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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님의 서재입니다.

단천문(檀天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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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최근연재일 :
2024.09.19 06:30
연재수 :
110 회
조회수 :
43,793
추천수 :
1,030
글자수 :
623,744

작성
24.06.06 06:30
조회
382
추천
9
글자
11쪽

5-2

DUMMY

그렇게 무서운 곤장이 계속 엉덩이에 떨어지는데도 정작 맞는 사람은 입술만 꽉 깨물 뿐 비명 한번 지르지 않았다.


어느덧 20대가 넘는 곤장이 작렬했다.


하지만, 그의 입은 여전히 요지부동.


"지독한 놈!"


때리던 장정들이 오히려 지쳐, 숨을 할딱이며 집사장 눈치를 살폈다.


이 순간 그의 얼굴은 악귀나찰과 같았다.


"계속해! 자식들아! 네가 죽나 내가 죽나 한번 해 보자!"


황구는 충혈된 눈을 부릅뜨고 장소광과 주변에 둘러선 하인들을 향해 무서운 살기를 내뿜었다.


모두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리고 있는데 마침 돌아온 장씨, 처참한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어이! 진, 장! 저기 오는 장가 붙들어 와!"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집사장은 일체의 존칭도 삭제한 채 꽥 소리 질렀다.


장씨가 끌려오자 그동안 내색 없이 무덤덤했던 장소광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


"형틀 하나 또 있지?" "예···."

"있어 없어!" "있습니다!"

"지금 당장 가서 가지고 와! 어서!"


사태가 엉뚱한 방향으로 튀자 정말이냐며 주춤하는 장정들.


"너희도 맞고 싶은 게냐! 갖고 오라면 갖고 올 것이지 언제부터 물어보고 했느냐!"


지적받은 장한은 불똥이 자신에게 튈까 무서워 부리나케 창고로 뛰어갔다.


황구는 무릎 꿇은 장씨를 가자미 눈으로 노려봤다.


"어제 분명 장가 당신에게 소광이를 시켜 여기 이 독에다가 물을 담아 놓으라고 했어, 안 했어?"

"해, 했습니다." "분명 맞지?" "예!"


사람들의 입에서 순간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놈, 장가가 내 지시를 개떡으로 알아들었는지 하나도 하지 않고 퍼질러 아침까지 자고 있었어! 이걸 어떻게 생각해!"

"예? 설, 설마··· 무, 무슨 착오가 있었겠지요."

"착오는 무슨 얼어 죽을 착오!"


장씨를 심문하던 집사장 황구는 벌떡 일어서더니 막 설치한 형틀에 장씨를 묶으라. 호통쳤다.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장정 셋이 달려들어 그를 형틀에 꽁꽁 묶어 놓았다.


그리고는 장소광에게 다가가 다시 한번 들릴 듯 말듯 나지막한 음성으로 말했다.


"너! 이실직고해! 분명 하지 않고 자빠져 잤지!"

"아, 아, 아니야!"

"이 자식이 상황이 이렇게 됐는데도 끝까지 우겨! 좋다 네놈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 어디 한번 해 보자. 툇!!"


집사장 황구는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내 분명 장가 당신에게 이 일을 시켰는데 저놈이 저렇게 발뺌을 하니 어쩔 수 없어!"


사악한 미소가 그의 입가를 맴돌았다.


"장씨 또한 책임이 없다 할 수 없으니 곤장 10대에 처한다. 진, 이! 인정사정 보지 말고 어서 쳐라!"


곤장을 들고 있던 진, 이라는 장한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며 때리려 하지 않았다.


"이놈들이 감히 나를 무시하는 거냐?"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그는 곤장을 곧장 뺏어 형틀에 묶인 장씨를 마구잡이로 패대기 시작했다.


퍽! 퍽!


"으악! 아이고, 아이고 나 죽네!"


나이 50을 넘긴 초로의 노인네가 무지막지한 매를 감당할 수는 없는 노릇. 겨우 2, 3대 맞았을 뿐인데 엉덩이에서 줄줄 흐른 피가 옷을 붉게 물들였고 잠시 뒤 정신마저 놓았는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멍하니 지켜보던 장소광의 눈에서 피눈물이 흘렀다.


"아, 아저··· 씨!"


꼼짝 않는 장씨 모습에 장소광의 얼굴과 손이 갑자기 시뻘겋게 변하며 터질 듯 핏줄이 툭툭 불거졌다.


그는 괴성을 지르며 온몸을 뒤틀었다.


그 소리가 어찌나 처절한지 소름이 오싹 돋은 사람들. 장씨를 패던 집사장 황구 역시 그의 괴성에 놀라 들었던 곤장을 내리지도 못하고 얼이 빠진 표정으로 서 있는데.


우드득! 팍!


장소광을 붙들어 놓았던 아이 손목 굵기만 한 동아줄이 뚝 끊어지며 사방으로 터지고, 벌떡 일어선 장소광이 집사장 황구에게 달려든 건 순간이었다.


깜짝 놀란 황구는 곤장을 냅다 장소광을 향해 던지고 달아났다.


“으아~!”


그러나 이성 잃은 장소광의 눈엔 보이는 게 아무것도 없었던 듯. 겨우 열 발자국도 떼지 못한 황구는 뒷덜미를 붙잡힌 채 번쩍 들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사, 살려 줘···."


정신없이 사정하던 황구는 순간 세상이 거꾸로 뒤 집어졌다가 빠른 속도로 하늘로 치솟더니 이내 빠른 속도로 땅이 가까워짐을 깨닫고 기겁을 했다.


쾅! 파란 불똥이 눈에서 번쩍 튀고 마른하늘에 수십 개의 별이 동시에 빙빙 도는 희한한 광경. 너무 아프고 괴로워 비명을 지르는 데도 소리는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떨어지며 입이 가장 먼저 땅에 닿아 성하게 붙은 이빨이 거의 없었다.


분이 풀리지 않은 장소광은 쓰러진 황구의 멱살을 번쩍 잡아 올리더니 죽일 듯, 매섭게 노려봤다.


그의 눈에선 정말 불꽃이 튀는 듯했다.


6척 장신의 사내가 5척 정도에 불과한 집사장을 들고 서 있으니 마치 어른이 아이를 갖고 노는 듯 보였다.


집사장은 아픔보다 무서움에 바들바들 떨며 무슨 말인가 하려다 침을 꿀꺽 삼키며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그러기를 일각 여 장소광의 눈에서 발산되던 무시무시한 살기가 거둬지고 언제 그랬냐는 듯 양같이 온순한 눈빛이 찾아 들었다.


"으, 으으···."


아직 화가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닌지 집사장을 거칠게 땅바닥에 패대기친 그는 곤장 틀에 묶인 장씨에게 다가가 밧줄을 풀고 그를 틀에서 내려주었다.


"네 이놈! 거기 꼼짝 말고 있거라!"


호통과 함께 언제 나타났는지 십여 명의 무사들이 우르르 그를 포위했다.


위아래 검은 무복에 용문양이 새겨진 옷을 입은 것으로 보아 호위무사들이 분명했다.


항상 아가씨와 장주 어른을 호위하며 지키는 그들이 왜 하인들이 머무는 이곳까지 출동한 것일까?


무사들이 일제히 검을 치켜들자 햇빛에 반사된 검광이 장소광의 눈을 순간 멀게 만들었다.


위기감을 느낀 것일까? 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포위한 무사들은 은밀하게 소광을 압박했다.


그런 그들을 매섭게 노려보는 장소광. 그의 모습은 정말 저 사내가 무술을 전혀 모를 뿐 아니라 정신마저 돌아 버린 그런 미친 사내일까, 의구심이 들도록 만들었다.


장원에 있는 호위무사는 일당백의 실력을 갖춘 고수들로 누구 하나 쉽게 물리칠 만만한 자가 없었다.


그런 고수들이 모여 진을 펼치니 그 위엄만으로도 오금이 저릴 정도. 이들 무사가 이처럼 신중한 검진을 펼치는 것은 지난 2년간 함께 기거하며 보여 준 장소광의 놀라운 신력(神力)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호위수장인 백천수가 붉은 수실이 달린 지휘봉을 흔들었다.


"네 이놈! 당장 무릎 꿇고 두 손을 머리 위에 얹어라!"


그의 명을 알아들었는지 장소광은 들었던 주먹을 풀며 서서히 돌아섰다.


순순히 따르는 그를 보며 안심한 호위무사 두 명이 천천히 그의 어깨를 잡아 제압하려 하자 갑자기 장소광이 오른발을 번개처럼 휘둘러 두 무사 정강이를 후려 차는 것이 아닌가.


“왁!”


무사들은 손도 못 쓰고 벌렁 나자빠지고 말았다.


모두 의외의 사건에 깜짝 놀라 주춤한 사이 장소광은 비호처럼 날아 다른 무사들을 향해 쇄도했다.


그러나 그들이 순간적으로 방심해서 당했던 것이지 실력이 낮아 당한 것은 결코 아닌바. 일시적으로 흐트러진 진은 순식간에 빈틈을 메우며 다시 에워쌌다.


기습 덕을 본 장소광은 잠시의 틈도 주지 않고 진의 중심에서 우측으로 신형을 옮기며 권과 장을 내질렀다.


내지르는 권과 장에서는 강맹한 경기가 윙, 윙, 사위를 찢어발길 듯 터져 중인들을 놀라게 했다.


팔에 실린 내력이 만만치 않음을 느낀 무사들은 감히 태만이 여기지 못하고 신중히 검진을 좁히며 한발 한발 압박해 들었다.


"정신이 없는 자다. 죽이지 말고 반드시 사로잡아라!"


호위수장 백천수의 명이 다시 떨어지자 무사들은 일사불란하게 내밀었던 검을 거두고 맨손으로 검의 진세를 유지한 채 장소광에게 다가섰다.


잠시 진공상태가 된 듯 적막하던 순간이 사라지고.


받아랏! 차앗!


각 방위의 홀수 방을 맡고 있던 무사들이 일제히 권을 내뻗자 무시무시한 권경이 사방에서 조여 왔다.


그와 동시에 짝수 방을 맡고 있던 무사들은 위로 도약함과 동시에 밧줄을 내뻗어 장소광의 손과 발, 목, 가슴을 뱀처럼 휘감았다.


장소광 또한 콧소리와 함께 온몸을 칭칭 감는 밧줄을 버티어 잡고는 뿌리치듯 휘둘렀다.


그러나 칭칭 동여맨 밧줄은 거대한 기둥에라도 묶여 있는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홀수 방 무사들의 주먹이 쇄도해 들어 장소광의 안면과 복부를 사정없이 가격했다.


장소광이 신력을 가진 사내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범인들을 상대했을 때이고 이와 같은 고수들을 상대했을 때에도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이들이 이렇게 사정없이 공격하는 것은 이 집 장주의 맏아들인 광무 도령의 특별 명령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크아악!"


그동안은 어지간히 맞아도 끄떡 않던 장소광도 내력이 실린 내가고수들의 주먹세례에 외마디 비명과 함께 무참히 나가떨어졌다.


"그만 하세요!"


갑자기 찢어질 듯 날카로운 고음이 장내를 진동했다.


장원의 홍일점인 아가씨가 언제부터 나와 있었는지 무사들 뒤에 오연(傲然)한 자세로 서 있었다.


두 손을 허리춤에 얹은 야무진 자세로 말이다.


"5살짜리 어린아이 지능 밖에 안 되는 불쌍한 사람을 명색이 내가 고수라는 사람들이 떼거리로 공격하면 되겠어요."

"영화야! 여기는 네가 나설 자리가 아니다."


언제 나타났을까 그의 오라버니 역시 그녀의 등장과 동시에 얼굴을 비쳤다.


"오라버니! 저 사람도 기다리는 가족과 친구, 친척들이 있을 것 아닌가요? 우리 집에 하인으로 들어온 사람도 아닌데 그렇게 막 대하시면 우리 모두 나쁜 사람들 아닌가요?"


평소 다소곳하기만 했던 아가씨가 저렇게 야무지고 똑소리 나게 말할 줄은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다.


"너는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는 것이냐!"

"제가 틀린 말을 했나 요! 왜 저 사람만 보면 모두 못 잡아먹어 난리를 치느냔 말이에요!"

"여기는 네가 나설 자리가 아니라고 했다. 저리 비키거라!"

"비킬 수 없습니다. 오라버니! 저 사람이 무사하기 전에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어요!"


소녀는 무사들을 밀치고 오히려 장소광 앞을 감싸며 막아섰다.


순간 얼굴과 몸 등을 난타당하며 퉁퉁 부어올라 겨우 눈만 게슴츠레 뜬 그의 두 눈에 맑은 이슬이 맺혀 흐르기 시작했다.


다친 모습을 애써 감추며 밝은 표정을 지으려는 것이 안쓰러워 보였다.


소녀가 막아서는 순간 5장 밖에서 지휘하던 도령 광무의 안색이 험악하게 변했다.


비키라며 거칠게 소리친 그는 동생이 말을 안 듣고 오히려 사내 곁에 더 바짝 다가가자 분노의 외침과 함께 순식간에 5장 거리를 압축해 날아들어 그녀의 뺨을 사정없이 갈겼다.


짝! 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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