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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코끼리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구단주의 EPL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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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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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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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68화. Ep. 24 : 아이들의 눈으로...

DUMMY

68화.


&


스톡 포트와의 후반전.

어차피 지면 뒤가 없는 토너먼트 경기이기에 데이브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카드 5장을 전부 사용했다.

최전방 공격수를 제외하고 미드필더 3명과 양쪽 윙을 교체.

라인도 상당히 올려 압박 축구의 정석을 보는 듯했다.


그에 대비 톰 감독은 후반에 제이미를 빼고 폴을 넣어 3백을 구성하고 양쪽 윙을 하프 라인까지 올려 허리를 단단히 하는 전술을 보였다.


3-4-1-2 형태의 포메이션으로 라인을 내린 톰 감독의 전술은 진짜로 치고받는 게 무엇인지 보여 주는 교과서와도 같았다.

경기는 거의 우리 편 사이드에서 진행되었지만, 여간해선 슛 찬스가 나질 않았다.


반면 스톡포트는 라인을 올린 만큼 뒷공간이 허술했고, 세쿠는 라인 브레이킹에 특화된 빠른 발을 가진 선수였다.


후방에서 얀이 송곳처럼 정확하게 패스를 찌르자, 세쿠가 수비 라인을 붕괴 시키며 볼을 받아냈다.

롱 패스를 대비해 골대를 두고 올라와 있던 키퍼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골대로 돌아가!!!”


데이브 감독이 외쳤지만, 키퍼는 세쿠에게 붙어 볼을 커트하기 위해 달려갔다.

그 순간.

세쿠는 오른쪽 대각선 텅 빈 공간 아무도 없는 자리에 볼을 찔러 넣었고, 곧이어 스톡 포트의 선수를 뚫어내고 루즈 볼을 차지한 샘이 길게 볼을 치며 상대의 빈 골대로 향했다.


투욱.

가볍게 산책하듯 볼을 밀어 넣은 샘이 세쿠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관중들에게 호응을 유도했다.


“세쿠 이 자식!! 이제 우리 팀에 완전히 적응했구나.”

“나이스 어시스트. 세쿠!!”

“샘 포스터. 멋지다!!”


3점 차까지 벌어지자, 데이브 감독도 더 이상 똑같은 표정을 유지하기 힘들었는지 잔뜩 인상을 찡그렸다.


처음 스톡포트 카운티와 붙는다고 했을 때 안 좋은 기억이 떠올라 조금 불안했었는데, 이미 우리는 스톡 포트와는 완전히 다른 레벨의 팀이 되어 있었다.


‘이렇게 보니 새삼 게이츠 헤드가 대단하게 느껴지네.’


데이브 감독은 겉으로 보기엔 베테랑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앨리엇 감독의 전술보다 한참 아래인 수준이었다.


후반 3점 차로 전의를 상실한 스톡포트 선수들은 이미 반쯤 경기를 포기한 상태였고, 우리는 기세를 몰아 두 골 더 터뜨리며 5:0이라는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


이렇게 FA 컵. 첫 경기를 가볍게 승리 한 우리는 홈팬들의 뜨거운 환호 속에서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


***


“지난 FA 컵 이후로 세쿠 선수와 얀 선수의 유니폼 판매량이 약 3배 정도 급증했다고 하네요.”

“오, 좋은 소식이네요.”


유니폼 판매량은 선수들의 인기를 증명하는 가장 단순한 지표이다.

현재 우리 팀에서 부동의 유니폼 판매량 1위는 델레 알리였고, 2위로는 샘 포스터, 3위는 에밀이었다.


델레 알리야 워낙 유명한 선수이고, 실제로 경기를 뛸 때마다 상당한 영향력을 보이고 있기에 당연한 결과였지만, 에밀의 경우는 이제 겨우 10경기를 뛴 선수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었다.


팬들 역시 에밀의 재능과 스타로서의 가능성을 눈치챘다는 방증이다.


그런데 여기에 세쿠랑 얀까지 유니폼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니, 굉장히 좋은 소식이었다.


“근데, 이번 시즌은 지난 시즌 같은 시기에 비해 다른 선수들도 유난히 유니폼 판매량이 늘었네요? 역시 팀 성적이랑 FA 컵 효과 때문일까요?”


그러자 로지는 입가에 살포시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


“물론 그것도 그렇긴 한데, 팬들 사이에서 이번 시즌 어웨이 유니폼 반응이 너무 좋습니다. 홈 유니폼보다 어웨이 유니폼이 판매량에서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요.”


확실히 그랬다.

홈 유니폼은 팀의 상징이다.

그래서 전체적인 컬러에 큰 변화는 없지만, 여태까지 단 한 번도 어웨이 유니폼이 홈 유니폼의 판매량을 앞선 적은 없었다.

그런데, 하필 올해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매우 인정하기 싫지만. 희연이가 마지막에 건드린 색 조합과 디자인 덕분이라고 해야겠지.’


아, 이러면 다음 시즌에 희연이에게 또 부탁해야 하잖아?

그 여우 같은 녀석이 순순히 내 부탁을 들어줄 리 없겠지?

스미스 씨에게 종종 소식을 듣기로는 올덤 지역의 모자 장인들에게 거의 친손녀 같은 대우를 받으며 완고한 그들을 단번에 휘어잡았다고 하던데···.

그 애교 섞인 모습에 스미스 선수의 동생 애니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고 한다.

희연이가 애교를? 정말 지구가 종말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게 사실인가 보다.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는군.

오히려 속이 거북해지는 느낌이다.


“보스? 괜찮으세요? 안색이 별로 안 좋으신데?”

“괜찮습니다. 아무튼 유니폼 판매량이 올라갔다는 건 좋은 소식이네요. 경기 티켓 수익도 괜찮고요.”

“작년에 대비 250% 성장입니다. 노스 리그에서도 그랬지만, 이번 내셔널 리그에서도 올덤 해터의 티켓 판매량은 리그 1순위입니다. 덕분에 스타디움 배너에 광고 문의도 꽤 늘어났어요.”


선수 영입에 돈이 꽤 들긴 하지만, 팀이 강해지고 성적을 낼수록 부가적인 수익이 늘어가는 구조.

이제 1년 정도 클럽을 운영해 보니 조금씩 노하우가 쌓이는 느낌이다.

패트릭은 다음 주부터 깁스를 풀고 재활 치료에 들어갈 예정이고, 재활이 마치면 당연히 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아니지. 이미 절반 정도는 합류한 상태긴 하다.

요즘엔 부츠 룸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 몰라도 마이어에게 듣기로 선수들이 자주 들락거리는 모양이다.


“FA 컵 본선 1라운드는 다음 달에 열릴 테니 리그 경기에 다시 집중하면 되겠군.”

“벌써 10라운드라니, 시간 참 빠르군요. 다음 경기 상대는 토키 유나이티드라 들었습니다. 데번이면···. 이번에도 원정길이 매우 멀겠네요.”

“사우스 웨스트 잉글랜드는 정말 시골 중의 시골이지. 혹시 힘들다면 이번 원정은 나와 마이어에게 맡겨도 상관없네. 원정 경기까지 따라다니는 구단주는 아마 자네밖에 없을 거야.”


톰 감독님의 지적에 회의실 직원들을 저마다 웃음을 터뜨렸다.


“물론 자네가 함게 해준다면 심심하진 않겠지만, 티미가 유독 자네 말을 잘 듣지 않는가? 허허.”

“저 역시 함께 원정 경기에 참여하고 싶지만, 이번 주말에는 저도 중요한 경기가 있어서 함께 하지 못할 것 같네요.”

“중요한 경기? 자네에게 중요한 팀이 우리 말고 또 있던가?”

“안타깝지만 하나 있습니다.”

“으음?”


톰 감독님과 마이어는 동시에 로지를 바라보았고, 그녀 역시 자신도 모른다는 듯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어느새 점심시간이 다 되어가네요. 다들 식사 맛있게 즐기시길 바랍니다.”

“자네는 같이 안 가나?”

“저는 따로 가볼 곳이 있어서요.”

“오늘따라 비밀이 많군.”

“딱히 비밀은 아니고, 부츠 룸에 좀 가보려고 합니다.”

“거긴 왜? 설마 자네도 그 패트릭의 카드 점에 관심 있나?”


카드 점?

그건 또 무슨 해괴한 짓이지?


“카드 점이라고요? 저는 처음 듣는데요?”

“요새 선수들 사이에 인기가 제법이더군. 지난 FA 컵 경기 때 스톡포트 스코어를 정확히 맞췄다고 하더군. 거기다 세쿠가 첫 골을 넣을 것까지 예언했다는데, 신기하게 경기에서 모두 들어맞았다지 뭔가.”

“설마요. 하하. 우연이겠죠.”

“물론 그렇겠지만, 5대 0이라는 스코어가 결코 쉽게 나오는 스코어는 아니었을 텐데, 말이지.”


그러자 감독님의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마이어가 의자를 끌어당기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사실 마이어의 할머니가 생전에 이 지역에서 굉장히 유명한 주술사셨어요.”

“······.”


그래서 저보고 뭘 어쩌라는 겁니까.


“저는 그런 미신보다 선수들 개개인의 실력과 노력으로 이루어 낸 성과라고 생각하는 게, 팀 발전에 더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하는데요.”

“······. 하하. 물론 그렇죠. 저는 여기까지만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럼.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다들 식사 맛있게 하세요.”


***


똑똑.


“이런. 안 그래도 마침 식사하려던 참인데, 손님이 오셨군요. 들어오시죠.”


들어가지 않았다.


“······. 혹시 보스. 당신입니까?”

“네. 접니다.”

“후후후.”


뭐지 이 불쾌한 웃음소리는?


“결국 보스도 소문을 들으셨군요.”

“네. 뭐, 여기서 이상한 카드 점을 친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이상하다니요. 타로는 과학입니다.”

“정확히 어떤 부분이 과학이죠?”

“······. 안으로 들어오시면 자세하게 설명드리죠.”

“그냥 짧게 뭐 하나만 물어보겠습니다.”

“말씀하시죠. 아 그 전에 먼저 계산은 치르셔야 합니다만···.”


나는 지갑에서 10파운드 지폐 한 장을 꺼내 문틈 사이로 밀어 넣었다.


“당신의 고민을 말씀하세요. 저는 당신의 친구입니다.”

“패트릭 선수.”

“노우. 저는 대마법사 멀린의 후예 멀릭입니다.”

“좋습니다. 멀릭.”

“대마법사···.”

“그래요. 대마법사 멀릭. 제가 이번 주말. 어린이 축구 경기 코치를 맡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면 좋을까요?”

“······. 너무 간단한 질문이군요.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보세요. 그럼 자연스레 답이 나올 겁니다.”

“그러니까. 그 답을 좀 듣고 싶은데요.”

“아이들의 눈. 아이들의 시선. 거기에 답이 있습니다.”

“그냥 환불해 주세요.”

“오호우,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씀을.”

“그럼. 이제부터 패트릭 선수 앞날에 그 어떤 말도 안 되는 일들이 펼쳐질지 기대해 주세요.”


그러자 문틈 사이로 조금 전 넣었던 10파운드 지폐가 도로 튀어나왔다.

괜히 시간만 버렸네.

내가 대체 뭘 기대했던 걸까?


***


다음 날 오후.

올덤 시 외곽에 있는 한 초등학교.

엘로우 트리 아카데미는 예전에 내가 처음 올덤에 왔을 때 지냈던 숙소와 가까운 곳에 있었다.

학교 이름처럼 주변에 은행나무가 많았는데, 마침 가을이라 그런지 주변이 온통 노란 은행잎으로 뒤덮인 아름다운 곳이었다.


영국은 초등학교라 할 수 있는 아카데미가 작은 도시에도 여기저기 꽤 많이 분포되어 있었는데, 그만큼 전교생 인원이 적기에 학교도 대부분 1층 건물로 아담한 수준이었다.


“오셨습니까. 미스터 정.”


입구에 들어서자, 한 남자가 친근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나 역시 그를 보며 빙긋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면 저랑 마이클 씨가 보통 인연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올덤에 그 많은 아카데미 중에서 어떻게 여기로 코치 실습을 나오신 겁니까?”

“글쎄요. 저도 좀 황당하네요. 그래도 아는 분이 감독을 맡고 있으니 든든하네요.”


마이클 램지.

에밀의 아버지는 아내와 함께 이곳으로 이사 온 뒤, 곧바로 새로운 직장을 얻었다.

초등학교 축구 감독.

프로 선수로 뛴 경력이 인정되었고, 때마침 엘로우 트리 아카데미에서 아이들의 축구를 봐주던 자원봉사자가 그만두게 되며 그 자리에 마이클 씨가 들어가게 되었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지도자 라이센스 과정 Lv.2에는 실제 경기에서 코칭 경험이 2회 있어야 한다는 조건 때문이다.

레벨 2까지는 아직 초급 과정이기에 이렇게 아이들 경기의 코칭도 기관에서 인정해 주고 있었다.


“짧은 기간이지만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램지 감독님.”

“곧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이 그라운드로 나올 겁니다. 그때 정식으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올덤에서의 생활은 어떠신가요?”

“무척 좋습니다. 물론 아내도 마음에 들어 하고요. 에밀도 훈련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와 세 가족이 함께 있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요?”

“에밀 선수도 경기마다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고 있고요.”

“하핫!! 그게 아버지로서 가장 행복하긴 합니다. 이야기 들어보니 이번 원정은 상당히 먼 곳으로 가더군요.”

“이번 원정 경기는 빠지게 되었지만, 제가 없어도 충분히 잘하고 돌아올 거라 믿습니다.”


그때였다.


“램지 씨.”

“아, 허클리 선생님.”


빨간 뿔테안경을 쓴 중년의 부인은 나를 향해 입꼬리를 올리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두 분 교내에서 내셔널 리그에 대한 이야기는 금지입니다. 여기는 아이들이 축구를 배우는 곳이에요. 제 말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꽤 도도해 보이는 허클리라는 여성은 나를 한번 쓱 쳐다본 뒤 이내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누군가요? 저 메리포핀스 같이 생긴 여성분은?”

“이곳 엘로우 트리 아카데미 교장 선생님입니다.”

“아···.”


어쩐지 그럴 거 같더라.


“이쪽으로 오시죠. 아이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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