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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천문(檀天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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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최근연재일 :
2024.09.19 06:30
연재수 :
1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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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3,744

작성
24.05.2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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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6
추천
10
글자
17쪽

제 4 장 어처구니없는 혼란

DUMMY

거친 기합 음과 격돌하는 검음.


청색 건(巾)으로 긴 머리를 질끈 동여맨 24세 정도의 청년과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노도사가 산중 공터에서 서로 검과 지팡이를 맞대며 맹렬히 겨루고 있었다.


서로 결투를 벌인지 꽤 오래된 듯 먼지로 뒤덮인 청년의 백의와 도사의 황의는 마치 같은 색의 옷을 걸친 것처럼 회색빛 일색. 그런데 늙은 도사의 면면이 눈에 익은 모습이다.


손잡이가 닳아 번들하고 하단부 결이 뒤틀린 지팡이까지. 그렇다.


도사는 바로 팽욱을 찾아왔던 곽모라고 밝힌 그 노도인이다.


그가 왜 이런 깊은 산중에서 젊은 청년과 결투를 벌이고 있을까?


"왜 피하기만 하시오!"


자세히 보니 결투는 결투라기보다는 무술대련처럼 일방적 공격에 방어에만 치중하는 어정쩡한 형국. 시간 역시 한 식경 이상 겨루었으나 누구도 우위를 점하지 못한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고 있었다.


“좋소! 갑니다!”


답답했던 청년, 안이(安易)했던 자세를 떨치고 자신의 최고 절기인 천무태극혜검(天武太極慧劒)을 본격적으로 꺼내 들었다.


"천무태극혜검 제 일식, 용천지(龍泉地)!"


청년은 천천히 손잡이 위, 아래를 꽉 그러쥐고 검 날을 수평으로 세운 뒤, 노도사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청년의 검 끝에서는 용이 꿈틀대듯 무형의 푸른색 검기(劒氣)가 1척 가까이 뿜어져 나와 공터에 기의 파고(波高)를 만들었다.


십일자 발을 짓침과 동시에 머리 위 수직으로 세운 검이 탄력받은 기세 그대로 뻗어 가자 검 끝에서 불꽃처럼 파란 검기가 연속해 쏟아져 나왔다.


광풍노도(狂風怒濤) 같은 흉험한 기세는 노도사의 정수리를 쪼갤 듯 빠르게 쇄도했다.


"호(好)!"


태만이 여길 수 없었던 노도사, 감탄사를 연발하며 눈을 크게 떴다.


날카로운 검기를 수반한 검이 쭉 뻗어 오자 미끄러지듯 신형을 이동시켰다.


내려치던 검날은 마치 자석처럼 노도사의 이동을 따라 유연하게 수평으로 휘돌며 허리께 의사혈(意舍穴)을 양단 낼 듯 갈라 왔다.


흥! 가소롭다는 듯 콧방귀를 튼 노도사, 허리를 가볍게 숙여 피하고는 지팡이 앞 뭉툭한 부분을 쭉 뻗어 청년의 상곡혈(商曲穴:아랫배)을 급습했다.


"험(險)!"


청년은 수평으로 베어가던 검날을 급속히 회수, 황급히 하체를 뒤로 젖혔다.


그 순간 공기를 가르는 지팡이의 무서운 기력이 청년의 복부 위를 살짝 스치며 하얀 백의 장삼을 길게 찢어 버렸다.


더불어 튀어 오르는 붉은 피.


“헉!”


청년은 순간 얼굴을 찡그리며 급히 신형을 뒤로 뺐다.


치명적 살수는 겨우 피했으나 옷이 찢기고 피부 살갗이 뜯겨 나가는 큰 낭패를 겪고 말았다.


이어 다가온 무서운 통증과 흩뿌려진 선혈은 찢어진 백의를 붉게 물들게 했다.


한차례 격랑 이후 서로를 탐색하며 말없이 응시하는 두 사람. 청년의 한쪽 볼이 씰룩였다.


생각보다 통증의 정도가 깊은 모양이다.


일다 경이 흘렀을까 청년의 입이 열렸다.


"으음! 이번에는 좀 전과는 다를 것이요!"


꽉 깨문 입술과 냉전처럼 뻗는 차가운 신광. 그는 다음 일전에 목숨까지 걸 작정인 듯 결연해 보였다.


자존심이 상한 것일까?


청년의 움직임은 더욱 빠르고 긴밀했다.


이를 무심한 눈길로 바라보는 도인, 변화가 전혀 없어 보이던 무표정한 얼굴, 한구석에 안타까움의 작은 그늘이 하얀 백미를 흔들리게 했다.


'무모한 놈!'


"천무태극혜검 제 이식, 백무천(魄霧天)!"


안개에 휩싸인 듯 청년의 신형이 뿌옇게 흐려지더니 순식간에 장내에서 그 모습을 감췄다.


검 날에 반사된 은빛 검광만이 노도사의 주변을 하얗게 맴돌며 시야를 현혹시켰다.


이 검식은 햇빛에 의한 반사 착시를 유도하는 초식으로 쾌속의 보법을 가미, 상대 시야를 순간 빼앗고 이를 이용, 일격에 급소 요혈을 베는 것으로 내력이 일 천한 자는 시전조차 할 수 없는 상승 초식이었다.


청년의 내력이 아직 부족해 모습이 뿌옇게 남아 있지만, 극성으로 이를 연성하면 검의 빛만 하얀 띠처럼 보여 상대방은 공격자를 전혀 알아볼 수 없다는 극상승의 검법이었다.


도사의 입에서 처음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흠! 저 나이에 벌써 팔성의 성취를 이루다니···."


지팡이를 고쳐잡은 뒤 종전과는 판이한 움직임을 보이는 도사. 서서히 일어나는 은은한 금빛 광채, 도사가 선 자세 그대로 장심에 손을 모으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광채는 서서히 그의 전신을 감싸며 퍼졌다.


찢어질 듯 부풀어 오른 낡은 황포, 동시에 패어 일어나는 발아래 흙, 그리고 뽀얗게 일어난 먼지가 바람도 불지 않았는데 와류를 형성하며 치솟아 순간 그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이어 보이지 않는 은빛 안개 띠와 먼지구름이 붙었다, 떨어지길 수차례. 날카로운 병장기의 무서운 충돌음만이 넓은 공터에 연속해 메아리쳤다.


무시무시한 격돌은 무려 한 식경 이상 이어졌다.


이윽고 찾아온 고요, 요란하던 격돌 음이 가라앉은 공터에는 죽음과도 같은 적막이 찾아들었다.


장내의 먼지가 바람에 씻기듯 휩쓸려 사라지자 장내에는 두 사람의 낭패한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노도사의 황의 도포에는 대 여섯 번, 검 날이 스쳐 지나간 흔적이 한 뼘 정도의 크기로 여기저기 흉물스럽게 내비쳤다.


핏물이 비치지 않고 깔끔한 것으로 미루어 상처를 입진 않은 것 같았다.


다만 붉게 상기된 얼굴과 잔 호흡만이 격전의 흔적을 나타낼 따름이었다.


“으으으!”


낮게 깔린 고통스러운 신음. 도사 맞은편에 힘겹게 서 있는 청년의 입에서 나는 소리였다.


그의 상세는 처참했다.


입에서는 붉은 선혈이 끊임없이 흘러내리고 몸에 걸친 옷은 이제 옷이라 부를 수도 없을 정도로 너덜너덜, 간신히 걸려 있는데 옷 사이사이로 드러난 피부는 찢어지진 않았지만, 수많은 멍 자국으로 미루어 심상치 않은 내상을 입은 듯 보였다.


원래 천무태극혜검의 백무천은 엄청난 내력을 바탕으로 상대의 빈틈을 공격하는 검법인데 공력이 부족한 청년이 무리하게 펼치며 도리어 당한 것이다.


그의 얼굴은 핏기없이 창백했다.


손에 든 검조차 들 힘이 없는지 검을 땅에 꽂은 채, 힘겹게 버티고 서 있었다.


청년의 입에선 단내가 확 풍겨 나왔고 두 눈은 정기를 잃어 흐릿했다.


허탈한 표정, 지금 이 순간 그의 뇌리에는 얼마 전 있었던 일로 기쁨에 겨워 호탕한 웃음을 짓던 주름진 아버지의 얼굴이 괴롭게 스쳐 갔다.




"허허허! 네 성취가 드디어 나를 능가하게 되었구나!"

"아직 아버님을 따라가려면 멀었습니다."


6척 장신의 각진 얼굴에 붉은 혈색의 중년인과 24세가량의 비슷한 체구에 백의를 입은 청년이 함께 차를 마시며 호탕하게 웃었다.


"이제야 놈들을 제압할 수 있겠구나. 허허!"

"아직 제 실력이 미흡하고 실전 경험이 부족해 무도한 적을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적은 드러나 있는 것 보다 드러나 있지 않은 부분이 훨씬 많다. 또한, 우리에겐 크나큰 약점이 있다. 따라서 섣부른 행동은 큰 화를 부를 수도 있음이다. 알겠느냐!"

"저도 그 점 명심하고 있습니다."

"네가 저들에게 양해를 얻어 너를 키우고는 있다만 목적수단으로 이용하려 할 뿐 목적이 달성되면 가차 없이 우리 부자를 도륙 내려 할 것이다. 하~ 네 어미만 아니었다면 모든 죄 속죄하고···."


고개 숙인 중년인. 검은 구레나룻 사이사이 십여 가닥 하얀 수염이 분노에 떠는 피부에 덧붙어 쉼 없이 흔들렸다.


눈에 익은 얼굴. 맞다. 만호 장부주. 틀림없는 그다.


그렇다면 이 청년은 그의 아들?


장부주 그는 인질로 잡힌 부인 때문에 단주라는 자의 하수인 노릇을 한다며 이를 갈았었다.


그런 중년인을 충혈된 눈의 백의 청년이 처연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저들을 치려면 일단 제게 그만한 능력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버님은 어차피 놈들의 감시망에 있으니···."

"그래서?"

"얼마간 천하를 주유하며 기인이사들과 교분도 쌓고 그분들과의 실전을 통해 제 무술을 한 단계 끌어 올려 부족한 실력을 일보 전진시켜 볼까 합니다."


중년인의 얼굴엔 순간 대견스럽다는 듯 인자한 미소가 번졌다.


"네 뜻이 그러면 말리지 않겠다. 다만 천하를 주유하되 네 신분을 들어내지 말고 가명으로 활동하도록 해라, 네 실력을 저들이 알게 되면 뜻도 펴지 못한 채 당할 우려가 있다"

"명심, 또 명심하도록 하겠습니다."


청년은 아버지의 희망과 기대를 잘 알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아버지가 기댈 이는 오로지 자신뿐. 청년만이 파괴된 가정을 복원시킬 능력이 있다고 믿고 있다.


장부주는 모든 수모를 감내하며 은밀히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아들 성장을 위해 바쳤다.


그것이 아들인 청년, 그를 부담스럽게 했다.




핏기 잃은 청년의 표정은 갖가지 상념으로 인해 어둠과 밝음을 수시로 오갔다.


그러길 한 식경, 드디어 청년의 입이 열렸다.


"지금 펼치신 무공은 무엇이었습니까?"

"이건 자네에게 말할 수 없는 것이라네."

"예? 왜 말할 수 없다는 것이옵니까?"

"이무초승유초(以無招勝有招)라는 말, 들어보았는가?"

"초식 없는 것으로 초식 있는 것을 제압한다는 뜻 아닙니까?"


대답 대신 자리를 옮겨 공터 야트막한 바위 위에 걸터앉은 도사. 문득 먼 하늘을 우러르며 입을 열었다.


"도가의 근본에는 무위자연 사상이란 것이 있다. 즉, 공은 비어 있는 것이 아닌, 가득 차 있는 것에 대한 부정으로 가득 참이란 진정한 참이 아닌 한계가 있고, 공은 무한하다는 뜻이다. 이 또한 들어보았겠지?"


어렵고도 아리송한 말.


"들어 본 것 같기도 하고 못 들어 본 것 같기도 합니다."

"그 말 그대로다!"

"무엇이 말이옵니까?"


청년은 선문답 같은 그의 말을 이해해보려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결국, 짜증 난 투로 퉁명스레 되물었던 것. 그러나 도사는 할 말을 다 했다는 듯 벌떡 일어서 옷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고는 지팡이를 고쳐 잡았다.


그리고는 무심히 서산에 지는 붉은 해를 보며 의미 모를 탄식을 속삭이듯 쏟아냈다.


들리지도 않을 미약한 소리로.


"도사! 그냥 가면 어떻게 합니까?"


애타게 불렀지만, 도사는 말없이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몇 번을 더 소리쳐 부르는 청년. 그는 알고 싶었다.


대 천무문 무공을 팔성이나 깨우친 자신을 이렇게 쉽게 제압한 상대방의 정체를. 그러나 노도사는 자신의 나이도 이름도 무공의 이름도 묵묵부답.


그저 나의 갈 길은 서산 너머 저곳이란 말만 걸음으로 남기며.


"이렇게 만들어 놓고···. 그냥 떠나면, 그냥 떠나면···."


청년의 말투엔 한 올의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쩔그렁! 겨우 짚고 서 있던 검마저 놓쳤는지 풀썩 주저앉은 청년의 얼굴엔 절망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지금 이 무공으론 절대 악적을 물리 칠 수 없어···. 이름 모를(無名) 저런 노인조차 이길 수 없는 이런 허약한 무공으론···."




자신의 성취에 크게 기뻐하던 아버지의 주름진 얼굴이 문득 떠올랐다.


미칠 것 같은 부담감. 머리칼을 쥐어뜯는 청년의 길게 묶은 청색 건이 그의 몸부림에 풀리며 바닥에 툭 떨어졌다.


"그래, 마노사(魔老師), 그분 말씀이 그 마공(魔功)을 익히면 천하제일 인이 된다고 했어···."


희미하게 떠오르는 작은 키의 노인, 그의 자질을 한눈에 알아보고 자신을 따라오라 말하지 않았던가, 그때 그의 나이 겨우 15세에 불과한 때였다.




“자네의 눈엔 불같은 분노가 잠재되어 있어, 정종 무공에서 분노가 화를 부르지만, 우리 마도 에서는 잠재 능력을 격발시킬 최고의 좋은 조건(?)이지. 혹, 관심이 있다면 후일 혈루산 귀곡을 찾아오도록 하여라.”




그때는 믿지 않았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오늘 생각지도 못한 낭패를 겪은 뒤 청년의 뇌리에 문득 떠오른 그의 제안, 무엇 때문일까? 운명일까?


청년은 옷도 추스르지 않은 채 격전이 벌어졌던 넓은 공터를 비틀비틀 떠나갔다.


자신이 애지중지 간직했던 청강 검도 버린 채.




"이것을 익히면 분명히 넌 천하제일 인이 될 수 있다. 단 마지막 단계를 통과했을 경우다. 이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지독한 마성에 이성을 잃고 폐인이 될 수도 있음이야. 이점 명심, 또 명심하여···."




청년이 떠난 빈자리, 마노사의 뒷말이 석양 붉은 노을 속에 점점이 묻어 흩어졌다.


무심한 듯 반대편으로 걸어가던 노 도사, 전혀 열리지 않을 것 같았던 그의 입이 서서히 열리며 긴 한숨과 탄식이 허탈한 음성에 섞여 흘러나왔다.


“자연을 느끼고 자연에 동화되지 못하면 성취하기 어려운 것이 깨달음이거늘 마음보다 몸이 앞서니 어찌할꼬. 후일 저 청년으로 인해 중생에 수많은 고통이 있을진대 괴롭구나. 정말 괴로워···.”


무슨 일일까?


고려인 출신이라 스스로 밝혔던 곽모라는 이 노 도인은 왜 괴롭다며 인상을 찌푸리는 것일까?



“천군이시여! 정녕 이렇게 해야만 하는 것이옵니까? 정말 제가 본 천기가 맞는 것이옵니까? 인간들의 운명까지 조작해야만 하는 이 짓이···.”


괴로움과 원망에 찬 그의 말, 그는 그 말을 뇌까림과 동시에 닳고 닳은 오래된 자신의 지팡이를 다시금 꽉 움켜쥐었다.


“나약해지면 안 되느니···.”


슬쩍 돌아보는 노도인, 그의 희미한 기억 속으로 호기롭던 청년의 처음 모습이 스치듯 다가왔다.





"도사! 거기 서시오!"

"나를 불렀는가?"


백의의 청년이 앞서가던 자신을 부르며 막아섰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대결하자며 소리쳤다.


"나는 자네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아무 이유 없이 남을 다치게 하고 싶지는 않네!"

"누가 다칠 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요."

"허···. 이런 막무가내를 봤나. 난 여기서 자네와 노닥거리며 허비할 시간이 없네."


흥, 이미 올 줄 알고 있었으면서. 무시하는 듯한 말투에 청년은 대뜸 청강 검을 뽑아 들고 겨누었다.


"아까 도사 당신이 산적들을 제압하는 걸 보았소! 10여명이나 되는 자들을 일수에 쓸어버리는 모습을 말이요."

"그것이 어쨌다는 말인가? 자네가 그들의 보호자라도 되는가?"



이죽거리는 도사를 보며 그는 종전 상황을 떠올렸다.


산길을 올라오던 그는 10여명의 산적과 황의 노인의 대결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노인의 무위는 놀라웠다.


산적들 또한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았는데. 그들이 상승검진인 팔쾌검진을 펼치며 압박하는데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던 그는 검이 사혈을 파고들기 직전 연기처럼 꺼졌다 돌연 후방에 나타나 단 일수에 꺼꾸러뜨렸다.


믿을 수 없는 그의 신위에 청년은 호승심이 발동, 노인과 한판 붙어보고 싶은 마음에 무례인줄 알면서 나섰던 것이다.




"저는 권집이라 합니다. 무림에 출도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훌륭한 스승 밑에서 많은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오늘 도사의 무위를 우연히 견식하게 되었는데 저의 안계를 넓히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청 하옵건대, 미천한 저에게 상승 무공 검리에 대한 배움을 주실 수는 없는지요."


늦었지만 청년은 포권을 취하며 정중히 양해를 구했다.


목적이 있던 도사는 무시하듯 밀치며 길을 재촉했다.


“도사 어른! 죄송합니다!”


다급한 마음에 황급히 앞길을 막아선 청년. 순간 팽팽한 긴장이 흘렀다. 속내를 알 수 없는 허허로운 표정의 노도사.


"진작, 그렇게 정중하게 나왔더라면 혹시나 생각해 볼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이제는 아니네."


예의 바른 집안의 청년인 그는 도사의 지적에 순간 움찔했다.


"건방졌던 저의 행동 죄송합니다. 사실 초면에 불쑥 도전하면 이유 없는 도전이기에 받아 주지 않을 듯싶어 일부러 도발한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호승심에 무례하게 군 점 죄송합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이유 없는 대결은 사양하네."


거듭 읍소했지만 꿈쩍도 않는 도사의 태도에 청년은 갑자기 검을 휘둘러 짓쳐 들었다.


즉시 후미로 물러선 도인. 생각보다 강한 청년의 검세에 호,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허나 소림과 무당, 두 무림거두를 꺾었던 그가 이런 어린 청년 하나 어쩌지 못할까?


그럼 처음 아이 사건에 개입했던 복면인과 지금 이 도사가 동일인?



이 모든 건 사전 그가 계획적으로 벌인 조작의 산물. 만일 청년 권집, 아니 장부주라 불린 중년인의 아들이 뒤늦게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는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런데 궁금한 건 정도의 이 청년이 마계에 빠져 노도인이 얻을 건 도대체 무엇이기에 이토록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음모를 진행하는 걸까?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천무문 사태를 이용하는 곽모라 호칭하는 도인. 그가 그토록 얻고자하는 대의명분은? 단천문의 재건? 도대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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