


“잠깐만···.”

“응?”

“왜?”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내 말에 승우와 희연이가 동시에 나를 바라보았다.


“아냐. 잠깐 생각 좀 하느라. 식사 마저 해. 난 잠깐 연락할 곳이 있어서.”


자리를 벗어난 나는 승우 방에서 마이클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조금 전 떠올린 생각을 그에게 전해주었다.


“재미있는 생각이네요. 아마 경기 당일 아이들에게 전해주면 좋아할 것 같습니다. 근데 경기 당일까지 시간이 촉박한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마이클 씨의 질문에 나는 문틈 사이로 희연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괜찮을 것 같네요. 그럼. 일요일 경기 전까지 준비해 두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재 구단주의 EPL 생존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7 77화. Ep. 27 : 최고의 팬 서비스. +3 24.05.11 272 15 12쪽
76 76화. Ep. 27 : 최고의 팬 서비스. +3 24.05.08 415 21 14쪽
75 75화. Ep. 26 : 올더숏 FC. +7 24.05.03 620 26 13쪽
74 74화. Ep. 26 : 올더숏 FC. +6 24.04.25 747 23 12쪽
73 73화. Ep. 25 : 부모 욕은 못참지. +7 24.04.19 862 36 12쪽
72 72화. Ep. 25 : 부모 욕은 못참지. +4 24.04.18 795 26 12쪽
71 71화. Ep. 24 : 아이들의 눈으로... +5 24.04.15 894 28 13쪽
70 70화. Ep. 24 : 아이들의 눈으로... +4 24.04.11 980 29 12쪽
» 69화. Ep. 24 : 아이들의 눈으로... +2 24.04.09 1,001 39 12쪽
68 68화. Ep. 24 : 아이들의 눈으로... +4 24.04.08 1,063 38 13쪽
67 67화. Ep. 23 : 다가오는 FA 컵. +4 24.04.07 1,076 37 12쪽
66 66화. Ep. 23 : 다가오는 FA 컵. +1 24.04.06 1,119 31 12쪽
65 65화. Ep. 22 : 바닛 FC. +4 24.04.05 1,144 31 13쪽
64 64화. Ep. 22 : 바닛 FC. +3 24.04.04 1,217 34 12쪽
63 63화. Ep. 21 : 다시 만난 게이츠 헤드 FC. +3 24.04.03 1,213 37 12쪽
62 62화. Ep. 21 : 다시 만난 게이츠 헤드 FC. +1 24.04.02 1,249 34 12쪽
61 61화. Ep. 21 : 다시 만난 게이츠 헤드 FC. +3 24.04.01 1,312 36 12쪽
60 60화. Ep. 20 : 소튼이라는 이름의 보물 창고. +3 24.03.31 1,419 51 12쪽
59 59화. Ep. 20 : 소튼이라는 이름의 보물 창고. +4 24.03.30 1,404 46 14쪽
58 58화. Ep. 19 : 등 번호 5번. +5 24.03.29 1,455 45 13쪽
57 57화. Ep. 19 : 등 번호 5번. +6 24.03.28 1,529 46 15쪽
56 56화. Ep. 19 : 등 번호 5번. +3 24.03.27 1,597 51 12쪽
55 55화. Ep. 18 : 레드 카드. +6 24.03.26 1,599 55 12쪽
54 54화. Ep. 18 : 레드 카드. +7 24.03.25 1,666 52 12쪽
53 53화. Ep. 18 : 레드 카드. +5 24.03.24 1,777 61 12쪽
52 52화. Ep. 17 :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12 24.03.23 1,781 70 12쪽
51 51화. Ep. 17 :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3 24.03.22 1,778 66 14쪽
50 50화. Ep. 17 :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9 24.03.22 1,792 66 13쪽
49 49화. Ep. 16 : 레알 소시에다드. +9 24.03.21 1,825 63 12쪽
48 48화. Ep. 16 : 레알 소시에다드. +5 24.03.20 1,840 66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