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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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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최근연재일 :
2024.09.19 06:30
연재수 :
1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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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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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23,744

작성
24.06.0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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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4
추천
9
글자
12쪽

4-3

DUMMY

고개 숙인 그의 입에서 들릴락 말락 나지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장정들은 언제 가지고 왔는지 길이 4척에 굵기가 5촌에 달하는 박달나무 몽둥이를 하나둘 꺼내 들고 팽욱에게 다가왔다.


"우리도 양심이 있어 차마 소돈 도련님처럼 머리를 다치게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대신 네 몸이 그 역할을 대신해야 할 것이다."


철없는 아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실천에 옮기는 장정들의 모습에 팽춘길은 기겁했다.


"아니! 정말로 아이를 몽둥이로 패겠다는 말이요?"

"이놈이 그렇게 해도 된다고 죄를 달게 받겠다고 하지 않소!"

"안됩니다! 절대 안 됩니다!"


깜짝 놀란 팽욱의 어머니가 신발이 벗겨진 줄도 모르고 버선발로 달려와 대뜸 장한의 다리에 매달렸다.


“몽둥이로 때린다니 말도 안 되는··· 절대 안 돼요!”


팽춘길 역시 콧방귀를 뀌며 빌고 있는 어머니를 일으켜 세웠다.


"아버지! 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아들 믿잖아요! 아무 일 없을 테니 잠시 비키세요."


팽욱은 때리라는 듯 손을 흔들었다.


"안돼요! 절대, 안돼!"


절규하는 부인을 보며 팽춘길이 단호하게 말했다.


"몽둥이로 때려야 분이 풀리겠다면 좋소! 하지만, 3대 이상은 절대 허용할 수 없고 엉덩이만 허용하겠소."


팽춘길은 생각했다.


‘내가 겪어 봤지만 내 아들, 어지간한 몽둥이찜질은 몽둥이가 부러지면 부러졌지 다치거나 그러진 않을 거야.’


정리된 생각에 팽춘길은 자신 있게 말했던 것.


“뭐! 뭐라고?”


떠보려 한 말인데 아버지란 사람이 좋다며 오케이 하니 어안이 벙벙해진 건 외려 장정들. 사실 이들이 이렇게 몰려온 건 적당히 혼쭐내고 뒷돈이나 챙기려 했던 속셈인데 일이 참.


"후회하지 마시오! 우린 인정사정 봐주고 그런 사람들 아니오."


팽욱은 아버지 제안대로 장정들 앞에 엎드려 뻗쳤다.


“팽욱 아비! 당신 미쳤어요! 그게 애비된 자로 할 말이에요!”


말도 안 되는 제안을 수락한 아버지를 매섭게 다그친 어머니는 아버지의 손길을 뿌리치고 장년인에게 다시 매달렸다.


"안돼요! 하지 마세요!"


어머니의 하소연에도 불구, 장년인의 손은 무정하게 번쩍 들렸다.


그의 신호가 떨어지기 무섭게 옆에 서 있던 털북숭이 장한이 박달나무 몽둥이를 윙, 소리 나도록 휘둘러 가격했다.


"퍽!"


차마 그 모습을 눈 뜨고 볼 수 없었는지 사람들 모두 질끈 눈을 감고 현장을 외면했다. 지독한 놈들.


"아!"


공기를 가르며 매섭게 내려치는 몽둥이의 위세에 순간 부르르 떨며 긴장했던 팽욱은 막상 몽둥이가 자신의 몸을 강타하자 어릴 적 어머니 회초리 때리는 정도의 아픔밖에 느껴지지 않아 의아했다.


‘헤~에! 별것 아니네!’


그런데 이때.

어머니가 놀라 혼절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의 입에선 어머니라는 외마디 비명이 터졌다.


갑자기 터진 비명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쪽으로 모였다.


팽욱의 어머니가 아들이 무시무시한 박달나무로 엉덩이를 맞는 순간 놀라 정신을 놓고 만 것. 아픔을 느낄 사이도 없이 팽욱은 어머니 상세가 염려되어 벌떡 일어섰다.


"야 인마! 아직 두 대 남았는데 벌써 일어서!"


장한은 팽욱이 매에 못 이겨 달아나려는 줄 알고 박달나무를 번쩍 들어 인정사정없이 휘둘렀다.


몽둥이를 의식하지 못하고 행동하던 팽욱. 휘둘려진 몽둥이는 엉뚱하게 엉덩이가 아닌 그의 머리를 가격하는 큰 사고를 냈다.


"으악!"


지켜보던 황소돈이 놀라 비명을 지르자 어머니에게 달려가던 아버지가 깜짝 놀라 뒤돌아보았다.


팽욱이 피를 뿌리며 쓰러지는 것이 아닌가.


"이, 이게 무슨 짓이냐!“


팽춘길은 몽둥이를 치켜든 털북숭이 장한에게 달려들었다.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당신 자식이 갑자기 일어서서 그런 것이지."


털북숭이도 피가 튀는 순간 어쩔 줄 몰라 당황하고 있는데 그의 아비가 미친 듯이 달려들자 막는다며 엉겁결에 몽둥이를 휘둘렀는데.


퍽!! 아이고!


무방비로 옆구리를 맞고 나가떨어진 팽욱의 아버지. 머리를 정통으로 맞아 정신이 없었던 팽욱은 순간 눈이 팽 돌았다.


"이 나쁜 자식!"


털북숭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어어!"


엄청난 기세에 놀란 장한, 뒷걸음치다 돌에 걸려 넘어지며 몽둥이를 떨구고 말았다.


떨어진 몽둥이를 냉큼 주워든 팽욱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몽둥이를 수도로 내려쳐 부러뜨렸다.


파팍!

단단한 박달나무가 두부처럼 동강 나자 모두 깜짝 놀랐다.


더욱 놀라운 건 팽욱의 눈동자. 하얗게 뒤집어져 흰자위만 보이고 머리에서는 붉은 피가 철철 흘러내렸다.


마치 악귀나찰 같은 모습.


얼마나 무서웠던지 이들을 끌고 왔던 장년인이 장정들을 향해 당장 이놈을 처치하라 호통쳤다.


명이 떨어지자 여섯이나 되는 장정들의 몽둥이세례가 팽욱의 몸에 쏟아졌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짓쳐 드는 몽둥이를 요리조리 피하며 한 사람, 한 사람 몸통을 부여잡아 패대기쳤다.


"죽어, 새끼야!'

"으악! 아이고 사람 살려!“


담벼락에 부딪혀 머리가 깨진 사람, 땅바닥에 얼굴을 비벼 빨갛게까진 사람, 다리가 부러져 절뚝거리는 사람 등 순식간에 장내에는 멀쩡히 서 있는 사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쾡, 한눈을 부릅뜨고 사방을 훑던 팽욱은 멀리 도망치고 있는 황소돈을 발견하고 한 걸음을 두 걸음에 내달아 쫓았다.


"왁! 괴물이다. 괴물이 사람을 죽이려 한다.“


황소돈은 무서움에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윗마을이 아닌 반대편 파천교 쪽을 향해 똥줄이 빠져라, 달렸다.


그 뒤를 먹이를 낚아채는 독수리처럼 무서운 속도로 쫓는 팽욱. 겨우 다리에 도착한 황소돈이 뒤를 돌아본 순간 저승사자처럼 무서운 팽욱의 부라린 눈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음을 발견했다.


"헉!!"

"감히 내 부모··· 행패··· 으으 죽어!"

"아, 아니야! 나는 안 그랬어! 아니 그랬어. 안 그랬단 말이야."


큰 공포에 횡설수설, 무슨 소리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팽욱은 어디서 그렇게 큰 힘이 치솟는지 자신보다 한 뼘은 더 큰 황소돈을 번쩍 들어 땅바닥에 사정없이 패대기쳤다.


“악!”


황소돈은 땅바닥에 나뒹굴며 아프다 소리소리 지르며 엉금엉금 기어 도망쳤다.


"으악 아이고, 아이고."

"흥! 어림없는 소리!"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뒤를 쫓던 팽욱은 왼손으로 그의 멱살을 움켜잡고 오른 주먹을 불끈 쥐더니 얼굴을 향해 매섭게 휘둘렀다.


엄청난 파공성. 이대로 맞는다면 얼굴이 함몰되어 죽을지 모른다.


절체절명의 순간 누군가 팽욱을 손목을 낚아챘다.


쾡한 눈의 팽욱이 손목을 뿌리치려 반대편 왼손을 휘두르는 순간.


"그만해! 팽욱!“


팽욱의 맥문을 잡은 사람은 바로 나원평. 순간 반 정신이 들었는지 거칠게 반항했다.


"이거 안 놔! 너! 너는 누구냐!"


팽욱은 그도 알아보지 못하고 악을 썼다.


맥문이 잡혔기 때문에 힘을 전혀 쓸 수 없는 상황인데도 팽욱은 어디서 그렇게 힘이 솟구치는지 펄쩍펄쩍 뛰며 나머지 한 손과 두 발로 필사적인 반항을 했다.


"놔! 죽인다! 모두 죽인다!"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한 나원평은 그의 혈도를 짚어 혼절시켰다.


그사이 겨우 한숨 돌리게 된 황소돈은 무릎걸음으로 기다 비틀비틀 일어서더니 윗마을 쪽을 향해 어기적어기적 도망갔다.


살겠다는 일념 하나로 도망가는 황소돈. 정상적인 상황이면 혼절해도 여러 번 혼절했을 치명타였다.


혼절한 팽욱을 번쩍 안아 든 나원평은 도망치는 소년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황소돈! 너의 이름이 황소돈이라 했지?"


황소돈은 나원평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크게 기겁했다.


찐한 공포가 물밀 듯 밀려왔다.


"다시는 이곳에 나타나지 마라! 오늘은 네 운이 좋아 무사히 돌려보낸다만 다음에 또 그러리라 장담할 수는 없구나!"


바닥에 깔리듯 나지막이 들려오는 나원평의 말을 한쪽 귀로 흘려들으며 아직도 정신 차리지 못했는지 황소돈은 겨우 사지를 벗어나 도망가면서도 중얼중얼 불만을 쏟아냈다.


"흥! 오늘은 이렇게 돌아간다만 나중에 내가 아버지 대를 이어 재력을 쥐게 되면 그때 두고 보자!"

"허~ 참, 곰 새끼는 커도 곰이 된다더니"


황소돈은 들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혼자 말로 한 것이지만 이미 내력이 쌓여 5장 밖 고양이 걷는 소리까지도 들을 수 있었던 나원평의 귀에는 바로 옆에서 속삭이는 것과 같이 크게 들려왔다.


나원평은 그를 등에 업고 바람처럼 날아 황소돈 앞에 착지했다.


“헉!! 너, 사, 사람이야? 귀신이야?”

“방금 너! 뭐라 그랬어? 또 두고 보자고?”

“으윽, 그 그건 나 혼잣말로 한 건데 그 그걸 어떻게···”

“경고한다! 다시는 여기 얼씬도 하지 마라! 죽고 싶지 않으면!”


내력을 써 폐부까지 들썩이도록 목소리를 증폭시켜 전달하자 녀석은 너무 놀라 혼절했다.


때마침 쓰러졌던 장정 몇몇이 그를 찾아오는 모습을 보고 그는 신형을 날려 집으로 돌아왔다.


온통 깨지고 널브러진 혼잡스러운 상황.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나원평은 열흘 전 있었던 일이 아무래도 께름칙했기 때문에 시간이 날 때마다 팽욱의 집 근처를 둘러보고 가는 것이 버릇 아닌 버릇이 되었다.


오늘도 평상시처럼 사시(巳時:오전9시~오전11시) 중간쯤 되었을 때 다점에 손님이 뜸한 틈을 이용, 와 보았던 것인데 와 보니 집안이 온통 난장판으로 변해 있었고 많은 장정이 여기저기 쓰러져 신음을 내지르고 있지 않은가.


불길한 마음에 황급히 주변 정황을 살펴보니 팽욱의 부모님 또한 쓰러져 계신 것을 확인하고 서둘러 일으켜 드렸다.


그랬더니 아버님은 아무 말씀 없이 손을 들어 어느 한쪽을 다급하게 가리켰다.


방향을 보니 팽욱이 어느 큰 덩치의 소년을 쫓아가는 것이 보였다.


열흘 전 보았던 황소돈이란 소년이 분명했다.


모든 정황이 한순간 파악되었다.


바닥에 아버님을 누인 그는 호종천보(虎縱天步)로 전력을 다해 쫓았던 것이다.



"네가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구나!"

"별말씀을요."


팽욱을 방안에 누이고 피를 지혈시킨 나원평은 밖에 나와 녀석의 부모님을 살폈다.


다행히 어머니는 바로 깨어나셨는데 깨어나기 무섭게 아들을 찾으시다 아직도 피를 흘리며 신음하고 있는 아들 모습에 금새 눈시울을 붉혔다.


"밖의 그 무식한 놈들은 어찌 되었느냐?"

"모두 쩔뚝거리며 돌아갔습니다."

"다시 또 오지 않을까?"

"이만큼 난리 쳐 놓고 또 온다면 이제는 가만 놔두지 않지요!"


주먹을 불끈 쥐며 다짐하는 나원평을 보며 팽욱의 어머니는 흐뭇하고 든든했다.


‘고맙구나, 네가 있어 나는 누구보다 든든하다.’


어머니는 이 친구를 볼 때마다 든든하고 믿음직스러워 자신의 맏아들처럼 항상 아끼며 대견스러워했다.


그것은 철없는 아들 녀석과 비견되며 더욱 그런지 모르지만.


"팽욱이 상태는 어때?"

"머리에 순간적인 충격을 받아 잠시 이성을 잃었지만 깨어나면 다시 괜찮아질 겁니다."


말로는 괜찮을 것이라 말했지만 그의 안색은 어두웠다.


‘정말 아무 이상 없어야 할 텐데.’


팽욱의 집에서 난리가 났다는 소식에 혁린천이 대장간 망치를 들고 헐레벌떡 뛰어왔다.


"원평아! 팽욱이 어떻게 된 거냐?"


나원평은 팽욱의 부모님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혁린천에게 자세히 말해주었고 팽욱의 부모님에게는 이들과 얽혔던 이야기를 상세히 설명했다.


"이런 죽일 놈들!"

"자기 자식 못난 건 모르고 무조건 귀엽다고 편들고 억지 쓰고.”


씩씩거리는 둘의 곁에서 아들 상처를 살피던 어머니, 불현듯 생각난 게 있는지 시선을 돌렸다.


"아, 애미가 정신이 없어서... 너희들 시장하지? 밥 챙겨줄까?"

"아, 아니요! 저희는 이제 가게로 가야 합니다. 너무 오랫동안 비웠거든요."

"저는 배가 고프···."


나원평이 혁린천을 재촉하며 밖으로 나왔다.


"린천아! 지금 아버님과 어머님, 식사하실 기분이겠냐?“


머리를 긁적이며 겸연쩍은 표정을 짓던 혁린천은 나원평과 함께 싸리문을 나섰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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