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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님의 서재입니다.

단천문(檀天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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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최근연재일 :
2024.09.20 06:30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44,491
추천수 :
1,046
글자수 :
629,500

작성
24.07.26 06:30
조회
218
추천
9
글자
12쪽

10-6

DUMMY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 쇄도한 그의 검세, 좀 전과는 판이한 엄청난 기세로 그를 고양이로 만들며 덮쳐 눌렀다.


흠칫 물러선 그, 호흡을 가다듬은 뒤 수없이 자르고 없앴지만, 마치 물처럼 끊어지면 다시 붙고 가르면 합쳐지는 놀라운 유연성을 펼친 그의 검은 결국 파도처럼 팽욱을 덮쳐 손에 쥔 검을 낚아채 갔다.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지침 없이 맞대응하던 팽욱은 엄청난 이 한 수에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쾅쾅 정신없이 뛰는 심장, 그가 헐떡이며 겨우 버티고 서있자 백의 인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네가 장백마도검법의 기초는 잘 닦았다만 성취도가 1성에 불과하여 위력이 약한 것일 뿐 극성으로 익힌다면 결코 나의 심상유양검법에 뒤지지 않는 검법이니라."


소리장도(笑裏藏刀)라 했던가, 백의 중년인은 겉으론 사람 좋은 미소로 방심하게 하더니 막상 대결에 들어서면 인정사정없이 몰아세우며 궁지로 몰아넣었다.


그냥 맞겠다며 버티던 그는 발동한 오기에 어느새 결투의 중심에 깊숙이 빠져들었다.


“1성? 1성에 불과한 미천한 내 실력도 겨우 받아내는 당신 또한 내가 보기엔 1.5성이나 되긴 하오?”


"하하하! 도발하는 것이냐! 좋다! 그 패기! 지금까지 맛보기로 보여 주었으니 진짜가 무엇인지 몸으로 체감해 보아라!"


이번에는 소리도 없고 움직임도 없는 진공과 같은 공세가 백의 중년인 검 위에서 펼쳐졌다.


느릿느릿 검과 몸이 일체로 움직이며 그 흐름조차 느끼기 어렵더니 이윽고 는 사람인지 검인지 검이 사람인지 모를 검과 사람이 몰아 일체가 되어 물길처럼 출렁출렁 그의 주변을 칭칭 감아 돌았다.


“허억! 어떻게 이, 이런···”


몰려오는 엄청난 압박에 숨이 막혔다.

공세를 보는 그의 시선엔 죽음의 공포마저 엿보였다.

환상의 차원을 넘어서는 절대의 그 무엇이 잠재된 극한 위력.


‘좋다! 해보자, 죽어라 해보자!’


결국, 그도 호승심과 오기가 혼재된 한 사람의 무인이었던 것.


"심상유양검법 제3식 자연견적세!"

"타앗! 장백마도검법 제3식 금계독립팔상세(錦鷄獨立像勢)!"


두 개의 검이 서로 맞부딪치며 격돌하자 숲은 순식간에 금빛 광채와 무색무취의 자연광이 서로 어우러지며 장관을 연출했다.


터져 나온 두 고체의 부딪침, 쉼 없이 움직이는 두 발과 검이 일으키는 뽀얀 먼지가 숲의 공터를 황색으로 물들이며 짙게 피어올랐다.


시간이 흐를수록 빛은 정점을 향해 치달았다.

절정의 순간, 검의 부딪치는 소리는 어디론가 흔적 없이 삼켜 들고 쩔그렁!


누구 것인지 모를 검이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숲은 예전의 고즈넉한 정적을 되살려놨다.


"졌습니다!"

"제법이구나, 일성의 성취가 그 정도라면 감히 나와 대적할 만한 조건은 갖춘 셈···, 하하하! 오너라!"


그렇게 팽욱은 오기를 부추기는 백의인의 오묘한 용인술과 천외천의 무공을 상대하고 배우며 또 다른 검법의 세계에 깊이깊이 빠져들었다.


흑의인을 상대할 때와 마찬가지로 수없이 얻어맞고 죽을 고비 역시 수도 없이 넘기고 나서야 그는 백의 중년인의 검을 떨쳐 이겨낼 수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어쩌면 1년도 더 지났을지 모른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시간이란 괴물은 애송이 같았던 그를 한층 성숙한 무인으로 만들었다.


오랜만에 맞이한 정적, 백의인의 얼굴빛이 침중하게 경색되며 이제까지 듣지 못했던 말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이제 너는 우리 단천문(亶天門)이 천년을 기다리며 염원하던 꿈을 이루어야 할 사명을 받았다."


"그럼, 제 추측이 맞았다는 겁니까?"

"하하! 그걸 깨닫지 못했다면 난 실망했을 것이다. 그렇다, 너도 느꼈겠지만 네가 익힌 심법, 우리 단천문의 태양역근개운신공(太陽易根開運神功)이 맞다!"


"태··· 태양 역근···. 개운 신공···."


더듬더듬 되뇌어보는 이름, 보자기를 통해 이미 접했지만 불완전한 습득으로 계속 헛발질에 사고만 쳤었다.


흑의인, 백의인과의 계속되는 대결을 통해 몸에 맞는 옷을 걸친 것처럼 자연스레 흡수되는 무공 연원을 의심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막상 백의인의 입을 통해 듣는 순간 팽욱은 크게 경악했다.


"네가 놀라는 것,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네가 만약 그것을 사전에 익혀 놓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까지 배웠던 검법과 장법은 시전조차 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진작에 죽은 목숨이 되었을 것이다. 이제야 문주님을 뵙게 될 자격이 생겼다는 말이다.”


“문주님이요?”

“하하하! 그렇다. 너는 단천문 천년의 정화로 이루어진 모든 관문을 실패 없이 수료했다.”


모든 시련이 끝났다는 말에 기쁨보다 설렘이 더 크게 와 닿았다.


그건 보고 싶은 이들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된다는 말 아닌가.


그러나.


“이제 마지막으로 네가 가야 할 장소는 단천동, 그곳엔 우리가 후손에게 물려주고자 했던 수천 권의 서책이 남겨있다. 우리 일문의 역사와 정신을 배우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데 너의 몸과 마음을 다 바쳐야 할 것이다"


그럼 또 다른 수련의 시간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인데 그렇다는 말은 그가 구멍에 빠져들고 각각의 관문을 통과하고 태양신공을 얻어 내공을 익히게 되고 하는 모든 과정이 이미 소설처럼 꾸며지고 만들어진 조작된 결과의 산물이란 말 아닌가?


“제가 그런 것을 해야 할 이유가 뭐죠?"


또 반복되는 의혹의 질문.


"하늘이 선택한 자이기 때문이다. 대고구려인이기 때문이다.”


단호한 어조, 하늘이라도 무너뜨릴 것 같은 위엄이 한없이 좋기만 했던 그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더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잊어라! 그리고 받아들여라!”


“못합니다. 싫습니다.”


그의 거부에 매서운 안광이 불길처럼 품어져 나왔다.

팽욱 역시 지지 않겠다고 마주 눈을 부릅뜨고 노려봤다.

그러나 불길 같은 백의인의 안광 속엔 애절한 염원이 절절히 묻어 있었다.


그것을 읽는 순간 절로 숙여지는 팽욱의 고개 그곳엔 백의인이 천년을 지고 있었던 무거운 짐이 깊숙이 잠재되어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자유롭게 살고 싶은 욕심, 이대로 편안히 하늘나라로 가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러나 그건 나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일 뿐이다. 내 뿌리가 있고 조상이 있음에 존재 이유가 있는 것이다. 생각하지 말고 받아라. 이젠 더 기다려줄 시간이 없구나.”


지금껏 여유롭던 백의인의 안색은 희미한 불빛처럼 빛을 잃어갔다.


그의 말마따나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았음이리라.


"이것은 심상유양검법이 6성 이상 올라야 시전 가능한 검법으로 예도은유쾌검이라 부른다. 따라서 이제 겨우 1성의 경지에 불과한 너에겐 시전 불가능한 꿈의 경지이므로 본 좌가 보여 주는 것을 머릿속 깊이 새겨 두었다가 이다음, 일정 경지에 이르거든 차근차근 수련을 통해 익히도록 하여라. 그리고 네가 꾸준히 이 무공들을 정진 수련한다면 결국에는 이무초승유초(以無招勝有招) 즉, 무위자연의 단계를 깨우칠 수 있을 것이다. 최선을 다해 대 고구려인의 기상을 세상에 알려 주기 바란다."


백의인은 시시각각 변하는 그의 표정과 행동을 지켜보며 기다리다 그가 안정을 되찾는 듯 하자, 곧바로 신형을 움직여 예도은유쾌검이란 검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극쾌단계 예도은유쾌검(銳刀隱喩快劍) 제일 식 비(飛)"


아름다운 춤사위(?) 검무가 펼쳐지고 번쩍하는 순간, 십 장 너머 아름드리나무가 장기 알처럼 작은 크기로 정교하게 세공되어 무너져 내리더니 이윽고 장기 알로 이루어진 거대한 산을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이때 팽욱은 반대편에서 시선을 돌린 채 서 있었다.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었던 것.

그러나 어떻게 된 일일까?

백의인이 시전하는 모든 일거수일투족이 마치 거울에 반사된 형상처럼 뚜렷이 그의 시야 속에 각인해 들고 있으니. 보지 않으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거짓?

그렇다, 그건 그의 마음속 갈등이 만들어낸 거짓 왜곡이었을 뿐이다.


그의 시선은 분명 앞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던 것. 그것은 왜일까?


"제2식 전(電)"


제 일식이 끝나기 무섭게 제 이식이 수레바퀴처럼 이어졌다.


뇌전과 같은 빛이 검 끝에서 뻗어 나오며 십 장거리의 집채만 한 거대한 바위에 꽂혔다.


그러자 바위는 폭음과 함께 산산조각으로 쪼개지더니 수천만 개의 작은 돌 조각으로 화해 우박 쏟아지듯 떨어져 내렸다.


순식간에 그의 눈앞엔 거대한 돌무덤이 만들어졌다.

경이로운 광경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는 팽욱.


"제3식 광(光)"


엄청난 빛이 사방으로 폭사되며 순간 그의 시야를 빼앗아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넋이 빠진 그의 얼굴, 빛이 서서히 사그라짐과 동시에 백의 중년인 역시 흑의인처럼 모래 기둥으로 변하더니 또 연기처럼 스르륵 사라졌다.


아무 말도 남기지 않고. 백의 중년인이 사라지기 무섭게 다시 어두컴컴한 동굴의 쾡한 모습이 또 모습을 비췄다.


자신이 방금 보았던 건 하늘이었다.

이제껏 얼마의 기간이었는지 모르지만, 그는 스스로 천외천의 실력으로 성장했다 자부했다.


그러나 꿈결처럼 펼쳐 보인 백의인의 마지막 세 가지 무공, 그건 그의 자만심이 얼마나 하찮은 것이지 깨닫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사···, 사부님!"


그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사부님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레 튀어나왔다.


그랬다.

이제야 팽욱은 이들 몽환 속 인물들이 자신을 가르치기 위해 천여 년을 기다렸고 불철주야 무공전수를 위해 노심초사했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 수 있었다.


거부할 수 없다는 사실 역시 깨달았다.

아니 너무나 대단하고 자랑스러운 무공이기에 익히고 싶다는 욕심이 잠자는 그의 욕망을 일깨웠다.


그의 앞에는 앞서와 마찬가지의 부서진 청동 인형이 흉물스레 나동그라져 있었다.


'저것이 나의 스승?'


온기 없는 흉물이지만 저것으로 인해 자신의 실력은 일취월장 눈부신 실력을 갖추게 됐다.


처음 흑의인의 무공을 엉겁결에 깨우치고 난 뒤 부서진 청동 인형에 크게 실망했었다.


겨우 청동 조각에 불과한 인형과 그토록 오랜 시간 싸웠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똑같은 상황이 또 펼쳐지는 순간, 몽환이라 쓸데없는 짓거리라 부인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헛된 꿈이 아니었다.

그 무공들은 어느새 자신의 몸에 자연스레 스며들어 손이 가는 대로 몸이 움직이는 대로 그대로 따르며 같은 위력을 발휘했다.


'흑천군! 처음 봤던 그 흑의인의 이름은 흑천군···.'


백의인의 이름은? 끝까지 이름을 밝히지 않고 꺼지듯 사라졌으니 도저히 알 길이 없다.


“후일 스승님의 존안을 뵐 날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팽욱은 동굴에 들어온 이래 처음으로 부서진 청동 인형에 큰절을 하고 깨져 흩어진 조각들을 하나하나 주워, 모았다.


"앞날이 어찌 될지는 모르나 어리석은 자에게 많은 가르침을 베풀어 주신 두 분 노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길게 읍을 하고 돌아서는 팽욱, 그의 외모는 초췌하고 볼썽사나웠으나 두 눈만은 또렷하고 맑은 것이 해탈한 수도승처럼 자연스러운 혜안마저 엿보이게 했다.


그만큼 그가 겪은 고통과 갈등, 성취의 깊이 역시 한없이 깊었던 것이겠지만.


"내가 여기 온 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을까···, 아마도 부모님이나 친구들은 내가 이미 죽은 줄 알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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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8-1 24.07.02 280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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