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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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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최근연재일 :
2024.09.19 06:30
연재수 :
110 회
조회수 :
44,320
추천수 :
1,045
글자수 :
623,753

작성
24.07.02 06:30
조회
278
추천
8
글자
12쪽

8-1

DUMMY

10여 년을 찾아 헤맸는데 이런 허름한 주점에서 볼 줄이야.


한편으로 허탈하기까지 했다.

둘 중 사리판단이 명확한 육대수는 곰곰이 생각했다.


‘꼬마 행동으로 미루어 아직 무술을 익히지 않은 듯 보이는데, 목걸이를 빼앗아 놈들에게 보여 주고 그걸로 만족하면 늙은이와의 약조는 지킨 셈인데 만일 놈들이 아이 목숨까지 원한다면···. 그건 그때 가서 상황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


의리냐 처신이냐 저울질에 궁리하던 그, 생각이 정리되자 조용히 아우에게 자신이 생각한 바를 말해주곤 다시 물었다.


"저 꼬마에게 일행이 둘 더 있다고?"

"예, 형님!"

"그 녀석들 보기에 어떤 것 같은가?"

"내 보기에 표를 내진 않았지만, 무술을 익힌 것 같았소."

"무술?"

"예, 큰 체구에 비해 내딛는 걸음이 가볍고 날렵한 것이 최소 10년 이상의 내력을 쌓은 자들인 것 같소."


"그래? 그 나이에 10년의 내력이라··· 꽤 쓸만한 놈들이군."


단 한 번 보고 상대의 내력을 알아내는 이들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수련을 시작한 지 6년에 불과한 두 친구가 벌써 두 배의 성취를 이뤄냈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형님! 형님은 어떻게 하실 작정이요?"

"아까도 말했지만, 다른 도리가 없어. 그 방법으로 해야지."

"늙은이와 한 약조는 어쩌고?"

"약속이 아무리 중하고 의리가 중하다 한들 우리 목숨보다 귀하진 않아!"


"그래도 사나이 세상에 태어나 일구이언(一口二言)하면 이부지자 (二父之子)라 하지 않았소이까?"


"그러니 이런 꼼수를 부리지, 꼬마가 운이 좋아 우리가 돌아오기 전, 우리 눈에 띄지 않으면 살수도 있을 것이고···. 아픈데 짜증나게 자꾸 건드리지 말게. 나중 기회가 되면 변명할 기회가 오겠지."


“저··· 그 패 말고 그 패는?”


무슨 엉뚱한 소리냐는 듯 잠시 의아해하던 그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혹, 지금 그 패도 갖고 있을지 모르지 이따가 패 빼앗을 때 녀석의 전신을 훑어 찾아보세.”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지, 그것 또한 우리 생존이 우선이야, 우리가 죽고 나면 무슨 소용 있겠어, 그건 아직 누가 주인인지 모르니 일단 코앞에 닥친 현안 해결에 주력하도록 하세!”


패?

이 패는 무엇이고 저 패는 또 무엇인지?

아리송하기만 한 대화.

어쩔 수 없이 형님 의견을 따르기로 한 육대화지만 그 원 늙은이 덕에 목숨을 구명 받을 수 있었던 일이 영 께름칙했던 그는 난감했다.


오늘따라 머리의 긴 검상이 그때의 고통을 더욱 상기시켜주는 듯싶었다.


‘그 늙은이 덕에 이 정도 상처로 살아날 수 있었는데···. 후~~!.’


그동안 형제는 절치부심(切齒腐心) 와신상담(臥薪嘗膽).


장백신마 팽후진에게 당한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10여 년을 부단히 노력했다.


그래서 이제는 사문의 정력선용기공(精力禪用氣功) 최후 단계인 자연체(自然體)를 7성까지 성취했다.


사부의 유언에 따르면 자연체를 12성의 경지까지 터득하면 만독불침의 단계를 넘어 신인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 했기에 칠점산공독의 독이 제아무리 강하다 한들 기공의 내력만으로도 충분히 소멸시킬 수 있으리란 확신에 희망을 잃지 않았다.


의기투합의 밀담을 나눈 둘은 태연히 식당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식사하던 팽욱과 친구들은 이들의 등장에 잔뜩 긴장, 기를 바짝 모은 상태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저들이 놀라운 상승무공을 갖추고 있다고 전해 들었기 때문. 두 괴승은 식당 입구 쪽 탁자에 철퍼덕 앉더니 대뜸 주인장을 큰 소리로 불렀다.


"주인장! 여기 비골 대면하고 술 한 병 주오. 아미나불!"

"양은 얼마나 할까요?"

"아미나불! 먼 길을 가야 하니 양껏 주오."

"알겠소, 즉시 대령하겠소이다. 스님!"


괴승의 주문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나원평과 혁린천은 팽욱의 말과는 달리 그들의 외모 어디에서도 무공을 수련한 흔적을 발견할 수 없자 고개를 갸웃했다.


"야! 진짜 맞아? 태양혈이 밋밋한 것으로 보아 무림인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그렇다고 진짜 중 같아 보이지도 않고···."


"욱이 느낀 느낌이 맞을까?"

"글쎄, 나로선 전혀 못 느끼겠는데···"


아까 그들이 보낸 무시무시한 눈빛을 생생히 기억하는 팽욱, 몹시 답답했지만 둘의 소리를 흘려들으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자! 여기 돼지 볶음 가지고 왔소이다.“


김이 모락모락 풍기는 돼지 볶음 한 접시를 들고 와 탁자 위에 올려놓는 노인. 털이 숭숭 박힌 돼지고기 껍질이 모락모락 김을 진하게 풍겼다.


"이 늙은이 말대로 밤에 귀신 모자(母子)가 나타나던가?"

"할아버지가 혹시 귀신 아니세요?"

"으잉! 내가 귀신이라고?"

"어제 소피가 마려워 나가 보니 할아버지 주무시는 방 앞에 할아버지와 똑같이 생긴 노인이 돌아앉아 칼을 갈고 계시던데···"


"헐헐헐! 그래, 맞아!"


말을 꺼낸 나원평이 짐짓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지금 노인장 등에 올라탄 여인과 아이는 누구예요?"


노인은 흠칫 놀란 표정으로 자신의 등 뒤를 돌아봤다.


"고것들이 내 등에 올라탔다고? 내가 그렇게 잘해 주었건만."


노인은 몇 가닥 되지도 않는 하얀 염소수염을 가닥가닥 꼬아 만지며 능청스레 말했다.


이에 장단 맞춰 즐기던 나원평이 실실 웃으며 젓가락을 들었다.


"할아버지 벌건 대낮에 귀신이 어디 있다고 흐흐, 농담도···"

"농담? 농담 아니야!" "그럼요?"

"거짓 뿌렁이지!" 하하하! "헐헐헐! 농담은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지, 돼지 귀신 맛있게 먹게나!"


주인장 넉살에 긴장이 풀린 세 사람은 오랜만에 호탕하게 웃었다.


돼지고기에 젓가락을 뻗치던 팽욱은 자신들이 웃는 사이 두 괴승이 식탁에서 사라졌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어? 언제 없어졌지?"


다급히 일어서 괴승이 앉았던 자리로 갔다.

음식은 아직 나오지 않았고 술과 안주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미 깨끗이 빈 술잔.


"할아버지! 여기 계시던 스님들 어디 가셨어요?"

"글쎄, 방금까지 있었는데···."


노승이 사라졌다는 말에 깜짝 놀라 뛰쳐나온 노인.

후다닥 밖에 나갔다가 얼마 뒤 축 처진 걸음으로 돌아왔다.


"하룻밤 묵은 숙박비하고 식사비도 주지 않았는데···."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지 늙은 주인은 그들이 사라진 빈 탁자만 멍하니 보다 한숨과 함께 힘없이 주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여기 오는 손님 태반이 저런 사람들이지···. 총각들은 그냥 내빼지 말게나, 나도 먹고살아야 하지 않겠어."


아까의 넉살은 어디로 갔는지 힘이 하나도 없다.

이를 지켜보던 팽욱이 오히려 참지 못하고 빽 소리쳤다.


"할아버지!! 찾지도 않고 포기하세요!"


그는 즉시 괴승들이 나간 출구 문을 향해 달려갔다.

그가 문을 확 열어젖히는 순간이었다.

쾅!

누군가 갑자기 열린 문안으로 동시에 뛰어 들어왔다.


"아이쿠, 늙은이 죽네!"

"아이고!! 아야!"


충격과 함께 눈앞에 노란 불이 번쩍, 정신이 멍했다.

마치 쇠망치로 후려 맞은 듯한 큰 충격.

그의 흐릿한 시선에 작달막한 괴승 중 한 명의 보기 싫은 얼굴이 꽉 들어찼다.


"아미나불! 젊은이! 왜 문은 갑자기 열고 뛰쳐나오는 건가?"

"예?"


아픈 머리에 인상을 찌푸리던 팽욱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무덤덤한 표정의 괴승 얼굴을 보니 어이가 없었다.


"갑자기 스님들이 사라지셔서 어디로 갔나, 궁금해서···."

"저 늙은 주인장이 귀신 얘길 자주 하니 너희들도 우리가 귀신으로 보이던?"


"아! 아니요, 무슨··· 죄송합니다."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괴승이 뭐라 하니 그저 반사적으로 죄송하다며 연신 고개를 조아려 용서를 빌었다.


그런 그를 히죽 웃는 얼굴로 바라보던 괴승은 소란에 다시 나온 늙은 주인을 향해 대뜸 큰소리로 다그쳤다.


"아미나불! 쥔장! 거, 귀신 놀이 그만하고 똥 통! 좀 깨끗이 치워놓으시오."

"형님 말이 맞소! 어찌나 좁은지 둘이 볼일을 볼 수가 없잖아!"

"똥이 발판에 묻어 있어서 앉을 수가 있어야지 원···."


이게 도대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지.


"엉덩이를 맞대고 일을 볼 수 없으니 그게 어디 화장실이야!"

"똥통을 비운 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엉덩이가 똥하고 딱 붙어 버렸어!"

"결국, 서로 번갈아 일어서며 일을 봐야 했잖아!"


주점 안에 있던 객점 주인과 팽욱 일행은 두 괴승이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도통 이해되지 않았다.


계속 번갈아 말도 안 되는 대화(?)를 주고받자 혹 자신들 정신이 잘못된 건 아닌지 오히려 헷갈려 죽을 지경이었다.


한참을 헛소리하며 떠들던 이들은 어느새 탁자에 놓인 비골 대면을 빨리 먹기 시합이라도 벌이는지 허겁지겁 먹어댔다.


그러다 마지막 한 가닥 남은 면발을 젓가락으로 서로 붙들고는 또 입씨름했다.


"이봐, 동생 자네는 형님에 대한 존경심도 없나?"

"그러는 형님은 동생을 생각하는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소?"

"잘 보게나, 면의 위를 누가 잡고 있나!"


자세히 보니 젓가락 두께 차이로 형님이라 불린 괴승이 위쪽을 잡고 있었다.


"다시 한번 잘 보시오! 형님!"


면을 다시 한번 살펴보니 면이 둥그렇게 말려 있는 상태에서 형이 분명 위쪽을 잡고 있었으나 아우는 말려 있는 끝과 아래를 함께 붙들고 있어 엄밀히 말하면 아우 육대화가 위를 잡은 것이나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어떻소!"

"어쨌든 내 젓가락이 위쪽에 있으므로 내가 이긴 것이···"


정신없는 대화에 멍청히 몰입하다간 같이 돌아버릴 것만 같았던 셋. 어떻게 식사를 마쳤는지 모르게 후다닥 먹어치우고는 즉시 식당 밖으로 나갔다.


그들이 나간 뒤로도 그들 형제의 말도 안 되는 소리는 귀가 떠나가도록 들려왔다.


혀를 끌끌 차며 침상에 돌아온 팽욱은 봇짐을 챙겨 떠날 채비를 했다.


억, 목이 허전하다.

차고 있던 은패가 흔적 없이 사라졌다.


‘분, 분명··· 아침에 세수할 때도 있었는데···.’


"너희들 내 은패 못 봤냐?"


친구들에게 물어봤지만, 고개를 갸우뚱,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도통 기억나지 않았다.


"가만!"


문득 아침 일이 생각났다.

그때 괴짜 노승이 은패를 보고 물어보지 않았던가.

그리고 아까 입구에서 부딪친 사람도 동일 인물, 철렁했다.

이건 분명 우연이 아니다.

황급히 봇짐을 짊어지고 잰걸음으로 주점을 향해 뛰어갔다.

방금까지도 괴변을 떠벌이던 두 괴승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할아버지! 스님들 어디 가셨어요?"

"글쎄다, 간다는 말 없었는데···."


불길한 생각에 식당에서 나온 그는 노승들이 머물던 화장실은 물론 곳곳을 다 뒤지고 마지막으로 그들이 묵었던 객실로 가서 문을 쾅쾅 두들겼다.


그러나 무반응.


"두 스님이 도대체 언제 없어졌지···."


혹시 하는 마음에 주머니며 목 등을 다시 훑었다.

역시 없다.

지난번 실종사건 때 그땐 찜찜한 마음에 일부러 은패를 챙겨 들지 않았다.


이번엔 어머니의 당부도 있어 꼭꼭 챙겨왔던 건데 감쪽같이 잃어버렸으니 초조하고 불안했다.



“··· 패와 보자기는 네 나이 이십 세 이후 있을 세 번의 고비를 넘기는데, 꼭 필요한 물건들이니라. ···. 이십 이전 비밀이 밝혀지면 어떤 화가 닥칠지 모르니···”



아버지의 말씀에 노도인의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자신의 운명에 있어 꼭 필요한 물건들이라 했다.

철렁, 내려앉는 심장.

보자기와 깨진 옥패에 생각이 미치자 미친 듯 봇짐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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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10-7 24.07.27 219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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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8-7 24.07.09 244 9 14쪽
59 8-6 24.07.08 261 8 15쪽
58 8-5 24.07.06 238 9 13쪽
57 8-4 24.07.05 249 8 12쪽
56 8-3 24.07.04 250 8 12쪽
55 8-2 24.07.03 262 8 13쪽
» 8-1 24.07.02 279 8 12쪽
53 제 8 장 엉뚱하게 휘말린 싸움과 헤어짐 24.07.01 289 8 12쪽
52 7-8 24.06.29 285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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