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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최근연재일 :
2024.09.19 06:30
연재수 :
1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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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3,753

작성
24.07.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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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
추천
7
글자
12쪽

8-8

DUMMY

서로의 얼굴을 보며 같은 생각이라는 것을 확인한 두 사람은 이내 경신술을 전개, 각기 한 사람씩 맡아 제압하고는 누가 보지 못하도록 캄캄한 주방 뒤 숲으로 끌고 들어갔다.


순식간에 제압당한 두 산적은 크게 당황, 부들부들 떨며 머리를 조아렸다.


이때 두 친구의 얼굴은 빛이 비쳐드는 방향과 같아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


"너희들 우리가 누군지 알지?"

"예? 잘 모··· 어엇! 당, 당신들은 바로 그···"


그제야 빼꼼 얼굴을 들고 확인한 둘, 순간 사색이 되었다.


"그렇다! 우리다! 알겠느냐?”


저승사자라도 본 듯 바들바들 떠는 두 산적, 입까지 얼어붙었는지 눈만 동그랗게 떴다.


"좀 전에 말하던 어린 사람이란 누구를 말함이냐?"

"그, 그것은···."


앳돼 보이는 산적이 무슨 말인가 하려 입을 떼는 순간 중년의 산적이 털썩, 무릎을 꿇고는 처연한 음성으로 말했다.


"제가 그랬습니다. 저를 죽여주십시오, 제가 실수로 두 분의 친구분을 죽이고 말았습니다."


“뭐라고? 누굴 죽여? 그게 사실이냐?”


두 친구는 듣는 순간, 벌겋게 변한 얼굴로 빽 소리쳤다.


"예··· 제가, 제가 그 사람을 죽였습니다."


너무도 큰 충격, 처음 이들의 말에 긴가민가했던 혁린천의 심장은 천 길 낭떠러지에 굴러떨어진 듯 철렁했다.


"네놈이 감히 내 동생을! 거짓말이지! 당장 거짓말이라고 말하지 못해!"


불길처럼 치솟는 분노에 당장 쳐 죽일 듯 노려 보던 혁린천, 분을 못 이기겠는지 다짜고짜 달려들어 덥석 멱살을 움켜쥐었다.


그리곤 번쩍 자신의 눈높이까지 들어 올렸다.


"어떻게··· 어떻게 죽었단 말이냐?"

“캑캑! 이, 이것 좀···."


창백한 얼굴로 말을 잇지 못하자 앳된 얼굴의 산적이 나섰다.


"나으리, 그분은 동굴 감옥의 웅덩이에 빠져 죽었습니다, 이 아저씨가 일부러 죽인 건 아니고요. 그건 정말, 실수였습니다."


노기로 얼굴이 시뻘겋게 변한 혁린천은 중년 사내를 냅다 던지고는 어린 산적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바짝 들이댔다.


"실수?"


그의 까칠한 수염이 송곳처럼 파고들었다.


"예, 그건 정말 고의가 아닌 실수였습니다."


호랑이 눈과 바위 같은 주먹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데도 그는 두려움 없이 하고자 했던 말을 끝까지 당당하게 말했다.


그 태도에 혁린천의 분노는 기름을 끼얹은 듯 활활 타올랐다.


"이 뻔뻔스러운 새끼! 사람을 죽여 놓고 실수 어쩌고 뭐!”

"저도 함께 있었으니 공범입니다. 아저씨를 죽이겠다면 저도 함께 죽여주십시오."


삶을 이미 포기한 듯 말투에 비장한 결의가 엿보였다.


"이놈이··· 죽여 달라면 내가 못 죽일 것 같으냐!"


혁린천은 허리춤의 도를 번쩍 뽑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금방이라도 목을 자를 태세.


“야! 린천! 잠깐, 잠깐만 참아!”


번쩍 들린 그의 팔목을 잡아채는 우악스러운 힘.

원평이었다.

팔을 잡힌 그, 왜 잡아채냐는 무언의 항변이 날카로운 시선에 쏘아졌다.


"흥분··· 잠시만 가라앉혀! 나 역시 저놈 말을 듣는 순간 꼭지가 돌았다. 하지만, 당장 때려죽인다고 화가 풀리겠냐? 일단 문초해 상황을 알아본 후, 자 잘못을 따져 죽여야 한다면 그때 죽이자!“


"야! 상황 보면 뻔하지. 알아보고 자시고 할 게 무에 있어!"


그의 제지에 화를 참지 못한 혁린천, 어린 산적마저 번쩍 잡아 던졌다.


사려 깊은 나원평이니 무슨 생각이 있어 그러려니 했지만 치미는 분노를 참지 못해 냅다 던졌던 것이었다.


녀석들의 행동을 눈여겨보던 나원평 역시 비록 믿지 못할 산적이지만 의리 하나는 괜찮다는 생각에 돌려세웠던 것.


“이놈들 말은 못 믿겠고 당장 내 눈으로 확인해야겠어!”


쿵쿵! 자신의 의천도를 털썩 어깨에 걸친 혁린천은 거친 걸음으로 절벽 감옥을 향해 나아갔다.


막무가내로 가는 그의 뒷모습에 혀를 차던 나원평은 중년 사내는 기절시키고 어린 산적은 상황파악을 위해 함께 데리고 잽싸게 쫓아갔다.


다행히 경계병 모두 졸고 있어 발각되지 않고 잠입에 성공했다.


절벽에 조성된 감옥 입구.

혁린천은 졸고 있는 졸개 둘의 멱살을 잡고 그대로 패대기쳤다.

찍소리 못하고 뻗어버린 산적.


"허접하기 짝이 없는 놈들!"


가래를 칵 뱉은 그는 철문을 열어 재치고 성큼성큼 안쪽에 진입했다.


쭉 늘어선 감옥 중 어디에서 당했는지 알 길이 없자 입구 감방부터 자물쇠를 의천도로 후려쳐 부수기 시작했다.


철문이 열리자 갇혀 있던 사람들은 구원군이 온 줄 알고 환호성을 지르며 뛰쳐나왔다.


간발의 차이로 뒤늦게 도착한 나원평, 소리가 밖으로 새는 걸 방지하기 위해 즉시 입구 철문을 닫아걸고 아우성치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쉿!! 조용히들 하세요!”


내력을 실은 그의 목소리에 순간 잠잠해지는 군중.


"지금 밖에는 산적들이 떼거리로 남아 있으니 절대 경거망동(輕擧妄動)하지 마시오."


"무, 무슨 소리요, 당신들 관병이···."

"어? 아니, 당신들은 그때 그 젊은이들?"


그제야 상황파악을 한 사람들, 순간 든 공포에 일제히 입을 닫았다.


언제 들이닥칠지 모른다는 공포에 웅성웅성 속삭이던 사람들 눈에 익은 어린 산적을 발견하고 잡아먹을 듯 우르르 달려들었다.


"저 새끼! 산적 아냐! 때려죽여!“

"잠깐!! 이 사람은 우릴 돕기 위해 자원했습니다. 밖의 악한 산적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이니 나를 봐서라도 참아 주세요."


나원평은 다급히 사람들을 제지하며 상황 수습에 나섰다.


흥분한 사람들의 악다구니 같은 모습에 순간 죽었구나. 질끈 눈을 감았던 어린 산적은 변호하는 그에 감격해 눈물을 쏟았다.


나원평의 설득에 겨우 흥분을 가라앉힌 사람들은 밖의 산적들이 언제 들이닥칠지 몰라 전전긍긍했다.


하지만 그들 사이 늙수그레한 목소리가 중인 틈을 비집고 흘러나왔다.


이들 중 큰 어른인 전 현령 장유현이었다.


"젊은이! 그대가 보인 그때의 용기는 정말 가상한 일이었소.”


맨 앞에 나선 그.


“하지만 또한 너무 무모한 일이었소. 그때 일로 우리 쪽 사람 중 여럿이 다치고 일부는 목숨까지 잃었소."


담담한 말에 나원평은 반박의 여지가 없어 고개를 숙였다.


"젊은 혈기에 뛰어들었는데··· 제가 경솔했던 것 같습니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와중에도 혁린천은 계속 문을 부수며 안으로 들어갔다.


10장 안, 드디어 팽욱이 갇혔던 감옥을 발견한 그, 쥐새끼 한 마리 없는 텅빈공간, 녀석들이 말한 부서진 나무와 뻥 뚫린 구멍만이 을씨년스런 모습으로 보이자 대성통곡했다.


"욱아! 팽욱! 너 정말 여기서 죽은 거, 맞냐?”


비통한 그의 외침에 모두의 시선이 안쪽으로 쏠렸다.


혁린천의 통곡에 깜짝 놀란 나원평은 즉시 신형을 날려 안으로 들어가려 몸을 돌렸다.


그런데 이때, 누군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돌아보니 피로 얼룩진 하얀 옷의 만삭의 여인.

곁에는 서너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 대여섯과 피투성이가 된 채 의식 없이 누워있는 십여 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순간 그의 동공은 지진을 일으킨 듯 크게 떨렸다. 분노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인간이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어둠 속에 빛나는 어린아이의 초롱초롱한 눈빛, 아이의 간절한 눈빛을 접한 그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다.


‘아이야··· 다리가 부러진 모양이구나···. 불쌍한 녀석!’


부목을 잇댄 아이의 여윈 다리가 어린 시절 아픔을 떠올리게 했다.


부모님을 길거리에서 잃고 홀로 방황하던 그, 모두가 외면하며 버렸지 않은가. 잊었던 아픔이 새삼 아프게 다가왔다.


‘내 꼭! 널 살려 주마!’


여인에게 양해를 구한 뒤 무거운 마음을 안고 팽욱이 갇혀 있던 감옥으로 들어갔다.


빛 한점 들어오지 않는 캄캄한 어둠.

누군가 횃불을 밝히자 겨우 보이는 내부 모습.

2평 남짓 좁은 공간의 구석에 자리한 커다란 구멍과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는 부러진 몇 개의 나무. 바닥은 군데군데 푹 패여 있었다.


구멍 앞에 쪼그리고 앉은 혁린천, 뻥 뚫린 아래를 넋이 나간 시선으로 멍하니 내려다보고 있었다.


애써 숨겼지만, 녀석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생각할수록 찢어질 듯 아픈 가슴.

나원평은 이를 악물고 시선을 돌렸다.


"여기가 분명 맞느냐?"

"예···."


듣기 싫은 기어드는 소리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귓전에 와 닿았다.


짧은 한숨과 함께 구멍 가까이 다가갔다.

주변의 작은 돌을 주워들어 던졌다.

하나, 둘, 셋. 무려 셋을 헤아린 뒤에야 탁, 튀는 돌 소리가 들려 왔다.


"휴! 이렇게 깊단 말인가···."


나원평이 한숨지은 사이 갑자기 벌떡 일어선 혁린천이 막무가내로 구멍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 야! 안돼!"


깜짝 놀란 나원평은 황급히 손을 뻗어 잡아챘다.

다행히 잡힌 녀석의 옷자락 끝.

그는 즉시 전력을 다해 끌어당겼다.

반쯤 빠져들던 녀석을 끌어 올리는데 녀석, 바락바락 소리 지르며 버둥거려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았다.


안 되겠다 싶었던 나원평은 녀석의 허리를 잡아챔과 동시에 업어치기 하듯 힘껏 내던졌다.


붕 떠 날은 그의 큰 몸뚱이는 동굴 벽에 부딪힌 뒤 나뒹굴었다.


"이 미련한 놈아! 너 죽으려고 작정했어!"

"욱이 저렇게 된 건 내 책임이 크잖아!"


우락부락 큰 덩치와 외모를 지녔지만 보기보다 순진하고 여린 혁린천은 이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괴롭고 분통 터지는 마음에 자신을 학대하며 자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심정이야 나원평이라고 다를까만, 자신이라도 냉정을 잃지 않고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올바른 처신인지 고심, 또 고심했다.


밖에는 또 다른 불쌍한 이들이 자신만을 애타게,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그래, 침착! 침착하게 생각하자. 욱이는 이미 며칠 전 여기에 빠져 생사를 알 수 없다. 사실··· 괴롭지만 욱이가 살아있을 확률, 후~ 희미하다. 아니 불가능한 일이다.’


오는 도중 어린 산적의 말을 듣지 않았다면 그 역시 린천처럼 미련을 가졌을 테지만··· 절로 고개가 가로 저어졌다.



“여기서 빠진 사람치고 살아 돌아온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꼭 살려야 할 자가 빠져 급히 밧줄을 타고 내려가 확인했지만 30장이 넘는 그 밑에는 엄청난 소용돌이 물살이 돌고 있어 돌도 닿으면 박살 날 정도의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누군가 살아 돌아온다면 그건 기적 같은 일, 아니겠습니까?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결국, 그가 내린 결론은 모든 악역을 자신이 떠맡겠다는 결심.


"린천! 욱이 운명은 이제 하늘에 맡기자.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어. 그 녀석 천운을 타고난 녀석 아니냐. 이미 여러 번 사지에서 돌아왔으니 이번에도 틀림없이 살아 돌아올 거야. 틀림없어.”


“후~우, 하~~”


린천은 말없이 위를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 살 사람은 살아야지··· 린천아 저기 저 사람들 보이지?”


그의 말에 기계적으로 돌아가는 그의 시선.


“그래, 저 사람들 우리만 보고 있어. 만일 내가 사라지고 욱이가 있었다면 이 사람들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겠냐?”


“···정 많은 놈이니···”


“녀석이 우리에게 바란 마지막 희망도 역시 같지 않을까. 난 그렇게 생각한다."


아무 생각 없이 대꾸하던 혁린천은 그가 말한 말의 의미를 뒤늦게 깨닫고 눈을 부릅뜨고 잡아먹을 듯 노려봤다.


"냉정하게 현실을 볼 때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역시 살아야 하지 않겠냐는 뜻이다."


"그럼 이대로 포기하자는 거야? 아무것도 해 보지 않고!"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인정할 건 해야 해!"

"뭘? 뭘, 인정하는데!"


따지듯 묻는 혁린천의 음성이 가늘게 떨렸다.


"···욱이가 죽었다는 사실을···."

"개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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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9-1 24.07.13 228 7 12쪽
63 제 9 장 친구야! 어떻게 해야 하냐! 24.07.12 238 8 11쪽
62 8-9 24.07.11 239 8 12쪽
» 8-8 24.07.10 241 7 12쪽
60 8-7 24.07.09 245 9 14쪽
59 8-6 24.07.08 261 8 15쪽
58 8-5 24.07.06 238 9 13쪽
57 8-4 24.07.05 250 8 12쪽
56 8-3 24.07.04 250 8 12쪽
55 8-2 24.07.03 262 8 13쪽
54 8-1 24.07.02 279 8 12쪽
53 제 8 장 엉뚱하게 휘말린 싸움과 헤어짐 24.07.01 289 8 12쪽
52 7-8 24.06.29 285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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