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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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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최근연재일 :
2024.09.19 06:30
연재수 :
110 회
조회수 :
44,314
추천수 :
1,045
글자수 :
623,753

작성
24.07.12 06:30
조회
237
추천
8
글자
11쪽

제 9 장 친구야! 어떻게 해야 하냐!

DUMMY

뼛속 깊이 찔러 든 한기와 머리에 쏠린 피가 터질 듯 팽창하며 혼미한 의식.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듯 몽롱하다.


‘이놈! 욱아! 아비다. 정신 놓으면 죽어!’

‘애미를 두고 갈 거냐? 어서 깨거라!’


번쩍, 눈을 뜬 그. 귓전을 팽팽 스치는 바람 소리에 아직도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속도, 속도를 줄여야 한다.’


전신을 활짝 폈다. 뭐라도 잡아야 하지만 너무 빠른 속도. 이런, 늦었다.


돌출 암반이 코앞이다.

부딪치면 곤죽.

즉시 한쪽 옷을 접고 한쪽만 활짝 편 뒤 몸을 비틀었다.


‘핑! 으웃! 풍덩!!


전신을 짜릿하게 관통하는 차가운 물.


‘후~ 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떨어진 높이만큼 아래로 끝없이 빨려 들어가는 몸. 필사적으로 손을 휘저었지만 차가운 한기와 전신을 짓이기는 수압에 또 정신을 잃고 말았다.


쿵, 바닥에 닿아 튕겨 오른 그의 신형, 하지만 흐느적거리는 그의 몸은 아무 반응 없이 흐르는 물살에 휩쓸려 정처 없이 떠내려갔다.


부글부글!

하얀 거품이 끝없이 품어져 나오는 웅덩이 앞 작은 바위 위에 찢어지고 바랜 옷의 사내 팽욱이 축 늘어져 있었다.


전신이 망가져 형편없는 상황에도 자연스레 풍기는 오연한 신색. 그가 누운 공간은 제법 크고 넓었다.


통하는 곳이 있는지 신선한 공기와 희미하게 비쳐드는 빛이 있어 어렴풋이나마 주변 사물의 구분이 가능했다.


물론 무공 내력이 없는 보통사람은 암흑의 세계다.

여기저기 불탑처럼 달린 수십, 수백의 종유석이 크기와 모양을 달리한 채 빼곡히 매달려있다.


바닥엔 군데군데 이끼가 자라 촉촉했고 바위는 화산암반이라 오돌토돌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살려줘!"


죽은 듯 축 늘어져 있던 그가 갑자기 손을 허우적대며 살려 달라 외치더니 번쩍, 눈을 떴다. 하지만 흰자위만 보이는 눈.


"으···. 꿈, 꿈이었나!"


밀려드는 물살에 숨이 꽉 막힌 그, 고통에 비명을 지르자 더욱 세찬 찬물이 입안 가득 밀려 들어왔다.


필사적으로 손을 뻗으니 가까스로 걸린 암석, 죽을힘을 다해 당겼다.


동시에 가해진 엄청난 고통, 이후 아무 기억도 없다.



눈을 뜨니 암흑천지, 한 식경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익숙해진 어둠에 희미하나마 내부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 여기가 대체··· 어, 어디지?"


더듬더듬 흘러나온 말, 눈에 낀 이물을 털어내고 주변을 훑어보니 온통 바위와 이끼, 커다란 종유석과 물, 그외 살아 움직이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끙, 움직이려 허리를 세우는 순간 비수에 찔린 듯 큰 고통이 뼈를 가르듯 파고들었다.


비명과 함께 벌러덩 쓰러진 그는 바위에 머리를 찧고는 또다시 기절하고 말았다.


똑, 똑, 똑!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천정에 맺힌 물이 합창하듯 그의 얼굴에 떨어졌다.

차가운 감촉.

눈꺼풀이 힘겹게 벌어지며 충혈된 눈동자가 드러났다.

움직이는 것이 두려운 그, 조심스레 움직였다.


크윽!


칼로 저미는 듯한 고통에 비명이 터졌다.

고통에 찌푸린 얼굴과 주르륵 흘러내리는 눈물.

아무도 없는 캄캄한 공간에 문득 친구 녀석들 얼굴이 떠올랐다.


미치도록 보고 싶은 녀석들.


“원평아! 린천아!”


그리움과 괴로움에 터진 절규, 그의 애절한 절규는 수십 수백의 여운이 되어 확산 뒤 조용히 사라졌다.


빽 지른 소리에 가슴에 맺혔던 답답한 울분이 가시는 듯했지만, 이번엔 타는 목마름과 허기, 환각이 동시에 그를 어지럽게 했다.




“도련님! 여기 맛있는 우육과 죽엽청주가 있어요, 드세요!”


평소와 달리 몸에 착 붙는 붉은 옷을 입은 영화소저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을 차려 들고 사뿐사뿐 다가왔다.


“영, 영화소저!”


이런 곳에서 그녀를 보다니.

너무 기뻐 즉시 손을 내민 그가 쟁반을 받아 든 순간.


“으악!”


장씨 아저씨의 수급이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깜짝 놀라 쟁반을 쳐내는 순간 아름다웠던 그녀의 얼굴이 갑자기 흉신악살로 돌변하더니 시뻘건 손톱을 쭉 뻗으며 달려들었다.


“억! 안돼!”




너무 놀라 쳐내는 순간 차가운 물의 감촉이 쩌릿하게 닿았다.


정신이 번쩍 들며 오한과 소름이 동시에 돋았다.

꿈에 볼까 무서운 환상과 환청, 이대로 있다간 곧 죽을 것 같았다.


“정신 차리자! 정신 차려!”


입술을 깨물며 자신의 뺨을 후려친 그는 본능적으로 먹을 것을 찾기 위해 버둥댔다.


삶에 대한 애착에 갈증과 배고픔이 더해지자 손에 잡히는 것 모두 먹을 것으로 화해 꿈틀대는 것 같았다.


스스슥!


뭔가 귓불을 간질이며 지나갔다.

왼팔은 마비되어 꿈쩍 않고 오른팔 그것도 손가락 하나 겨우 움직일만했다.


가까스로 움켜잡았다. 움찔, 손가락 크기만 한 딱딱한 움직이는 물체였다.


손에 잡힌 물체는 빠져나가려 버둥댔다.

보이지 않아 동물인지 곤충인지 파악할 수가 없었다.

가까스로 치켜든 손으로 손에 잡힌 생물을 더듬어 만졌다.


털이 숭숭 난 십여 개의 허우적거리는 촉감, 거미가 틀림없다.


징그러운 마음에 집어 던지려 했다.

하지만 삶에 대한 강한 애착이 본능을 자극하는 순간 주저 없이 입안에 털어 넣었다.


아작, 딱딱한 피질이 씹히며 살점이 입안 가득 번졌다.


차갑고 이상한 이질감에 거부감이 순간 일었지만 눈 딱 감고 꿀꺽 삼켰다.


“우웩!”


비릿하고 역한 기운에 참지 못한 그는 즉시 구토했다.


한번 토가 나오기 시작하자 창자가 뒤집힐 것 같은 통증이 이어지며 토악질이 반복해 일어났다.


더 나올 것도 없으니 쓴 위액만 찔끔찔끔 나왔다.


여전히 나오는 헛구역질, 빈속에 억지로 토했더니 이번엔 타는 듯 심한 갈증이 몰려왔다.


“물! 으으 물!”


마구 손을 휘저었다.

그러나 걸리는 건 딱딱한 바위뿐. 결국, 지쳐, 하나 남은 오른손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조차 남지 않았다.


한 발짝 더 다가온 죽음의 그림자.


뚝뚝뚝!


반복해 울리는 소리, 물 떨어지는 소리다.

어디서 솟은 힘일까?

소리가 들린 방향을 향해 데굴데굴 굴렀다.

순간 얼굴에 와 닿는 차가운 물의 감촉.


“물이다 물!”


입을 벌려 한 방울 한 방울 받아먹었다.

그러나 물은 그때뿐, 일각에 한, 두 방울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아 갈증 해소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인가.

끈기 있게 방울방울 받아 마셨다.

타는 갈증이 조금은 해소된 듯싶었다.

힘들지만 목도 조금 들리고 손도 까닥까닥 움직일 수 있었다.


찰랑찰랑!


물끼리 부딪쳐 들리는 작은 소리,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린 소리다.


소리가 들린 방향을 향해 필사적으로 몸을 굴렸다.


흐물흐물 몸 여기저기가 덜렁덜렁하는데 아무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덜렁댄다는 건 신체 곳곳이 부러지거나 망가졌다는 말인데. 큰 고통이 느껴져야 당연한 일인데 아무 감각도 느낄 수 없다니.


‘후우, 아무래도 괴사가 진행되었거나 신경이 끊어졌음이 틀림없어. 만일 그렇다면··· 어쩌지.’


두려움이 몰려왔다.

뼈는 마디마디 부러졌는지 땅에 닿을 때마다 내장을 쿡쿡 쑤셨다.


그러나 전혀 느껴지지 않는 통증. 첨벙, 드디어 물이 고인 곳에 닿은 모양이다.


즉시 짜릿하게 번지는 차가운 한기.

느낌이 왔다.

그렇다는 건.


‘아, 아직 감각은 살아 있어. 다 죽지는 않았어!’


한기에 반응하며 바짝 움츠러드는 피부, 아직 죽지 않고 살아 있음이 느낌으로 와 닿았다.


‘그래, 난 아직 죽지 않았어! 살았단 말이야!’


물이 서서히 차올라 차례차례 얼굴로 감싸 올랐다.


드디어 해소될 갈증, 안도의 숨이 흘러나왔다.


천천히 입을 벌리니 물이 줄기를 이루며 밀려들었다.


비릿한 쇳물 냄새에 속이 또 울렁, 하지만 찬 기운에 울렁거림은 즉시 가라앉아, 그제야 꿀꺽 넘겼다.


하지만 점점 몸이 가라앉자 넘친 물이 코로 넘어오려 했다.


"콜록! 콜록!"


콧등이 시큼해지며 숨쉬기가 곤란해진 그는 다시금 몸을 데굴데굴 굴려 몸을 빼냈다.


그러나 찬 기운이 사라지자 다시 혼미해지는 정신. 정신을 잃지 않으려 이번에는 물이 찰랑찰랑 닿을 정도의 위치에 몸을 세웠다.


젠장, 살아 있지만, 반송장이나 마찬가지인 처량한 꼴. 한심하단 생각을 떠올린 순간 또 속이 울컥했다.


‘미치겠네. 후~!’


이때, 무언가 그의 목과 팔을 간질이며 다가왔다. 조금 전의 역겨웠던 토악질이 생각난 그는 잡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주저하는 사이 한두 마리에 불과했던 것들이 전신을 까맣게 덮으며 불어났다.


물거나 해를 끼치지는 않았다.


‘뭘까? 아까의 그것과 같은 것일까? 설마 아니겠지?’


걱정과 근심에 혼란스러운 그.

먹을까 먹지 말까, 짧은 순간 수십의 고민이 오갔다.


하지만 뱃가죽이 등에 붙은 지금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일이기에 용기 내어 잡았다.


꿈틀!


힘겹게 눈에 가까이 대고 보았지만, 어둠에 전혀 보이지 않는 녀석, 어떻게 생긴 녀석인지 알아볼 도리가 없었다.


아까는 조금 밝아 보였는데 그사이 더 쇄 한 기력에 반(半)장님 상태가 된 모양이다.


더듬더듬! 대충 손으로 확인해 보니 바깥은 둥글고 딱딱하며 안쪽은 수염인지 다리인지 모를 것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혹, 동굴에 산다는 장님 굴 새우?’


새우라면 먹을 수 있는 것 아닐까?

힘겹게 입으로 가져가 씹었다.

비린내가 확 풍겼다.

하지만 그리 역하지 않은 비린내, 거기에 씹으면 씹을수록 도는 고소한 맛. 추정대로 동굴에 사는 장님 굴 새우가 맞는 것 같다.


놀랬던 배도 먹을 만한 것이 들어가자 꾸르륵 소리를 내며 더 달라 아우성이다.


손을 뻗어 바닥을 더듬어 보니 제법 많이 걸리는 새우. 동굴에 사는 생물은 대부분 눈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혈거 동물이기에 감각으로 먹고 사는데 그의 따뜻한 몸이 닿자 먹이로 알고 다닥다닥 붙어 왔던 것.


그는 자신의 팔에 붙은 것만 훑어도 먹을 것을 잡을 수 있었다.


몇 마리를 먹었더니 또 속이 울렁울렁 불편하단 신호를 보냈다.


‘조금씩 조금씩 먹으라고 신호인가··· 후~’


그 작은 활동에도 가빠오는 숨, 그대로 누워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


소화되며 조금씩 살아나는 기운. 손을 움직여보니 아까보단 원활하다.


바닥을 짚고 힘을 주니 지지가 된다.

움직여도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물 밖으로 엉금엉금 기어 나왔다.


기어 나온 그는 벽을 감지하고 기댈 요량으로 몸을 세우는데 뭔가 느껴진 미끈한 감촉. 코를 벌렁거리며 냄새를 맡아보니 진하고 싱그러운 냄새가 풍겼다.


‘이끼? 아니면 고사리!’


대체로 이끼나 고사리는 독이 없다는 생각이 퍼뜩 든 그는 용기를 내어 뜯어 냄새로 일차 확인한 뒤 이끼를 확신하고 입에 밀어 넣었다.


시금털털한 신맛이 혀끝을 강하게 자극했다.

꿀꺽 삼켰다.

다행히 어떤 중독증상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럼 됐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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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8-3 24.07.04 250 8 12쪽
55 8-2 24.07.03 262 8 13쪽
54 8-1 24.07.02 278 8 12쪽
53 제 8 장 엉뚱하게 휘말린 싸움과 헤어짐 24.07.01 289 8 12쪽
52 7-8 24.06.29 285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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