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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최근연재일 :
2024.09.20 06:30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44,570
추천수 :
1,046
글자수 :
629,500

작성
24.07.01 06:30
조회
290
추천
8
글자
12쪽

제 8 장 엉뚱하게 휘말린 싸움과 헤어짐

DUMMY

괴나리봇짐에 삐죽 튀어나온 하얀 천을 짊어진 세 명의 장한이 관도를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다.


7척 거한과 6척 장한 둘, 오랜 시간 걸어온 듯 백의의 옷은 먼지로 누렇게 변색 되어있었다.


이들은 아침 일찍 길을 나선 팽욱과 친구들인 나원평, 혁린천 세 사람.


“야! 린천! 어깨에 그 쇳덩어리, 이름이라도 붙인 거냐?”

“뭐? 쇳덩어리!!!··· 이름?··· 이름이 있어야 하는 거냐?”


쇳덩어리란 말에 울컥 화가 나 따지려던 그는 생각해보니 힘들게 만든 애도에 아직 이름도 지어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머리를 긁적였다.


그 모습이 한심스럽다는 듯 혀를 끌끌 차는 팽욱.


“쯧쯧, 자고로 유명한 사람에게는 유명한 검이나 도가 있는 법이야, 장비가 쓰던 검은 사모라 하고 관운장이 쓰던 도는 청룡언월도라 부르지 않냐.”


“아~ 그, 그러냐.”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난제를 녀석이 내밀자 혁린천은 말을 더듬으며 당황해했다.


힘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으나 머리 쓰는 일이라면. 무슨 이름을 지어야 할까 고민하는 혁린천의 모습은 마치 큰곰이 작은 쥐를 앞에 두고 어떻게 요리해 먹을까 고민하는 듯 우습게 보였다.


웃음이 목까지 차올랐지만 불같은 녀석의 성질을 잘 알기에 꾹 눌러 참았다.


고민하던 혁린천, 갑자기 버럭 화를 내더니 돌을 냅다 걷어찼다.


“에이, 모르겠다. 야! 욱!! 도무지 좋은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네가 많이 배웠으니 지어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팽욱은 히죽 웃으며 말했다.


“의천도(義天刀)!! 어떠냐?”

“의천도?”

“그래, 의천구세도(義天救世刀)라 지으려다 이름이 너무 길면 불편하니. 흐흐~ 짧게 그렇게 명명하는 것이 좋지!”


“세상을 의로써 구원하는 도다, 뭐 이런 말이지!”

“그래, 하하!”


듣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던 그는 손뼉을 치며 활짝 웃었다.


“하하! 좋아! 그렇게 하자, 그런데 원평 너는, 너는 짓지 않냐?”

“녀석들 참, 나··· 이미 생각해 둔 게 있지”


생각해 둔 게 있다는 말에 쫑긋 귀를 기울이는 둘.


“의천우정검(義天友情劍)!”

“에이~ 뭐야! 그건 방금 지었던 의천도에 우정이란 말만 더 붙인 거잖아!”


“왜? 그게 어때서!”


나원평 역시 팽욱이 말하기 전까진 별생각이 없었으나 팽욱이 제안한 의천이란 뜻에 우정을 가미해 부르면 좋겠다는 생각에 즉석에서 명명했던 것. 도용을 따지려던 팽욱은 생각해보니 그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에 피식 웃으며 넘어갔다.


애도의 이름을 얻게 된 혁린천, 기쁨에 주절주절 혼자 실없이 웃으며 걸었다.


한바탕 이름과 관련된 주제로 웃고 떠들다 보니 어느새 뉘엿뉘엿. 땅거미가 지고 어둠이 밀려들었다.


어둠에 덜컥 두려움이 든 셋. 산적이 출몰한다고 했던 과객들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그제야 눈 크게 뜨고 찾았지만, 도무지 보이지 않는 주점, 일행의 걸음은 어둠에 비례해 점차 속도가 빨라졌다.


"아~씨!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캄캄하고 배도 고프고, 죽겠네!"

“분명 지나가던 아저씨가 고개 넘으면 있다고 했는데···”

“어? 야! 저기! 불빛!!”

"어디, 어디! 그래, 희미하지만 분명 불빛 맞다!"


거의 동시에 나온 떨리는 목소리. 멀리 언덕 너머로 여우 불처럼 작고 빨간 불빛이 바람에 흔들흔들 비쳐들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흙먼지가 일도록 빠른 걸음으로 불빛을 향해 뛰어가는 세 사람. 백 여장의 거리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들이 빨간 등이 걸린 객주에 닿은 건 체 일각 여도 걸리지 않았다.


서로 일등으로 들어왔다며 낄낄거리던 셋은 불이 꺼져 쥐 죽은 듯 고요한 객주의 적막에 순간 웃음기가 싹 가셨다.


또 떠오른 강도 이야기. 가장 맏형인 나원평이 쭈뼛쭈뼛 다가가 주점 나무문을 쾅쾅 두드리자 잠시 뒤 호롱불과 함께 누구냐며 묻는 목소리에 이어 얼굴을 빼꼼 내밀어 살펴보는 늙수그레한 얼굴의 노인, 셋의 얼굴을 확인하곤 안심이 되었는지 활짝 열고 반갑게 맞이했다.


"오, 젊은 이들이었구려. 어떻게 오셨소?"

"오늘 밤 쉬어갈 수 있을까요?"

"물론이지. 이렇게 초라해 보여도 명색이 객점인데. 흐흐~"


허리가 반으로 굽은 노인, 잠자리에 들었다가 깼는지 긴 하품에 눈꺼풀을 연신 비벼댔다.


히죽 웃으며 안내하는 노인의 얼굴엔 악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셋 역시 안심에 긴장의 끈을 풀었다.


"식사는 무엇으로 하면 좋으려나?"

"소면으로 하는 것이 좋겠지?"

"그것 가지고 요기가 될까?"

"이 시간에 다른 요리를 준비하려면 시간 많이 걸려."

"그래, 간단히 먹고 쉬자!"


의견일치가 되자 등에 진 봇짐과 몽둥이처럼 싼 도, 검을 끌러 바닥에 내려놓고 의자에 앉자.


"그럼, 술은 무엇으로 할려?"

"죽엽 청주 한 병 주십시오."


주점은 한적한 곳이라 그런지 내부에 4인용 탁자 4개와 의자가 전부였고 창문은 벽에 하나 주먹만 한 게 붙어 있는데 막힌 붙박이 창이라 열 수 없게 되어있는데 빛이 들어오는 창이 작은 창 하나라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침하기 짝이 없었다.


"이거 뭐, 꼭 귀신 나올 분위긴데!"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다고 그런 소릴 하냐."

"무슨 소리야, 얼마 전 집에서 귀신 소릴 들었단 말이야!"

"덩치는 커다란 놈들이 허이구~ 웃기는 작작해라."


주방에서 타닥타닥 튀기는 소리와 도마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이어 노인의 걸걸한 목소리가 섞여 흘렀다.


"여기서 얼마 전에 어떤 젊은 여자와 어린애가 자살했는데 이렇게 바람 없고 달도 없는 날이면···”


이윽고 주방을 박차고 나온 노인, 흰자위 허옇게 뜨고는 소면과 안줏거리, 죽엽 청주를 내오며 계속 주절댔다.


“···잠잘 때 제일 악해 보이는 사람에게 흰옷 입고 나타나 자신과 아이는 억울하게 죽었다며 하소연한다 그랬다더군."


말하는 노인의 표정, 가히 예술적이다.

순진한 셋은 말에 속았는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할아버지, 그 말씀 사실이에요?"


동그랗게 눈을 뜬 팽욱의 질문에 노인이 정색하며 마주 봤다.


"왜? 청년이 평소에 나쁜 짓을 가장 많이 한 모양이구려?"

"와! 진짜 귀신이다. 어떻게 그걸 맞추셨지?"


나원평이 장단 맞추며 낄낄 웃었다.


"나? 내 평생 여기서 살았는데 한번 여기서 묵었다 가신 손님치고 다음에 지나칠 때 그냥 가는 분이 없었어."


"왜요?"

"먹어 보면 알겠지만 첫째 음식 맛에 뽕 가고 둘째 내 입담에 넋을 잃고 셋째 귀신에게 혼백을 빼앗기니 이 얼마나 기가 막혀!”


"혼백을 빼앗겼는데도 좋다고 해요?"


웃으며 던지는 나원평의 넋두리에 노인은 눈웃음치며 흘겼다.


"말로 뺏기니 너무 좋아서 그런 것 아니겠어! 헐헐헐!"

"와~ 하하하! 그도 그렇겠네요."


늦은 밤, 셋뿐인 손님 앞에 밝은 표정의 시골 노인은 걸쭉한, 입담을 구수하게 풀며 피로에 지친 일행을 즐겁게 해주었다.


한바탕 웃음 뒤 식사를 마치고 안쪽 숙소로 잠을 청하러 들어갔다.


한동안 불을 때지 않은 방이라 그런지 눅눅하고 곰팡이 냄새로 퀴퀴했다.


한참 인상을 찌푸리며 훑어보던 팽욱.


"찝찝해서 잠 잘 수 있겠냐?"

"선택의 여지가 없잖아! 어떻게 해! 할 수 없지"


입이 한자나 나온 둘을 향해 나원평이 한마디 했다.


"그럼, 우리 밖에서 잘까?"

"아, 아냐! 됐어, 자면 될 거 아냐! 자자!"


구시렁구시렁, 결국 이불을 뒤집어쓴 둘, 처음 맞이하는 낯선 객지의 잠자리에 모두 쉬 잠들지 못했다.


몸은 피곤한데 잠은 오지 않고 멀뚱멀뚱,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지 부모님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어머니, 몸 건강히 계셔야 해요! 아버지 금방 찾아갈게요.’

‘아버지! 꼭 성공해서 큰돈 벌어가겠습니다.’


‘천지신명이여! 친구들 건강하도록 돌보아 주시고 앞길에 행운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인도해주세요.’


엎치락뒤치락 잠을 설친 셋은 결국 늦잠에 빠져 해가 중천에 뜬 뒤에야 부스스 눈을 떴다.


창호 벽지로 비쳐든 햇살, 부지런한 나원평은 어느새 일어났는지 빈자리만 보이고 가장 늦게 일어난 팽욱이 기지개를 켜며 느릿느릿 방문을 열고 나왔다.


"아함! 잘 잤다!"


잠이 덜 깨 연신 하품하며 느릿느릿 우물가로 갔다.

도롱박과 통나무로 만든 대야가 나란히 놓여 있는 우물가. 대야에 물을 담고 평소 습관대로 웃통을 훌러덩 벗으며 세수하는 순간. 어디선가 날카롭게 찔러 드는 범상치 않은 기운에 멈칫. 재빨리 돌아봤다.


괴이하게 생긴 늙은 중이 자신을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었다.


낡은 회(灰)의 장삼에 왜소한 덩치, 박박 민머리에는 밤송이처럼 뻣뻣한 털이 띄엄띄엄 자라있고 어디서 입은 상처인지 몰라도 머리에 기다란 검상이 선명했다.


‘뭐야, 저 땡중! 기분 나빠 죽겠네!‘


속으로 투덜대며 물기를 닦아 낸 그는 힐끗힐끗 돌아보며 언짢은 시선을 보냈는데도 불구, 계속 뚫어지게 쳐다보기에 참다못해 퉁명스레 한마디를 던졌다.


"스님! 왜, 절 그렇게 뚫어지게 보시는 거죠?"

"아미나불! 가슴에 차고 있는 그것은 무엇이냐? 아미나불!"


아미나불? 생김새도 괴이한 괴승이 처음 듣는 괴상한 염불을 말끝에 붙여 중얼거렸다.


게다가 자신의 질문엔 대답 없이 대뜸 반문하고 하지만 명색이 배운 자식이기에 꾹 참았다.


"이건 제가 어릴 때부터 차고 있던 것입니다."


별 의심 없이 대꾸하던 팽욱은 아차 싶어 은패를 황급히 가린 뒤 물러섰다.


그러자 갑자기 벌떡 일어선 괴승은 허공을 미끄러지듯 날아 어느새 그의 앞에 섰다.


"아미나불! 네 나이 얼마나 됐느냐?"


귀신같은 몸놀림, 자신의 능력으론 흉내조차 내기 어려운 상승무공이 틀림없다.


말로만 듣던 무시무시한 무림인? 두려움이 물밀 듯 밀려왔지만 꼼짝할 수 없었다.


"갑, 갑자년생으로 이제 열여덟입니다."


열여덟이란 말에 더욱 눈이 커진 괴승, 벗은 그의 상체를 유심히 살폈다.


"아미나불! 왼쪽 가슴의 반점, 언제부터 있었던 것이냐?“

“바, 반점이요?”


엉겁결에 반문하며 주춤 물러섰다.

하지만 거기까지.

칼날 같은 신광이 전신을 동아줄로 꽁꽁 옭아맨 듯 쪼여와 움쩍달싹할 수 없었다.


어떻게 사람 눈빛이. 고개 돌려 피하려 했지만, 전혀 말을 듣지 않는 그의 몸. 천천히 다가들며 꼬치꼬치 캐묻는 괴승의 음성이 마치 저승사자 같았다.


오싹 소름이 돋았다.


"묻지 않았느냐?"

"어, 어릴 때부터요 (당연한 것 아닌가?)"

"어디서 오는 길이냐?"


두려움이 심장을 쿵쿵 뛰게 했지만, 순간 가슴 저 밑에서 알 수 없는 오기가 치밀었다.


"제, 제가 왜 그걸 말해야 하죠?"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금방이라도 때려죽일 듯 험상궂은 인상으로 변한 괴승. 덜컹! 이때 닫혔던 옆문이 열리며 또 다른 괴승의 얼굴이 비쳤다.


열린 문 사이 비쳐든 괴승의 눈빛, 깊이를 알 수 없는 무저갱의 묵 빛이었다.


"아우! 잠시 들어와 보게!"

"왜요, 형님!"

"글쎄 할 말 있으니 들어와 봐!"


짜증 섞인 말투, 잠시 팽욱을 뚫어지게 노려보던 괴승은 투덜투덜 혼잣말로 구시렁거리다 뚜벅뚜벅 사라졌다.


들어가기 직전 다시 쏘아보는 눈빛, 마치 전신이 홀라당 발가벗겨진 듯한 기분에 섬찟했다.


두렵고 더러운 기분.

서둘러 옷을 챙겨 입은 그는 부리나케 두 친구가 있는 식당으로 달려갔다.



"형님! 형님도 보셨소?"

"봤네!"

"아이 가슴에 있는 반점과 목에 걸고 있는 은패, 틀림없는 그 아이요! 갑자년생이니 나이도 18세, 딱 들어맞지 않소?"


두 사람은 바로 육대수, 육대화 괴불이선 형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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